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udia Park Oct 22. 2023

주인공은 이제 나야 나, 풍경의 반란

티치아노 <비너스와 루트 연주자> (1565–70). Image source: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전통적으로 서양미술 작품 속에 삽입된 자연묘사나 풍경은 그림의 서사를 보조하거나 혹은 인물의 배경을 메꾸는 정도의 역할에 불과했고 풍경이 품을 수 있는 의미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모네 마르티니를 필두로 서양문화에서 자연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감상과 탐험의 대상으로 인지되면서 그림 속 풍경은 본격적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의 반란을 일으킨 이들은 다름 아닌 14세기 이탈리아 화가들이었습니다.


14세기 이탈리아 하면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Florence)를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이후 베네치아 및 이탈리아 여러 도시로 파급된 미술사조인 르네상스는 문화적 부흥을 의미합니다. 고전주의의 부활, 인본주의(humanism), 자연의 재발견, 그리고 개인의 창조성 등을 중시했고 원근법과 해부학에 대한 연구가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미술은 과학의 차원으로까지 간주되어 자연을 탐구하는 수단이자 기록물로 여겨졌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비례도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좌: 레오나르도 다 빈치 <Vitruvian Man> (1490). 우: 미켈란젤로 <다비드> (1501-1504). Image source: Wikipedia.


피렌체를 대표하는 이 두 천재 예술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조형적 르네상스 미술의 정석이라면 벨리니(Bellini), 조르조네(Giorgione), 티치아노(Titian) 그리고 베로네세 (Veronese)와 같은 베네치아파 화가들은 시적이며 목가적인 화풍을 그들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으로 구현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들 그림 속 자연배경은 캔버스의 한 구석을 메꾸던 단편적이고 2차원적인 묘사의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고 빛의 굴절과 공간에 대한 르네상스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자연의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묘사는 서서히 배경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합니다.


벨리니와 티치아노 <신들의 축제> (1514/1529). Image source: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참고문헌: Kenneth Clark, Landscape into Art (Boston: Beacon Press, 1962)

이전 01화 나는 자연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