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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04_임무혁 복귀와 정보원

새하얀 눈종자_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Mar 20. 2025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보폭이 작은 게 여자 발소리였다. 임무혁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앞에 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아내 차미진이었다.


차미진이 남편에게 말했다.


“왜 전화를 받지 않아요? 한참 찾았잖아요.”


“그, 그래? 전화했어?”


임무혁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은 진동 상태였다. 문자 두 통과 전화 한 통이 왔었다. 그가 말했다.


“진동 상태라서 전화가 온 지 몰랐나 봐.”


“그래요? 진동이 약했던 모양이네요. 어서 가요. 바람이 차요. 이제 병실에 가서 짐을 챙겨야죠.”


차미진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자, 임무혁이 서둘러 아내에게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랑 연락이 됐어?”


차미진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으세요. 문자도 답장이 없어요. 그래서 메일을 보냈는데 메일도 답장이 없어요.”


“언제부터 소식이 없는 거지?”


“당신이 사고당하기 하루 전이에요. 그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연락했는데 …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 걱정이에요.”


“실종 신고는 했어?”


“네, 했어요. 경찰에서는 일단 기다리라고 했어요.”


“어머니가 누구랑 마지막으로 통화했지?”


“그건 … 당신이었어요.”


“… 그래? … 그렇군. 내가 어머니랑 마지막으로 통화했군.”


임무혁이 힘없이 답했다. 어머니 마지막 통화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말에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현재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어머니는 고마운 분이었다. 고아였던 무혁 주리 남매를 입양해서 키워줬다.


임무혁은 어머니와 오랜 기간 같이 지냈다. 자주 만나고 통화하는 사이였다. 한마디로 그의 최측근이었다.


아내도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 잃어버린 기억을 말해 줄 적임자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대폭발 하루 전 종적을 감췄다. 그것도 임무혁의 전화를 받고 사라졌다. 이는 무척 공교로운 일이었다. 그가 사고를 당할 줄 알고 피한 거 같았다.


‘왜 어머니가 종적을 감췄지? … 왜?’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임무혁이 무척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



임무혁이 부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병원 근처 식당에서 먹었다. 날이 어두워졌다. 10월이라 낮이 점점 짧아졌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그런지 임무혁이 어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내 차미진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먼저 씻어요. 그리고 커피 한 잔 마셔요. 그렇게 피곤을 풀어요. 당신은 집에서 블랙커피를 마셨어요. 그건 기억이 나죠?”


“응, 그랬지.”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왜 주리는 연락이 없지? 어떻게 된 거야?”


주리는 임무혁의 동생 임주리였다. 차미진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가씨가 제 전화를 피하는 거 같아요.”


“그래? 나도 그랬는데 내 전화를 받지 않았어. 주리랑 통화는 했어?”


“네, 당신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 아가씨가 펑펑 울었어요. 좋아서 우는 게 아니라 슬퍼서 우는 거 같았어요. 그 이후로 전화를 받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문자가 오기는 왔어요. 조만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어요.”


“그래, 그게 언제지?”


“12일 저녁에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고 했어요.”


“오늘이 10일이니 내일 모래네, 마중 나가야겠어.”


“여보, 집에 먹을 게 똑 떨어져서 마트에 갔다 올게요. 샤워하고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따라 마셔요.”


“알았어. 어서 갔다 와.”


차미진이 말을 마치고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임무혁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내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남편이 퇴원해서 기분이 좋은 거 같았다.


임무혁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자, 정신이 개운해진 듯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그렇게 샤워를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 테이블에 커피포트가 있었다. 포트 옆에 머그잔이 있었다.


아내가 커피를 끓여놓고 밖으로 나갔다.


임무혁이 거실 소파에 털썩 앉았다. 커피포트 들고 커피를 머그잔에 따랐다. 뜨거운 커피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블랙커피였다. 딱 봐도 무척 쓸 거 같았다.


“음!”


임무혁이 커피 향을 맡고 씩 웃었다. 쓴 향기가 오히려 좋은 거 같았다. 그가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잠시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 움찔했다. 머리가 아픈 거 같았다. 오른손 검지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꼭 누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환청이 들렸다.


