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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탐정 유강인 19_21_면도날 살인마, 손창수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손님이 모두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았다.


“뭐로 주문하실 거죠?”


“복회 무침 대자, 껍질 튀김, 복어국 지리 세 개 주세요.”


차수호 형사가 능숙하게 주문했다. 종업원이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손님.”


주문이 끝나자, 박훈정 반장이 두 형사를 흐뭇한 표정을 바라봤다. 잠시 후 물티슈로 손을 닦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형사님들, 복어 좋아하지?”


“네, 저는 복어라면 환장합니다. 그런데 우리 유형사는 복어가 처음이랍니다.”


박반장이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아직 젊어서 그렇겠지. 유형사, 이번 기회에 복어를 먹어봐. 기대 이상일 거야.”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잘 먹겠습니다.”


유강인이 씩씩한 목소리로 답했다.


5분 후 식사가 나왔다. 복회 무침, 껍질 튀김, 복어국이 참 맛있어 보였다.


복회 무침과 껍질 튀김은 참 담백하고 고소했다. 복어국은 구수하고 따뜻했다. 각기 다른 맛이 있었다.


복어국은 맑은 국물이 시원하기로 유명했다. 아울러 깊은 맛도 있었다.


복어국의 감초는 미나리였다. 뚝배기 안에 미나리가 듬뿍 들어 있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미나리도 특유의 향을 뽐냈다.


미나리는 해독 작용이 있다고 알려졌다.


유강인이 떨리는 심정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복어국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1초 후 두 눈을 500원 동전처럼 동그랗게 떴다.


복어 국물이 입안에 스며들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시원하기 그지없었고 담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감칠맛도 대단했다.


“우와! 정말 맛있다.”


유강인이 감탄사를 내뱉고 복어를 즐기기 시작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쉴새 없이 움직였다. 음식은 셋이 먹기에 충분했다.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박훈정 반장과 차수호 형사가 웃었다.


“하하하. 우리 유형사도 복어에 눈을 떴군.”


“그렇습니다. 이제 신세계를 맛봤으니 예전으로 못 돌아갑니다.”


참 맛있는 식사였다. 복어국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식당이었다.


30분 후 식사가 끝났다.


유강인이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함빡 웃었다. 말로만 듣던 복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먹는구나. 충분히 그럴만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야.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식사가 끝나자, 종업원이 커피 세 잔을 쟁반에 담아서 들고 왔다.


후식으로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던 박훈정 반장이 입을 열었다.


“오늘 자네들을 부른 건 … 줄 물건이 있어서야.”


“물건이라고요”


차수호 형사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 마련한 자리는 단순한 저녁 식사가 아니었다.


“응!”


박반장이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옆에 있는 서류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 검은색 커버 파일이었다. 파일을 차형사에게 주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사건 중에서 중요한 것들만 간추렸어. 한마디로 말해 내 노하우가 듬뿍 담겨있는 보물이지.”


차형사와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귀한 걸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차수호 형사가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박훈정 반장이 커피를 다 마시고 속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랫동안 형사 생활하면서 깨끗하게 푼 사건도 있었고 … 범인이 오리무중인 사건도 있었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찜찜한 사건들도 있었어. 공범이 있는 게 분명한데 그걸 잡지 못 사건들이었지.

그 사건들을 파일에 다 넣었어. 사건들을 잘 공부해봐.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될 거야.”


공범을 잡지 못했다는 말에 유강인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말했다.


“반장님, 사건 중에 범인을 다 잡지 못한 사건이 있다는 말이죠?”


“응, 아무리 생각해도 공범이 있는 거 같은데 … 잡지 못한 사건들이 좀 있어.

추가 증거가 없었고 잡힌 범인이 공범이 없다고 딱 잡아떼서 더 수사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묻힌 사건들이 참 아쉬워.”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박훈정 반장이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나는 은퇴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범인을 잡아야 해.

우리 강력반에서 유형사와 차형사의 역할이 막중해. 하나는 베테랑이고 하나는 신참이지만, 남다른 신참이지. 두 형사의 어깨가 무거워.”


차수호 형사가 씩씩한 목소리로 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반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유형사와 함께 범죄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겠습니다.”


차형사가 말을 마치고 유강인을 쳐다봤다. 유강인이 맞는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런 기백이 필요해. 그래야 범죄자들이 겁을 먹지. 수사는 전쟁이야. 싸움에선 기선 제압이 제일 중요해.”


박반장이 만족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화목했던 분위기가 순간 결연해졌다.


파일 안을 잠시 살피던 차수호 형사가 유강인에게 파일을 건넸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차수호는 … 우리 강력반 에이스인 유강인 형사님만 믿습니다. 항상 그 말씀을 소중히 여기고 따르고 있습니다. 저를 잘 지도해주세요, 제발!”


“하하하, 선배님도 참.”


차형사의 능청에 유강인이 크게 웃었다. 그가 파일을 꼭 잡고 각오를 다졌다.


‘그래! 반장님이 나를 이렇게 위하는데 …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해.

반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장님 뜻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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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생각을 마쳤다. 형사 시절 잊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가 황수지를 찾았다.


“수지!”


“네! 탐정님.”


황수지가 낭랑한 목소리로 답하고 유강인에게 달려왔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가야 해. 집에 파일이 있어. 박훈정 반장님이 주신 파일이야. 그 파일에서 확인할 게 있어.”


“그래요. 알겠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겠습니다.”


“오, 그럼, 퇴근인가요?”


유강인 옆에 있던 황정수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지, 퇴근이지.”


