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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0_산 속 지혈과 맥스 호프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헉! 헉”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두 남자가 수풀이 무성한 숲속을 헤집고 뛰어다녔다. 이곳은 산길이 아니었다. 그래서 뛰다가 발이 빠지기도 했다.


현재 깊은 밤이라 바닥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들었다. 모든 게 검게 보였다.


“아야! 젠장.”


임무혁이 고통을 참지 못했다. 아픈 다리가 쑥 빠지고 말았다. 발목 위까지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그 고통이 더 심했다.


앞서 달리던 이민우가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임무혁에게 말했다.


“형, 괜찮아? 많이 아픈 거야?”


“응, 좀 아프다. 이런 젠장.”


“상처를 좀 보자.”


“그래, 그래야겠다. 여기서 좀 쉬자. 뒤에 아무도 없는 거 같아.”


임무혁이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앉을 데를 찾았다. 근처에 큰 나무가 있었다. 이에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털썩 앉았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총상을 입은 채 필사의 도주했다. 이제 지칠 만도 했다.


이민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지친 상태였다. 야산이지만, 깊은 밤이라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조명이 없어서 한 치 앞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암흑천지를 뛰어다니는 건 말이 쉽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이민우가 한쪽 무릎을 꿇고 형의 상처를 살폈다. 바지가 북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곳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피비린내가 몹시 풍겼다. 달리면서 많은 피를 흘린 거 같았다.


“이런!”


이민우가 형의 상처를 보고 그 심각함에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급히 겉옷을 벗었다. 검은색 재킷을 벗자, 안에 흰색 티가 있었다.


흰색 티마저 벗어 버리더니 티를 두 손으로 꽉 잡고 힘을 주었다.


두둑! 하며 티가 찢겨나갔다. 그가 길게 찢은 천으로 임무혁의 상처를 감쌌다. 그렇게 지혈을 시도했다. 상처를 감싼 하얀색 천이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이라 그 붉은색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대신 뭔가에 점점 물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상처를 치료해야 해!”


이민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임무혁에게 말했다.


임무혁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병원으로 가면 바로 잡힐 거야. 병원에서 총상을 보고 신고할 수 있어.”


이민우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럴 때는 우리 주치의가 있지. 김선생한테 연락하면 돼.”


“김선생이라고?”


“응, 우리랑 손잡은 의사야. 비밀리에 치료할 수 있어. 형, 이산을 넘어가면 어디지?”


“이 산을 넘어가면 … 정인동일거야.”


“… 아, 정인동! 정인동이라면 번화한 곳이군. 거기에 맥스 호프집이 있어. 거기로 가면 돼. 맥스 호프집 주인이 우리 조직원이야.”


“맥스 호프집!”


임무혁이 맥스 호프집을 떠올렸다. 옆 동네 정인동에 있는 호프집이었다.


임무혁이 사는 동네는 주거지였고 옆 동네 정인동은 유흥가였다. 그래서 호프집을 비롯한 술집이 많았다.


“나도 가본 곳인데 ….”


임무혁도 맥스 호프집을 알았다. 넉 달 전 그곳에서 동료 형사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노가리가 맛있어서 그 맛에 감탄해 추가로 주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맥스 호프집의 노가리는 그 맛이 어느 곳보다 훌륭해 아이들도 찾았다.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술과 음료를 즐기는 곳이었다. 호프집이지만, 가족이 모이는 식당과 같았다.


“그래, 그곳으로 가자, 맥스로!”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상처를 압박하자, 통증이 확 몰려왔다.


정신없이 달릴 때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지만, 형사들을 따돌렸다고 안도하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밀린 숙제처럼 몰려왔다.


“으으으!”


임무혁이 이를 악물고 걸었다. 그렇게 야산에서 벗어났다. 야산 끝에 다다르자, 넓은 도로가 보였다. 6차선 도로였다. 6차선 도로 건너편에 유흥가 정인동이 있었다.


아주 늦은 밤이었지만, 정인동은 훤했다. 밤새도록 영업하는 술집들이 아주 많았다. 술집 간판이 커다란 조명처럼 빛을 발했다.


임무혁과 이민우가 도로 옆 수풀에 몸을 숨겼다. 도로 근처에 경찰이 있을 수 있었다.


둘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도로 건너편을 살폈다.


이민우가 말했다.


“도로를 재빨리 건너서 유흥가로 들어가면 될 거 같아. 경찰이 우리를 봐도 쫓아오기 힘들 거야. 정인동은 복잡한 동네야.”


“그렇지. 경찰이 여기 도로를 다 커버할 수는 없어. 몇몇이 숨어서 도로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놈들을 피해 도로를 건너야 해.”


“형. 그럼, 어디가 좋을까?”


임무혁이 수폴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앞에 6차선 도로가 길게 이어졌다. 늦은 밤이라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었다.


그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쪽에 사거리가 있었다.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있었다. 횡단보도는 네 개였다.


“횡단보도.”


임무혁이 사거리 횡단보도를 유심히 봤다. 횡단보도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도로를 건너려고 보행 신호를 기다렸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민우야, 횡단보도를 건너자.”


“뭐라고? 횡단보도를 건너자고? 그건 위험할 거 같은데 …. 우리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아니야.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야.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경찰이 노리는 건 황급히 도로를 건너는 두 명이야. 그걸 역이용하자.