여자 목소리였다. 아내 목소리도 동생 목소리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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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혁아, 주리야. 복수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돼.

반드시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해.

놈들은 너희도 죽이려 했어. 오빠 덕분에 간신히 산 거야.

명심해. 놈들의 심장을 찔러! 가차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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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임무혁이 깜짝 놀랐다. 그가 황급히 머그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놀란 토끼 눈으로 벽걸이 TV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허겁지겁 자기 방으로 향했다. 방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커다란 책상과 의자, 책장이 있었다. 책상에 위에는 노트북이 있었다.


임무혁이 서둘러 노트북 전원을 켰다. 컴퓨터가 부팅하자, 초조한 듯 몸을 떨었다.


그가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파일을 뒤졌다. 폴더 안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아내와 찍은 사진과 문서 파일 등이 있었다.


문서를 쭉 살피던 임무혁이 이건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기억을 잃었다. 그 기억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잃어버린 기억은 분명 중요한 거 같았다. 지금 떠오르는 기억은 일상적이고 행복했던 기억뿐이었다.


어린 동생과 놀던 기억, 부모님 모습, 고향인 매향도 섬마을, 경찰 학교 시절, 마약반 에이스로 활동하던 모습들이었다.


모두 나쁜 기억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처지는 현재 매우 불안정했다.


먼저 내사과의 조사를 받았다. 인천 제1의 조폭 물뱀파와 내통했다는 혐의였다. 뒤이어 인천 제2의 조폭 법규파의 협박도 받았다. 계속 손을 잡자는 압박이었다.


그런 그에게 환청도 들렸다. 그 환청은 생소한 목소리였다. 양어머니의 목소리 같았다. 양어머니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느낌상 양어머니의 목소리 같았다.


그가 환청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복수라고?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라고? 놈들이 우리 남매를 죽이려 했다고?’


임무혁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잠시 후 그가 시계를 찾았다.


현재 시각은 밤 10시 40분이었다. 아내 차미진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임무혁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가 속으로 다짐했다.


‘빨리 기억을 되찾아야 해. 분명 뭔가가 있어. 내가 뭔가를 한 게 분명해. 그게 보통 일이 아닌 거 같아.

법규파가 나를 노리고 있어. 물뱀파도 방심할 수 없어. 자칫하면 내사과 놈들한테 꼬투리 잡혀서 봉변을 당할 수 있어.

주리가 있으면 좋으련만, 주리가 옆에 없어. 어머니도 만나야 하는데, 어머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왜 내 전화를 받고 종적을 감췄지?’


임무혁이 고개를 흔들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여전히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폭발 후 한 달이나 지났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그때 디지털 신호음이 들렸다.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임무혁이 방에서 나갔다. 방에 불이 꺼졌다.



다음날

2025년 10월 11일 오후 3시


화창한 날이었다. 임무혁이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인천 바닷가다. 저 앞에 선착장이 보였다. 많은 어선이 정박해 있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며 하늘을 날았다. 짭조름한 소금기가 선착장에 가득했다.


상인들이 생선 상자를 날랐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 모습을 임무혁이 지켜봤다. 그는 어제 병원에서 퇴원하고 오늘 출근했다. 한 달 병가 후 첫 출근이었다.


그가 마약반 사무실에 다시 등장하자, 동료 형사들이 그를 환영했다.


“환영합니다! 임형사님.”


“무혁아, 축하해!”


환호성을 터지고 박수 소리가 들렸다. 모두 임무혁이 건강하게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마약반 수장, 손정기 반장이 임무혁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가 부하들에게 제안했다.


“우리 형사님들, 에이스 형사가 돌아왔으니 저녁에 회식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입니다.”


“하하하! 오늘 고기 먹어요.”


“뭐로 먹을까?”


“회식이라면 삼겹살이죠. 삼겹살을 빼고 회식을 말할 수는 없죠.”


