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35_지단길의 사과와 추궁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시간이 흘러, 오후 5시 50분이 되었다.


탐정단 밴이 골드 메리트 호텔 정문으로 들어갔다.


탐정단 밴을 뒤따르던 강력반 밴은 호텔 근처 공터에 주차했다.


원창수 형사가 조수석에서 으샤! 하며 기지개를 켰다. 운전석에 앉은 김기동 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 저기 햄버거집 있더라. 햄버거 사와. 배고프다.”


“알겠습니다. 더블 패티죠?”


“그렇지! 더블 패티 디럭스지. 흐흐흐! 치즈 추가!”


“알겠습니다.”


김형사가 답을 하고 차에서 나왔다.


탐정단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약속 장소는 호텔 본관 4층, 식당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1층, 2층, 3층, 4층 딩동댕!


4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탐정단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복도 앞에 호화로운 식당이 있었다. 딱 봐도 한 끼에 30, 40만 원 이상일 거 같았다.


식당 출입문에 한 사람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인광 연구소 경비팀장 박동철이었다. 그가 유강인을 보고 한 손을 번쩍 들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탐정단이 박동철을 향해 걸어갔다. 박동철이 입을 열었다.


“강인아, 뒤에 있는 웨이터를 따라가. 지단길 박사님이 기다리고 계셔. 조수님들은 … 저랑 같이 식사하시죠.”


"알았어."


유강인이 웨이터를 찾았다.


“하하하!”


황정수가 활짝 웃고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의 호텔 식사였다. 호화로운 저녁이 분명했다. 그가 기쁜 나머지 두 손바닥을 비볐다.


반면, 황수지는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경비팀장님, 저도 탐정님과 함께 가면 안 될까요? 식사비가 문제면 제가 낼게요.”


이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박동철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알겠습니다. 여기 매니저에게 일행이 한 명 더 있다고 알리겠습니다. 식사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황수지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어서 가자고.”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박동철 뒤에 하얀색 옷을 입은 웨이터가 서 있었다. 웨이터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저를 따라오세요.”


“감사합니다.”


유강인과 황수지가 웨이터를 따라갔다.


웨이터가 창가 자리로 걸어갔다. 조망이 좋은 S급 자리였다.


그 자리에 지단길 박사가 앉아 있었다. 그가 유강인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밝은 목소리로 유강인과 황수지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오셨군요. 옆에 계신 분은 저번에 본 분 같은데 … 조수님이죠?”


황수지가 공손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맞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조수 황수지입니다.”


“그렇군요, 손님이 한 명 더 늘었군요.”


지단길 박사가 말을 마치고 씩 웃었다.


유강인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장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먼저 에피타이저를 즐기죠. 배가 무척 고프네요.”


지단길 박사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과 황수지도 자리에 앉았다. 셋이 앉자, 웨이터가 전채 요리를 들고 왔다. 따뜻한 수프와 카나페였다.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가 끝나자, 본 식사가 시작됐다. 티본 스테이크였다.


지단길 박사가 커다란 티본 스테이크를 보고 함빡 웃었다. 그가 말했다.


“제가 티본 스테이크를 참 좋아합니다. 안심과 등심을 함께 먹어서 최고입니다. 어서 드세요. 여기 고기가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지박사의 말대로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참 맛있었다. 최고급 호텔 식사에 어울렸다.


황수지도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식감이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본식사가 끝나자, 디저트가 나왔다.


디저트를 맛있게 먹은 지단길 박사가 냅킨을 들었다. 냅킨으로 입을 닦고 말했다.


“1층에 커피숍이 있습니다. 대화는 거기에서 하죠.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생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급히 물었다.


“동생들이라고요?”


“네, 동생들이 유강인 탐정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긴히 요청할 게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유강인 고개를 끄떡였다. 오늘 지단길 박사뿐만 아니라 동생들까지 만나게 됐다. 동생들의 요청사항이 뭔지 궁금했다.


지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강인과 황수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1층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1층 커피숍에 손님이 많았다. 셋이 창가로 향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30대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유강인이 두 여자를 보고 생각했다.


‘동생들이 모두 여자군.’


오빠인 지단길 박사가 오자, 동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 다 키가 크고 말랐다. 모두 기다란 얼굴이었다. 이목구비는 선명했다. 진한 화장 덕분이었다.


유강인이 누가 언니인지 동생인지 살폈다.


‘보아하니 단발머리 여자가 언니고 긴 머리 여자가 동생같군.’


