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네에? 뭐라고요?”
황정수가 급히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죽은 신도들을 감시했던, 여자 감시자가 있었잖아.”
“네, 있었죠.”
“그 사람이 29년 전 동굴에 갇혔던 오진주 같아.”
“네에?”
“사진을 보니 그런 느낌이 딱 들어.”
“설마요?”
“병아리 2는 29년 전 소년 탐정단과 동철, 진주, 이름을 알 수 없는 소녀인 병아리 1을 만났어.
나, 윤호, 진호, 동철, 진주, 병아리 1 총 여섯이야. 여섯 전부를 사건에 끌어들인 거야.
병아리 2, 그 녀석이 각각 역할을 부여했어. 난 병아리 2를 뒤쫓는 역할이고 동철은 병아리 2의 하수인이야. 윤호, 진호는 인질이고.
진주는 … 같은 편인 거 같아. 병아리 1은 아직 베일에 가려있어. 누군지 알 수 없어. 짐작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
“진주라는 분도 29년 전 납치된 분이잖아요.”
“응. 그렇지. 그런데 CCTV 영상에서 본 감시자 같아. 병아리 2가 포섭한 거 같아.”
“일이 참 황당하게 돌아가네요. 같이 납치된 사이라 뭔가가 통했던 걸까요?”
“그럴 수 있어.”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김기동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네, 유탐정님.”
“김형사님, 서울청에서 오진주라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 사람이 청천의 감시자 같습니다.
서울청에서 사진과 영상을 보낼 겁니다. 그걸 장동숙씨에게 보여주세요. 감시자가 맞는지 확인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
유강인이 말을 멈췄다. 머릿속에 퍼뜩 뭔가가 떠올랐다.
현재 청천의 핵심 중 궁모는 사망했고 궁인과 궁녀가 사라졌다. 궁녀는 궁인의 부인이었다.
어젯밤 청천의 아지트를 습격했을 때 삼위일체 중 궁인만 있었고 궁모와 궁녀는 없었다. 감시자로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궁녀와 감시자가 없었다면 둘이 한 사람일 수 있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아! 감시자가 … 궁녀인가? 궁녀는 궁인의 아내인데, 그렇다면 오진주가 병아리 2의 아내 궁녀란 말인데! 헉!!’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이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었다. 29년 전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갇혔던 아이 둘이 성인이 돼서 부부가 됐다는 말이었다.
‘오진주가 병아리 2의 아내라면, 오진주가 용궁 보살의 수제자인데 … 스승한테 비법을 물려받은 자고 스승인 용궁 보살을 죽인 자야!’
놀라움이 계속됐다.
유강인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정신 차렸다. 그리고 급히 말했다.
“정황상, 감시자가 궁녀 같습니다. 오진주가 바로 궁녀입니다.”
“네에? 감시자가 궁녀 같다고요? 그 사람이 오진주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오진주 사진과 영상을 장동숙씨에게 보여주세요. 궁녀가 맞는지 확인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기동 형사도 화들짝 놀랐다. 그가 서울청의 자료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자료가 도착했다.
“왔구나!”
김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조사실로 달려갔다. 장동숙에게 오진주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고 그 사람이 궁녀인지 확인했다.
사진과 영상을 유심히 보던 장동숙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궁녀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몸매는 알아요. 보아하니 영상에 있는 여자가 궁녀 같네요. 궁녀가 맞을 거예요.”
김기동 형사가 급히 말했다.
“궁녀한테 습관이 있나요? 오른손 손톱을 입으로 깨무는 습관이 있나요?”
장동숙이 잠시 생각하다가 아! 하며 답했다.
“맞아요. 그랬던 거 같아요. 오른손을 들어서 입으로 가져갔던 거 같아요. 그런 행동을 자주 했었어요.”
“그렇군요!”
김기동 형사가 급히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유강인에게 전화 걸었다.
“네, 김형사님.”
“유탐정님, 장동숙씨 말에 따르면 오진주가 궁녀 같답니다. 궁녀가 오른손을 깨무는 습관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아! 잘 됐군요. 궁모에 이어 궁녀의 정체도 드러났습니다. 궁녀는 오진주입니다. 서울청 형사들과 함께 오진주와 용궁 보살을 철저히 조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신도들 조사는 어떻게 됐죠?”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좀 있다가 인터넷으로 화상 회의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탐정님 지시대로 모든 면회는 금지된 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신도 조사를 빨리 마치세요. 그 결과를 저한테 알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유탐정님.”
