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47_자문위원 권재훈 박사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고급 호프집에서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강동구 유흥가에 있는 술집이었다. 1층 100평 규모였다.


아주 늦은 시각이었지만, 손님들이 많았다. 새벽에 마시는 술이 입에 착착 감기는 듯 북적거렸다.


오른쪽 구석에 홀이 있었다. 단체 손님을 받는 곳이었다. 2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 홀에서 셋이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홀을 통째로 빌린 듯 넓은 공간을 독차지했다.


그들은 인광 연구소 사람들이었다. 전임 수석 연구원 박순후 박사와 그 조수 배기원, 연구원 최슬기였다.


셋 다 바이오클린 핵심 연구원이었다.


박박사는 바이오클린 연구 책임자였다. 배조수는 바이오클린 성분 분석 담당이었고 최연구원은 임상실험 담당이었다.


셋 중에서 최슬기 연구원이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녀는 30대 여자로 중간 키에 평범한 체격이었다. 단발머리에 얼굴이 동그랬다. 수석 연구원 지정혜의 심복이었다.


박순후 박사가 남극 얼음처럼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말했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바이오클린이 드디어 빛을 발했으니 이제 큰 보상을 있을 겁니다.”


그 소리를 듣고 조수 배기원 연구원 최슬기가 입맛을 다셨다. 그들이 서로 쳐다봤다. 소리 내지 않고 큭큭! 웃었다. 수십 억 원의 보너스와 교수 자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바이오클린 연구의 중추를 담당한 셋이 자축 파티했다. 조촐한 파티였지만, 그 기쁨은 초호화 파티 부럽지 않았다


초호화 파티는 조만간 있을 예정이었다. 바이오클린 상용화가 결정되면 정부 인사와 세계 각국의 석학, 업계 사장단을 모시고 성대한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하하하!”


“참 수고하셨습니다. 임상실험을 담당한 최연구원 공이 큽니다.”


“별말씀을, 저는 박박사님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거뿐입니다.”


“술이 부족한 거 같아요. 더 시키죠.”


그렇게 셋이 즐거워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였다. 40대로 보였다. 얼굴은 뛰어난 미남이었다. 큰 눈에 높은 코, 입술은 가늘었다. 갸름한 얼굴이 날렵했다.


잘생긴 남자가 오른쪽 구석에 있는 홀로 향했다. 그가 홀 안으로 들어가자 큰 소리가 들렸다.


“오! 권박사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순후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척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가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잘생긴 남자가 씩 웃었다. 그가 빈자리에 앉았다. 박박사 옆자리였다.


조수 배기원과 연구원 최슬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도 잘생긴 남자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잘생긴 남자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일이 잘 풀렸다고 들었습니다. 바이오클린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권박사님.”


잘생긴 남자는 권재훈이었다. 세계적인 생명 공학의 권위자였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유명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이후 글로벌 생명 공학 연구소인 RDK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유전자 변형 연구에 한 획을 긋고 명성을 날렸다. 그렇게 이름을 날리다 2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권재훈 박사는 한국에 돌아온 후 제일 먼저 휴식을 취했다. 그는 오랜 기간 연구에 몰두하느라 심신이 피곤했다. 휴식을 취한 후, 전국을 돌며 강연과 자문 활동에 전념했다.


현재 권박사는 인광 연구소 바이오클린 특별 자문위원이었다. 바이오클린 개발 책임자 박순후 박사는 수시로 권박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권박사는 성심껏 물음에 답했다. 그의 지식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눴다.


“다 권박사님 덕분입니다.”


박순후 박사가 권재훈 박사의 공에 감사를 표했다.


권박사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저는 그냥 박박사님 물음에 답한 거뿐입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권재훈 박사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종업원이 500ml 맥주잔과 과일 안주를 갖고 왔다.


권박사가 잔을 들자, 최슬기 연구원이 그에게 말했다.


“내일 저녁, 소장님이 바이오클린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상용화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수석 연구원님이 자문위원님도 초대하셨습니다. 꼭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 그래요? 정혜가 저를 불렀군요. 내일은 강연이 없는데 잘됐네요. 요즘 술이 고팠는데 참 잘됐습니다. 어디에서 하나요?”


“인광 연구소 귀빈실입니다.”


“영광입니다. 저를 불러주셔서 ….”


“아닙니다. 권박사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소장님과 수석 연구원님이 환호성을 지르셨습니다. 최고의 권위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때 소장님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셨죠. 정혜도 마찬가지고요.”


