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49_감시자의 정체가 드러나다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동료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현재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포와 욕망이 인간을 미치게 하는 거 같았다.


인간은 그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똑똑해도 삶의 한계 앞에 어쩔 수 없는 게 있었다.


유강인이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손 검지로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죽은 궁모는 토사구팽된 게 맞습니다. 그 입을 막으려 한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복수한 것도 맞습니다. 토사구팽과 복수를 같이 진행한 겁니다. 범인은 궁인 부부가 분명합니다.”


원창수 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탐정님, 궁인이 다음으로 노리는 게 뭘까요?”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궁인은 기적과 저주, 복수의 화신입니다.

사이비 종교 청천의 신도들은 기적을 위한 희생양이었습니다.

오늘 죽은 궁모는 연구원은 아니지만, 영험한 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적의 약을 만드는데, 참여했습니다.

드디어 소망하던 기적을 이루자, 쓸모없어진 궁모를 죽여서 복수한 거 같습니다.”


“기, 기적을 이뤘다고요?”


“네! 기적은 바이오클린이 분명합니다. 바이오클린 임상실험이 끝난 겁니다.

병아리 2가 말한 기적이 곧 다가올 겁니다. 그리고 덩달아 저주도 시작될 겁니다.”


“저주라고요?”


“저주는 … 정황상, 지단길 남매와 그 가문을 노릴 거 같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유탐정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사건은 세 개의 축이 있습니다. 지씨 집안, 청천, 궁모입니다.

이 중 두 축인 청천과 궁모는 수명을 다했습니다. 청천은 임상실험에 필요했고 궁모는 약 제조에 필요했습니다.

기적의 약을 만든 이상 둘은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남은 축은 지씨 집안뿐입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궁인, 병아리 2는 지씨 가문에 원한이 있습니다. 납치되어 실험 쥐 신세였습니다. 그래서 지씨 가문이 망하길 바랄 겁니다.

지씨 집안의 유전병을 이용해 저주를 내릴 거 같습니다.”


“유탐정님, 이를 어떻게 하죠? 이를 어떻게 막죠?”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지단길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클린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병아리 2는 기적의 치료제 바이오클린을 이용해서 뭔 짓을 할 거 같습니다.

적의 목표는 확실합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아주 민첩하게!”


“그렇군요.”


유강인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강원도 진향리 청기와집으로 갑시다. 이 사건에서 청기와집은 매우 중요합니다.

병아리 2가 보낸 양갱은 청기와집 양갱이었고 청기와집 앞에서 집사 고두영이 죽었습니다. 궁모의 정체는 청기와집에서 굿을 한 용궁 보살입니다.

모든 것이 청기와집과 연결됐습니다. 청기와집이 사건의 뿌리가 명백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원도 관할 경찰서에 연락하세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과거 일을 알아야겠습니다.

고령인 최숙자와 고두영이 죽은 점으로 미루어 아주 오래전에 참담한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사팀이 급히 움직였다. 그때 하진석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현장에 증거물이 있습니다.”


“증거물이라고요?”


“네, 칼과 방울입니다.”


하진석 형사가 말을 마치고 증거물을 유강인에게 건넸다. 각각 투명 증거 보관함 안에 있었다.


유강인이 증거 보관함 두 개를 받고 안에 있는 물건을 자세히 살폈다.


칼은 15cm 길이였다. 칼날이 아주 날카로웠다. 날에 피가 묻어 있었다. 궁모를 해친 칼이 분명했다.


방울은 두 개였다. 두 개가 붙어 있었다.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자두만 했다.


유강인이 방울이 들어있는 보관함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가 아! 하며 외쳤다.


“이건!”


“왜 그러세요?”


원창수 형사가 이건 또 뭔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이 방울은 무속에서 쓰는 방울이 분명합니다. 방울이 어디에 떨어져 있었죠? 칼 근처에 떨어져 있었나요?”


하진석 형사가 답했다.