김기동 형사가 서둘렀다. 그가 화상 회의를 준비했다. 일이 착착 진행됐다.
5분 후, 모니터 화면에 신도 다섯이 보였다. 실종된 신도 다섯이었다. 신도 중 청천의 마수를 깨닫고 벗어난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청천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의 아들 궁인을 계속 찾으며 울부짖었다. 담당 의사들이 회의 끝에 안정제 투약을 결정했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신도들한테 안정은 최우선이었다. 현재 체내에 남은 약물을 인위적으로 빼낼 방법이 없었다. 그 약의 성분조차 몰랐다.
현 상황에서 최선은 약이 스며든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다. 그 시간은 6개월 정도였다. 시간이 약이었다.
김기동 형사가 신도 다섯에게 말했다.
“다섯 분은 청천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죠.”
신도 다섯이 한 사람을 쳐다봤다. 그는 중년 여자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떡이고 입을 열었다. 다섯 중 최연자 김희애였다.
“우리는 청천의 포섭책이었습니다. 교주의 명에 따라 신도들을 모으고 회유했습니다.”
“정말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은 건가요?”
“네, 정말로 믿었습니다. 그게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요. … 그런데 셋이 죽었다고요?”
“네, 셋이 청천의 약을 먹고 죽은 거 같습니다. 모두 심한 운동하다가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서 죽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습니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김희애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는 화가 치밀었지만, 안정을 위해 화를 꾹 참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신도는 두 부류였습니다. 단체 생활하는 신도가 있었고 그렇지 않은 신도가 있었습니다.
죽은 셋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신도였습니다. 우리는 단체 생활하는 신도였고요.”
“죽은 셋이 특별한 약을 먹었나요?”
김희애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녀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네, 교주가 먼저 셋에게 은혜를 베푼다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셋이 되고 싶어 손을 들었습니다. 교주가 그 셋을 제비뽑기로 뽑았습니다.
그 셋이 당첨되자, 우리는 그 셋을 참 부러워했습니다.”
“그렇군요. 교주가 그 셋을 골라서 먼저 생체실험 했군요. 그런데 그 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 아니라 죽이는 약이었습니다.”
“우리도 그 주사를 맞았다면 그 셋처럼 죽었을까요?”
“현 상황에서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흑!”
신도 다섯이 슬피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처럼 믿었던 자에게 철저하게 배신 당했다.
병을 고쳐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자가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죽였다.
지병을 심화시켜 단숨에 저세상으로 보내버렸다. 실로 악독하고 잔인한 일이었다.
김기동 형사가 질문을 이었다.
“영상과 사진을 받으셨죠? 사진에 보이는 여자가 궁녀 같나요?”
김희애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우리 모두 궁녀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몸매로 볼 때 궁녀 같습니다. 우리 모두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알겠습니다.”
10분 후 김기동 형사가 조사를 마쳤다. 이 사실을 유강인에게 보고했다.
유강인이 보고를 받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청천의 교주 놈이 참 악랄하군. 은혜를 베푼다며 희망자들에게 제비뽑기를 했다고? 이는 운명을 걸고 독약을 마시는 것과 같아!
이는 병아리 2의 전형적인 수법이야. 사람을 속이며 시험하는 그 짓거리를 계속 반복하고 있어. 아주 악랄하고 나쁜 놈!
네가 뭔데 사람을 갖고 놀아? 네가 뭔데 사람을 시험해! 네가 뭔데 사람을 조롱해!”
유강인이 이를 꽉 깨물었다. 앞니가 부러질 거 같았다.
이제 강원도로 접어들었다. 진향리는 강원도 깊숙이 있었다. 30분 정도 더 가야 했다.
“와! 산이 깊네요.”
황정수가 차창으로 보이는 높은 산을 보며 말했다.
강원도는 높은 산이 많은 곳이었다. 그 위세가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군.”
유강인이 차창으로 밖을 살폈다. 바깥 풍경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을 때
삐리릭!
유강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서울청 정찬우 형사 전화였다. 유강인이 전화 받았다.