권재훈 박사는 수석 연구원 지정혜를 잘 알았다. 둘은 미국에 있을 때 같은 대학에서 공부했다.


권박사가 맥주를 쭉 들이켰다. 그가 환하게 웃었다. 바이오클린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연구원이 모여서 바이오클린 성공을 자축했다.


바이오클린 연구의 시초는 지단길 박사의 아버지 지남철 박사였다. 연구 기간은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연구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유전병과 난치병을 고치기 위해 월화수목금토일 24시간 바이오클린을 개발에 몰두했다. 그 성과가 드디어 결심을 맺었다.




다음날

2025년 12월 23일 오전 6시 20분


탐정단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셋이 모텔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서 아침을 먹었다.


황정수가 참치 김밥을 라면 면발과 같이 먹으며 말했다.


“와! 참치 김밥 이거 정말 맛있네요. 배가 고파서 그런가? 그건 아닌 거 같고, 호텔 음식 못지않아요.”


유강인이 불고기 김밥을 먹으며 말했다.


“정수는 웬만하면 다 맛있잖아.”


“아, 아닙니다. 전 미식가예요. 맛없으면 일절 손대지 않습니다.”


콜라를 마시던 황수지가 빙긋 웃었다. 그녀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임 조수님 말은 거짓말인 거 같아요. 미식가라기보다는 잡식가인 거 같아요.”


“맞아, 맞아!”


유강인이 황수지의 말에 맞장구쳤다.


황정수가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른손 검지로 참치 김밥을 가리키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참! … 탐정님, 참치 김밥 한번 드셔보세요. 아주 맛있습니다. 거짓말하는 거 아닙니다. 거짓말이면 오늘 하루 곡기를 끊겠습니다. 한번 드시고 평가해주세요.”


“오! 그래? 오늘 하루 곡기를 끊겠다고?”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그가 참치 김밥을 잠시 내려다봤다. 그러다 하나를 집어서 먹었다. 잠시 맛을 음미하다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와우! 진짜 맛있네. 불고기 김밥이랑 차원이 다르네.”


“정말요?”


황수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참치 김밥을 내려다봤다.


참치 김밥은 딱 보기에 평범해 보였다. 기본 김밥에 참치가 좀 들어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맛있다고 하니 그 맛이 무척 궁금했다.


황수지도 참치 김밥 하나를 먹었다. 잠시 오물거리다가 놀란 표정으로 엄지척했다.


“와! 마요네즈가 참치와 잘 어울려요. 아주 고소해요!”


“그럼, 그렇지! 나 황정수는 맛에는 거짓말하지 않아. 거짓말하면 배신이고 배반이야!”


황정수가 가슴을 탁 펴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탐정단이 저렴하고 간소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바닷가 도로를 급히 달렸다. 차 안에는 원창수 형사와 하진석 형사가 있었다. 하형사는 핸들을 잡았고 원형사는 뒷좌석에 있었다.


원형사가 급히 하형사에게 말했다.


“하형사! 죽은 사람 신원은 확인했어?”


“아직입니다. 검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보고만 받았습니다.”


“이씨~! 또 검은 피야! 이런 젠장할! … 검은 피라면 이젠 지긋지긋해. 죽은 사람이 남자야, 여자야?”


“여자입니다. 나이가 아주 많다고 합니다.”


“고령이라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알았어. 빨리 가자고. 그건 그렇고 아이, 배고파! 아침도 못 먹었는데 … 젠장!”


“그러실 줄 알고 아침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옆자리에 샌드위치가 있습니다. 어서 드세요.”


“오우! 샌드위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하하하!”


원창수 형사가 반색했다. 옆자리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었다. 봉지를 열자, 아이돌 샌드위치 네 개가 들어있었다. 햄과 달걀이 듬뿍 들어있는 기본형이었다.


“흐흐흐! 샌드위치! 요놈, 오늘 너는 죽었다! 내가 마음껏 해치워주마! 기대해라!”


원창수 형사가 샌드위치 포장을 열고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차가 계속해서 내달렸다. 20분 후 바닷가 주택 앞 공터에 멈췄다. 저 앞에 경찰 셋이 서 있었다.


차 문이 덜컹 열렸다. 원창수 형사와 하진석 형사가 차에서 내렸다. 두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경찰이 모인 곳은 사건 현장이었다. 그곳에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시신이 있었다.


“저기입니다.”


“알았어.”


