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반장 진호가 입을 열었다. 강인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갱을 권하는 더벅머리 소년이 의심스러운 거 같았다.
“강인아, … 저걸 받아도 될까?”
강인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준다는 데 받아야지.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어.”
“그렇기는 하지.”
“준다는 데 받아야지.”
윤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땡땡이 소년 탐정단, 셋이 양갱을 받았다. 윤호가 양갱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포장을 벗겼다. 그리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참 맛있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이거 엄청 맛있다. 가게에서 산 양갱하고는 차원이 다른 맛이야! 어디에서 이걸 구했데?”
더벅머리 소년이 실실 웃으며 답했다.
“이건 … 가게에서 살 수 있는 흔한 양갱이 아니야. 아주 귀한 거지. 아주 특별한 양갱이야.”
“특별한 양갱이라고?”
강인이 양갱을 살폈다. 제품 상자 대신 은색 포장지만 있었다. 양갱을 여러 번 뒤집었지만, 글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제조사나 성분 표시, 유통 기한 등은 없었다.
윤호가 양갱을 맛있게 먹자, 더벅머리 소년이 싱긋 웃고 말했다.
“너희, 아이를 찾는다고? 아이 이름이 동철이라고 했지?”
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아. 걔 이름이 동철이야. 그 아이가 이 산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어.”
“하하하! 누군지 알 거 같군.”
더벅머리 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강인이 급히 말했다.
“정말이야? 동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더벅머리 소년이 말을 이었다.
“키가 아주 크고 덩치 좋은 아이를 … 말하는 거 아니야?”
“맞아! 동철은 키가 아주 크고 덩치가 좋아!”
셋이 더벅머리 소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아이가 동철의 외모를 잘 알고 있었다.
“흐흐흐~!”
더벅머리 소년이 계속 웃음을 흘렸다. 표정에서 여유가 넘쳤다. 옷차림과 그의 태도는 완전히 상반됐다.
한마디로 거지 같은 몰골이었지만, 그의 태도는 누구보다 여유가 넘쳤고 자신만만했다.
땡땡이 소년 탐정단 셋이, 긴장감을 느낀 듯 침을 꿀컥 삼켰다.
그때 더벅머리 소년이 걸음을 옮겼다. 걸으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따라와. 동철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
“저, 정말이야?”
강인이 크게 외쳤다.
더벅머리 소년이 답을 하지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그렇게 커다란 바위를 따라서 걸었다.
순간, 강인이 주춤했다. 머릿속에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낯선 사람은 늘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
“어떡하지? 쟤를 따라가 말아? 쟤가 동철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며 ….”
윤호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반장 진호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가 꺼림칙한 거 같았다.
강인이 생각했다.
‘동철을 … 빨리 찾아야 해. 그게 제일 중요해. 저 아이가 의심스럽지만, 쟤는 내 또래야. 나쁜 마음을 품은 어른이 아니야.
저 아이가 동철의 외모를 잘 알고 있었어. 동철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게 분명해!’
생각을 마친 강인이 친구들에게 말했다.
“저 아이를 따라가자.”
“쟤를 믿을 수 있을까?”
반장 진호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더벅머리 소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바위를 따라서 걸었다.
강인이 말을 이었다.
“일단 동철을 찾는 게 중요해. 쟤를 따라갔다가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때는 재빨리 왔던 길로 돌아가자.”
“그래, 그러면 되겠군. 재빨리 도망가면 될 거야.”
반장 진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윤호가 양갱을 말끔히 다 먹고 말했다.
“어서 가자! 쟤가 사라지겠어.”
“그래, 서두르자.”
강인이 말을 마치고 앞장섰다. 그 뒤를 친구 둘이 따랐다.
더벅머리 소년이 거대한 바위를 따라서 계속 걸었다. 바위가 끝없이 이어졌다.
한참 바위를 따라서 걷던 더벅머리 소년이 걸음을 딱 멈췄다. 바위 표면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쟤가 뭘 하는 거지?”
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삑!
갑자기 디지털 신호음이 들렸다. 바위 표면이 끼익!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문이 열리는 거 같았다.
길쭉한 직사각형 바위가 스르륵 움직이자, 커다란 굴 같은 게 보였다.
“헉!”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대한 바위 안에 사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있었다. 어두컴컴한 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대체!”
“이건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잖아!”
셋이 깜짝 놀라서 툭 아래로 떨어진 턱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에서나 봤던 비밀 기지가 명덕산 큰 바위에 있었다.
더벅머리 소년이 굴 입구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강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입구가 바꿨어. 네가 찾은 건 1년 전 입구야. 문이 고장이 나서 거기는 폐쇄했어. 이제는 여기가 입구야.”
“뭐, 뭐라고?”
강인이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벅머리 소년의 말은 강인이 찾은 입구는 예전에 사용하던 입구라는 말이었다.
“얘들아, 나를 따라와. 동철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 겁먹지 마. 잡아먹지 않을 테니.”
더벅머리 소년이 말을 마치고 입구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렇게 사라졌다.
“아이고! 이거~!”
