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09_죽음의 연구실과 플로피 디스켓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이 소리는?”


강인이 살벌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이에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 윤호와 반장 진호가 서 있었다. 그 뒤에 더벅머리 소년이 있었다. 들어온 문 앞에 서 있었다.


“흐흐흐!”


웃음소리가 작게나마 계속해서 들렸다. 웃음소리는 더벅머리 소년의 웃음이었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스마일이었다.



눈빛이 어둠 속에서 반짝거렸다. 십 대 초반 아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눈빛에 커다란 증오가 서려 있었다.


“지남철, 난 … 병아리가 아니야.”


더벅머리 소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게 대체!”


강인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상황이 점점 예측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더벅머리 소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바위처럼 굳은 표정을 짓더니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 든 지퍼 라이터를 보란 듯이 흔들어 댔다. 라이터의 광채가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다.


“라이터!”


지퍼 라이터를 확인한 강인이 크게 외쳤다. 라이터는 12살 아이가 가질 물건이 아니었다.


“하하하!”


더벅머리 소년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었다. 지퍼 라이터를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칙!



라이터에 불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불꽃이 확 타올랐다.


“얘들아! 어서 도망쳐!”


더벅머리 소년이 크게 외치고 연구실 안으로 지퍼 라이터를 던졌다. 불꽃이 허공을 갈랐다.


“헉!”


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1초 후, 허공을 가르던 라이터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책상 옆 구석이었다. 순간! 불이 확 치솟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불이다!!”


화염이 치솟았다. 연구실에 인화 물질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연구실에 들어온 강인은 역겨운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가 바로 인화 물질 냄새였다.


인화 물질은 바닥에 고인 검은 피 냄새와 섞여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아, 안돼!!”


지남철 박사를 껴안고 울부짖던 남자가 소리쳤다. 솟구치는 불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으로 달려갔다. 책상에 흩어진 서류를 미친 듯이 챙기기 시작했다.


“이를 어떡해!!”


강인과 친구들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매우 놀라서 우왕좌왕할 때


텅! 하면 연구실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소년들이 연구실로 들어왔던 문이었다.


닫히는 문 사이로 더벅머리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이 점점 사라져갔다. 소년의 눈이 충혈됐다. 눈에 시뻘건 불이 붙었다. 연구실을 태우는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이윽고 쿵! 문이 닫혔다.


강인이 닫힌 문을 보고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연구실 안에서 불꽃과 어둠이 공존했다. 그렇게 연구실을 거침없이 태웠다.


“흐흐흐! 됐다.”


문이 닫히자, 더벅머리 소년이 쾌재를 불렀다. 그가 지체하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빨리 동굴 밖으로 나갔다.


“휴우~!”


더벅머리 소년이 심호흡했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그러다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플로피 디스켓 다섯 개였다. 플로피 디스켓 다섯 개는 연구실 물건이었다.


“흐흐흐!”


더벅머리 소년이 웃음을 지으며 플로피 디스켓 다섯 개를 내려다봤다. 횡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플로피 디스켓 5개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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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지남철 BB 프로젝트 No.1_병아리1

Dr. 지남철 BB 프로젝트 No.2_병아리2

Dr. 지남철 BB 프로젝트 No.3_병아리3

Dr. 지남철 BB 프로젝트 No.4_병아리4

Dr. 지남철 BB 프로젝트 No.5_용궁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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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피 디스켓을 잠시 살피던 더벅머리 소년이 침을 꿀컥 삼켰다.


플로피 디스켓 다섯 개를 품에 넣더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정신없이 내달렸다.


한편 비밀 연구실 안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강인과 친구들은 검은 연기와 화염을 피해 급히 움직였다. 남자가 들어온 입구로 향했다.


그때 책상에서 서류를 챙기던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년들을 앞질러 입구로 달려갔다. 입구 앞에 서더니 두 팔과 두 다리를 마구 휘둘러댔다.


“아이고!”


소년들이 깜짝 놀랐다. 한 남자가 그들을 막았다. 이에 뒤로 물러섰다. 남자가 크게 외쳤다.


“너희는 여기에서 죽어라! 나올 생각은 하지 마라! 함부로 여기에 들어온 벌이다. 여기는 불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소년들이 화들짝 놀랐다.


남자가 바닥에 쓰러진 지남철 박사를 내려다봤다. 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지남철 박사님. … 제가 대신 연구를 잇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승에 가세요.”


남자가 말을 마치고 입구에서 나갔다. 다시 텅! 하며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앞뒤의 문이 모두 닫히고 말았다.


“아이고! 숨 막혀!”


윤호가 크게 소리를 내질렀다. 졸지에 세 아이가 비밀 연구실 안에 갇히고 말았다. 안은 화염과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어서 도망쳐야 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 이런!”


강인이 서둘러 상황을 살폈다. 두 눈을 크게 떴다.


반장 진호가 급히 외쳤다.


“숨을 쉬면 안 돼!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알았어.”


