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06_소년 탐정단과 명덕산 샛길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이틀 후

1996년 4월 22일 오후 1시 50분


어제처럼 화창한 날이었다. 대신 바람이 좀 불었다. 바람막이 점퍼가 필요한 날이었다. 심심찮게 꽃가루도 날렸다.


매송초등학교 5학년 2반 수업이 끝났다. 교실에서 나온 세 아이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그들은 강인, 윤호, 진호였다. 셋의 낯빛이 어두웠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호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 동철을 못 찾았다고 들었어.”


반장 진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맞아, 경찰 아저씨들이 산을 수색했는데 못 찾았데.”


강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눈빛에 걱정이 서렸다. 그가 말했다.


“정말 큰 일이다.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


반장 진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선생님 낯빛이 너무 어두웠어. 동철이 사라진 게 …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 얼굴이 핼쑥해지셨어.”


“그건 아닌데 … 선생님 잘못이 아니잖아! 동철이 자기 맘대로 움직인 거잖아.”


강인이 울상을 지었다. 자책하는 선생님을 생각하자,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책가방에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꽉꽉 집어넣고 걷는 것만 같았다.


“동철, 그렇게 까불거리더니 … 쯧쯧.”


윤호가 혀를 차며 말했다.


동철은 윤호의 말대로 자기 힘만 믿고 까불던 아이였다. 그 대가를 치르는 거 같았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햇볕이 따뜻했지만, 바람이 불어서 더우면서도 추운 날이었다. 4월은 날씨가 참 요상했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셋이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그렇게 운동장으로 나갔다.


동철은 그들의 친구가 아니었지만, 같은 반 아이였다. 그가 감쪽같이 명덕산에서 사라지자, 셋 다 마음이 아팠다.


“휴우~!”


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걱정을 털어내다가 눈빛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뭔가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혔다. 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우리가 찾으러 갈까?”


“뭘 찾는다고? … 뭐 잊어버렸어?”


반장 진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강인이 빙긋 웃었다. 웃음이 심상치 않았다.


진호가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하는 표정이었다.


“명덕산으로 가서 동철을 찾자는 말이야?”


“그렇지. 우리 명덕산으로 가서 동철을 찾자.”


반장 진호가 좀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윤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강인아, 우리가 왜 걔를 찾아야 해? 걔를 찾으려면 명덕산을 또 올라야 하잖아!”


윤호가 말을 마치고 몸서리쳤다. 명덕산 산행은 그에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친구 둘도 걸음을 멈췄다. 강인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무척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마도 … 동철이가 거기로 갔을 거 같아.”


“뭐라고?”


“거기라니? 어디를 말하는 거야?”


친구들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둘이 두 눈을 송아지처럼 껌뻑껌뻑했다.


강인이 빙그레 웃었다. 어젯밤 그는 자기 전, 뭔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1년 전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1년 전, 강인은 아빠랑 같이 명덕산에 올랐다. 날이 좋아서 신이 나는 산행이었다.


강인은 산길을 열심히 오르다 특별한 걸 발견했었다. 그건 다람쥐 가족이었다. 다람쥐들이 참 귀여웠다.


황갈색 바탕에 배가 하얬고 등에 검은 줄이 다섯 개나 있었다. 색의 조화가 귀여움의 극치였다.


다람쥐 가족 다섯 마리가 작은 밤을 하나씩 들고 숲속을 제집처럼 뛰어다녔다.


“그곳에 … 다람쥐가 있었어. 나무 벤치가 있는 곳이야.”


강인이 귀여운 다람쥐 가족을 떠올리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람쥐가 뭘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강인이 말을 이었다. 이제 친구들에게 1년 전 일을 털어놔야 했다.


“1년 전, 아빠랑 같이 명덕산에 올랐을 때, 아주 귀여운 다람쥐 가족을 보고 따라갔어. 근처에 나무 벤치가 있는 곳이었어.

다람쥐가 나를 보더니 옆에 있는 샛길로 도망쳤어. 샛길은 수풀 속에 있었어. 그래서 눈에 잘 띄는 길이 아니었어.

그 샛길을 걷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뭐, 샛길이라고? 샛길에 이상한 게 있었다고?”


반장 진호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동철이 … 내가 간 그 샛길로 간 거 같아.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아.

소풍날, 동철이 뒤에서 까불거리더니 나와 윤호를 앞질러서 달려갔어.

산을 한참 오르더니 산길에서 걸음을 멈추고 크게 웃었어. 나무 벤치가 있던 곳이었어.

거기 근처에 샛길이 있었어. 분명해! 다람쥐들이 많았던 곳이야. 작은길인데 지름길 같았어.

그런데 막상 가보니 지름길이 아니었어. 그 길로 들어가면 산 위가 아니라 산속 깊숙이 들어가.”


“그래? 그런 길이 있었어?”


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이제부터 중요한 얘기를 할 거 같았다.


“1년 전, 다람쥐들을 따라서 샛길을 걸어갔는데 커다란 바위가 있었어. 그런데 보통 바위가 아니었어.

바위에 무슨 입구가 같은 게 있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였어. 자연스럽게 생긴 게 아니라 사람이 뚫은 거 같았어.”


“뭐? 바위에 입구라고?”


윤호와 반장 진호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강인이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입구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불러서 들어가지는 못했어. 입구 안은 아주 새까맸어.

아빠한테 말했는데 산속에는 동굴이 있기 마련이라고 하셨어.”


“그런 샛길이 있었구나. 나는 전혀 몰랐네. 동굴도 처음 들었어.”


“나도 마찬가지야.”


