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51_유서 깊은 청기와집과 귀신 굴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황정수가 유강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네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 병아리 2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어린 시절 납치돼 생체실험까지 당했어. 그래서 정신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아.

지금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있어. 다른 이의 목숨을 건 놀이야. 그 놀이를 반드시 막아야 해!”


“알겠습니다. 듣고 보니 병아리 2가 저렇게 된 건 다 지남철 박사 때문인 거 같네요. 지박사의 욕심 때문에 병아리 2가 이상해진 거 같아요.”


“그렇지, 지남철 박사는 명덕산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어.

형제들이 차례로 죽고 자신도 병에 걸리자, 아이들을 납치해서 생체실험했어. 그 결과가 바로 병아리 2야.”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남철 박사의 불의한 행동이 괴물 병아리 2를 낳고 말았다.


황정수가 태블릿 PC를 들었다. 태블릿 PC를 유강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탐정님, 청기와집 지씨 집안 자료입니다.”


“알았어.”


유강인이 태블릿 PC를 받고 자료를 살폈다. 지단길 가문의 인적사항이 쭉 적혀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삼대는 다음과 같았다.


할아버지 지인광, 아버지 지남철, 아들 지단길이 그들이었다.


지인광은 일곱 자식이 있었다. 그중에서 여섯이 유전병으로 죽었고 한 명은 실종됐다.


한 집안에 처참한 비극이 닥치자, 지인광은 큰 충격을 받았다. 가장 사랑하는 아들인 지남철마저 명덕산에서 죽자, 삶의 의욕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


여섯 번째 아들은 현재 실종 상태였다. 그 행방이 묘연했다.


지남철은 자식 셋이 있었다. 바로 지단길, 지정혜, 지수미 남매였다.


인광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는 조부 지인광이 돈을 대고 아버지 지남철이 세운 연구소였다.


집안의 유전병을 고치기 위해 지인광, 지남철 부자가 합심해서 만든 연구소였다.


지남철은 당대에 천재로 유명했고 많은 사람이 그를 후원했다.


이후 인광 연구소는 발전을 거듭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가 되었다. 뛰어난 업적으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유강인이 자료를 거의 다 봤을 때


차가 진향리에 도착했다.


“탐정님, 다 왔습니다.”


“OK!”


황수지의 말에 유강인이 앞을 살폈다. 저 앞에 진향 1리 마을회관이 보였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주차했다.


마을회관 출입문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장과 지역 경찰 둘이었다. 그들이 유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장은 60대 남자였다. 작은 키에 체격이 단단했다. 머리는 백발이었다.


탐정단 차 문이 덜컹 열리고 유강인이 차에서 내렸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마을회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를 수사팀이 따랐다.


이장이 유강인을 보고 와! 하며 소리 질렀다. 유강인 앞으로 달려와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유강인 탐정님. 저는 진향 1리 이장입니다.”


유강인이 맞절하고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장님. 탐정 유강인입니다. 먼저 청기와집을 보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어르신들은 어디에 계시죠?”


“마을회관 안에 계십니다. 모두 80대 이상이십니다. 청기와집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분들이죠.”


“감사합니다.”


이장이 앞장섰다. 유강인과 동료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한 5분 정도 넓은 동네 길을 걷자, 저 앞에 청기와집이 보였다. 딱 봐도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위세가 대단한 고관대작이 살았을 거 같았다.


청기와집 앞에 안내판이 있었다. 청기와집 역사와 집 구조를 자세히 소개했다.


유강인이 안내판을 자세히 살폈다. 잠시 후 그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기와집은 150년 역사를 자랑했다. 진향리를 대표하는 유적이었다.


이장이 말했다.


“유탐정님, 관리인이 문을 열어놨습니다. 저기에 있는 게 정문 솟을대문입니다.”


유강인이 솟을대문을 쳐다봤다 정문답게 큰문이었다. 대문 위로 청기와가 빛났다.


옆에 있는 담벼락도 마찬가지였다. 고풍스러운 청기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우와! 멋있네요.”


황정수가 청기와를 보고 감탄했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청기와집은 일반 기와집과 그 결이 달랐다.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집이었다.


“들어가자고.”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집안 곳곳을 살폈다.


집은 그 역사가 150년이나 지났지만, 허물어지거나 바랜 곳이 없었다. 거액을 들여서 보수한 거 같았다.


이장이 안내하며 말했다.


“여기 주인이 수리를 자주 합니다. 그래서 150년이 아니라 15년 된 집 같아요.

주인이 돈이 아주 많다고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연구소를 운영한다고 했어요.”


이장이 관광명소 가이드처럼 움직였다. 능숙한 말솜씨와 발걸음이었다. 실제 청기와집 가이드를 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이장과 함께 행랑채, 사랑채, 안채, 광, 부엌 등을 살폈다. 건물마다 앞에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꽤 넓었다. 굿을 하기에 적당했다.


오래전 용궁 보살이 이곳에서 굿을 했다. 검은 피를 흘리며 죽는 아이를 살리려는 굿이었다.


유강인이 안채 앞마당에 걸음을 멈췄다. 그가 이곳에 집중했다. 여기에서 굿을 했을 거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 60년 전 일이 그려졌다.


한 어머니가 죽어가는 막내딸을 안고 안방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그 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거액을 들여 굿을 열었다.