“네, 저기 보이시죠. 흰색 페인트 뿌린 곳에 칼과 방울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유강인이 흰색 페인트와 시신의 위치를 살폈다. 그 사이가 10m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


유강인이 시신의 옷을 살폈다. 궁모는 검은색 코드와 검은색 치마를 입었다. 평범한 옷이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황상, 칼과 방울은 범인이 들고 있었던 게 분명해.

칼은 궁모를 죽인 흉기야. 그런데 방울을 … 방울을 왜 들었지?

이 방울을 굿에 사용하는 물건이 분명해. 평범한 방울이 아니야.

범인이 궁모를 죽일 때 방울을 흔들었다는 말인데 … 왜 방울을 흔들었지?’


유강인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뭔가가 잘 풀리지 않는 거 같았다. 그러다 아! 하며 손뼉을 짝 쳤다! 그가 크게 외쳤다.


“범인은 제자야! 용궁 보살의 제자가 스승을 죽인 거야. 범인은 신딸이야!”


“네에, 신딸이라고요?”


동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용궁 보살을 죽인 자는 제자이자, 신딸인 궁녀입니다. 궁녀의 남편인 궁인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겁니다.

궁녀는 궁모의 제자가 분명합니다. 용궁 보살은 신딸 궁녀의 소개로 청천의 교주 궁인을 만난 겁니다. 그렇게 셋이 뭉친 겁니다.”


황정수가 유강인의 말을 듣고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용궁 보살한테 신딸이 있었는데 그 신딸의 소개로 병아리 2를 만난 거군요. 신딸과 병아리 2는 부부 사이고.

셋이 청천을 만들면서 병아리 2가 궁인이 되고 신딸이 궁녀가 되고 용궁 보살이 궁모가 된 거네요.”


“그래! 잘 정리했어.”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핸드폰을 들었다. 인천 북부경찰서에 전화했다. 김기동 형사가 전화 받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형사가 급히 핸드폰을 들고 조사실로 달려갔다. 조사실에 있는 장동숙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그녀가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용궁 보살한테 다른 제자가 있었나요? 어서 말해 주세요.”


장동숙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있기는 있는데 저한테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으셨어요. 수제자가 있다고만 들었어요.”


“수제자라고요?”


“네, 그래서 약을 만드는 비법을 물려줬다고 말씀했어요.”


“장동숙씨도 비법을 물려받았나요?”


“아니요. 저는 아둔하다며 비법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어요.”


“그렇군요. 전화를 김형사한테 넘기세요.”


장동숙이 김기동 형사에게 핸드폰을 넘겼다. 김형사가 말했다.


“유탐정님, 말씀하세요.”


“용궁 보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과거 행적을 낱낱이 밝히세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우동식 형사님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서울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탐정단 밴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수사팀이 모두 차에 올라탔다. 차가 곧바로 강원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강원도 진향리 청기와집이었다.


유강인이 차 안에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급한 마음을 달랬다.


“여기 음료 드세요.”


옆에 앉은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산 이슬 음료를 권했다.


“고마워.”


유강인이 산 이슬 음료를 마시고 있을 때



삐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유강인이 급히 전화 받았다. 발신자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정찬우 형사였다. 정형사가 급히 말했다.


“선배님!”


“응, 어서 말해.”


“친구 두 분과 오진주씨를 조사했습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그래, 어떻게 됐어?”


“친구 두 분 모두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그렇군!”


유강인이 이를 악다물었다. 병아리 2가 친구들을 납치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 오진주씨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래? 확실해?”


“네, 오진주 본인과 통화했고 가족하고도 통화했습니다. 경찰에 실종 신고도 없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유강인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정형사, 지금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어. 인천 북부경찰서와 협조해서 용궁 보살, 최숙자 집을 수색해.”


“네, 알겠습니다.”


“과거의 일이 중요해. 오래전 물건을 확보하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 끊었다.


“젠장!”


