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하나둘! 하나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 몸을 잘 풀어야 해요. 그래야 운동할 때 다치지 않아요. 선생님을 따라 하세요. 오른팔을 들고 왼쪽 팔로 쭉 잡아당기세요.”
“네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크게 외쳤다. 선생님 말씀에 따라서 오른팔을 들고 왼쪽 팔로 쭉 잡아당겼다. 운동 전 몸을 푸는 스트레칭이었다.
“자, 다음에는 반대로 할게요. 왼팔을 들고 오른쪽 팔로 쭉 잡아당기세요.”
“네에!”
아이들이 열심히 몸을 풀었다. 너도나도 팔을 힘껏 잡아당기느라 인상을 팍 썼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하하하!”
아이들이 몸을 풀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는 스트레칭도 즐거운 나이였다.
5분 후 아이들이 몸을 다 풀었다. 이제 즐거운 공놀이 시간이었다. 축구 시합이 시작됐다.
삑!
호루라기가 힘차게 울렸다.
매송 초등학교 5학년 2반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즐겼다. 2개 팀으로 나눠 공을 찼다.
팀 구분은 홀수, 짝수 번호였다. 홀수 번호 아이들은 정문 쪽 골대였고 짝수 번호 아이들은 강당 쪽 골대였다. 강인은 23번으로 홀수 팀이었다.
시합이 시작되자, 모두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양쪽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20분 후
“와아!”
커다란 함성이 들렸다. 짝수 번호 아이들이 공을 몰며 상대방 골대를 노렸다. 매서운 공격이 시작됐다.
“강인아! 저기 동철이가 온다! 막아야 해! 어서!”
5학년 2반 반장 진호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골대 앞 수비를 담당한 강인이 답했다. 강인은 최종 수비수였다.
“알았어, 진호야.”
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수비자세를 취했다. 몸을 숙이고 달려오는 공격수를 노려봤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덩치가 공을 몰고 달려왔다. 그는 동철이었다. 반에서 가장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아이였다.
강인은 동철에 비해 키나 체격이 평범했다. 둘의 키 차이는 매우 컸다. 머리통 하나가 차이가 날 정도였다.
“유강인!”
달려오던 동철이 최종 수비수 강인을 보고 크게 외쳤다. 동철이 인상을 팍 썼다. 한번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는 뜻이었다.
“좋다! 한번 해보자.”
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종 수비수답게 공을 치고 달려오는 공격수를 막아야 했다.
“간다잉!”
질풍처럼 달려오던 동철이 오른발을 뒤로 뺐다. 강인 앞에서 공을 차려는 거 같았다. 둘 사이 거리는 3m에 불과했다.
“앗!”
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몸을 옆으로 돌렸다. 예전에 축구공을 정통으로 맞은 적이 있었다.
그 충격으로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잠시 정신도 잃었었다. 공을 명치에 맞아서 그 충격이 매우 컸다.
강인이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돌렸을 때!
“흐흐흐!”
웃음소리가 들렸다. 교활한 소리였다.
동철이 공을 차는 척하다가 계속 내달렸다.
“앗! 속았다!”
강인이 깜짝 놀랐다. 동철이 속임수를 부렸다. 페이크였다.
“이런!”
강인이 아차! 했다.
그렇게 동철이 최종 수비수 강인을 따돌렸다. 골대로 거침없이 내달렸다. 한 마디로 거침없는 질주였다.
동철을 정신없이 뒤따라 가던 강인이 크게 소리쳤다.
“안돼!”
강인의 소리를 듣고 골키퍼가 안절부절못했다.
“아이고 이를 어째!”
골대 수문장, 윤호가 몸을 벌벌 떨었다. 윤호는 살찐 아이였다. 중간 키에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자! 간다잉!”
동철이 크게 소리치고 오른발을 뒤로 냅다 뺐다. 그리고 강하게 후려 찼다. 펑! 소리가 나며 공이 골대를 향해 돌진했다. 한마디로 강슛이었다.
“막아!”
강인이 크게 소리쳤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아이고!”
윤호가 허둥댔다. 그가 큰 몸을 날렸다.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향해 두 손을 쫙 뻗었다.
윤호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공이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대 그물망이 출렁거렸다.
고올!
큰 소리가 들렸다. 심판을 보는 선생님이 크게 외쳤다.
“푸하하하!”
골을 넣은 동철이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 질렀다.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리고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월드컵에 출전해, 16강에서 득점한 선수처럼 상체를 반쯤 벗어 재끼고 운동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하하하! 동철이 최고다!”
“우리가 앞서 나간다!”
짝수 반 아이들도 동철과 같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골을 자축했다
“저 자식들이!”
“으으으!”
한 골을 먹은 홀수 반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스코어가 1대 1이었는데 2대 1로 역전됐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담임 선생님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반격을 해야 했다. 홀수 팀 아이들이 전열을 정비하고 하프라인에 모였다. 짝수 팀 아이들은 의기양양했다.
공은 홀수 팀 골대 안에 있었다.
삑!
호루라기가 다시 울렸다. 선생님이 외쳤다.
“공을 하프라인으로 보내요!”
홀수팀을 진두 진휘하는 반장 진호가 강인한테 소리쳤다
“강인아! 서둘러! 공을 하프라인으로 던져! 시간이 없어! 빨리 치고 들어가야 해!”
“알았어!”
강인이 서둘러 골대로 달려갔다. 넋이 빠진 표정으로 공을 들고 있는 골키퍼 윤호에게 말했다.
