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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06_마약 거래 현장

새하얀 눈동장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Mar 24. 2025

임무혁이 토를 다 치웠을 때, 마약반 형사들이 식당에서 나왔다. 그들이 임무혁을 찾았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임무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다행이네. 괜찮아 보여.”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손정기 반장이었다.


손반장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임무혁에게 걸어갔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임형사, 괜찮아?”


임무혁이 무안한 얼굴로 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고기가 목에 걸려서 그만 실수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반장님.

병원 밥만 먹다가 기름진 고기를 먹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한 거 같아요.”


“괜찮아. 그거야 치우면 돼지.”


“깔끔하게 다 치웠습니다.”


“그럼. 집에 가야지. 집에 가서 푹 쉬어.”


“알겠습니다.”


손정기 반장이 고개를 돌리고 형사들에게 말했다.


“형사님들 내일 일해야 하니 딴짓하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 2차는 금지야.”


“섭섭하기는 하지만, 알겠습니다. 반장님!”


“아쉽네요. 2차 가야 하는데 … 이거 목만 축인 꼴이네요. 소주로 위장을 만땅 채워야 하는데.”


2차라는 말을 듣고 손반장이 인상을 팍 썼다. 그러자 형사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삼겹살 회식이 끝났다.


손정기 반장이 임무혁에게 말했다.


“임형사는 나랑 같이 가자고. 방향이 같으니.”


“반장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왜 이래, 임형사. 내 호의야.”


임무혁이 내키지 않은 듯 머뭇거렸다. 그러자 나대진 형사가 말했다.


“나는 반장님 차 타는 게 소원인데, 임형사는 팔자가 참 좋네.

어서 반장님 차에 타. 그래야 집에 빨리 가지. 와이프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난 와이프가 없어서 좀 늦게 집에 들어가도 돼. 흐흐흐!”


임무혁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잠시 후


차 소리가 들렸다. 손정기 반장의 차가 임무혁 앞에 섰다. 검은색 고급 세단이었다. 조수석 차 문이 열렸다. 손반장이 웃으며 말했다.


“임형사, 어서 타.”


“감사합니다, 반장님.”


임무혁이 차에 올라탔다. 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당 앞 도로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사들이 입을 열었다.


“반장님도 가셨으니 우리 2차 갈까요?”


그러자 나대진 형사가 큰 소리로 말했다.


“후배님들, 반장님 말씀 못 들었어? 어서 집에나 가. 딴짓하지 말고!”


“아이고, 알겠습니다.”


“2차는 다음에 하기로 하죠.”


형사들이 걸음을 옮겼다. 그중에서 한 명의 표정이 어두웠다. 김찬호 형사였다. 그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임선배님이 이상해. 눈빛이 너무 무서웠어. 저런 눈빛은 본 적이 없어. 혹 무슨 일 있는 건가?’


김형사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임무혁을 생각했다.


임무혁은 친절하고 자상한 선배였다. 게다가 실적도 최고였다. 경찰서에서 인정받는 에이스였다.


그런데 대폭발 사고 후 사람이 달라진 거 같았다. 예전과 다르게 섬뜩함과 함께 무서움이 느껴졌다.


형사들이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장감을 풀었다. 내일 중요한 일을 해야 했다.



다음 날

2025년 10월 12일 밤 10시 05분


인천 제1 부둣가에 3번 창고가 있었다. 이곳은 대폭발이 사고가 일어난 제3 부둣가와 떨어진 곳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꽤 어두웠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 자연조명 대신 인공조명이 그 힘을 발휘했다.


부둣가 조명과 차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밝혔다.


그렇게 어둠이 가득한 곳에 인천 남부 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해 있었다. 차 안에 들어가 마약 거래 현장을 올빼미의 눈으로 주시했다.


송사리의 정보는 확률이 반반이었다. 그래서 전적으로 믿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와 허위 정보가 뒤섞여 있었다. 마약 거래 현장을 잡기도 했지만, 허탕을 칠 때도 많았다.


