나는 괜찮은데, 왜 꼭 그래야 해?

엄마의 잔소리 노트 |

by MeeyaChoi

어떤 부모는 자식에게 지고, 어떤 부모는 자식을 이긴다. 나중에 다시 보면 이긴 줄 알았는데 졌고, 진 줄 알았는 이겼다.

어려서 아토피가 있던 딸이 어느덧 집을 떠나 대학 기숙사로 가면서, 엄마의 영향력을 벗어났다. 한 번씩 집에 돌아오면, 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출근한 뒤에 엄마는 전화로 딸에게 집안 청소와 빨래를 부탁하지만, 저녁에 퇴근해오면 새벽에 일어나서 싹 정리해둔 부엌과 집이 다시 어질러져 있었다. 그래도 엄마는 열심히 저녁밥을 지어주지만, 딸은 한밤중에 다시 컵라면을 먹고 새로 시작되는 아토피 때문에 몸 여기저기를 긁었다. 딸이 외출한 뒤에 엄마는 딸이 대충 꾸깃꾸깃 정리해둔 옷들을 다시 삶아서 빨고, 예쁘게 개서 옷장에 넣었다. 딸 방을 치우다 보니, 구석구석에서 젤리나 에너지바 껍질들이 나왔다. 어릴 때, 몸에 좋다는 온갖 유기농 음식으로 밥 해 먹이고, 애써서 운동시키고 체력을 관리해 줬는데, 이런 영양가 없는 설탕 덩어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속상했다. 그뿐 아니라, 요즘 딸은 고분고분 대답하는 대신,

"나는 괜찮은데, 왜 꼭 그래야 해? 엄마도 책상 정리 안 하잖아! 나는 알아도 말 안 하는 거야"

하고 항의한다. 엄마는 가정교육의 힘이 이렇게 약한지 회의가 들었지만, 기도한다. 딸이 상식 선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건강을 과신하지 않으면 좋겠다. 딸이 자기가 생활하는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해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배려할 줄 알면 좋겠다.

엄마의 노모는 아직도 장 담그고, 김장 담그신다. 노모는 구부러진 허리로 매일 하루 세끼 손수 밥해 드시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이며 집안일을 하신다. 마당의 풀을 뽑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를 하신다. 일찍 미망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늘 어려웠던 노모는 1회용 비닐봉지를 씻어서 딸에게 음식을 담아주시며,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으신다. 딸만 보면 노모는

"된장, 고추장으로 밥 잘 챙겨 먹어라. 열심히 최선을 다 해라. 욕심부리지 말고, 남한테 꾸러 가지 않을 정도로만 살아라."

하고 잔소리하셨다. 엄마는 이제 노모가 연세에 맞게 소소한 집안일을 줄이시고, 돈 그만 모으시고, 돌아가시기 전에 돈 좀 쓰시면서 편히 지내시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딸의 대꾸에 쉬 노여워하시는 노모를 위해서 아무 말하지 않는다.

자식이 자식을 낳은 어른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는 노모의 잔소리가 싫지만, 살다 보니 무의식 중에 엄마는 노모의 잔소리를 따라서 딸을 키우고 있다. 엄마와 달리 딸은 저항하고, 엄마는 딸을 이기지 못한다.


모에게 부모의 방식이 있듯이 자식에게도 자식의 방식이 있다. 따뜻하게 어깨를 안고, 서로 마음을 헤아려 존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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