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_01_45_백궁을 칠 작전을 세우다

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이 테이프 3개를 확인했다. 그들이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정길이 그들의 눈치를 살폈다.


날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틀녘이 되자, 찬바람이 점점 잦아졌다. 대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무너진 이장댁을 비췄다.


셋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이민우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부시장이라는 자를 조사해야 해. 22년 전 부시장을 찾으면 될 거야. 그자가 참사를 조종한 거 같아.”


“그래.”


임무혁이 짤막하게 답했다. 드디어 베일에 가렸던 원수가 드러났다. 전해식 의원과 김덕기 형사과장, 물뱀파 남궁철은 부시장의 수하에 불과했다.


최운성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땐 부시장은 … 백궁 최상부는 아니었을 거야. 보아하니 행동 대장인 거 같아. 지금은 22년이나 지났으니 최상부가 됐겠지.”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백궁은 그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시장을 비롯한 백궁 패거리를 반드시 박살 내겠다고 하늘에 맹세했다.


“자, 이제 돌아가자. 집에 가서 좀 쉬고 대책을 논의하자.”


최운성의 말에 임무혁과 이민우가 답했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요.”


임무혁이 삽과 캠코더, 테이프를 챙겼다. 이민우는 이정길의 손목에 밧줄로 묶었다. 그가 이정길에게 말했다.


“이순경 아저씨, 이제 돌아갑시다. 어서 걸어요.”


“아, 알겠습니다. 증거를 찾았으니 저를 살려주실 거죠?”


이민우가 대답 대신 임무혁을 쳐다봤다. 임무혁은 굳은 얼굴이었다. 이민우가 이정길에게 말했다.


“그건 우리 형이 결정할 거야. 난 형 결정에 무조건 따를 거고 …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정길이 서둘러 임무혁의 얼굴을 살폈다. 그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이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이정길이 바들바들 떨었다. 오금이 저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넷이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쾌속정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배가 시원하게 물살을 갈랐다. 그렇게 22년 전 참사 현장인 매향 북도를 떠났다.


임무혁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점점 사라지는 고향 섬, 매향 북도를 바라봤다.


하늘에 갈매기들이 날아다녔다. 끼룩! 끼룩! 갈매기가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배가 보이자, 새우깡을 얻어먹고 싶은 거 같았다.


임무혁이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어머니, 아버지.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 제 몸이 부서져도 기어코 복수하겠습니다.’


한 남자의 결연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 의지가 청명한 푸른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이 집에 돌아왔다. 먼저 잠을 청했다. 그들은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이정길은 다시 창고에 갇혔다. 이정길도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감나무 아래를 1m 이상이나 팠다. 피곤할 만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2시가 되었다.


임무혁, 이민우, 최운성이 늦은 아침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윤진희가 약속대로 우삼겹 된장국을 끓였다.


셋이 우삼겹 된장국을 먹으며 말했다.


“역시 진희가 만든 음식은 최고야. 호텔 음식이 부럽지 않아.”


최운성의 칭찬에 윤진희가 빙긋 웃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거야 당연한 소리죠. 호텔 조리사도 깜짝 놀랄 거예요. 제가 끓인 우삼겹 된장국을 맛보고 반할 거에요.”


“맞습니다. 아주머니 솜씨가 최고예요!”


이민우가 엄지 척했다. 그리고 열심히 숟가락을 놀렸다.


반명 임무혁은 밥을 반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놨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희가 말했다.


“무혁아, 왜 그래? 밥맛이 없어?”


임무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매향 북도 참사 영상이 그의 몸을 데웠다.


온몸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래서 입맛이 없었다. 입맛을 깡그리 태울 정도로 분노가 치솟았다.


윤진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 잘 먹어야 해. 그래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어. 체력은 국력이라는 옛말도 있잖아.

그건 틀린 말이 아니야. 모든 일은 힘이 있어야 해. 어서 숟가락을 들어. 한 그릇 뚝딱 해치워.”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머니의 말이 백번 옳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아야 했다.


그래야 냉철한 머리로 제대로 복수할 수 있었다. 그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먹겠습니다.”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최운성이 젓가락으로 총각김치를 들고 말했다.


“지금은 먹는 거에 집중해. 그게 가장 중요해. 복수는 다음 일이야.”


“네, 알겠습니다!”


임무혁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형! 우삼겹이 예술이야. 어서 떠먹어.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이민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안 되지! 난 우삼겹 킬러야!”


임무혁이 씩 웃고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고기 킬러였다. 그래서 우삼겹도 아주 좋아했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가 끝났다.


이민우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윤진희에게 말했다.


“이순경 아저씨는 뭐 먹고 있어요?”


