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강인이 문을 살폈다. 문은 꼭 닫혀 있었다. 문 옆에 숫자 패드와 동그란 버튼이 있었다.
“무슨 문이지?”
강인이 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윤호와 반장 진호는 문 앞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맞아!”
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에 더벅머리 소년이 한 말이 떠올랐다. 동철이 이곳에 있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혹!”
강인이 두 손을 모았다. 그렇게 떨리는 가슴을 달랬다.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소년 탐정단이 이곳으로 온 건 동철 때문이었다. 동철을 찾으러 명덕산에 올랐다.
강인이 귀를 쫑긋했다. 한쪽 귀를 문에 딱 붙이고 문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윤호와 반장 진호가 숨을 죽였다.
동굴 통로에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으으으~!”
그때! 문 안에서 신음 같은 게 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 신음 같았다.
신음을 들은 강인이 문에 붙였던 귀를 뗐다. 잠시 생각하다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문 안에 사람이 있는 거 같아. 누가 아픈 소리를 냈어.”
“그래? 진짜야?”
“응! 분명 들었어.”
“안에 누가 있기는 있구나. 그럼, 나도 확인해 볼게.”
반장 진호가 서둘러 움직였다. 한쪽 귀를 문에 붙이고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신음을 확인했다. 진호가 말했다.
“안에서 신음이 들려. 누가 아픈 거 같아.”
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에 분명, 누가 있어. 아마도 … 동철이가 안에 있을 거야.”
“뭐? 동철이라고?”
반장 진호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이제 문을 열자.”
강인이 숫자 패드로 가서 비밀번호를 차례대로 누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윤호와 반장 진호가 긴장했다. 서로 꼭 붙었다.
삐 삐 삐 비!
강인이 숫자 네 개를 차례대로 눌렀을 때 윤호가 급히 말했다.
“강인아! 안에서 위험한 게 튀어나오면 어떡하지? 그럼 큰일이잖아.”
윤호의 말에 강인이 멈칫했다. 반장 진호는 이를 꽉 깨물었다.
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윤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안에 이상한 게 있으면 문을 바로 닫을게. 그러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해.”
“그래, 알았어.”
윤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반장 진호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둘이 여차하면 달릴 기세였다.
“휴우~!”
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떨리는 손을 들었다. 비밀번호의 끝인 별표를 눌렀다.
신음을 들은 이상, 문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동철이 있다면 구해야 했다.
삑!
마지막 디지털 소리가 들리고 문이 텅! 하며 열렸다.
“열렸다!”
윤호가 크게 소리 질렀다. 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인이 열린 방을 살폈다. 안은 무척 어두웠다.
“자, 들어간다.”
강인이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방이었다. 어두컴컴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어둠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10초 후 두 눈이 어둠에 적응했을 때!
“아!”
강인이 탄성을 질렀다. 어렴풋이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사람 실루엣이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두 명이었다. 둘이 바닥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누구지?”
강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두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바닥에 누워있는 둘을 향해 걸어갔다.
둘의 정체는 아이들이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 둘 다 의식을 잃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남자아이는 남달랐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다.
“동, 동철아!”
강인이 동철을 알아보고 크게 외쳤다.
“뭐? 동철이라고?”
반장 진호와 윤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둘이 동철의 얼굴을 확인하고 같이 외쳤다.
“이 아이는 동철이가 맞아!”
“맞아! 동철이야! 동철이가 여기에 있었네.”
“어? 옆에 여자아이가 있네? 얘는 누구지?”
강인이 여자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그때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진주 엄마가 딸을 잃어버렸다는 말이었다.
강인이 급히 외쳤다.
“이 아이는 진주야. 우리 동네 아이야. 엄마가 그랬어. 진주라는 아이가 실종됐다고 ….”
“헉! 그러면 실종된 아이들이 모두 여기에 있었던 거야?”
윤호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 진호가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그렇구나! 그렇게 된 거구나. 나쁜 어른들이 동철과 진주를 납치해서 여기에 가둔 거야!”
“아이고! 정말 못된 어른들이다!”
“맞아! 어떻게 이런 짓을 해!”
반장 진호와 윤호가 화를 참지 못했다. 이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두 아이의 상태를 살피던 강인이 말했다.
“이 아이들을 빨리 깨워야 해. 지금 자는 거 같아. 어서 물을 뿌려. 얘들과 같이 밖으로 나가야 해!”
“알았어.”
윤호가 답을 하고 가방에서 생수병을 꺼냈다. 뚜껑을 따고 차가운 생수를 아이들 얼굴에 뿌렸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아이들이 움찔했다. 움찔만 할 뿐 깨어나지는 않았다.
반장 진호가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을 확 다 뿌려. 정신 번쩍 들게!”
“알았어!”
윤호가 남은 물을 아이들 얼굴에다 확 뿌렸다.
“아아아~!”
의식을 잃었던 아이들이 차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아이가 깨어났다. 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난 강인이야. 둘 다 나를 알지? 동철이는 우리 반이고 진주는 우리 동네에 살잖아!”
