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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탐정 유강인 19_20_밧줄 매듭과 박훈정 반장

탐정 유강인 19편_검은 판사, 악의 분노

by woodolee

“으으으~!”


우동식 형사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팀장에게 힘없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정찬우 형사가 급히 말했다.


“팀장님, 제가 하겠습니다. 우선배님은 한참 선배님입니다.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이호식 팀장이 정색하고 말했다.


“어허! 정형사. 팀장 말을 듣지 않을 거야?”


“그렇기는 하지만 ….”


정형사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우형사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정형사. 세상일이란 게 다 그런 거야. 보조가 에이스를 보필해야지. 누가 보필하겠어. 좋겠다, 에이스 형사가 돼서.

내가 목졸릴 테니 정형사는 빠져. 귀하신 몸이잖아. 설마 팀장님이 나를 목 졸라서 죽이기야 하겠어? 난 인사고과나 두둑이 챙길게. 올해 성적이 별로였어.”


우동식 형사가 말을 마치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흐흐흐! 목이 참 토실토실하네.”


이팀장이 군침을 삼켰다. 우형사 목에 밧줄을 탁 걸치더니 매듭 근처를 꽉 잡았다.


차가운 밧줄이 목에 걸리자, 우동식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악! 진짜로 조르면 어떡해요! 아파요!”


“엄살 부리지 마. 아직 조르지도 않았어.”


“아, 그런 거예요?”


“이제 조른다! 간다!”


“아야!”


이호식 팀장이 밧줄로 목을 졸랐다. 아니 조르는 척만 하고 매듭 두 개를 피부에다 꾹 눌렀다.


“아야! 정말 아파요! 진짜 조르다니요!”


우동식 형사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10초 후


매듭으로 목덜미를 꼭 누르던 이팀장이 우형사에게 말했다.


“다 됐다.”


“이제 끝났어요? … 어, 별로 안 아프네.”


“그럼, 내가 진짜로 조를지 알았냐? 이제 목덜미 자국을 보자.”


“휴~! 다행이다.”


우동식 형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예상과 달리 별거 없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우형사 목덜미에 생긴 자국을 살폈다. 하얀 피부에 빨갛게 눌린 자국이 생겼다. 동그란 흔적이었다.


피해자 목덜미에 생긴 자국과 아주 유사했다.


“맞는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예상대로였다. 그가 잠시 생각했다.


‘밧줄에다 커다란 매듭을 만든 게 분명해. 이런 수법을 쓰는 자는 많지 않을 거 같은데 ….

범인은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납치해서 죽였어. 피해자들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어. 모두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야.

예사 솜씨가 아니야. 전문가의 솜씨가 분명해. 그렇다면 ….’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정찬우 형사에게 말했다.


“정형사, 밧줄을 사용한 질식사 사건 중에서 … 밧줄에 매듭이 있는 사건을 찾아봐.”


“네, 알겠습니다.”


정형사가 답을 하고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음!”


유강인이 한 번 헛기침했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했을 때


불현듯 뭔가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


동시에 두 눈이 점점 커졌다. 탁구공에서 수박이 되었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매듭이라고? 이거 어디에서 본 거 같은데, 이런 사건이 있었던 거 같은데 ….’


유강인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떠오른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목덜미를 만지던 우동식 형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대장, 왜 그래? … 풀리지 않는 게 있어?”


유강인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밧줄에 커다란 매듭 두 개를 만들고 그 밧줄로 사람을 죽인 사건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게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난 잘 모르겠는데 …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호식 팀장도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두 눈을 오른쪽으로 치켜떴다. 잠시 생각하다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형사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제가 알아볼게요. 제가 전문이잖아요.”


유강인이 미간을 모으고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렇게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우동식 형사가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이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밧줄을 주세요.”


“그래, 여기 있어.”


밧줄을 받은 유강인이 매듭을 살폈다. 매듭을 자세히 살피다 갑자기 움찔했다. 드디어 뭔가가 떠오른 거 같았다.


“아!”


힘찬 탄성이 들렸다.


탐정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웃고 있었다. 인자한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 그가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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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사! 어서 와. 현장 감식할 때는 담당 형사가 제일 먼저 와서 살펴야 해. 증거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 자연스럽게 없어지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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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거였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반장님!”


그 말을 듣고 이호식 팀장이 말했다.


“유탐정, 이제 감 잡은 거야? 그런데 난 반장이 아니라 팀장이잖아. 직책이 팀장으로 바뀐 지 오래됐어.”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팀장님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말하는 거야? 다른 반장을 찾는 거야? 누군지 말해, 내가 당장 부를게.”


“그분은 서울청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 그 반장이 대체 누구야?”


유강인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반장님은 … 강력반 반장이셨던 박훈정 반장님입니다. 우리 스승님이셨던 ….”


이호식 팀장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아! 박반장님을 말하는 거야? 근데 … 박반장님은 예전에 은퇴하셨는데 ….”


유강인이 대답 대신, 씩 웃었다.


그의 눈빛이 조명을 받아서 반짝거렸다. 마치 찬란한 다이아몬드 같았다.


유강인이 떠올린 사람은 과거 강력반 반장이었던 박훈정이었다. 유강인이 모셨던 첫 번째 반장이었다.


박반장은 무사히 정년 퇴임했다. 이후 강력반 형사였던 이호식이 반장이 됐다가 강력범죄수사대 1팀장이 됐다.


박훈정 반장은 유강인에게 각별한 사람이었다. 그의 스승이었다. 유강인은 박반장의 수사 기법과 수사 철학을 옆에서 배우며 수사의 기초를 갈고 닦았다.


