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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07_유치장에 갇힌 동생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제3 창고에 마약반 형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경찰차 헤드라이트가 창고 뒤편을 비췄다.


“어서 움직여!”


“살살해요.”


형사들이 마약상 세 명을 생포했다.


마약상은 총 네 명이었다. 그중에서 도망친 자가 있었다. 도망친 자를 김찬호 형사가 뒤쫓았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검거 작전이 끝났다.


형사와 경찰들로 창고 뒤편이 소란스러울 때


임무혁이 초조한 표정으로 홀로 서 있었다.


그가 달빛을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한쪽 얼굴이 그늘에 가렸다.


“젠장!‘


임무혁이 자책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두통 때문에 다 잡은 마약상을 놓치고 말았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마약반 형사들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발소리가 들리자, 임무혁이 고개를 들었다.


“임형사!”


손정기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반장 옆에 나대진 형사가 있었다. 나형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임형사, 한 놈을 놓쳤다고 들었어. 머리가 갑자기 아파서 놓쳤다고?”


“…….”


임무혁이 답을 하지 못했다. 동료와 상사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손정기 반장이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괜찮아.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이건 임형사 잘못이 아니야.

임형사 복귀를 서두른 건 나야. 이건 내 잘못이야.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야.”


나대진 형사가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하긴 복귀가 너무 빠르긴 했어. 한 달은 더 쉬어야 할 거 같아.”


“…….”


임무혁은 여전히 답을 하지 못했다. 두통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그 사실이 부끄러운 듯 얼굴이 뻘게졌다.


그러다 도망친 마약상을 떠올렸다. 그자가 한 말이 있었다. 자신을 민우라 말하고 임무혁이 위험하다고 알렸다. 그자의 얼굴이 꽤 익숙했다.


“아!”


임무혁이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왼손으로 왼쪽 관자놀이를 꼭 붙잡았다.


쿡쿡 찌르고 쪼개지는 고통과 함께, 한 골목이 머릿속에 보였다. 으슥한 골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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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아, 돈이 없다고? 털어서 돈 나오면 50원당 한 대씩이다.”


“저, 정말이에요. 저 돈 없어요.”


“어서 뒤져. 돈 없으면 30대 맞는 거다.”


“아, 안돼요!”


한 소년이 으슥한 골목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었다. 소년은 13살에 불과했다. 벌써 따귀를 맞았는지 한쪽 뺨이 붉었다. 그가 커다란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 앞에 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둘이 있었다. 그들이 소년을 에워쌌다. 둘은 깡패였다. 약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생양아치였다.


깡패 하나가 한 손을 높이 쳐들었다. 소년이 말을 듣지 않자, 뺨을 후려치려는 거 같았다.


그때 이를 다급히 막는 소리가 들렸다.


“손 치워!”


“응?”


깡패 둘이 고개를 돌렸다. 으슥한 골목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고등학생 남학생이었다. 인천 제일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


“뭐야? 이 XX는?”


깡패 하나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제일고 학생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나지막하지만,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자퇴한 놈들이지. 고작 한다는 게 초등학교 애를 때리고 돈 뺏는 거냐?”


“이 XX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네. 야! 이놈부터 해치우자.”


깡패 둘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일고 학생에게 다가갔다. 둘 다 체격이 당당했다.


제일고 학생도 만만치 않았다. 그도 당당한 체격이었다.


셋의 눈빛이 칼날처럼 번쩍였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2대 1의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제일고 학생이 씩 웃었다. 그는 미남이었다. 멋진 미소였다.


그 미소를 보고 깡패들이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깡패 하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웃어? 우리가 걸레짝으로 보이냐? 우리는 물뱀파에 들어갈 귀하신 몸이야. 너 같은 건 우리 발가락 떼만도 못해. 그러니 저리 꺼져. 이 머저리 XX야.”


깡패의 말이 끝난, 바로 그 순간!


제일고 학생이 번개처럼 몸을 띄웠다. 몸이 아주 가벼웠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2m 허공에서 정점을 찍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마치 일순간에 중력이 사라진 거 같았다.


이윽고


오른쪽 다리가 벼락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내려찍기였다. 다시는 맞기 싫은 불벼락이었다.



팍!



“악!”


깡패 하나가 얼굴을 부여잡았다. 안면을 뒤꿈치로 강타당했다. 그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맥없이 쓰러졌다.


“헉!”


다른 깡패가 이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몸이 굳었을 때


제일고 학생이 몸을 돌렸다. 강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돌려차기였다. 아주 강력한 돌려차기를 깡패에게 선사했다. 다시는 받기 싫은 선물이었다.



퍽!



“악!”


또다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른 깡패도 턱을 얻어맞고 꼬꾸라졌다. 그렇게 깡패 둘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켰다.


어깨, 손가락, 머리, 입 등이 마구 떨렸다.


제일고 학생이 쓰러진 깡패들을 보고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에 있는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소년은 무척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탁구공처럼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제일고 학생이 소년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다. 어서 집에 가라. 여기는 위험한 곳이야.”


“정말 고마워요. 형!”


소년이 고마움에 연신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깡패 둘을 보고 무척 고소해했다. 쌤통이다! 하고 기뻐했다.


겨우 정신 차린 깡패들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렇게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소년이 제일고 학생을 올려다봤다. 키가 크고 멋진 형이었다. 소년이 말했다.


“형! 형 이름이 뭐예요?”


“난 무혁이야. 임무혁.”


“아, 무혁이 형이구나. 저는 민우예요, 이민우.”


“아하, 그래, 네 이름이 민우구나. 민우야. 오늘 일을 그냥 깨끗이 잊어. 살다 보면 맞을 때도 있고 그런 거야.”


