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다음날
1996년 4월 20일 오전 10시 40분
즐거운 봄 소풍이 시작됐다.
매송 초등학교 5학년 2반 아이들과 담임 선생님이 명덕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명덕산은 수풀이 우거진 높은 산이었다. 평범한 산과 달리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수목과 바위가 어우러져 우아한 절경을 자아냈다.
하지만 산이 험해서 잘 닦은 등산길로만 다녀야 했다. 곳곳이 험하고 외진 곳이라 등산로에서 벗어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쉬웠다.
수풀이 우거진 큰 산이라 계곡이 깊었고 바위가 집채만큼 컸다. 날이 어두워지며 특히 위험했다.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와야 했다.
선생님도 명덕산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반 소풍은 가장 쉬운 코스로 오르다 산 중턱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러면 위험할 건 전혀 없었다.
이 코스는 학교장이 인가한 코스로 5년 전부터 매송 초등학교 봄 소품 코스 중 하나였다. 여태까지 매송 초등학교는 50번 명덕산을 올랐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선생님이 산 초입에서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여러분, 산행은 즐겁기도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어요. 여기 명덕산뿐만 아니라 다른 산도 마찬가지예요.
산을 탈 때는 항상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위태로움을 숙지해야 해요. 무슨 말이진 알겠죠?
선생님이 올라간 등산로만 따라가야 해요. 다른 길로 가면 안 돼요!”
“네에! 선생님!”
아이들이 크게 답했다. 많은 병아리가 일제히 삐약! 하는 거 같았다.
“그럼, 올라갑시다. 출발!”
선생님이 앞장서서 길을 인도했다. 그 뒤를 아이들이 따랐다.
아이들은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멨다. 배낭 안에는 맛있는 간식과 음료수, 김밥이 들어 있었다.
“아이고, 힘들다.”
윤호가 산을 오르며 힘들어했다. 그는 몸무게가 많이 나갔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지만, 중년 남자처럼 배가 쑥 튀어나왔다. 딱 봐도 산행에 어울리지 않았다.
강인은 윤호 옆에 있었다. 산행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왔다. 배낭을 대신 들어주며 그에게 힘을 북돋아 줬다.
반장인 진호는 맨 뒤에 있었다. 뒤로 처지는 아이들을 살폈다.
“힘들지?”
강인의 걱정 어린 말에 윤호가 헐떡거리며 답했다.
“말해 뭐해? 힘들어 죽겠다. 내 몸을 봐라. … 아이고! 정말 살을 빼야 하나?”
“빼기는 빼야 할 거 같아.”
“나도 살 빼고 싶은데 살이 빠지지 않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 난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쪄.”
“그러게 말이야. 너는 맛있는 거만 골라 먹잖아. 고기랑 소시지를 제일 좋아하잖아 … 아! 편식해서 그런가?”
“아, 그런 거 같다.”
윤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채소를 싫어했다. 콩도 싫어했다. 그래서 살이 찐 거 같았다.
“으으으~!”
윤호가 오만상을 찡그렸다. 무거운 상체를 얇은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그때 버거워하는 윤호를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흐흐흐, XX 새끼.”
“뭐, 뭐라고? 누구야?”
뿔이 난 윤호가 고개를 휙 돌렸다. 뒤에 동철이 있었다. 동철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윤호가 화를 버럭 냈다. 그러자 동철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청솔모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서 그런지 힘이 넘쳤다. 12살 아이의 힘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저 앞까지 올랐다.
“으으으! 저놈!”
윤호가 이를 박박 갈았다. 그는 당장 달려가 동철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걷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뛰어오를 수 없었다.
“하하하!”
동철이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동철은 신경 쓰지 마. 아주 재수 없는 놈이야. 쟤는 남 괴롭히는 게 취미야.”
강인이 윤호를 위로했다.
윤호가 이를 악물고 화를 꾹 참았다.
시간이 갈수록 윤호가 뒤로 쳐졌다. 결국, 강인과 윤호는 맨 뒤에서 따라오던 반장 진호와 만났다. 셋이 사이좋게 산을 올랐다. 그렇게 산 중턱까지 올랐다.
강인과 진호는 힘들어하지 않았지만, 윤호는 반은 죽어 보였다. 그에게 있어 봄 소풍은 소풍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었다.
산 중턱 공터에서 선생님이 하얀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녀가 땀을 다 닦고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상쾌한 목소리였다.
“자, 목적지에 다 올랐어요. 다 올랐는지 숫자를 셀 테니 모두 가만히 있어요. 오늘 25명이 산을 올랐어요. 25명이 맞나 살펴볼게요.
숫자가 맞으면 여기에서 쉬면서 맛있는 점심 먹어요! 자, 모두 수고했으니 박수!”
“우와! 다행이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고 손뼉을 마구 쳤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하나둘씩 세기 시작했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 스물셋, 스물넷 … 어라?”
선생님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산 초입에서 아이들 숫자를 셌을 때 분명 25명이었다.
그런데 산 중턱에 오른 아이는 24명에 불과했다.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이거 이상하네. 분명 25명이었는데 ….”
선생님이 다시 아이들 숫자를 셌다. 그 수는 여전히 24명이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선생님이 급히 반장을 찾았다.
“반장, 이리 와 봐요!”
“네, 선생님.”
반장 진호가 급히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선생님이 급히 말했다.
“반장이 맨 뒤에 있었지?”
“네, 맞아요. 제가 맨 뒤에 있었어요.”
