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55_굴에서 죽은 자와 복수의 칼날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고요함이 감돌자, 굴속 분위기자 자못 달라졌다.


이번에는 뭔가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불길한 정적이었다. 황정수가 다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여, 여기서 뭔가가 나올 거 같아요! 어서 나가요!”


그 말을 듣고 원창수 형사가 씩 웃었다. 그가 크게 웃으며 외쳤다. 그 소리가 동굴 안에서 크게 울렸다.


“하하하! 여기 원창수 형사님이 오셨다. 귀신아! 한번 나와봐라! 내가 한 방에 날려주마. KTX를 타고 저승으로 보내줄 테니 어서 와라!”


“원형사님!”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조용히 하라고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아, 알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유강인이 잠시 공터를 쭉 둘러봤다. 그러다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겉보기에 이렇다 할 게 없는 곳이었다. 다른 이들을 별거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유강인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묵념하는 듯했다.


잠시 후 유강인이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나가죠.”


“알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잠시 후 유강인과 동료들이 귀굴에서 나갔다. 귀굴에서 나가자, 밝은 햇살이 그들을 맞이했다.


“우와! 드디어 나왔다. 진짜 십 년 감수한 거 같아요.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황정수가 끔찍한 일을 겪은 듯 혀를 쭉 내밀며 말했다. 그럴만했다. 그는 굴속에서 그 누구보다 살 떨려했다.


유강인이 굳은 목소리로 이장에게 말했다.


“이제 내려가죠.”


“네, 알겠습니다.”


이장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수사팀이 따랐다.


잠시 후 이장과 수사팀이 청기와집 솟을대문 앞에 멈췄다. 유강인이 이장에게 말했다.


“이장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뭘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


“앞으로 경찰 수사에 잘 협조해 주세요.”


“그야, 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청기와집 앞에서 집사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큰일이 벌어졌으니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죠.”


“감사합니다, 이장님.”


이장이 말을 마치고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잠시 이장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돌려 솟을대문을 올려다봤다.


참 커다란 대문이었다. 저택의 첫 관문이자, 저택을 상징하는 문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내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저 앞에 흰색 페인트로 칠한 곳이 있었다.


그곳은 청기와집 집사 고두영이 쓰러진 곳이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청기와집 지씨 집안을 위해 봉사했다. 그곳은 그의 사망 장소였다.


유강인이 생각을 정리하고 동료들을 쭉 둘러봤다.


잠시 침묵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이 뭔가를 말할 것만 같았다.


동료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탐정의 입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지씨 집안에는 … 불운하게도 검은 피를 토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유전병이 있습니다.

그 병은 대를 잇기도 했고 대를 거르기로 했습니다. 모든 후손이 걸리는 병은 아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수사팀이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지씨 집안 할아버지인 지인광은 유전병이 없었습니다. 유전병은 그의 자식 대에서 발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일곱 자식 중 여섯이 유전병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은 여섯 번째 아들입니다. 그는 형과 여동생이 연달아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고 가출했습니다. 현재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참, 안됐네요.”


황정수가 혀를 찼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지인광의 자식 중 유전병이 제일 먼저 발병한 사람은 막내딸이었습니다.

지인광은 막내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궁 보살을 불렀습니다.

당시 용궁 보살은 나이가 꽤 젊었습니다.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젊은 나이였지만, 아픈 사람을 살리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건 비장의 무기, 약이었습니다. 그 약은 검붉은 액체였습니다.”


검붉은 액체라는 말에 동료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여기 어르신들 증언에 따르면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은 대성공했습니다. 사경을 헤맸던 막내딸이 몸을 일으키고 건강했던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한마디로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그런데 그건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했습니다. 몇 달 후 막내딸은 다시 쓰러졌습니다. 결국, 병이 다시 도져서 사망했습니다.

이후 다른 자식들도 유전병에 걸려서 하나둘씩 죽어갔습니다.”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용궁 보살의 약은 그 약효가 일시적이지만, 그 효과가 좋았습니다. 대단한 약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약에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그 비밀은 아이의 피였습니다. 약을 만들려면 아이의 피가 필요했습니다.

용궁 보살은 신선한 피를 얻기 위해 한 아이를 골랐습니다. 그 아이는 청기와집 하인 김덕길의 딸이었습니다.

지인광은 사랑하는 막내딸을 살리기 위해 인면수심이 됐습니다. 김덕길의 딸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 그 일로 하인의 딸은 죽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 하인 김덕길은 주인에게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그러다 주인에게 죽고 말았습니다.”


“네에?”


“사람의 피로 약을 만들었다고요? 그것도 아이 피로!!”


동료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분노를 참으며 말을 이었다.


“지인광과 용궁 보살이 고의로 김덕길의 딸을 죽였는지 아니면 실수였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 많은 피가 필요했던 건 사실 같습니다.

하인과 그 딸이 죽은 후, 지인광은 이 사실을 숨기려 했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이 사실은 암암리에 마음에 퍼져나갔습니다.

둘의 죽음을 목격한 목격자가 소문을 낸 게 분명합니다.

이는 큰 범죄였습니다. 당연히 지인광과 용궁 보살은 처벌을 받아야 했지만, 지인광은 이곳 유지였습니다. 권세를 이용해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남편과 딸을 잃은 부인은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남은 딸을 데리고 야밤에 도주했습니다.