“선배님, 인천 북부경찰서에서 자료를 넘겼습니다. 29년 전 실종된 남자아이 자료입니다. 우동식 선배님이 자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
유강인이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동식 형사는 자료 찾기와 분석의 달인이었다. 인천 북부경찰서가 서울청과 잘 협조하고 있었다.
“우동식 선배님께 전화를 넘기겠습니다.”
“알았어.”
우동식 형사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그가 모니터 화면으로 자료를 보면서 유강인에 말했다.
“현재 찾은 아이가 30명 정도야. 모두 10살에서 14살 사이야.”
“좋습니다. 제가 볼 때 … 11에서 13살 사이 같습니다. 제 또래였습니다. 중학생은 아니고 초등학교 456학년 같습니다.”
“알았어. 그러면 범위가 더 줄어들어. 찾는 사람이 범인인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후 조종자 병아리 2입니다.”
“병아리 2라고? … 별명이야? 이름이 희한하네.”
“실험체 이름입니다. 지남철 박사가 어린이들 납치해서 번호를 붙였습니다. 병아리 1부터 4까지 있었습니다.”
“그래? 아! 아이라서 병아리라고 지은 거군. 그건 그럴듯하네.”
“그런 거 같습니다. 조사 결과, 병아리 2는 성인이 돼서 생명 공학이나 의료 계통에 종사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러면 더 찾기 쉽지.”
“그런데 그 실력이 대단한 거 같습니다. 기적의 약을 만드는 자입니다. 인광 연구소와 관련된 게 분명합니다..”
“알았어. 실력이 대단하다면 외국을 돌아다녔을 거 같은데 ….”
“외국 어디로 갔을까요?”
“그야 미국으로 갔겠지. 그쪽이 생명 공학과 의학이 발달했으니 ….”
“좋은 추론입니다. 출입국 기록을 살펴보세요.”
“알았어. 나이를 좁히니 10명으로 줄어들었어. 찾는 건 어렵지 않겠어. 시간문제일 뿐이야. 찾으면 연락할게.”
“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사건의 베일이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다.
사이비 종교 청천의 3인방 중 궁모, 궁녀의 정체가 드러났다. 교주도 곧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궁모는 용궁 보살, 최숙자였다. 우경임상실험센터 센터장이었다.
궁녀는 29년 전 납치됐던 오진주였다. 오진주는 용궁 보살의 수제자였고 병아리 2의 아내였다.
황정수가 기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곧 궁인 그놈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부모나 보호자가 실종 신고했다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다시 미궁에 빠질 수 있어.”
“실종 신고했겠죠. 그때가 1990년도 중반이잖아요. 아주 오래된 옛날이 아니니 누군가 신고했겠죠.”
“그렇겠지.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부모나 보호자가 신고했겠지. 그렇지 않다면 병아리 2의 정체를 밝히기 어려워.”
“우형사님이 놈을 찾으면 사건이 금방 끝나는 건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그건 아니야. 우형사님이 찾은 사람이 청천의 교주라는 증거를 잡아야 해.
그게 없으며 그냥 심증일 뿐이야. 심증으로는 체포도 불가하고 구속도 불가능해.”
“그렇군요.”
“놈이 지금 즐겁게 웃고 있을 거야. 이제 마지막에 다다랐다고 여유를 부리고 있을 거야.
놈이 숨긴 패는 배신이었어. 한 편이었던 궁모를 배신하고 궁녀까지 배신했어.
그러면서 나한테 단서를 흘렸어. 친구 둘은 납치하고 궁녀 오진주는 그냥 뒀어.
이는 오진주를 미끼로 사용하는 거야. 상황이 끝에 다다른 거 같아.
곧 큰일이 벌어질 게 분명해. 바이오클린이라는 기적과 함께 저주가 시작될 거야. 그놈이 조만간에 움직일 거야.”
“조만간이라고요?”
“응! 오늘 벌어질 수 있고 내일 벌어질 수 있어.”
“아이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우형사님이 아무리 빨라도 놈을 찾는 건 무리겠어요.”
“맞아. 결국, 놈이 짠 판에서 대결할 수밖에 없어. 놈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체를 숨길 거야.
놈이 유인한다면 순수히 따라줄 거야. 마지막 순간, 놈의 허점을 간파하고 사생결단을 내고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