“그렇지, 옳은 말이야. 우리 에이스 형사님이 돌아오셨으니 삼겹살을 먹어야지.”


형사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맛있는 삼겹살집에서 마음껏 먹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임무혁이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길을 잃었다. 뿌연 안갯속에서 장님이 된 거 같았다.


환하게 웃는 형사 중 처음 보는 형사들도 있었다. 그 형사들이 임무혁에게 살갑게 대했다. ‘우리 선배님’ 하며 아양을 떨기도 했다. 임무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임무혁이 아침 일을 떠올렸을 때


“어서 가시죠. 임선배님.”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임무혁이 고개를 돌렸다. 뒤에 후배 형사인 김찬호 형사 서 있었다.


김형사는 중간 키에 곰처럼 듬직했다. 나이는 30살이었다. 바람이 불자 짧은 머리가 잔디처럼 날렸다. 그는 임무혁의 파트너 형사였다.


“그래, 어서 가자고.”


임무혁이 걸음을 옮겼다.


5분 후 두 형사가 한 창고 앞에 걸음을 멈췄다.


생선을 보관하는 대형 창고였다. 그래서 그런지 비린내가 무척 심했다. 이곳 냄새에 익숙하지 않으면 코를 막아야 했다.


두 형사가 생선 비린내를 참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인천 출신이었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다. 이 냄새는 고향의 냄새와 같았다.


커다란 창고 뒤편으로 가자, 그늘이 져서 어두웠다.


거기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꽤 작았다. 160cm 초반이었다. 왜소한 체격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었다. 장화와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딱 봐도 생선을 운반하는 작업자였다.


김찬호 형사가 작업자를 보고 한번 헛기침을 했다. 약간 긴장한 거 같았다. 그가 작업자를 향해 걸어갔다. 키 작은 남자도 걸음을 옮겼다.


임무혁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창고 뒤편은 해가 들어오지 않아, 꽤 어두컴컴했다. 이곳은 대형 창고 사잇길이었다.


김형사가 키 작은 남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송사리, 정보가 있다고?”


키 작은 남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답했다.


“내일 밤 10시 10분에 거래가 있을 겁니다.”


송사리라 불리는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김형사가 서둘러 말했다.


“송사리, 확실한 거지?”


“네, 확실합니다. 그런데 송사리라고 부르지 마세요. 많고 많은 생선 중에 송사리가 뭐예요?”


“작으니까 송사리지. 그럼, 멸치라고 부를까?”


“멸치나 송사라니 그게 그거잖아요.”


“송사리로 정했으니 그렇게 해. 알았지?”


“알았습니다. 뭐, 제가 힘이 있나요. 정하면 따라야죠.”


“장소는 어디야?”


“제3 창고입니다. 관리인이 그 시간 때 자리를 비울 겁니다. 그때 놈들이 거래를 할거에요.”


“관리인도 한통속인 거지?”


“그렇죠.”


“알았어. 수고했어.”


김찬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그 봉투를 송사리에게 건넸다.


송사리가 봉투를 받고 활짝 웃었다.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현금이 잔뜩 들어있었다.


“흐흐흐! 수지맞았네.”


송사리는 창고 작업자이자, 경찰 정보원이었다. 송사리는 그의 암호명이었다.


송사리의 부인은 물뱀파와 관련이 있었다. 조직원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접대했다. 그렇게 은밀한 정보를 알아내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경찰에 알렸다. 정보의 신빙성은 반반이었다.


확률이 반반이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후배 형사와 정보원의 접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 일은 예전에 그가 했던 일이었다. 그도 정보원과 비밀리에 접촉해서 마약 거래 정보를 얻어내곤 했다.


“이제 가봐. 항상 조심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작아서 눈에 띄지 않아요. 헤헤헤!”


송사리가 활짝 웃었다. 봉투를 품에 넣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창고 모퉁이를 돌았다. 행동이 무척 민첩했다.


송사리가 사라지자, 김찬호 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선배 형사에게 말했다,


“이제 가시죠.”


“그래.”


임무혁이 김형사와 함께 창고 뒤편에서 나왔다. 접선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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