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8 남매의 37명 자식 중에서, 제일 큰 아버지의 제일 큰 아들인 1번 사촌 오빠가 돌아가셨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큰아버지들이 일찌감치 돌아가시고, 오래전에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고모들도 다 돌아가신 뒤 한참 만에, 엄마와 연세가 같은 제일 큰 오빠가 88세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늘 건강하시던 오빠가 몇 달 만에 갑자기 편찮으시고 돌아가시기 직전, 제일 큰 딸인 조카 부부는 편찮으신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돌봐 드렸다. 귀 어두우신 아버지를 위해서, 종이 카드에 따뜻한 말들을 잔뜩 적어 두고, 보여드렸다.
“천천히 드세요.”
“약 드세요.”
“병원보다 집이 훨씬 좋아요. 여기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지냅시다. 아무런 걱정을 이제 하지 마세요. 필요한 거, 불편한 거 언제든지 말하기!”
“저희가 아버지를 잘 보호하고 보살펴 드릴께요.”
하루에 20 시간 잠들어 계시고, 혼자 앉고, 눕고, 걷기가 어려워진 오빠는 사위와 딸이 앉혀드려도, 눕혀드려도, 화장실에 모시고 갔다 와도, 밥에 반찬을 올려드려도, 물을 드려도, 이래도 저래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반복하셨다. 한 나절을 같이 보내고 떠나는 나를 배웅하며, 나보다 한 살 위인 친구 같은 조카는
“천국, 지옥, 이런 거 없잖아. 마지막 여기가 천국이도록 모시려고…”
하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찾아 뵐 사이도 없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오빠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만난 조카에게 자라면서 아버지께 어떤 잔소리를 들었냐고 물어보니, 조카는
“아니… 한 번도 없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잔소리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어. 누가 이렇다, 저렇다 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장례미사 때 만난 성당 사람들이 미사 때마다 귀 어두우신 오빠가 맨 앞자리에서 큰 소리로 엇박자로 부르는 성가를 들으면 아주 마음 편해졌다며 따뜻한 추억을 전해주었단다.
자식의 모습은 부모의 과거 모습이고, 부모의 모습은 자식의 미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