그녀는 두려웠을 겁니다. 주인 지인광이 비밀을 지키려 자신과 남은 딸마저 죽일 거로 생각했겠죠.”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아무리 오래전 일이지만, 사람의 생명을 저렇게까지 경시하다니 …. 하인과 하인의 딸은 죽어도 되는 건가요?”


“그때는 공공연하게 하인이 있었던 시절이네요. 그래서 이런 참극이 가능했던 거 같아요.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해요.”


동료들이 모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유강인이 두 눈을 감았다. 희생된 둘을 위로하고 두 눈을 번쩍 떴다. 그가 말했다.


“당시 지인광은 그 소문을 틀어막았지만, 이를 영원히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이야기를 생각하세요. 진실은 감추려 해도 어떻게든 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날의 참상을 증언했던 소문이 어느 날부터 전설이 된 겁니다. 소문이 전설로 둔갑해 오늘날까지 내려왔습니다.”


“소문이 전설이 됐다고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전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청기와집 뒤편 귀굴 속에는 억울하게 죽은 아이 귀신이 있고 그 아이가 굴에서 울부짖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전설은 진실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습니다. 귀굴 속에 아이 시신이 있다는 걸 돌려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하인 김덕길의 딸입니다.

현재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유골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엔 딸 뿐만 아니라 아버지 김덕길도 같이 바닥에 묻혀 있을 거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동료들이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설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났다. 귀굴의 전설은 머나먼 옛날 일이 아니었다. 60년 전 참극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강인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원형사님!”


“네, 유탐정님.”


원창수 형사가 답했다.


“귀굴의 바닥을 파헤쳐야 합니다. 시신을 찾으세요! 시신을 찾으면 우리가 힘을 모아서 그 억울한 한을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하진석 형사에게 말했다.


“하형사님!”


“네! 유탐정님.”


“죽은 하인의 이름은 김덕길입니다. 그는 이곳 사람이고 부인은 외지 사람입니다.

부인이 남은 딸과 함께 야밤에 도주했습니다. 둘의 행방을 찾아야 합니다. 둘은 커다란 복수심을 품었을 게 분명합니다.

60년이 지난 지금, 김덕길의 후손이 병아리 2와 손을 잡고 지씨 집안과 용궁 보살에게 복수를 감행한 거 같습니다.

그 후손은 정황상 … 오진주입니다. 오진주가 바로 김덕길의 후손 같습니다. 그래서 오진주를 납치한 거 같습니다.

지인광과 용궁 보살은 60년 전 오진주 이모의 피를 뽑아서 죽였습니다. 31년 흐른 후 29년 전, 조카인 오진주를 납치해 피를 또 뽑았습니다.

아마도 김덕길 후손의 피가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60년 전, 이모의 피가 효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카의 피가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김덕길의 후손 중 아이의 피가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세상에! 60년 전에 이모가 죽었잖아요. 그 피가 마구 뽑혀서 … 31년이 흐른 후 조카를 납치해서 또 피를 뽑았다고요? 그 조카가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갇혔던 진주란 말이죠?”


“맞아요! 진짜 악랄하다!”


“그래서 복수한 거군요. 복수할 만했네요.”


동료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복수의 동기가 명백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한마디로 지씨 집안과 김덕길 집안은 악연 중의 악연이었습니다. 청기와집 하인이었던 김덕길 집안은 철저히 당했습니다.

오진주는 명덕산 비밀연구소에서 구출된 후, 진상을 알고 복수를 다짐한 게 분명합니다.

그녀가 바로 사이비 종교 청천의 궁녀고 용궁 보살의 수제자이며 병아리 2의 아내입니다.

납치된 오진주는 실험체 병아리 3였습니다. 비밀 연구소에 병아리 2가 있었습니다. 그때 인연으로 둘이 부부가 된 거 같습니다.”


“탐정님, 용궁 보살은 오진주의 원수인데 왜 제자가 된 거죠?”


“좋은 질문입니다. 오진주는 복수와 별개로 용궁 보살의 비법을 물려받으려고 한 거 같습니다.

용궁 보살은 지남철 박사와 손을 잡은 후, 문제의 약을 만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비법까지는 전수한 거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용궁 보살의 비법을 완벽히 알기 위해 오진주가 복수심을 감추고 용궁 보살의 제자가 된 겁니다.

용궁 보살을 오랫동안 옆에서 모신 장동숙은 비법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늦게 제자가 된 오진주는 수제자가 되어 그 비법을 물려받았습니다.

이는 오진주가 타오르는 복수심을 철저히 감추고 용궁 보살의 비위를 잘 맞춘 게 분명합니다. 와신상담입니다.”


황정수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완전히 적과의 동침인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지. 이건 병아리 2의 뜻이었을 거야. 용궁 보살의 비법을 완전히 알아내기 위해 부인인 오진주를 이용한 거야.

용궁 보살은 그것도 모르고 비법을 오진주에게 전수한 거고 … 오진주는 복수의 칼을 철저히 숨기다, 기다리던 때가 되자, 가문과 자신의 복수를 한 거야.

저 앞에서 죽은 집사 고두영도 오진주가 죽였을 거야. 고두영은 아주 오랫동안 청기와집에서 일했어.

고두영은 60년 전 김덕길과 그 딸이 죽었을 때 관여한 거 같아. 그래서 복수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거야.”


“그렇군요. 용궁 보살과 집사 고두영은 김덕길의 후손 오진주가 죽인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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