유강인이 분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주먹으로 차 시트를 쾅! 내리쳤다. 친구 둘이 실종됐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병아리 2가 유강인을 농락하고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들의 목숨을 걸고 유강인을 협박할 거 같았다. 가건물에서도 그렇게 당했다. 황수지의 목숨을 위협했다.


“아이고, 탐정님.”


황정수, 황수지가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휴우~!”


유강인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렇게 분을 삭이고 있었을 때 … 그의 두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눈이 잘 익은 보름달이 되었을 때 그가 급히 말했다.


“진주! 오진주!”


유강인이 오진주를 외쳤다. 오진주는 29년 전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갇혔던 아이였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았던 아이이기도 했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있었던 아이는 나, 윤호, 진호, 동철, 진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병아리 1 그리고 병아리 2야! 총 일곱 명이야.

박동철은 병아리 2의 장기 말이었어. 그래서 나를 인광 연구소 파티에 불렀어. 나도 병아리 2의 장기 말에 불과해. 윤호와 진호는 병아리 2의 손아귀에 있고.

남은 건 병아리 1과 진주야. 병아리 1은 병아리 2와 친한 게 분명해. 둘이 연구소에 같이 도망쳤어.’


유강인이 급히 생각을 이었다.


‘뭔가가 이상해. 병아리 2는 29년 전 일을 이용해서 판을 짰어. 전체 흐름 상 진주도 장기 말이 되는 게 맞아. 친구 둘은 납치됐는데 진주만 멀쩡하다고? 이건 이상한 일이야. 진주가 혹?’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하려다 멈칫했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잠깐! 병아리 1이 대체 누구지? 병아리 1도 병아리 2가 짠 판에 있을 거야. 나이는 나랑 비슷할 거야.

납치된 아이는 다 비슷한 연령대였어. 어린이들이었어.

이 판에서 나랑 나이가 비슷하면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 누구지? 성별은 여자야.

그렇다면 … 지단길 박사 동생들밖에 없는데, 설마? 그럴 리가?

지정혜. 지수미 중 하나가 병아리 1이라고? 아버지가 딸에게 임상실험했다고?’


유강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남철 박사가 친딸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할 거 같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일단 진주만 집중하자. 병아리 1은 나중에 생각하자. 진주 혼자만 멀쩡한 건 분명 이상한 일이야.

이것도 병아리 2가 기획한 걸까? 이게 함정일까? 아니면 비밀 연구소 비밀번호처럼 단서일까?

정황상 함정은 아닌 거 같아. 정형사가 진주와 통화했어. 그렇다면 단서야. 이걸 꽉 잡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단서를 흘린 거야! 그때 비밀번호처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정찬우 형사에게 전화했다.


“네, 선배님.”


“정형사, 오진주를 철저히 조사해야 해!”


“네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그분은 선배님 친구분이잖아요?”


“친구 아니야. 진주는 배후 조종자와 관련된 거 같아. 그 측근이거나 아니면 이용당하는 사람일 거야.

오진주의 핸드폰를 추적하고 CCTV를 추적해서 동선을 따라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확보하면 보내줘.”


“알겠습니다. 증명사진은 있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OK!”


유강인이 전화 끊었다. 초조한 얼굴로 오진주의 사진을 기다렸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오진주를 봤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오진주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1분 후 삑! 하며 문자가 왔다.


유강인이 급히 오진주의 사진을 살폈다.


오진주는 갸름한 얼굴이었다. 화장을 진해서 해서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가는 눈썹이 새까맸고 두 눈이 컸다. 코가 높았고 입술이 도톰했다. 서구형 미인 얼굴이었다.


“이 사람을 어디에서 본 거 같은데 … 느낌이 익숙한데 ….”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오진주의 사진을 살폈다. 잠시 후 아! 하며 탄성이 질렀다. 그가 크게 외쳤다.


“진주가 감시자! 청천의 감시자 같아! 신도들을 뒤따라갔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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