윤진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답했다.


“그 사람은 백반을 먹고 있을 거야. 동네 식당에서 백반을 시켰어. 그 집은 잘하는 집이야. 아마 맛있게 먹고 있을걸.”


최운성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정길 그놈은 잡혀도 호강하는군. 그 백반집은 맛집이야. 백반도 예술이지.”


“그러네요. 이순경 아저씨는 먹을 복을 타고난 모양이네요.”


이민우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임무혁이 사이다를 쭉 들이켜고 윤진희에게 말했다.


“어머니, 부시장이 누구인지 알아내셨어요?”


윤진희가 커피잔을 내려놨다. 미간을 모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셋이 긴장했다. 윤진희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윤진희가 입을 열었다. 무척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자는 인천 부시장 신재순이야. 지금은 서울 시장이야.”


“네에? 서울 시장이라고요?”


서울 시장이라는 말에 셋이 깜짝 놀랐다.


윤진희가 말을 이었다.


“그자는 야당에서 유력한 대통령 후보야. 현재 인기가 무척 좋아.”


“헉!”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민우, 최운성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서울 시장이었다. 그것도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일이 너무 커지는데 ….”


최운성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민우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상대는 대단한 정치가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인상을 찡그리던 임무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생각에 잠겼다. 백궁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조직이었다.


조직의 상층부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VIP였다.


윤진희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영상에 찍힌 다른 자들도 조사해 봤는데 다들 유력한 사람이야. 이미 죽은 사람도 있기는 해.”


최운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백궁을 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야. 놈들은 정말 대단한 카르텔이야.”


“맞는 말이에요. 인천 제1의 조폭 물뱀파가 백궁의 행동대 수준이니 말 다 했죠.”


이민우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숨이 턱턱 막히는 침묵이었다.


1분 후, 이민우가 임무혁에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 이제 어떡하지?”


임무혁이 답을 하지 않았다. 그가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저는 백궁을 반드시 처단해야 합니다. 그러다 죽어도 상관 없습니다.”


“죽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최운성이 그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윤진희도 당치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들,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임무혁이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가 불리합니다. 놈들은 우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곧 알아내서 찾아올 겁니다. 이정길의 행방이 묘연해진 걸 놈들이 눈치챘을 겁니다.”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맞는 말이야. 놈들보다 먼저 움직여야 해. 우리에게 증거가 있어. 그 증거를 이용해서 속전속결로 놈들을 잡아야 해.”


“그게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이민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증거를 세상에 공개해도 놈들이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서 시간을 끌 거 같아요. 분명 위조라고 하겠죠. 정치 공세라고 할 거 같아요.

부시장이라는 자가 대선 후보라면서요? 놈들은 공작의 달인일 거예요.”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아저씨, 백궁은 단 한 번에 끝장내야 할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말을 듣고 최운성이 생각에 잠겼다. 1분의 시간이 지났다. 그가 생각을 마치고 말했다.


“무시무시한 용이 있다면 그 머리를 먼저 잡아야 해. 머리를 제거하면 제아무리 힘이 세도 어쩔 수 없어.”


“용 머리를 제거한다고요?”


“응!”


최운성이 비장한 얼굴로 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희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운성씨,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에요?”


최운성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우리에겐 증거가 있어. 증거로 놈들을 유인해야 해. 그리고 끝장내야 해.”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끝장내겠습니다. 놈들과 같이 죽겠습니다. 대폭발 사고 때, 죽기를 각오하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발각되면 놈들과 같이 죽으려 했습니다. 이번도 다르지 않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놈들과 같이 저승으로 가겠습니다.”


최운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아니야! 무혁이는 살아야 해. 너를 살리려고 내가 구한 거지. 복수의 도구로 죽으라고 구한 게 아니야!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면 내가 죽겠어. 나는 살 만큼 살았어.”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윤진희가 높은 어조로 말했다. 최운성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임무혁이 최운성을 바라봤다. 그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닙니다. 아저씨는 할 만큼 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동생을 구하고 놈들과 같이 지옥으로 가겠습니다.”


“형!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민우가 그건 안 된다며 크게 소리 질렀다.


그렇게 비장함과 무거움이 방에 가득했다.


“좋다!”


최운성이 두 눈을 무섭게 떴다. 뭔가가 떠오른 듯 이를 악다물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 같았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임무혁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급히 말했다.


“아저씨,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최운성이 빙긋 웃고 답했다.


“응!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이렇게 한 번 해보자.”


최운성이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임무혁, 이민우, 윤진희가 귀담아들었다.


그렇게 작전이 시작되었다. 백궁을 제거할 묘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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