“알았어요.”


소년이 방긋 웃었다. 붉었던 뺨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소년의 이름은 이민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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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임무혁이 민우를 떠올렸다. 민우는 그의 동생이자, 친구였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만났던 아이였다. 그 아이를 한 시간 전에 만났다. 바로 도망친 마약상이었다.


“젠장!”


임무혁이 거칠게 말을 내뱉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느리지만, 분명히 돌아오고 있었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대진 형사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반장님, 놈들을 셋이나 잡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어떡하죠? 마약과 돈을 가진 놈이 도망쳤어요.”


“어쩔 수 없지. 일단 체포하고 서로 돌아가자고.”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그때 김찬호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마약상 셋을 경찰차에 태우고 급히 반장에게 달려왔다. 손에 무전기가 있었다. 무전기를 반장에게 건넸다.


손정기 반장이 무전기를 받고 상부와 대화를 나눴다.


“네에? 정말입니까?”


“그래, 어서 임형사한테 이 사실을 알려.”


“알겠습니다.”


손반장이 무전을 끊고 임무혁을 바라봤다. 뭔가를 말해야 했지만, 차마 말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왜 그러세요?”


임무혁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반장에게 물었다.


손정기 반장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동생 주리가 지금 인천 서부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어.”


“네에? 동생이 유치장에 있다고요? 왜죠?”


“공항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세관한테 걸렸어. 그래서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에 갇혔어.”


“마, 마약이요?”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동생은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3개월 과정이었다.


오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연착돼서 공항을 갔다가 허탕을 치고 말았다.


임무혁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생 주리는 착실한 아이였다. 그런데 마약 밀수라니 …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손반장이 말을 이었다.


“밀반입한 마약 양이 엄청나. 자그마치 3kg이야.”


“3, 3kg이라고요?”


“응.”


마약 3kg이면 그 값이 엄청났다. 동생이 엄청난 금액의 마약을 밀반입하다가 걸리고 말았다.


임무혁이 급히 말했다.


“지금 가봐야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봐.”


임무혁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찬호 형사가 말했다.


“제 차를 타고 가시죠.”


“그래, 어서 가자고.”


임무혁과 김찬호 형사가 차에 올라탔다. 차가 곧장 인천 서부 경찰서로 향했다.


손정기 반장과 나대진 형사가 떠나는 차 뒷모습을 쳐다봤다. 나형사가 말했다.


“마약반 형사 동생이 마약을 밀반입하다니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글쎄, 주리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 혹 주형사 때문인가?”


“주선배님이요?”


“응, 주형사는 지금 의식불명이야. 언제 깨어날지 몰라. 그래서 병원비가 엄청날 거야. 주형사 애인인 주리가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마약을 밀반입한 거 같아.”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충분히 가능한 얘기네요. 둘이 사귀고 있잖아요. 선남선녀 커플이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이네요.”


“… 임형사랑 주형사가 대폭발 현장에 있었어. 임형사는 깨어났지만, 주형사는 그렇지 않아.

왜 둘이 대폭발 현장에 있었을까? 거기에 없었다면 임형사도 기억을 잃지 않았고 주형사도 의식불명이 되지 않았어.”


“그러게 말입니다. 왜 둘이 거기로 갔을까요? 마약반은 다른 곳을 수색 중이었는데 ….”


나대진 형사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인천 서부 경찰서 조사실에 불이 들어왔다. 두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임무혁과 서부 경찰서 형사였다. 둘이 얘기를 나눴다.


“임형사님, 동생분은 곧 올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동생이 정말로 마약을 밀반입한 게 맞나요? 무슨 착오가 있는 게 아닌가요?”


서부 경찰서 형사가 그건 아니라는 표정을 답했다.


“가방이 세관 마약 탐지에 딱 걸렸습니다. 그래서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솔직히 마약 운반 혐의는 피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 그래요?”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두 손을 벌벌 떨었다. 동생이 전과자가 될 위기였다.


그때 조사실 안으로 여경과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여자는 임무혁이 애타게 찾는 동생, 임주리였다.


임주리는 31세였다. 중간 키에 마른 몸매였다. 차가운 인상에 도도함을 풍겼다. 쌍꺼풀 없는 눈매에 웨이브를 준 긴 머리가 찰랑거렸다.


흰색 재킷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입었고 검은색 기모 바지를 입었다.


“주리야!”


임무혁이 동생 임주리를 보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임주리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오빠의 얼굴을 보기 싫은 거 같았다.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그럼, 자리를 피하겠습니다. 말씀 나누세요.”


서부 경찰서 형사와 여경이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남매가 조사실에 남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약반 형사인 오빠와 마약 사범인 동생이 조사실에 있었다.


1분 후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동생에게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임주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임무혁도 자리에 앉았다. 둘이 잠시 서로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만난 남매지만, 둘 사이에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임무혁은 동생에게 왜 마약을 운반했냐며 안타까워했고 동생은 오빠가 나에게 이럴 수 있냐며 따지는 거 같았다.


두 시선이 평행선을 달렸다.


임주리가 미간을 모았다.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화가 잔뜩 난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이 동생에게 말했다.


“주리야, 왜 마약을 운반한 거야? 누가 너를 속인 거야? 마약이 아니라 다른 물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약이었던 거지?”


임주리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을 하지 않고 입 모양으로 뜻을 전했다.


“뭐?”


임무혁이 동생의 입술 모양을 살폈다. 동생이 계속 같은 말을 했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으로 그 뜻을 전했다.


임무혁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입 모양을 자세히 살폈다. 동생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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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시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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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혁이 그 말뜻을 알아채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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