강인이 서둘러 움직였다. 어떻게든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기에 있으면 연기에 질식돼 죽거나 불에 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살려면 움직여야 했다.


“으으으!”


윤호가 가까스로 숨을 참으며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반장 진호가 마찬가지였다.


칠흑 같은 어둠과 활활 타오는 불길이 정반대의 공포를 선사했다. 어느 쪽이나 무섭기는 매한가지였다.


강인이 두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두 눈이 어둠을 훤히 밝히는 올빼미 눈처럼 커졌다.


순간,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강인아, 우리 아들.”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서 들렸다. 환청이었다. 그 환청이 강인에게 힘을 주었다.


강인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한시라도 빨리 나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눈에 뭔가가 보였다. 불길이 불이 되어 벽을 비췄다. 어렴풋이 숫자 자판 같은 게 보였다.


키보드의 숫자 패드 같았다. 숫자와 기호 배열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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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

456

12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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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다!”


강인이 숫자 패드로 급히 달려갔다. 그곳은 남자가 들어왔다가 도망쳤던 입구 옆이었다.


남자는 서류만 챙겨서 도망쳤다. 아이들은 죽든 말든 내팽개쳤다.


내팽개친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불길과 함께 죽기를 바란 거 같았다. 그렇게 연구소와 함께 아이들을 묻으려 했다.


강인이 숫자 패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암호를 입력해 문을 여는 장치가 분명했다.


‘암호가 뭐지?’


강인이 주춤했다. 그때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더벅머리 소년이 했던 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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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는 4592 별표야. 기억해. 문을 열려면 비밀번호를 넣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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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2 별표야! 4592 별표를 입력해야 해!’


강인이 급히 숫자 패드에 4592*을 입력했다. 그러자 텅! 하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열렸다!”


윤호와 반장 진호가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 질렀다.


문이 활짝 열리자, 연구실 안으로 공기가 들어왔다. 그러자 불이 더 강하게 일었다.


강인이 친구들에게 크게 외쳤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서둘러!!”


다급한 외침이었다. 윤호와 반장 진호가 서둘렀다. 그렇게 셋이 연구실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연구실 안은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가득했다. 죽음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가 스멀스멀 문밖으로 향했다.


“문을 닫아야 해! 불이 번지고 있어!”


반장 진호가 크게 외쳤다. 이에 강인이 서둘렀다. 문 근처 벽에 숫자 패드가 있었다. 숫자 패드 옆에 동그란 버튼이 있었다.


“버튼!”


동그란 버튼을 확인한 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숫자 패드는 문을 여는 거고 버튼은 문을 닫는 거야.’


강인이 지체하지 않고 동그란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텅! 하면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급히 서둘렀다. 셋이 동굴 통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연구실 안에는 바닥에 쓰러진 지남철 박사만 있었다. 지박사가 불길에 휩싸였다.


몸이 속절없이 타들어 갔다. 그렇게 비밀 연구실과 함께 그 최후를 맞이했다.


좁은 통로를 달리던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걸음을 멈췄다. 잠시 쉬면서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다행이다! 겨우 도망쳐서 ….”


윤호가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겼다. 자칫하면 불타는 연구실에 갇혀서 꼼짝없이 죽을 뻔했다.


반장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강인은 친구들과 달랐다. 다행이라는 표정 대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명덕산 안에 비밀 연구소 같은 게 있었다. 이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명덕산은 나름 유명한 산이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비밀 연구소가 숨어있었다. 이는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일이었다.


그 연구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죽은 듯 연구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지남철 박사라고 불린 자였다. 검은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남은 둘은 더벅머리 소년과 지남철 박사의 조수로 보이는 남자였다.


더벅머리 소년은 연구실에 불을 질렀다. 성인 남자는 연구 자료를 챙겨서 연구실에서 도망쳤다.


둘 다 소년 탐정단을 사지로 몰았다. 지남철 박사와 함께 저승으로 보내려 했다.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야.’


생각을 마친 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일단 여기에서 나가야 했다. 나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동굴 통로가 계속 이어졌다.


강인이 친구들에게 말했다.


“어서 나가자! 나가는 길이 분명 있을 거야.”


“그래, 그래! 어서 나가자. 여기는 너무 무서워!”


윤호가 서둘러 답했다. 반장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땡땡이 소년 탐정단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통로는 비좁았다. 성인 남자 한 명이 허리를 굽힐 정도로 낮고 좁았다.


강인이 계속 걸었다. 그 뒤를 친구들이 따랐다.


통로에 간간이 불빛이 있었다. 작은 조명이 천장에 붙어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었지만, 앞을 분간하고 걷는 데는 충분했다.


그렇게 1분 정도 조심스럽게 통로를 걸었을 때 강인이 멈칫했다. 그가 급히 오른쪽을 쳐다봤다.


“왜 그래?”


반장 진호가 급히 말했다. 강인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 문이 있어.”


“뭐? 문이 있다고?”


반장 진호가 깜짝 놀랐다. 윤호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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