유강인이 서둘러 조사실에서 나갔다. 그가 우동식 형사를 찾았다.


“우선배님!”


“응, 나 여기에 있어.”


우동식 형사가 답하자,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급히 찾을 게 있습니다.”


“대장, 그게 뭔데?”


“박훈정 반장님이 맡았던 사건을 조사해야 합니다.”


“뭐? 박훈정 반장님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박반장님은 예전에 은퇴하셨는데 … 예전에 맡았던 사건 중에 뭐가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초보 형사 시절을 떠올렸다. 열심히 배우고 뛰어다니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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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초보 형사 유강인이 10년 미제 사건이었던 행운 빌라 살인 사건을 해결했다. 그러자 그 주가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 소문이 서울청에 쫙 퍼졌다.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가 서울청 휴게실로 들어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커피를 즐기고 있을 때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어머, 저 사람이 유강인 형사야?”


“응, 맞아, 저 사람이 유강인이야.”


“우와, 잘생겼다.”


“네 스타일이야?”


“응!”


“아이고 김칫국.”


구석 자리에 앉은 여경들이 유강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그 소리를 듣고 차수호 형사가 실실 웃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아이고! 우리 유강인 형사님 인기가 하늘을 찌르네. 참 좋겠다. 나는 꿈도 못 꿀 일인데 말이야.”


“네에? 그게 무슨 소리죠?”


자판기 커피를 맛있게 마시던 유강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못 들은 척하기는 …. 이거 알게 모르게 뻔뻔하네. 어디에서 오리발이야.”


차형사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여경들이 커피를 다 마시고 휴게실 밖으로 나가자, 차형사가 말을 이었다.


“우리 경찰청에 젊은 형사가 있는데 … 능력이 좋다고 소문이 쫙 났어. 게다가 몸도 탄탄하고 잘생겨서 너도나도 보고 싶대.”


“그래요?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그 형사가 대체 누구죠? 누가 그렇게 멋있나요? 한번 보고 싶습니다.”


유강인이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차수호 형사가 오른손을 들었다. 검지로 유강인을 콕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내 앞에 있는 유강인 형사지.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어? 둔한 거야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


“네에? 제가 그 형사라고요?”


차형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쩍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허 참. 이상하네, 유형사는 수사는 참 잘하는데 눈치가 없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금 나를 갖고 노는 거지? 하늘 같은 선배를 놀리는 거지?”


“아닙니다. 제가 선배님을 갖고 놀 리가 없잖아요. 저는 항상 선배님을 존경하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우리 강인이가 나를 속일 리 없지. 그랬다가 내 정의의 주먹이 용서치 않아.”


차수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고 흔들어댔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목에 사레가 걸려 컥컥! 기침을 연발했다.


차형사가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반장님이 같이 저녁 먹자는데 …. 오늘 시간 있지?”


“오늘 저녁이요?”


“응, 반장님이 수고했다면 나하고 유형사를 불렀어.”


“이선배님은요?”


“우리 호식이 형은 아니야.”


“이선배님도 같이 수고했는데 ….”


“이선배님은 외근 나갔어. 그래서 다음에 식사하기로 했어.”


“아, 그렇군요.”


“어서 일어나자고, 경찰청 근처에 있는 복어 집이야.”


“보, 복어요?”


복어라는 말을 듣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복어는 맹독으로 유명한 생선이었다.


독을 잘 제거하지 않으면 강력한 마비 증세로 죽을 수도 있었다.


차수호 형사가 입맛을 다시고 말을 이었다.


“난 복어 좋아하는데 … 유형사도 복어 좋아해?”


유강인이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전 여태까지 복어를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첫 경험이네. 기대 이상일 거야.”


차형사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복어를 생각하자, 입안에서 군침이 수류탄처럼 펑! 폭발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복어가 그렇게 맛있나요?”


“응, 그렇지.”


차수호 형사가 복어를 처음 먹었을 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복어는 … 처음 먹었을 때가 제일 맛있어. 그 특유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맛이야.

그 맛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어. 한마디로 죽음을 불사하는 맛이지.”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한 맛이군요. 그런데 괜찮겠죠?”


“그럼, 요즘은 독을 철저하게 빼. 흐르는 물에 피를 잘 빼는 게 중요하지. 그래서 안전해. 걱정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복어는 살도 좋고 껍질 튀김도 좋고 국도 최고야. 한마디로 독만 빼고 버릴 게 없어. 독도 적당히 넣으면 그 찌릿한 맛이 최고라고 하더군.”


“말을 들으니 벌써 배가 고프네요.”


“그래, 어서 가자고.”


두 형사가 휴게실에서 나왔다.


서울청 근처에 유명한 복어집이 있었다. 다들 복어국이 최고라며 엄지척하는 곳이었다.


저녁때라 거리에 사람이 붐볐다. 많은 사람이 식당으로 향했다.


저 앞에 복어집이 있었다.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가 걸음을 서둘렀다.


출입문 앞에 사람들이 많았다. 복어를 맛있게 먹고 이를 쑤시는 사람들이었다.


“아! 시원하다. 역시 복어국이 최고야.”


“그럼,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일 또 오자고.”


“아니 매일 와야 할 거 같아. 피를 복어국으로 채워야지.”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의 가슴이 설렜다.


두 형사가 복어집 안으로 들어갔다.



*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방 안에 앉아있던 두 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 앞에 멋쟁이 신사가 서 있었다. 강력반의 수장, 박훈정 반장이었다.


박반장은 은퇴를 앞둔 백전노장이었다. 그가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강호 은퇴를 앞둔 초고수의 품격 있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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