굿을 주관하는 용궁 보살이 안마당을 뛰어다니며 딸랑! 딸랑! 방울을 흔들어댔다. 악단이 흥겨운 연주를 했고 많은 사람이 모여서 굿을 구경했다.


돼지머리에 돈이 꽂히자, 용궁 보살이 신명이 난 듯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그렇군.”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시 안마당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바깥을 살폈다.


집 주변은 녹지와 산이었다. 산은 뒤에 있는 야산이었다. 높지 않았지만 가파랐다.


산 중턱에 탁 트인 곳이 있었다. 마치 전망대 같았다. 그곳에 올라가면 청기와집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산 중턱을 유심히 보다가 이장에게 말했다.


“저기 보이는 산중턱에 탁 트인 곳이 있네요. 전망대 같군요.”


이장이 산 중턱을 보고 답했다.


“네, 저곳은 우리 마을을 쭉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굴이 있어요.”


“굴이라고요?”


“네, 큰 굴이 있어요.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굴이에요.”


“그렇군요. 그 굴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가요?”


이장이 정색하며 말했다.


“아, 아니요! 그 굴은 사람들이 꺼리는 곳이에요. 울부짖는 귀신이 있다고 해서 모두 두려워해요.”


“울부짖는 귀신이라고요?”


“네.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는 전설이 있어요. 어릴 적에 그 전설을 들었어요. 그래서 귀신 굴, 귀굴(鬼窟)이라고 불러요.”


귀굴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산 중턱을 노려봤다.


청기와집은 자식 일곱 중 여섯이 죽고 한 명이 실종된 불길한 곳이었다. 그 청기와집 뒤편에 무시무시한 귀굴이 있었다.


귀굴을 잠시 노려보던 유강인이 말했다.


“어르신들을 만난 후 귀굴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이장이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네에? 귀, 귀굴에 올라가시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한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안내해주시죠.”


이장이 울상을 지었다. 그가 유강인 뒤에 있는 형사들의 얼굴을 살폈다.


형사들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특히 한 명의 얼굴이 무서웠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큰 고릴라 한 마리가 서 있는 거 같았다.


이장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귀굴을 안내하겠습니다. 다행히도 날이 화창하네요.

귀굴은 워낙 꺼림칙해서 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밝은 낮이라 그나마 다행이네요.

날이 궂으면 거기 가기가 정말 무섭습니다.”


“비어있는 굴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근처만 갔었지 귀굴 안으로 들어간 적이 없어서 … 귀굴 안에 뭐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군요.”


“어르신들이 그랬어요. 귀굴에서 사람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

너무나도 소름 끼치는 소리라 그 소리를 듣기만 해도 팍 늙는다고 했어요. 수명이 10년 이상 확 줄어든다고 했어요. 그런 곳이니 짐승도 없겠죠.”


‘귀신이 우는 소리라? 심상치 않은 데.’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그가 이장에게 말했다.


“어떻게 우는 소리죠?”


“그게, 한 맺힌 아이가 구슬프게 우는소리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사연이 있나요?”


“아주 오래전에 저 굴에서 한 아이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굴에서 계속 운다고 했어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들려준 옛날 얘기죠.”


“알겠습니다. 이제 어르신들을 뵈러 가죠.”


“네, 저를 따라오세요.”


이장이 걸음을 옮겼다. 수사팀이 그 뒤를 따랐다.


유강인이 걸으며 생각했다.


‘분명 청기와집은 평범한 곳이 아니야. 청기와집 뒤편에 귀굴이 있어.

귀굴은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한이 서려 있어. 한이라면 … 기적과 저주, 복수 중에서 저주와 복수에 해당할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쳤을 때 저 앞에 마을회관이 보였다.


수사팀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다. 앞에 신발 벗는 복도가 있었다.


복도 앞은 넓은 마루였다. 50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마루 한가운데 어르신 넷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방석을 깔고 앉았다.


모두 80살이 넘어 보였다. 깊게 파인 주름살, 허연 머리카락, 넓은 이마가 세월의 흐름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유강인이 동료들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기다리세요. 혼자 면담하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탐정님. 저는 담당 수사관인데 … 제가 빠지면 섭하죠!”


유강인이 그건 어렵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어르신들은 모두 고령입니다. 마음이 편해야 옛날 일이 잘 떠오를 겁니다. 여럿이 가면 심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저 혼자 가겠습니다.”


“그런가요? 그렇긴 하네요. 제가 무섭게 생기긴 했죠. … 알겠습니다. 어르신들이 놀라면 안 되죠.”


원창수 형사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원형사는 키가 아주 크고 체격이 우람했다. 딱 봐도 위압적인 풍모였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황수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탐정님 옆에 있을게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을 거 같아. 녹음기나 줘.”


“알겠습니다.”


황수지가 녹음기를 꺼내서 유강인에게 건넸다.


유강인이 녹음기를 받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가 어르신들을 향해 걸어갔다.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리자, 어르신들이 고개를 돌렸다.


유강인이 어르신들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어르신들, 안녕하십니까? 탐정 유강인입니다. 청기와집과 관련된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협조 부탁합니다.”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넷은 할아버지 세 명에 할머니 한 명이었다. 최연장자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기품이 있었다. 고상한 꽃무늬 인견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녀가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네, 맞습니다.”


“어서 자리에 앉아요. 동생! 막걸리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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