정보의 출처는 물뱀파 조직원들을 접대하는 송사리의 술집이었다. 조직원 중에 정보를 흘리는 자가 있었다. 형사들은 그자를 조직에 숨어든 잠입 경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는 최고위층만 아는 1급 비밀이었다.


불이 꺼진 차 안에서 형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인적이 끊어진 제3 창고 근처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창고를 향해 걸어왔다.



드디어 은밀한 뭔가가 시작되었다.



제3 창고 후문에 검은색 세단이 있었다. 깊은 어둠 속에 그 모습을 감췄다.


차 안에 임무혁과 김찬호 형사가 있었다. 김형사가 작은 목소리로 파트너에게 말했다.


“동생분 비행기가 연착됐다고요?”


“응, 그래서 헛수고했어. 공항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어.”


“그렇군요.”


“동생분이 주선배님과 사귄다고 들었는데 상심이 크겠어요.”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주형사는 그의 선배인 주철기였다. 같은 매향도 출신이었다. 동생과 사귀는 선배 형사였다.


주철기 형사는 현재 의식불명이었다. 그는 대폭발 사고 때 임무혁과 같이 제3 부둣가 9번 창고에 있었다.


사고로 둘 다 의식을 잃었지만, 임무혁은 며칠 만에 깨어났고 주형사는 아직도 의식불명이었다. 당분간은 깨어나기 힘들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그런데 그 당분간이 1년이 될 수도 있었고 10년이 될 수도 있었다.


임무혁은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 주철기 형사를 찾았다.


주형사가 의식을 잃은 채 병상에 누워있었다. 눈을 꼭 감고 김은 잠에 빠졌다. 그 모습이 참 애처로웠다.


주철기 형사는 외모가 훤칠했다. 키가 크고 근육질이었다. 수퍼 히어로 같은 체격이었다. 얼굴도 잘생겼다. 선이 굵은 전통적인 미남이었다.


그런 그가 의식을 잃은 채 초췌한 얼굴로 누워만 있었다.


임무혁이 잠시 주형사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동생을 생각했다. 주형사를 사랑하는 동생이 가슴을 아플 거 같아 긴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임무혁이 동생과 주형사를 생각할 때


검은 그림자가 저 앞에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마약상이 창고 뒤편에 모습을 드러냈다.


“왔구나!”


임무혁이 나지막한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김찬호 형사가 급히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이제 놈들을 잡아야 했다. 작전 시작이었다.


제3 창고 뒤편은 어느 곳보다도 어둡고 음침한 곳이었다. 뒤에 커다란 언덕이 있었다. 언덕이 드리우는 크고 깊은 그림자가 창고 뒤편을 잠식했다. 이는 마치 검은 장막 같았다.


김형사가 무전기를 들더니 반장에게 무전을 날렸다.


“반장님,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저희가 왼쪽을 맡겠습니다.”


“알았어. 오른쪽은 나형사가 맡을 거야.”


30초 후


차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두 형사가 차에서 나왔다. 둘이 발소리를 죽이며 창고 뒤편으로 향했다.


창고 뒤에 작은 길이 있었다. 그 길을 앞뒤로 막고 잡는 작전이었다. 옆은 창고와 언덕이라 도망칠 데가 없었다.


깊은 어둠 속으로 두 형사가 들어갔다. 크게 입을 벌린 악어의 입에 들어가는 거 같았다. 제3 창고는 대형 창고였다. 그 너비가 50m가 훌쩍 넘었다.


어둠이 블랙커피처럼 진하고 깊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따라 달빛과 별빛이 구름에 가렸다.


랜턴을 켜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소리와 불빛 없이 마약 거래 현장에 은밀히 접근해서 놈들을 잡아야 했다.


임무혁이 한 손을 들었다. 그렇게 장님처럼 앞을 가늠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김찬호 형사가 따랐다.


그렇게 둘이 한참을 걸었을 때 저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어.”


“네, 확인해 보세요.”


“순도가 확실하지?”