단발머리 여자가 입을 열었다. 언니로 보이는 자였다.


“유강인 탐정님, 저는 인광 생명공학 유전자 연구소 수석 연구원 지정혜입니다.”


긴 머리 여자도 입을 열었다.


“저는 홍보팀장 지수미입니다.”


유강인이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저는 조수 황수지입니다.”


황수지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렇군요. 조수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동생들이 유강인과 황수지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자, 자리에 앉죠.”


지단길 박사의 말에 다섯이 자리에 앉았다.


유강인 옆에 황수지가 있었고 맞은 편에 지박사 남매가 있었다.


유강인이 지단길 박사에게 말했다.


“하실 말씀이 뭐죠?”


지박사가 그 말을 듣고 실실 웃었다. 그러다 혀를 날름거렸다.


“응!”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주 기분 나쁜 습관이었다.


지단길 박사가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 바쁜 사람들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 명덕산에서 지남철 박사님을 만난 적이 있나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씩 미소를 지었다. 대화에 순풍이 부는 거 같았다.


예상과 달리 지단길 박사가 모든 걸 털어놓을 거 같았다.


29년 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씨 가문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남철 박사는 명덕산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진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2025년이 되자, 진실을 인정하는 거 같았다.


‘잘됐군.’


유강인이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이거 참 의외군요.”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명덕산에서 지남철 박사님을 만났다는 말은, 부친이신 지남철 박사님이 비밀 연구소를 세우고 아이들을 납치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 이걸 인정하시는 겁니까? 돌아가신 부친이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뽑았다는 파렴치한 사실을 지금에야 인정하는 겁니까?”


지단길 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답했다.


“29년이나 지났으니 … 이제 인정하겠습니다. 당시 할아버지께서 강력히 부인하셨지만,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시간이 29년이나 지났습니다. 집안의 망신이지만, 이제는 감수하겠습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진실은 감출 수 없죠.”


“유강인 탐정님, 부탁입니다. 아버지 죄는 더는 말하지 마세요.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입니다.”


유강인이 즉각 답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그 일을 잊기 바라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잘못한 건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미 돌아가신 분이니 세상에 회자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그건 사과가 선행돼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급한 마음에 커다란 실수를 했습니다.”


“그건 실수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실수는 … 취소하겠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했나요?”


“네,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할아버지 몰래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끝까지 입을 다무셨군요.”


“그렇게 됐습니다. 돌아가실 때도 진실을 묻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어떻게 사과하셨죠? 편지 한 장만 달랑 보낸 거 아니겠죠?”


“당연히 아닙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피해자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사죄했습니다. 합당한 보상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깨끗이 끝난 사안입니다.”


보상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경비팀장 박동철이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납치됐던 아이인, 박동철을 고용한 건가요?”


지단길 박사가 답했다.


“맞습니다. 박동철씨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분께 공손히 사과하고 금전적 보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취업의 기회도 드렸습니다.”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박동철씨는 현재 우리 연구소 경비팀장으로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동철과 함께 납치됐던 진주한테도 보상했나요?”


“당연하죠. 섭섭하지 않게 보상했습니다.”


지단길 박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답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박사님, 말을 할 때 혀를 내미는 게 습관인가요?”


“아! 죄송합니다. 몸에 밴 습관이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무의식적 습관이라면, 고치기 어렵죠.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자리를 고쳐 잡았다. 그때 직원이 음료를 갖고 왔다. 고급 홍차였다.


지단길 박사가 홍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홍차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준비했습니다. 어서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잔을 들고 홍차 쭉 들이켰다. 고급 홍차답게 풍미가 아주 좋았다.


좋은 차였지만, 유강인이 인상을 또 찌푸렸다. 지단길 박사가 혀를 또 날름거렸다. 그게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유강인이 기분이 상했는지 차를 한 모금만 마시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단길 박사가 침을 꿀컥 삼켰다. 뭔가를 긴히 말하려는 거 같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제 질문에 사실대로 답해주세요.”


“당연히 사실대로 답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이 뭐죠?”


지단길 박사의 눈에서 광채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 당신이 아버지를 죽였나요?”


“네에? 뭐라고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홍차 잔을 꽉 쥐었다.


지단길 박사가 다시 말했다.


“쓰러진 아버지를 놔두고 도망갔나요? 아버지의 간절한 요청을 거부했나요?”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예상대로 지박사가 유강인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는 무척 억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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