강인이 놀란 가슴을 달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침을 꿀컥 삼키더니 동굴 입구로 향했다.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윤호와 반장 진호는 서로 쳐다봤다. 눈앞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명덕산 커다란 바위에 동굴이 있다는 강인의 말을 100퍼센트 믿지 않았다. 친한 친구의 말이라 일단 신뢰하고 따라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강인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강인의 말대로 집채만 한 바위에 비밀 입구가 있었다.
그런데 입구가 한 군데가 아니었다. 예전 입구는 감쪽같이 폐쇄하고 새로운 입구를 만들었다.
“어떡하지? 우리도 들어갈까? 강인이 안으로 들어갈 거 같아.”
윤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장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가 동굴로 들어가는 강인을 보고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가야지! 강인이 안으로 들어갔어.”
“그, 그래. 그러자.”
윤호가 동의하자, 반장 진호가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인아! 같이 가자!”
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는 동굴 안에 있었다. 동굴 입구로 들어가자. 길쭉한 통로가 보였다.
통로는 무척 어두웠다. 그 통로를 따라서 더벅머리 소년이 걸어갔다. 그 발소리가 동굴 속에서 울렸다.
뒤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윤호와 반장 진호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셋이 떨리는 가슴을 꼭 부여잡고 더벅머리 소년을 뒤따라갔다.
동굴의 어두움과 습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폐소공포증을 느낄 만했다. 숨 막히게 꽉 조여오는 답답함이 그 절정을 이루었다.
그렇게 3분 정도 걸어갔을 때, 더벅머리 소년이 걸음을 멈췄다. 그 앞에 커다란 벽이 있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응?”
강인이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벽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더벅머리 소년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벽에 손을 갖다 대더니 뭔가를 누르기 시작했다.
삐 삐 삐 비 삑!
디지털 신호음이 다시 들렸다. 이윽고 텅!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앞을 가로막았던 벽이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을 가로막았던 벽은 실은 문이었다.
“세상에!”
강인과 친구 둘이 천천히 열리는 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걸음을 딱 멈췄다.
문이 열리자, 문 안쪽 내부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부도 역시 어두웠다. 통로보다는 밝았지만, 조명이 무척 약했다. 취침 조명 같았다.
문이 활짝 열리자, 더벅머리 소년이 안으로 들어갔다.
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내부를 살폈다. 안은 커다란 방이었다. 책상과 의자 등이 있었다. 딱 봤을 때 무슨 연구실 같았다.
책상 위에 노트북이 있었다. 노트북 근처에 서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플로피 디스켓 상자도 있었다. 상자가 엎어져 있었다.
더벅머리 소년이 책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등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비밀번호는 4592 별표야. 기억해. 문을 열려면 비밀번호를 넣어야 해.”
그 소리가 강인의 귓가에 들렸다.
‘4592 별표가 비밀번호라고?’
강인이 비밀번호를 숙지하고 걸음을 옮겼다.
더벅머리 소년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안에 너희가 찾는 동철이라는 아이가 있어.”
“그래, 알았어.”
강인이 답을 하고 연구실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그 뒤를 윤호와 반장 진호가 따랐다.
그렇게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자, 더벅머리 소년이 빙그레 웃었다.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거 같았다.
더벅머리 소년이 한 손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뭔가를 꺼냈다. 그건 지퍼 라이터였다. 지퍼 라이터의 광채가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응?”
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멈칫했다. 독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가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역겨운 냄새가 물씬 풍겼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였다.
연구실은 꽤 어두웠다. 강인이 냄새의 근원을 찾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을 때!
“어?”
강인이 두 눈을 수박처럼 크게 뜨고 입을 보름달 빵처럼 크게 벌렸다. 바닥에 뭔가가 있었다. 그건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 사람 옆에 반짝이는 게 있었다. 원통형 플라스틱병과 작은 알약이었다.
“괘, 괜찮으세요?”
강인이 쓰러진 사람에게 급히 달려갔을 때
탁! 탁! 탁!
멀리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응?”
강인이 다급한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는 구석에 있는 다른 입구에서 들렸다.
“박사님!”
큰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연구실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검은 실루엣이었다. 실루엣으로 보아 남자였다.
연구실에 들어온 남자가 걸음을 딱 멈췄다. 무척 놀란 거 같았다.
비밀 연구실 안에 아이들이 있었고 동굴로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바닥에는 한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남자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내 쓰러진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가 크게 외쳤다.
“박사님! 지남철 박사님!”
“흐흐흐!”
더벅머리 소년이 비웃음을 흘렸다.
죽은 자는 지남철 박사였다. 그의 입에서 뭔가가 계속 흘러나왔다. 그 액체가 바닥에 흥건했다.
지남철 박사를 붙잡고 울부짖던 남자가 바닥에 흥건한 액체를 손으로 만지더니 두 눈으로 그 액체를 확인했다. 그가 크게 외쳤다.
“거, 검은 피! 박사님이 검은 피를 토하고 돌아가셨어!”
검은 피라는 말에 강인이 화들짝 놀랐다. 윤호, 반장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셋이 자라처럼 몸을 움츠렸다.
그때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큰 웃음소리였다. 무척 통쾌한 소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