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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_새하얀 눈동자_1_12_드러난 임무혁의 정체

새하얀 눈동자 <회색 인간 외줄 타기>

by woodolee

임무혁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잠시 몸을 떨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도 떨렸다.


“미, 민우야, 내가 실은 경찰이 아니라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경찰이 아니라니? 그런 황당한 말이 세상에 어디에 있어.”


이민우가 그 말을 듣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리고 말했다.


“형이 대폭발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 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하긴 나를 3번 창고에서 봤을 때도 못 알아봤지.”


이민우가 말을 마쳤을 때


“아!”


임무혁이 갑자기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다시 아픈 거 같았다. 두 손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꼭 부여잡았다.


머릿속에 다시 뭔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어두컴컴한 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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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문이 열렸다. 커다란 창고였다. 안에서 생선 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안에 십여 명이 있었다. 불이 꺼져 있어 검은 실루엣만 보였다.


창고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었다. 그가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걸어갔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빠른 걸음이었다. 긴장한 걸음이 분명했다.


청년이 검은 실루엣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커다란 창고 안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십여 명이 한 사람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탁! 소리가 들렸다.


랜턴이 켜졌디. 환한 랜턴이 창고 안으로 들어온 청년을 비췄다. 동시에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지원자냐?”


창고로 들어온 청년은 임무혁이었다. 그가 눈을 찡그렸다. 환한 랜턴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임무혁이 침을 꿀컥 삼키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긴장감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조직에 들어오고 싶다고?”


“네, 물뱀파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인재를 추천받아서 스카웃하지 아무나 받지 않아.”


임무혁이 환한 랜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두호 형님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두호 형님은 조직원을 추천할 자격이 없어. 그건 부장급만 할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시험에 통과하면 가입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어디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냐?”


“두호 형님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호 형님은 말이 없는 사람인데 … 말이 참 많으시네. 쓸데없는 얘기를 하셨어.”


임무혁이 말을 이었다.


“스카웃한 사람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시험만 통과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 우리는 인재를 중용해. 단 부장급 이상의 추천만 인정해. 부장급 이하 추천은 극히 일부만 받아들여. 그래서 넌 안돼.

게다가 넌 매향도 출신이야, 우리는 섬 출신은 받지 않아.”


“섬 출신을 받지 않는다고요? 왜 그렇죠? 섬 출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거야, 그냥 전통이야. 보스가 섬 출신을 싫어해. 그래서 그런 거야.”


“이번 기회에 그 엉터리 전통을 깨야 할 거 같군요.”


“뭐? 이놈 무척 당돌한 XX네. 뚫린 입이라고 마구 지껄이네.”


“야, 두호 형님도 곧 부장급으로 승진하실 거야.”


“그래, 그러면 이거 참 애매하군. 어떡하지? 섬 출신이면 받기가 좀 껄끄러운데 ….”


검은 실루엣들이 말을 나눴다. 그들은 물뱀파 조직원들이었다. 신입 조직원을 우선 테스트하는 행동대였다. 그들은 대리급이었다.


물뱀파는 규칙이 있었다. 신입 조직원은 부장급의 추천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섬 출신은 웬만하면 받지 않았다. 물론 특별한 인재라면 상관없었다.


현재 임무혁은 곧 부장급으로 승진할 두호 형님의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섬 출신이었다. 그래서 애매한 상황이었다.


“두호 형님이 강력추천하셨다는데 ….”


“그래? 강력추천하셨다고?”


“응, 두호 형님은 헛소리하실 분이 아니야. 한번 테스트해볼까? 대신 아주 세게! 그래야지 군소리가 안 나와.”


“그래, 한 번 해보지. 테스트의 강도를 두 배로 올리자. 그 강도를 견디는 사람이 없는데, 통과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고.”


“좋았어.”


검은 실루엣이 말을 마쳤다. 그중의 하나가 임무혁에게 말했다.


“좋다.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대신 넌 아직 부장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두호 형님의 추천이고 섬 출신이라 보다 강력한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에 불만이 있냐?”


“불만 없습니다.”


“좋다. 이제부터 너는 테스트하겠다. 혹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라. 테스트를 통과하면 면접을 받아야 한다. 이사님과 사장님, 회장님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좋습니다. 어떤 테스트라도 다 받겠습니다. 면접도 통과할 자신이 있습니다.”


“흐흐흐! 배짱이 좋구나. 그나저나 몸은 튼실하냐?”


“몸은 아주 튼실합니다.”


“그럼, 잘 됐구나. 테스트는 별거 아니야. 그냥 매를 흠뻑 맞는 거야. 샤워와 같은 거지.

흠씬 두들겨 맞고 네 발로 창고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다면 테스트 통과다.

우리는 맷집을 제일 중요시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과 맷집이 없으며 말짱 꽝이거든.”


맷집이라는 말에 임무혁이 이를 악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맞기 싫으면 돌아가라. 그건 네 마음이다. 그리고 우리 조직에 얼씬도 하지 마라,

이번 테스트는 너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는 거다. 그래서 강도를 두 배로 올리겠다. 잘못하면 맞다가 죽을 수도 있다.

우리는 네가 죽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냥 산속에 파묻어버리겠다. 그래도 응하겠냐?”


임무혁이 눈을 꼭 감았다. 그가 속을 다짐했다.


‘원수를 갚아야 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원수를 갚아야 해. 지옥에 가야 한다면 지옥으로도 가야 해. 그게 나의 숙명이야! 피할 수 없어. 결코!’