의식을 차린 동철이 강인을 보고 말했다. 목소리에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강인아! 네가 구하러 와줬구나. 정말 고마워! 못된 아저씨한테 끌려가서 여기에 있었어.”
진주가 울면서 말했다.
“아! 강인 오빠지! 오빠를 동네에서 자주 봤어.”
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래, 그래! 어서 여기에서 빠져나가자. 나쁜 어른들이 또 올지 몰라! 서둘러야 해.”
“알았어.”
납치됐던 아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소년 탐정단 셋과 동철, 진주가 작은 방에서 나왔다. 동굴 통로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다섯의 발소리가 통로에서 울렸다. 비좁은 통로를 걷는 건 무척 답답한 일이었다. 가슴이 턱턱 막혀오기 마련이었다.
다섯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걷고 걸었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출구를 찾았다.
그렇게 3분 정도 걸었을 때 앞장서서 걷던 강인이 한 손을 들었다. 저 앞에 애타게 기다리던 환한 빛이 보였다. 이에 크게 외쳤다.
“저기가 끝이야! 어서 나가자! 밖으로 나갈 수 있어!”
“그래? 그럼, 다 왔구나!”
아이들이 기쁜 나머지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비좁은 통로에서 벗어나야 했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통로에서 크게 들렸다.
잠시 후 활짝 열린 동굴 입구에서 다섯이 뛰어나왔다.
활짝 열린 동굴 입구는 연구실에서 도망쳤던 남자가 열어놓은 거 같았다. 그는 불이 난 연구실에서 서류를 챙겨서 달아났다.
연구실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서류가 매우 중요한 거 같았다.
“우와! 살았다. 드디어 동굴에서 벗어났어.”
“맞아! 겨우겨우 살았어.”
아이들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기진맥진한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이들은 오늘과 요 며칠 사이에 엄청난 일을 겪었다. 납치된 둘뿐만 아니라 소년 탐정단도 마찬가지였다.
소년 소녀가 커다란 위험에 빠졌지만, 그 역경을 가까스로 극복했다. 하늘이 돕기도 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린 덕분이기도 했다.
“너무 배고프다.”
급한 숨을 내쉬던 동철이 배고픔을 하소연했다. 그건 진주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배고파!”
둘이 며칠을 굶은 듯 보였다. 얼굴 살이 쭉 빠졌다.
“잠시 기다려.”
윤호와 반장 진호가 가방을 내렸다. 가방에서 먹을 것을 꺼내서 동철과 진주에게 건넸다.
“정말 고마워!”
“빵이다!”
동철과 진주가 빵과 음료수를 받고 급히 먹기 시작했다. 딱 봐도 꿀맛인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윤호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빵을 많이 사서 다행이네. 히히히.”
둘이 허겁지겁 빵을 다 먹자, 강인이 말했다.
“동철아, 진주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동철이 한 손으로 입을 닦고 울먹였다. 억울한 일이 떠오르자, 펑펑 울면서 말했다.
“강인아! 봄 소풍 날, 다람쥐를 보고 따라갔는데 거기에서 어떤 아저씨가 날 끌고 갔어. 그래서 동굴 속에 갇혔어. 밥도 못 먹고 계속 잠만 잤어.”
진주도 울면서 말했다.
“오빠! 나도 마찬가지야. 무용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갔는데, 어떤 아줌마가 엄마가 저기에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어.
거기에서 어떤 아저씨가 나를 꽉 잡더니 차로 끌고 갔어. 차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동굴 안이었어.
그동안 동굴 안에서 계속 있었어. 거기에서 잠만 잤어.”
“그렇구나! 그런 일을 겪었구나!”
강인이 참 안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된 어른들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몹쓸 짓을 한 게 분명했다.
동철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사방을 살폈다. 그가 급히 말했다.
“강인아,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뭐? 다른 아이들이라고?”
강인이 놀란 목소리로 급히 물었다.
“아이들이 또 있었어?”
“응!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더 있었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라고!”
남자아이라는 말에 강인이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더벅머리 소년이었다. 양갱을 맛있게 먹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동철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며 소년 탐정단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런데 무작정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강인에게 비밀번호를 가르쳐줬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비밀번호를 제 입으로 말했다.
그 비밀번호 덕분에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더벅머리 소년은 선과 악이 공존한 야누스의 모습이었다.
강인이 급히 말했다.
“혹 남자아이 머리가 길어서 코까지 내려오지 않았니?”
“맞아. 걔 머리가 길었어.”
“그리고 회색 체육복을 입었고?”
“맞아, 그런 거 같아. 잠자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간혹 깨어났을 때 그 아이들을 봤어. 남자아이가 그 모습이었어. 그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강인이 서둘러 사방을 살폈다. 다섯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반장 진호가 더벅머리 소년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걔도 갇혀 있었던 아이인가?”
“그렇지.”
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더벅머리 소년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갇혀 있었던 게 분명했다.
작은 방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은 총 네 명이었다. 더벅머리 소년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그리고 동철과 진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