“윤호야, 어서 공을 줘.”
윤호가 무안한 표정으로 강인에게 말했다.
“강인아,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골을 먹었어.”
“아니야. 내가 실수한 거야. 내가 동철을 막지 못했어. 네 잘못한 거 아니야. 어서 공을 줘. 빨리 한 골을 넣어야 해.”
“아, 알았어.”
윤호가 공을 건네자, 강인이 공을 잡고 하프 라인으로 달려갔다.
공이 센터 마크에 놓였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었다.
삑!
홀수 팀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진호가 공을 옆으로 찼다. 홀수 팀 아이들이 상대편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골키퍼를 제외한 전원 공격이었다.
사실 막판이라 골키퍼도 공격에 참여해도 상관이 없었다. 최종 수비수인 강인도 적진 깊숙이 달려갔다.
“길게 차!”
반장 진호의 지시에 한 아이가 공을 세게 걷어찼다. 공이 위로 솟구쳤다.
아이들이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에 뜬 공을 따라갔다.
잠시 후 탱! 하며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공의 위치는 페널티 라인 근처였다. 골 넣기에 아주 좋은 위치였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였다.
“좋다!”
강인이 쾌재를 부르고 냅다 달렸다. 데굴데굴 구르는 공을 향해 달려갔다.
“시간이 다 됐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었다. 이제 끝날 시간이 다 됐다. 홀수 팀 공격이 끝나면 바로 시합 끝이었다.
강인이 공을 확보하자, 반장 진호가 크게 외쳤다.
“강인아! 슛해! 냅다 갈겨! 지금이 기호야!”
그 소리를 듣고 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앞에 골대가 보였다. 12m 거리였다. 더 돌파하면 페널티 마크에서 공을 찰 수 있었다.
“이놈! 어림도 없다!”
골대 앞을 지키던 동철이 앞으로 튀어 나왔다. 동철뿐만이 아니었다. 짝수 번호 아이들 세 명이 그 뒤를 따랐다.
“헉!”
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10m 앞에 골대가 있었지만, 수비수, 네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넷이 앞을 가로막자 골대가 보이지 않았다. 마땅히 찰 곳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이 입에 호루라기를 물었다. 그녀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에라 모르겠다!”
강인이 왼쪽 발을 뒤로 쭉 뺐다가 앞으로 내질렀다. 반장 진호한테 배운 대로 발등으로 공을 붕 띄웠다.
축구는 공을 강하게 내지르거나 아니면 높이 띄워야 했다. 그게 기본이었다.
“어, 어라!”
동철이 위로 솟구치는 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예상과 다른 공격이었다.
그는 강인이 냅다 공을 찰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네 명이 골대 앞을 막아서 그 공을 막으려 했다.
강인의 선택은 짝수팀 예상 밖이었다.
공이 위로 붕 떴다. 포물선을 그리며 수비수를 넘어갔다.
“이런!!”
“막아야 해!”
“골기퍼 정신 차려!”
동철과 짝수 팀 아이들이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공이 공중에서 정점을 딱 찍고 아래로 떨어졌다.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골대를 향했다.
“마, 막아!”
동철이 크게 소리쳤다.
다급한 소리를 듣고 짝수 팀 골키퍼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공이 높은 하늘에서 추락하는, 별똥처럼 떨어지자, 어쩔 줄 몰라 했다.
공중볼은 잡기가 어려웠다. 프로 골키퍼도 간혹 실수할 정도였다.
“야아!”
골키퍼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 위로 점프했다.
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아래로 떨어지던 공이 골대로 향했다. 골키퍼가 두 손을 높이 쳐들었을 때
탱! 소리가 들렸다. 공이 골대에 맞았다.
공이 골대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수비수들이 안도했다
“다행이다!”
바로 그때!
강인이 번개처럼 내달렸다. 동철과 수비수들이 방심한 틈을 노렸다. 그 사이를 뚫고 공을 향해 내달렸다.
“헉! 뭐야 이거?”
공을 향해 달려가던 수비수가 깜짝 놀랐다. 강인이 두 눈을 호랑이처럼 크게 뜨고 넷을 앞질렀다.
공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강인을 향해 굴러왔다. 덩굴 채 굴러온 호박 같았다.
“이번에 진짜 간당!”
강인이 크게 외치고 오른발을 뒤로 뺐다. 그렇게 힘을 모은 다음 발등으로 있는 힘껏 공을 후려 찼다. 쾅! 소리가 나며 공이 골대 우측으로 날아갔다.
“안돼!”
골키퍼가 크게 소리를 지르고 몸을 날렸다. 공을 따라서 골대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호루라기를 입에 문 선생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윽고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고올!”
골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골대 그물망이 춤을 추듯이 출렁거렸다.
“골 넣었다! 내가 해냈다!”
강인이 골대에 들어간 공을 보고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그럴 만했다. 최종 수비수가 적진 깊숙이 들어가 한 골을 넣었다.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크게 들렸다. 담임 선생님이 두 손을 연신 흔들어댔다. 나름 치열했던 축구 시합이 끝났다. 2대 2 무승부였다.
“아이고, 승부를 내야 했는데 ….”
“맞아, 이번에도 무승부네.”
아이들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번 시합에서도 무승부였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휴우~!”
반장 진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막판에 골을 먹어서 패배할 위기였다. 강인의 눈부신 활약이 없었다면 질 뻔한 경기였다.
진호가 강인을 보고 활짝 웃었다. 강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강인도 방긋 웃었다. 오늘 골을 넣었다. 그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