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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09_치욕적인 체포와 도주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임무혁씨 부탁이니 순순히 체포에 응하세요. 우리도 이런 일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임무혁씨는 동생과 함께 마약 밀반입에 가담한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밀반입한 코가인이 3kg이 넘습니다. 이는 대략 4억에서 5억 규모입니다.”


“네에?”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천 서부 경찰서 40대 형사가 말을 이었다.


“아울러 집에서 마약도 나왔습니다. 당신은 … 마약 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임무혁이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 크게 소리쳤다.


조용한 동네에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재 시각은 야심한 새벽 한 시였다. 주민들이 잠에서 깰 수 있는 큰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고 40대 형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옆에 있는 후배 형사들에게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를 어서 꽉 잡아. 수갑을 채 울 테니!”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젊은 형사 셋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며 임무혁에게 다가왔다.


한발 한발 발소리가 들렸다. 그건 범죄자를 체포하려는, 심장이 점점 조여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임무혁의 귓가에 울렸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나를 모함하고 있어, 내가 동생과 함께 마약 밀수를 했다고?

아, … 동생이 말했어. 내가 일주일 전에 연락했다고, 나는 그런 적이 없었어.

이건 함정이야. 내가 함정에 빠졌어. 집에서도 마약이 나왔다니 ….’


임무혁이 생각을 마치고 급히 사방을 둘러봤다. 야심한 밤이라 형사들 빼고는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가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집은 어두컴컴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거 같았다.


그는 제3 창고에서 마약상 체포 작전하기 전, 아내와 통화했다. 아내는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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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바로 돌아오셔야 해요. 다치지 말고, 알았죠?”

“알았어. 항상 조심할게,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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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다정한 목소리였다.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애틋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집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집에서 기다린다는 아내는 집에 없는 거 같았다.


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형사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알고 있었다.


긴급 체포되어 유치장에 갇힐 게 뻔했다. 그리고 구속 영장이 청구되어서 구속될 것도 뻔했다.


동생이 현행범으로 유치장에 갇혀 있고 집에서 마약이 나온 이상,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더군다나 그는 현직 마약반 형사였다. 가중 처벌받을 게 뻔했다.


곧 인천 서부 경찰서 형사들이 임무혁을 에워쌌다. 도망치려면 그들을 밀치고 나가야 했다.


임무혁은 도망칠 수 없었다. 도망친다면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었다. 도망쳐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그를 받아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 같았다.


임무혁이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철컥!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금속 물질이 피부에 닿자, 임무혁이 움찔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졸지에 범죄자가 되어 수갑을 차고 말았다. 두 눈에 은빛 수갑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리며 빛났다.


“갑시다!”


인천 서부 경찰서 형사들이 걸음을 옮겼다. 임무혁도 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따라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앞에 차 두 대가 있었다. 형사들이 타고 온 차였다. 임무혁은 그중의 한 대에 타야 했다.


“으으으~!”


임무혁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를 꽉 깨물었다. 이는 무척 치욕적인 일이었다.


“임무혁씨, 어서 타세요. 혹 억울한 일이 있으면 서에서 말씀하세요.”


젊은 형사가 말을 마치고 세단의 뒷좌석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차 안에서 오징어 냄새가 물씬 풍겼다. 차에서 임무혁을 기다리며 말린 오징어를 먹은 듯했다.


임무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치욕을 견디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차에 올라탈 때



우당탕!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임무혁 집 뒤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웬 사람들이 번개처럼 뛰어나왔다.


“뭐야?”


형사들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임무혁도 마찬가지였다. 차 안으로 들어갔던 몸을 밖으로 빼냈다.


불시에 등장한 자들은 블랙맨이었다. 온몸을 블랙으로 감쌌다.


검은색 야구 모자, 검은색 마스크, 검은색 상의, 검은색 하의, 검은색 신발, 검은색 장갑으로 그 모습을 철저히 가렸다.


“야아!”


“체포를 막아!”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블랙맨은 총 다섯이었다. 그들이 손을 높이 쳐들었다. 손에 야구 배트, 각목, 커다란 망치가 있었다.


“헉!”


형사 넷이 깜짝 놀랐다. 갑자기 괴한 다섯이 형사들을 습격했다.


커다란 망치를 든 블랙맨이 차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가 보닛을 내리쳤다. 무지막지한 행동이었다.



쾅!



보닛이 감귤 상자처럼 찌그러지고 말았다.


“야아!!”


함성이 계속 들렸다. 블랙맨들이 형사들을 공격했다. 이는 기습이었다.


“막아! 모두 체포해!!”


형사들이 서둘러 블랙맨에 맞섰다. 그렇게 인천 서부 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이 블랙맨들과 싸웠다.


정신없이 주먹이 나가고 발길질이 오갔다. 한마디로 혼전이었다.


곧 형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이 깜짝 놀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임무혁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블랙맨들을 살폈다. 블랙맨들의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었다. 무척 날래고 힘이 넘쳤다. 싸움에 도가 튼 자들이 분명했다.


“젠장! XX!”


임무혁을 체포한 베테랑 형사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그가 임무혁한테 달려와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블랙맨들의 목표를 알아챘다. 그건 바로 임무혁이었다. 임무혁을 빼내려고 블랙맨들이 들이닥친 게 분명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형!”


블랙맨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임무혁을 향해 달려오더니 훌쩍 날아올랐다. 청솔모가 나무를 향해 뛰어오르는 거 같았다. 두 손에 든 야구 배트가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헉!”


임무혁 앞을 막은 베테랑 형사가 공중을 가르는 야구 배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야구 배트 끝이 어둠 속에서 반작거렸다.