“그럼요, 우리는 저질 코카인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주 고급 제품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고가입니다. 돈은 준비하셨죠?”


“그럼. 암호 화폐야.”


그 소리를 듣고 임무혁과 김찬호 형사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앞에 사람 실루엣 같은 게 보였다. 총 네 개였다.


어둠 속에 가렸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네 명이 마약 거래를 하는 게 분명했다.


송사리의 정보가 맞았다.


임무혁이 침을 재빨리 삼키고 오른손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총을 꺼냈다. 스미스 웨슨 M60이었다.


검은 총열이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김찬우 형사도 권총을 꺼냈다.


이윽고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임무혁이 마약 거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인천 남부 경찰서 마약반이다. 모두 손들어! 너희를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하겠다!”


저렁저렁한 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네 명이 깜짝 놀랐다. 그중에 둘이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임무혁이 총구를 위로 올리고 첫발 공포탄을 발사했다.



탕!



어둠 속에 공포탄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러자 도망치려던 놈들이 주춤했다.


김찬호 형사가 그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 그가 총을 품에 넣고 대신 수갑을 꺼냈다.


은빛 수갑이 총구처럼 반짝거렸다. 은빛이라 샛별이 반짝이는 거 같았다.


임무혁이 총을 겨누고 넷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눈에 서류 가방 하나가 보였다. 마약이 들어있는 가방 같았다. 그가 가방을 든 자에게 말했다.


“가방을 천천히 넘겨.”


“으으으!”


신음이 들렸다. 가방을 든 자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임무혁을 향해 걸어갔다. 검은 얼굴이었다. 그자가 임무혁 앞에 섰을 때


구름에 가렸던 달빛과 별빛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감췄던 빛을 발했다. 희미하게나마 검은 얼굴이 드러났다. 그건 임무혁도 마찬가지였다.


달빛과 별빛 속에서 두 남자가 서로를 쳐다봤다.


“응?”


임무혁이 앞에 있는 남자를 보고 움찔했다.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얼굴이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도 놀란 얼굴이었다.


“어?”


임무혁의 입이 열렸다. 턱이 아래로 내려갔다. 익숙한 얼굴이 앞에 서 있었다. 각진 턱, 진한 눈썹, 큰 코, 중간 키, 근육질이 낯설지 않았다.


그때 운명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혁이 형!”



각진 턱의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무혁을 아는 듯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친구 같았다. 친구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그러자 임무혁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각진 턱의 남자였다. 그가 임무혁을 불렀다.


‘무혁이 형!’


아주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때 번개가 내리쳤다. 임무혁의 머릿속에 불벼락이 떨어졌다.



“악!”



임무혁이 비명을 질렀다. 고통을 호소하며 왼손으로 왼쪽 관자놀이를 꽉 잡았다. 갑자기 두통이 찾아왔다. 그러자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총구가 아래로 내려가고 말았다.


총구가 내려가자, 마약상들의 눈빛이 불처럼 빛났다.


이윽고 큰 소리가 들렸다.


“튀어!”


그 소리와 함께 넷이 뛰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김찬호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총을 들고 첫발, 공포탄을 쐈다.



탕!



큰 소리가 들렸지만, 넷은 멈추지 않았다. 넷 중 셋이 맞은편으로 달려갔다. 나머지 한 명은 임무혁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임무혁을 알아본 자였다.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임무혁에게 말했다.


“난 민우야. 형은 지금 위험해!”


가방을 든 남자가 황급히 도망치자, 김찬호 형사가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야밤에 추격전이 벌어졌다.


“미, 민우라고? … 민우!”


임무혁이 각진 턱의 남자, 민우를 불렀다. 민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 머리가 계속 아파.”


임무혁이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터진 거 같았다. 콱 막혀있던 호스가 순식간에 터지며 물이 흐르는 거 같았다.


그렇게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기억이 돌아오는 신호탄이 터졌다.


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물려오는 고통을 참았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여신이 그에게 다시 나타났다. 대폭발 이후 두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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