친구들이 호기심을 느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강인이 두 눈에 힘을 주었다.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우리 동철을 찾으러 가자. 분명 그 샛길로 갔을 거 같아.”


친구 둘이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윤호가 말했다.


“난 학원에 가야 하는데 ….”


“나도 마찬가지야.”


반장 진호도 맞장구쳤다.


그러자 강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가볼게.”


강인의 말에 친구 둘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그들이 미간을 모았다. 강인 혼자 산으로 갈 수는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위험한 일이라 생각했다. 동철이 실종된 마당에 강인도 위험할 수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반장 진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셋이 가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윤호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가방을 다시 들쳐멨다.


윤호가 활기찬 목소리로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야, 한번 찾으러 갈까? 강인 혼자 보낼 수는 없잖아.”


반장 진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아, 동철 그놈은 마음에 참 안 들지만, 선생님이 지금 걱정하시잖아. 동철을 찾아야 해. 셋이 가면 안전할 거야.”


“그렇지.”


둘이 말을 나누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강인의 뜻에 동의했다. 그렇게 셋이 의기투합했다.


“하하하!”


소년 셋이 서로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즐거우면서도 신이 난 듯했다. 명덕산을 올라 동철을 찾는 건 하나의 모험이었다.


소년 시절 모험은 재미있는 놀이였다. 이 모험은 가상의 놀이인, 컴퓨터 게임과 자못 달랐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실제 모험이었다.


모험은 항상 위험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강인이 있었다. 강인이 샛길을 알았다. 셋이 서로 도우면 위험할 리 없다고 여겼다.


반장 진호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학원을 … 땡땡이쳐야겠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흐흐흐!”


윤호도 실실 웃으며 말했다.


둘 다 학원을 땡땡이치면 엄마한테 혼날 게 뻔했다. 하지만 둘은 모험할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집에 가서 혼나더라고 모험을 하고 싶었다.


혹 운이 좋아서 동철을 찾으며 혼나는 게 아니라 칭찬을 받을 거 같았다. 우리 장한 아들이라면 엄마가 맛있는 고기반찬을 해 줄 거 같았다.


“어서 가자!”


반장 진호가 서둘러 말했다.


그때 윤호가 한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다 말했다.


“빵이라도 사서 가야 할 거 같은데 … 산을 타면 배고프잖아.”


“걱정하지 마. 용돈을 두둑이 받았어.”


반장 진호가 저 앞에 있는 도로 건너편 빵집을 가리켰다.


“그렇지! 거기서 사자!”


윤호가 빵집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소년 탐정단이 결성됐다.


셋이 책가방에 빵과 음료수를 잔뜩 집어넣고 길을 나섰다. 명덕산 초입까지 가려면 40분 정도 걸어야 했다. 셋이 쉬지 않고 걷고 걸었다.


윤호가 강인에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부터 소년 탐정단이라고?”


“응, 그렇지. 동철을 찾으러 가니 탐정단이지.”


반장 진호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탐정단 이름을 뭐로 할까?”


윤호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 집 멍멍이 이름으로 하자.”


“멍멍이 이름이 뭔데?”


강인과 진호가 궁금한 표정으로 윤호에게 물었다.


윤호가 방긋 웃으며 답했다.


“똘똘이야. 똘똘이 소년 탐정단 어때?”


“아이, 그건 좀 이상하다.”


“맞아, 다른 이름이 좋을 거 같아.”


“어? 그래? 똘똘이가 좋은 거 같은데 ….”


윤호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길을 걷던 강인이 아! 하며 소리쳤다. 그가 말했다.


“그게 좋겠다. 땡땡이 소년 탐정단!”


“땡땡이라고?”


“응! 지금 너희 둘이 학원 땡땡이치면서 명덕산으로 가잖아.”


“그렇기는 하네. 이름 좋네. 땡땡이 소년 탐정단! 그걸로 하자.”


“좋았어. 우리는 지금부터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다!”


소년들이 크게 웃어댔다. 그렇게 소년 탐정단 이름이 정했다.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었다. 땡땡이는 소년들의 로망이었다.


셋이 힘차게 걸어갔다. 40분 후 명덕산 초입에 다다랐다. 산 초입에 사람들이 없었다.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오늘 수색을 마치고 모두 지구대로 돌아갔다. 그들을 동철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내일 4차 수색이 예정됐다. 대규모 병력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빵 먹고 오르자!”


윤호의 말에 진호가 고개를 끄떡였다. 가방에서 단팥빵 세 개를 꺼냈다. 아이들이 빵을 하나씩 들고 맛있게 먹었다.


학교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있었다. 식빵이 맛있기로 유명했다. 그중에서 우유 식빵이 참 고소했고 부드러웠다.


“우유 식빵은 샛길 앞에서 먹자!”


윤호의 말에 반장 진호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호가 말했다.


“여기 우유가 있어. 어서 쭉 들이켜고 산에 오르자.”


“그래! 그래.”


셋이 우유 팩을 열고 쭉 들이켰다. 그렇게 에너지를 보충하고 산에 올랐다.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그렇게 첫 번째 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소년들은 몰랐다. 명덕산에 누가 있는지 … 앞으로 벌어질 일은 그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한편 명덕산 깊은 수풀 속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수풀이 우거지고 음습한 곳이었다.



“콜록! 콜록!”


기침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기침을 자지러지게 토해냈다.


그는 중년 남자였다. 얼굴이 무척 말랐다. 병색이 완연한 몸이었다. 그가 걸으며 이를 악물었다. 악에 받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 죽을 수는 없다. 반드시 성과를 내겠어. 아버지 도와주세요.”


한이 맺힌 목소리였다. 그렇게 남자가 비틀거리며 산속 길을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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