“누구랑 같이 왔지?”
“강인이랑 윤호가 맨 뒤에 처졌어요. 걔들이랑 같이 산을 올랐어요.”
“그래?”
선생님이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인과 윤호는 저 앞에 있었다.
윤호는 목이 탄 지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었다. 강인은 초콜릿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혹!”
선생님이 급히 반 아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살폈다. 그러다 아! 하며 소리쳤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동철이! 동철이가 보이지 않아!”
“네에? 동철이가 없다고요?”
그 말을 듣고 아이들도 동철을 찾았다. 선생님의 말 대로 동철이 보이지 않았다.
동철은 반에서 가장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한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급히 말했다.
“동철을 본 사람이 있어요?”
아이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그러다 강인이 한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선생님, 동철이 저를 앞질러서 막 달려갔어요!”
“강인이구나. 강인아 더 자세히 말해봐.”
강인이 말을 이었다.
“저는 윤호랑 같이 산을 탔어요. 동철이 뒤에 있었는데 저희한테 말을 걸더니 막 뛰어서 앞질러 나갔어요. 그 이후로 본 적이 없어요.”
강인의 말에 아이들이 맞장구쳤다.
“맞아요. 동철이 산을 마구 뛰어서 올랐어요.”
“걔가 또 까불거렸어요!”
“동철이 별명이 까불이예요.”
선생님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지금 동철이가 보이지 않아요. 선생님이 맨 앞에 있었는데 선생님을 앞지른 사람은 없었어요.
동철이가 …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간 거 같아요.”
“네에?”
아이들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선생님이 급히 말했다.
“자, 여러분! 동철이를 크게 불러봐요! 어서!!”
아이들이 동철을 부르기 시작했다.
“동철아!”
“동철아!!”
그 소리가 산에서 울렸다. 하지만 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동철이 산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선생님은 동철을 찾아서 산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동철을 찾을 수 없었다. 선생님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즐거운 산행이 갑자기 악몽으로 변했다. 이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매송 초등학교 명덕산 산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급히 말했다.
“일단 점심을 먹어요. 점심 먹고 산을 내려갈 거예요.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요! 반장이랑 강인이 이곳을 잘 지키고 있어요.”
“네에!”
아이들이 배낭을 내렸다. 도시락을 꺼내서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다양한 김밥이 보였다. 누드 김밥, 참치 김밥, 불고기 김밥, 우엉 김밥, 스파게티 김밥, 계란말이 김밥 등 엄마의 취향에 따라 김밥이 다 달랐다.
선생님은 밥을 먹을 새가 없었다. 산 아래로 황급히 내려가 경찰에 아이가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이에 경찰차 한 대가 급히 명덕산 초입으로 달려왔다.
경찰 하나가 선생님에게 말했다.
“동철이라는 아이가 산에서 사라졌다고요?”
선생님이 급히 답했다.
“네, 맞아요. 산에서 이름을 부르고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그렇군요.”
경찰 둘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 한 명이 말했다.
“얼마 전 진주라는 아이가 실종됐는데 벌써 두 번째 실종이네요. 다 아이들입니다.”
“네에? 정말이에요?”
선생님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건 사고가 없던 조용한 마을에 아이가 둘이나 실종되고 말았다.
한 아이는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실종됐고 다른 아이는 산을 타다가 사라졌다.
불길한 기운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했다. 아이들 실종은 커다란 일이었다. 부모들이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이자 절망이었다.
결국, 명덕산 수색이 결정됐다. 119 구조대가 출동했고 지구대에서 버스가 출발했다.
산 중턱으로 다시 오른 선생님이 급히 아이들에게 말했다. 집으로 곧장 돌아가라고 신신당부했다.
“알았죠? 다른 데에 가지 말고 곧장 집에 가야 해요. 산 초입에서 다시 숫자를 셀 거에요.”
“네에!”
아이들이 크게 외쳤다. 아이들이 점심을 다 먹고 산에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이라 오르는 길보다 훨씬 수월했다. 윤호도 어렵지 않게 산을 내려갔다.
산 초입에서 아이들 숫자를 확인한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집으로 곧장 가야 해요.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친구들을 삼삼오오 모여서 가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반 봄 소풍이 끝났다. 즐거운 산행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점심만 맛있었을 뿐이었다.
강인이 윤호, 진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가면서 말을 나눴다.
“동철이가 분명 우리를 앞질러서 산을 탔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강인의 말에 반장 진호가 답했다.
“아마도 딴 데로 샌 거 같은데 … 그래서 길을 잃어버린 거야. 지금 산속을 헤매고 있을 거야.”
“그거 샘통이다! 그렇게 까불거리더니 ….”
윤호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를 놀린 동철이 산속에서 벌벌 떨며 헤맨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반면 강인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동철이 지금 평펑 울고 있을 거 같은데 ….”
“그런가?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나?”
윤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경찰 아저씨들이 산을 수색한다고 했으니 곧 동철이를 찾을 거야. 걱정하지 마.”
반장 진호가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강인과 윤호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셋이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셋의 바람과 달리 경찰은 동철을 찾지 못했다.
119 구조대 5명, 지구대 병력 40명, 5학년 2반 담임 선생님, 그리고 급히 달려온 매송 초등학교 직원 셋이 동철을 찾았지만, 동철은 찾지 못했다.
그렇게 비극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아이 둘이 연달아 실종됐다.
소년 탐정 유강인이 활약할 때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