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 라인 강 지방의 대가 <천국의 작은 정원> (1410-1420), Städel Museum, Frankfurt. Image source: Wikipedia.
이탈리아 미술에는 그림을 시에 버금가는 세련되고 특별한 것이라 여기는 사상이 존재했습니다. 그림을 감상함이 마치 시를 읽을 때 생기는 시상(Poesis)을 야기시킨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한 시각적 장치로 꽃, 나무, 정원등과 같은 자연의 모습을 빈번히 그렸습니다. 그림이 가진 시상(Poesis)적 효과를 거론할 수 있는 가장 이른 작품으로는 상류 라인 강 지방의 대가 (Upper Rhenish Master)의 작품인 <천국의 작은 정원 The little Garden of Paradise> (1410-1420)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 그림은 종교적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시나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정원 속 인물들은 허리를 숙여 물을 뜨거나 손을 뻗어 나무의 열매를 따는 등 다양한 동작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경의 여인은 두 손을 뻗은 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잔디에 앉아 다른 이들과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천사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마치 음악을 듣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 채 책을 보고 있는 이 정원의 여왕이 그림의 중앙을 장식합니다. 다양한 포즈의 인물들과 형용색색의 꽃과 나무 등으로 가득 찬 정원의 모습은 마치 리드믹 한 시를 그림으로 옮긴듯합니다.
좌:조르조네 <목동들의 경배> (1505/1510). 우: 베로네세 <모세의 발견> (1581/1582),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이와 같이 그림이 구현할 수 있는 시적이며 목가적인 분위기에 일찍이 관심을 둔 것은 역시나 이탈리아 화가들이었습니다. 특히 벨리니, 조르조네, 티치아노 그리고 베로네세로 대표되는 베네치아파 화가들은 그림이 시에 버금가는 예술이라는 사상을 이탈리아 풍경화라는 장르를 발전시키면서 증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조르조네의 <목동들의 경배 The Adoration of the Shepherds>와 베로네세의 <모세의 발견 The Finding of Moses> 모두 종교적 주제를 여전히 담고 있지만 후경에 펼쳐진 풍경만을 떼어 놓고 보면 이미 이탈리아 특유의 전원목가적인 풍경화법이 이 시점 이미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조르조네가 구현한 목가적 분위기의 풍경은 평화로운 성서의 한 장면과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참고문헌: Allan R. Ruff, Arcadian Vision: Pastoral Influences on Poetry Painting and the Design of Landscape (Oxford: Windgather Press, 2015).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