두 형사가 사건 현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원창수 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한 노파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등에서 붉은 피를 흘렸고 입에서 검은 피를 흘렸다. 흘린 피가 딱딱하게 굳었다. 영하의 날씨에 돌처럼 굳었다.


출동한 경찰이 보고했다.


“앞에 있는 주택 주인이 목격자이자 신고자입니다. 차를 집 앞에 주차했을 때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새벽 5시 36분입니다.

주인은 시신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시신은 발견 당시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군요.”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신을 자세히 살폈다.


시신은 고령이었다. 80살이 훌쩍 넘은 거 같았다. 등에 칼맞은 흔적이 있었다. 검은색 코트가 북 찢겨 졌다.


시신을 자세히 살피던 원창수 형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칼에 맞은 다음, 검은 피를 흘린 거 같은데 … 이 사람도 청천한테 당한 건가? 이자도 신도인가?”


그때 삑!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진석 형사가 문자를 확인했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랐다. 급히 말했다.


“선배님, 서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시신은 최숙자씨입니다. 85세입니다. 우경임상실험센터 센터장입니다.”


“뭐, 뭐라고 우경임상실험센터 센터장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헉!”


원창수 형사가 매우 놀랐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급히 생각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센터장은 청천의 궁모인데 … 그럼, 청천의 궁모가 죽은 거야?

그것도 검은 피를 토하고? … 이, 이게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진석 형사가 잠시 몸을 떨었다. 그가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센터장이 궁모잖아요. 교주가 궁모를 죽인 걸까요? 그 입을 영원히 틀어막으려고 ….”


원창수 형사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말했다.


“교주가 그렇게까지 악독하다고? 같은 편을 이렇게 처참하게 죽였다고? 그것도 어머니처럼 모신 사람을 ….”


“어제 궁인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 같습니다. 함정을 만든 솜씨가 보통 치밀한 게 아니었습니다. 치밀한 자이니 토사구팽도 철저히 할 거 같습니다.”


“토사구팽? 아! 그렇구나! 입을 막아야 비밀이 새지 않으니 ….”


원창수 형사가 궁인의 악독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 그래도 뭔가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최숙자를 너무 잔인하게 죽였어. 칼로 벤 다음, 검은 피를 토하는 약까지 먹였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사람 죽이는 게 취미야? 사람 죽이는 게 재밌어?”


선배의 말에 하진석 형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말했다.


“선배님,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같은 편인 궁모를 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였을까요? 나이도 아주 많은 사람인데 ….”


“그렇지, 그게 좀 이상해.”


“선배님, 유강인 탐정님께 이 사실을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어서 서둘러.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어. 한 명이 또 죽었어. 그것도 청천의 궁모가 죽었어!”


“알겠습니다.”


하진석 형사가 유강인에게 전화했다.


유강인은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사무실에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오늘 할 일을 정리했다.


그는 강원도 청기와집으로 가서 과거 청기와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아울러 병원에 입원한 신도들도 조사해야 했다.


“음!”


유강인이 모닝커피를 마셨다. 옆에 있는 김기동 형사에게 말했다.


“원형사님이 긴급 출동하셨다고요?”


“네, 바닷가에서 검은 피를 흘리고 죽은 시신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긴급 출동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청천이 또 사람을 죽였군요.”


유강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청천의 교주, 궁인이 미쳐 날뛰는 거 같았다. 그를 빨리 막아야 했다.


그때!



삐리릭!



핸드폰이 울렸다. 유강인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 받았다. 하진석 형사 전화였다. 하형사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하형사입니다. 인천 바닷가에 칼에 맞고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칼까지 맞았다고요? 확실하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우경임상실험센터 센터장, 최숙자씨였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유강인이 매우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급히 말했다.


“청천의 궁모가 죽었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것도 처참하게 죽었습니다. 교주가 저지른 일 같습니다. 토사구팽한 거 같습니다.”


“이, 이런!”


유강인이 분을 참지 못하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조직이 와해 되자, 궁인이 궁모까지 죽였다. 갈수록 참상이 더해졌다.


유강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유, 유탐정님!”


김기동 형사가 급히 유강인을 찾았다. 그가 문자를 확인하고 서둘러 말했다.


“지금 상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젯밤 강원도 진향리 청기와집 앞에서 검은 피를 토하고 죽은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유강인이 화들짝 놀랐다.


시신 두 구가 거의 동시에 등장했다.


유강인이 휘청거렸다. 밤사이에 둘이나 죽고 말았다. 청천의 교주 궁인의 소행이 분명했다.


잔혹한 범죄가 그 날카로운 발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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