그가 품에서 권총을 꺼내려고 할 때



쾅!



야구 배트가 뒷좌석 문을 내려쳤다. 순간, 차창이 와장창! 깨졌다. 뒷좌석 문도 팍 찌그러졌다.


“아이고!”


커다란 소리와 문이 망가지는 충격에 베테랑 형사가 그만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권총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임무혁이 재빨리 바닥에 나뒹구는 권총을 바라봤다. 이는 공권력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보통 사람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뒷좌석 문을 부신 블랙맨이 야구 배트를 내던졌다. 40대 형사를 덮쳤다. 그가 강력한 주먹을 한 대 날렸다.


“악!”


베테랑 형사가 비명을 질러댔다. 블랙맨이 형사의 몸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 있다!”


블랙맨이 형사의 품에서 뭔가를 꺼내서 들어 올렸다. 그건 열쇠였다. 수갑 열쇠였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임무혁을 보고 급히 외쳤다.


“무혁이 형! 빨리 도망쳐야 해! 어서!!”


블랙맨이 크게 외치고 임무혁한테 달려왔다. 임무혁의 팔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블랙맨들도 연장을 집어던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잡아!”


“놈들이 임무혁과 함께 도망친다. 총을 쏴! 임무혁을 맞춰!”


끼익하며 공이가 뒤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탕! 탕! 탕!



커다란 총소리가 들렸다. 공포탄뿐만 아니라 실탄도 발사됐다. 그 총알이 블랙맨이 아니라 임무혁을 향했다.


임무혁을 죽이려는 총알이었다.



“악!”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총알이 임무혁의 왼쪽 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강렬한 통증이 그를 거대한 파도처럼 덮쳤다.


결국, 임무혁이 뛰다가 넘어졌다. 왼쪽 다리가 순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같이 달리던 블랙맨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서둘러 부축했다. 블랙맨이 급히 말했다.


“아파도 참아! 여기에서 잡힐 수 없어. 어서 달려!”


“으으으~!”


임무혁이 살이 터지는 고통을 참으며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양어깨를 두 손을 꽉 잡은 블랙맨을 쳐다봤다. 익숙한 눈매였다. 그가 급히 외쳤다.


“민우! 민우야?”


“맞아, 나는 민우야. 어서 가야 해! 놈들이 총을 또 들었어!”



탕! 탕! 탕! 탕!



전보다 더 많은 총알이 임무혁을 향해 날아왔다.



팅! 팅!



총알이 임무혁 뒤꿈치 바로 앞에서 튕겨 나갔다. 어서 달려야 했다. 형사들이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를 죽일 생각이 분명했다. 도주만이 살길이었다.


“제기랄!”


임무혁이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커다란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손목에 수갑을 차서 달리기 힘들었지만,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야밤에 긴박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형사들이 가로등 불에 의지해 임무혁과 블랙맨을 뒤쫓았다.


잠시 후 임무혁과 블랙맨이 주택가에서 벗어났다. 이곳은 근처에 야산이 있었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산이었다. 산에 등산로가 있었다.


이민우가 등산로 옆 산길을 가리키고 외쳤다.


“저 안으로 들어가자. 그래서 추적을 피할 수 있어.”


“그래, 그러자.”


둘이 등산로 옆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뒤쫓아 오던 형사들이 등산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들이 급히 말을 나눴다.


“놈들이 등산로 옆으로 도망쳤습니다.”


“이를 어떡하지? 잡으러 들어갈까요?”


“산속이 너무 어두워요. 들어갔다간 놈들을 찾기는커녕 길을 잃을 거 같아요.”


“젠장! 임무혁 그자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데 ….”


베테랑 형사가 분을 참지 못했다. 그는 왼쪽 뺨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민우한테 얻어맞은 상처였다.


그가 급히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형사님. 어떻게 됐나요? 임무혁을 체포해서 호송 중인가요?”


“형사과장님, 그게 … 임무혁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임무혁을 체포하고 차에 타려고 했는데 갑자기 웬 놈들이 나타나서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네에? 웬 놈들이 나타났다고요? 그들이 임무혁을 도운 겁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죠?”


“임무혁이 도주했습니다. 탈주를 도운 놈과 함께 야산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젠장! 아니 일을 왜 그렇게 처리합니까? 인천 서부 경찰서 최고의 형사라고 들었는데 … 이게 대체 뭡니까?”


“죄송합니다. 우리를 덮친 놈들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재빨랐고 무기를 들었습니다. 조폭 깍두기 중에서 에이스들이 온 거 같습니다. 임무혁을 구하려고 ….”


“그러면 물뱀파인가요?”


“아마 그렇겠죠.”


“으으으! 젠장!”


“임무혁이 총상을 입었습니다. 제가 쏜 총에 다리를 맞았습니다.”


“오! 그래요. 그러면 일단 병원에 협조를 구하세요. 총상 환자가 있으면 바로 그곳으로 출동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임무혁 그자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그자는 아주 위험한 인물입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인천 남부 경찰서 형사과장 김덕기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임무혁의 상관이었다.


회식 때 임무혁을 골탕 먹인 인물이었다. 손정기 반장을 이용해 임무혁의 콜라 트라우마를 실험했었다.


김덕기 과장은 40대 후반 남자였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볼품없는 체격이었지만, 눈매만큼은 매우 날카로웠다. 마치 작은 단도가 눈에 숨어있는 거 같았다.


그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담배에 찌든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젠장, XXXX! 일을 그따위로 처리하다니. 우리가 나서야 했나? 서부 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


잠시 화를 참지 못하던 김과장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했다.


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임무혁의 목숨을 건 도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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