생각을 마친 임무혁이 눈을 크게 떴다.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맞겠습니다. 매를 맞겠습니다, 어서 테스트를 시작하세요!”


“아이고. 이놈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그럼, 소원대로 해주지.

야! 어서 연장을 들어. 물뱀파가 어떤 곳인지 저놈에게 보여줘. 봐주는 건 일절 없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흠씬 두들겨 패는 건 우리 전문이잖아. 흐흐흐!”


이윽고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야구 배트가 땅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각목으로 바닥을 쿵! 쿵! 내리치는 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검은 실루엣이 임무혁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온몸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많은 매를 맞더라도 견뎌야 했다. 반드시 물뱀파에 들어가야 했다.


“야아!”


커다란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검은 실루엣 다섯이 임무혁을 향해 달려왔다.


야구 배트와 각목이 허공을 가르며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임무혁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모든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



“윽!”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모진 매를 얻어맞고 억지로 걸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 오른손으로 왼쪽 옆구리를 꼭 잡았다.


“으으으~!”


그는 임무혁이었다. 임무혁이 모진 매를 맞는 테스트를 받았다.


이마에서 피가 마구 흘러내렸다. 그 피가 얼굴을 세수하듯 적셨다.


그는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는 매를 맞았다. 그렇게 매를 맞고 쓰러져 잠시 기절했다.


1분 후 찬물이 임무혁의 얼굴에 쏟아졌다. 검은 실루엣이 입을 열었다.


“이게 물뱀파의 맛이다. 우리 조직에 가입하면 앞으로 더한 일을 겪는다.

그게 두려우면 어서 말해. 헛소리했다고 어서 말해. 물뱀파 근처에는 오지도 않겠다고 어서 말해.”


임무혁이 아주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그가 피비린내를 느꼈다. 자신이 흘리는 피였다.


“이제 저기 보이는 출입문으로 가면 돼. 하지만 넌 갈 수 없을걸. 두렵지? 두렵지? 너는 그런 놈이야. 이 정도의 매를 맞고 버틴 놈은 없어.

이제 살려달라고 빌어. 그러면 봐 줄게.”


“야아아!”


임무혁이 있는 힘을 모아 고함을 질렀다. 몸을 일으키고 걷기 시작했다.


초인적인 의지가 그에게 힘을 주었다. 그는 살기 위해 사는 자가 아니었다. 원수를 갚기 위해 사는 자였다.


임무혁이 한 발을 질질 끌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30m 앞에 있는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우와! 아주 독한 놈이네.”


“두호 형님이 추천할만해.”


“아주 쓸 만한 놈이군. 보스가 좋아하겠어.”


임무혁이 비틀거렸다. 고통이 그의 몸과 뇌를 잠식했다. 몸과 정신의 99퍼센트가 망가진 거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희미해진 정신과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1퍼센트의 힘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임무혁이 앞으로 나아갔다. 복수를 위한 전진이었다. 후퇴할 수 없었다.


그렇게 30m를 걸어가, 결승점에 도착한 마라토너처럼 두 손을 들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출입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출입문을 열었다.


끼익! 출입문이 열리자 환한 빛이 그를 맞이했다.


출입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강렬한 차 헤드라이트 뒤에 있었다. 역광 때문에 검은 실루엣만 보였다.


임무혁의 정신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아직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다. 출입문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래야만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으으으!”


임무혁이 마지막 힘을 자아냈다. 그렇게 두 발이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 해냈다!!”


임무혁이 천신만고 끝에 테스트를 통과했다. 기쁨은 잠시였다. 그만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헤드라이트 앞 검은 실루엣이 그를 황급히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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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혁이 떠오른 과거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물뱀파 조직원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매를 맞고 조직에 들어왔다.


형을 잠시 지켜보던 이민우가 맹물이 든 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형은 물뱀파 조직원이자, … 빨대야.”


임무혁이 빨대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빨대는 은어였다. 스파이를 뜻했다.


이민우가 물잔을 깨끗이 비웠다. 그가 말을 이었다.


“형은 조직이 경찰에 심은 빨대야. 그래서 진짜 경찰이 아니야. 우리 물뱀파한테 정보를 넘기는 빨대지.

보스가 형한테 맡긴 임무야. 형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조직에서도 별로 없어.

나야 형의 최측근이니 아는 거고, 이사들과 사장, 회장만 형의 존재를 알아.

형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조직에 가입했어. 그래서 형을 때렸던 행동대도 형 이름과 얼굴을 몰라.

형을 추천한 두호 형님은 지금 이사야.”


“뭐, 뭐라고?”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꼼짝도 못 했다. 물뱀파 조직원일 뿐만 아니라, 조직이 경찰에 심은 빨대였다는 말이었다.


빨대는 경찰과 조폭 사이에서 가장 미움을 받는 존재였다. 빨대는 누구보다 똑똑해야 했고 누구보다 눈치가 빨라야 했다.


하지만 빨대는 도둑이었고 사기꾼이었다. 거짓말을 일삼는 자였다. 다른 자를 속이는 게 일이었다.


임무혁의 머릿속에 내사과 수사팀장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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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사님, 왜 이들과 같이 술을 드셨죠? 깍두기들은 확인한 결과, 물뱀파 조직원들이었습니다.

물뱀파 조직원 중에서도 잘 나가는 놈들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서로 아주 친한 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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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빨대라면 수사팀장의 의심은 틀린 게 아니었다.


임무혁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몸서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경찰이 아니라, 조직이 경찰에 심은 빨대였다.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가혹한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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