그리고 다리 때문에 뛰기 힘들 거 같아.”


“아, 그렇지. 형 다리가 문제지.”


“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널게. 내가 건너면 너는 다음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 그렇게 하자.”


“알았어. 형은 경찰이니, 경찰 심리를 잘 알고 있겠지. 그렇게 해.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 어디에서 만날까?”


임무혁이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 이곳에 왔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사거리를 건너서 위로 올라가면 편의점이 있었어. 숙취해소제를 산 기억이 나. 편의점 앞에 테이블과 벤치가 있어. 거기에 앉아 있을게. 거기로 와.

아, 검은 모자는 벗어. 마스크도 쓰면 안 돼. 장갑도 마찬가지야. 재킷 지퍼를 내려서 흰색 티가 보이게 해.”


“알았어.”


그렇게 임무혁와 이민우가 도로를 건널 계획을 세웠다. 임무혁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허리를 숙이고 오른쪽 사거리 방향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인도 근처 수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가로등 불 사이였다. 그래서 불빛이 가장 약했다.


아주 약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임무혁이 수풀에서 인도로 나왔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걷기 위해 상처를 묶은 천도 풀었다. 상처에서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가 걸음을 재촉했다.


저 앞에 횡단보도가 보였다. 횡단보도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임무혁이 인도 끝 도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다친 부위가 쓰라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서 있었다. 깊은 밤이라 공기가 무척 찼다. 그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도주하자, 인천 서부 경찰서 형사들이 총을 꺼내 들었다. 임무혁을 죽이려고 총까지 쐈다.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총기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그런데 형사들이 그렇지 않았다.


도주하던 임무혁은 왼쪽 다리에 총을 맞고 깨달았다. 누군가가 자기를 함정에 빠트려 죽이려 한다는 것을!


경찰에 잡히면 감옥에 갇힐 뿐만 아니라 쥐도 새로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한 모함이 아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임무혁이 보행 신호를 기다리면 생각을 이었다.


‘그래, 결국, 잃어버린 기억에 답이 있는 거야.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억 때문에 … 내가 이런 꼴을 당한 거야.

주리도 그래서 잡힌 거야. 누군가가 내 행세를 하면 주리를 함정에 빠트렸어. 그다음이 바로 나였고.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어.

… 정황상 대폭발이 중요한 거 같아. 내가 대폭발 현장에 주형사랑 같이 있었어. 그때 둘 다 의식을 잃었어.

내가 거기에서 분명 뭔가를 한 거 같아. 그래서 동생과 나를 해코지하려는 거야.

누가 나를 노리는 걸까? … 현재 누구보다 아내가 수상하긴 해. 병원비를 거론하면 주리를 불안하게 만들었어. 나인 척하며 주리에게 마약을 운반하라고 지시한 거 같아.

형사가 말했어. 마약이 집에서 나왔다고 했어. 그 마약은 도대체 뭐지? 누가 마약을 집에다 둔 거지? 그것도 아내가 한 건가?

아내가 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임무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을 종잡을 수 없었다. 아내가 의심스러웠지만, 이런 큰일을 아내 혼자 했을 리 없었다.


아내 혼자가 아니라면 뒤에 이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었다.


‘음모다! 음모가 있어.’


음모라는 생각이 들자, 임무혁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떤 세력이 그를 노리는 게 분명했다.


그때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었다.


임무혁이 걸음을 옮겼다. 그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픈 다리를 숨겨야 했다.


다행히 사방이 어두워 총상으로 찢어지고 피로 얼룩진 바지를 감출 수 있었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횡단보도를 다 건넜다.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 저 앞에 편의점이 보였다. 해피 데이 편의점이었다.



*



임무혁이 해피 데이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았다. 찢어지고 피로 얼룩진 바지를 감추려 맨 구석 자리에 앉았다.


구석 자리는 간판 불빛과 가로등 불이 약했다. 그렇게 5분 정도 동생을 기다리고 있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편의점을 향해 걸어왔다. 급한 걸음이 아니었다. 천천히 걸었다.


그는 이민우였다. 이민우가 벤치에 앉아 있는 임무혁을 보고 눈짓했다. 이에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민우가 편의점을 지나갔다. 1분 후 임무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도 역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적지인 맥스 호프집으로 향했다.


임무혁이 큰길을 걷다가 고개를 돌렸다. 왼쪽에 골목이 있었다.


술집 골목이었다. 많은 사람이 붐볐다. 술집 네온사인이 아주 화려했다. 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렸다. 일행이 그들을 부축했다.


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대리기사들도 보였다.


임무혁이 서둘러 맥스 호프집을 찾았다. 저 앞에 맥스 호프집이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걸음을 옮겼다.


1분 후 맥스 호프집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호프집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만석이었다. 많은 손님이 맥주와 노가리를 즐겼다. 노가리 냄새뿐만 아니라 치킨 냄새도 풍겼다. 30개 테이블이 꽉 찼다.


임무혁이 군침을 삼켰다. 냄새를 맡자, 허기가 몰려왔다.


“으으으!”


그가 신음을 내뱉었다. 상처가 다시 아팠다. 너무나도 쓰라렸다.


임무혁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을 때


젊은 여자가 다가왔다. 종업원이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임무혁에게 말했다.


“홀로 가야 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여종업원을 따라서 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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