“하하하! 오늘 예상보다 일찍 퇴근하네요. 오늘도 또 서울청 사우나에서 쪽잠을 잘 거로 생각했는데 … 이거 잘됐네요.”


황정수가 쾌재를 불렀다.


유강인이 우동식 형사에게 말했다.


“우선배님,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세요. 집에서 확인하겠습니다.”


“OK! 메일로 쏠게. 기다려, 대장. 신속 정확하게 보낼게.”


우형사가 쾌활한 목소리로 답했다. 인사고과를 쉽게 챙겨서 기분이 좋은 거 같았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유강인이 형사들에게 인사하고 강력반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래, 내일 보자고. 유탐정!”


이호식 팀장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여유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에 우리 유탐정이 … 뭐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할까? 이거 참 궁금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흐흐흐!”


우동식 형사가 실실 웃었다. 정찬우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



탐정단 밴이 유강인 집 앞에 멈췄다. 유강인이 차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왔다. 그가 차 안에 있는 조수들에게 말했다.


“내일 오전 11시까지 와. 밤늦게까지 자료를 볼 거 같아.”


“그러면 탐정님, 오후 2시에 만나요. 보아하니 밤새우실 거 같은데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셔야죠.”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그래, 오후 2시에 보자.”


“알겠습니다. 그럼, 무리하지 마세요.”


“탐정님, 내일 봬요.”


“응!”


탐정단 밴이 후진하기 시작했다. 방향을 돌리더니 대로로 향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차가 대로로 접어들자, 바로 앞에 있는 상가 주택으로 향했다.



삐 삐 삑!



공동 출입구 출입문이 열렸다. 유강인이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면 생각에 잠겼다.


현재 사건의 단서는 밧줄이었다. 그것도 커다란 매듭이 두 개나 있는 … 긴 밧줄이었다.


‘분명 파일에 밧줄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어. 그 사건에 밧줄 매듭이 있었던 거 같은데 … 어서 확인해야 해.

………………………

어! 맞아!! 매듭이 있었어. 하하하! 이제 기억이 난다.

그래! 그 사건이었어. 이제 생각이 난다. 면도날! 연쇄 살인마 면도날 사건이야! 아주 오래된 사건이었어.’


유강인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계단을 한 번에 세 개씩 오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한 사건이 또렷이 떠올랐다.


박훈정 반장이 건네 파일 속에 있는 사건이었다.



삐비삑!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유강인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소리가 들리자, 주방에서 일하던 어머니 장승희가 고개를 돌렸다. 아들의 얼굴을 보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아들 벌써 왔네.”


유강인이 답했다.


“어머니, 집에서 일하려고요. 지금 급히 확인할 게 있어요.”


“오,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날도 추운데 집에 있어야지. 추운 밖에 있으면 몸을 해칠 수 있어. 엄마가 달콤한 코코아 끓여 줄까?”


“코코아요? 아주 좋습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엄마표 코코아, 달콤이를 끓여줄게.”


장승희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들이 일찍 집에 오자, 기분이 무척 좋은 거 같았다.


유강인이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를 살폈다. 파일 스무 개가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파일의 제목을 살피던 유강인이 파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검은색 커버였다. 커버에 제목이 있었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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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반장님 사건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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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야!”


유강인이 파일을 찾고 함빡 웃었다. 커버를 열고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두 눈이 재빨리 움직였다.


파일 내용은 광동 경찰서 강력반 형사였던 박훈정의 사건 모음이었다.


“면도날이야. 분명 면도날이었어. 면도날 사건을 찾아야 해.”


유강인이 재빨리 페이지를 넘겼다. 페이지를 중간 정도 넘겼을 때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사건 제목이 두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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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동구 연쇄 살인마, 면도날 송창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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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장승희가 쟁반에 머그컵을 담아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들, 따끈한 달콤이야. 어서 먹어.”


“네, 감사합니다. 어머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야?”


“네, 사건을 찾았습니다. 다행이도!”


유강인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달콤이 먹으며 천천히 일해. 밤 좀 그만 새우고. 저번에 새벽에 나갔지? 생각하려고 공원에 갔다 왔다고 했지?”


“네, 그랬죠.”


“수사도 좋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야. 유탐정이 건강을 잃으면 제일 좋아하는 건 나쁜 놈들이야.

나쁜 놈들 소원이 뭔지 알아? 우리 유탐정이 멍청해지거나 건강을 잃어버리는 거야. 놈들 소원대로 될 수는 없잖아.

병석에 누워서 수사할 수는 없어. 그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아프면 쉬어야지 무슨 수사야. 몸과 정신이 멀쩡해야 진짜 수사를 할 수 있어.

날고 기는 놈들이 유탐정한테 달려드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제때제때 자겠습니다. 나쁜 놈들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죠.”


유강인이 방긋 웃으며 답했다.


장승희도 방긋 웃었다.


장승희는 어린 시절부터 행동력이 좋았고 집요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앞장서서 이를 해결했다.


그런 어머니의 유전자를 유강인이 물려받았다. 모전자전이었다.


어머니가 방에서 나가자, 유강인이 머그컵을 들고 쭉 들이켰다.


“아~! 뜨거워.”


유강인이 혀를 쭉 내밀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코코아, 달콤이가 꽤 뜨거웠다. 이에 호호 입김을 불며 코코아를 식혔다. 코코아가 어느 정도 식자, 다시 쭉 들이켰다.


“카아! 맛있다. 역시 겨울에는 어머니표 달콤이야.”


유강인이 코코아에 대만족했다. 코코아를 맛있게 먹으며 면도날 사건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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