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5분 후, 유강인이 조사를 마쳤다. 그가 어르신들에게 공손히 말했다.
“어르신들,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고.”
꽃무늬 할머니가 방긋 웃고 답했다.
“목이 컬컬하네.”
꽃무늬 할머니가 다시 막걸리 잔을 들었다. 그렇게 꿀물 같은 술을 마셨다. 할아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1분 후 유강인을 비롯한 수사팀이 마을 회관에서 나왔다. 이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을 회관 안에 있었다.
유강인이 이장을 기다렸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을 지켰다.
동료들이 유강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탐정님이 뭔가 알아내셨겠죠?”
“그런 건 같아요. 그런데 표정이 밝지 않으시네.”
마을 회관을 잠시 정리하던 이장이 어르신들에게 말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천천히 술 드세요.”
“그래, 어서 나가봐.”
이장이 어르신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마을 회관에서 나갔다.
이장이 나오자, 동료들이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탐정님, 진상이 밝혀졌나요?”
“탐정님 표정을 보니 … 뭔가가 드러난 거 같은데 어서 말해주세요. 궁금해요!”
“음!”
유강인이 대답 대신 헛기침했다. 그가 이장에게 말했다.
“이장님, 청기와집 양갱을 아시나요?”
이장이 당연하다는 듯 손뼉을 짝 치고 답했다.
“그럼요, 잘 알죠. 제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간식이에요. 유탐정님도 청기와집 양갱을 아시는군요. 우리 진향리에서 유명한 양갱이에요.
양갱은 청기와집과 함께 우리 마을의 명물이에요!”
“그렇군요.”
청기와집 양갱은 병아리 2가 유강인 집으로 보낸 선물세트였다. 병아리 2는 29년 전 유강인 앞에서 양갱을 맛있게 먹었었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청기와집 양갱은 … 누가 만들고 있죠?”
“청기와집 지씨 집안에서 만들고 있어요. 여기에서 차 타고 10분 정도 가면 양갱 만드는 공장이 있어요.”
“언제부터 양갱을 만들었죠?”
“아주 오래전부터요. 일제시대부터 만들었어요. 양갱의 시초는 지씨 집안이 아니라 양씨 집안이에요.
양씨 할아버지가 일본에 갔다가 양갱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들었어요.
이후 양씨 집안에서 양갱을 만들었는데 지남철 박사님이 그 양갱을 참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천재가 좋아하는 양갱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어요. 그러다 15년 전인가? 지씨 집안에서 양갱 제조 기술을 사들였어요. 그리고 공장을 세웠어요.
그래서 이름이 양씨 양갱에서 청기와집 양갱으로 바뀌었어요.”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기와집 양갱에 그런 역사가 있었다.
29년 전 병아리 2가 먹었던 양갱은 시간상, 청기와집 양갱이 아니라 양씨 집안 양갱이었다.
유강인이 양갱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병아리 2 그놈이 먹던 양갱은 양씨 집안 양갱이었군. 양씨 집안 양갱은 지남철 박사가 좋아했던 간식이야. 연구소 안에 양갱이 잔뜩 있었던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악의 연결은 지인광부터 시작했어. 그게 아들 지남철 박사로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실험체 병아리 2가 바통을 이어받았어.
병아리 2가 마지막 악의 고리야. 이는 생각할수록 특이한 일이야.
마지막 후계자가, 후손인 지단길 박사가 아니라 실험체였던 병아리 2였다니 … 역시 세상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
피해자였던 병아리 2가 악의 선봉장이 됐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지남철 박사가 그의 본능을 깨운 건가? 그래서 병아리 2가 각성한 건가?’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건의 전개가 심상치 않았다.
‘악의 화신이 된 병아리 2는 기적을 원했어. 지인광, 지남철 부자가 못다 이른 꿈! 기적의 약, 바이오클린을 완성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생체 실험을 자행했어.
진실은 아이러니 속에 있었어! 검은 악들이 손을 잡았어. 한가지 목표를 위해!’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이장에게 말했다.
“이장님, 귀굴로 안내해주세요.”
“귀, 귀굴이요? 정말 가시려고요?”
“네!”
“아, 알겠습니다.”
이장이 답을 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정말 귀굴로 가기 싫은 거 같았다. 그렇지만,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사건을 담당하는 탐정의 부탁이었다.
이장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탐정님, 저는 … 굴 밖에 있어도 되죠?”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장이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장섰다.
수사팀이 이장을 따라서 청기와집 뒤편 귀굴로 향했다.
귀굴로 올라가는 길은 꽤 가파랐다.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위로 올라가는 길이 험난했다. 길이 좁고 경사가 높았다. 한마디로 힘든 산행이었다.
“휴우~!”
이장이 숨을 헐떡이며 위로 올라갔다. 수사팀도 마찬가지였다.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서 계속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이장이 산 중턱 공터에 올라갔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고 숨을 골랐다.
수사팀도 산 중턱 공터에 올라갔다.
산 중턱 공터는 예상보다 넓었다. 열 명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망은 아주 좋았다. 청기와집을 비롯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귀신 굴이라고 불리는 동굴이 있었다.
이장이 숨을 고르고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 검지로 저 앞을 가리켰다.
앞에 집채처럼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바위에 블랙홀 같은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이 바로 귀굴의 입구였다.
귀굴에는 전설이 내려왔다. 굴속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귀굴 입구를 자세히 살폈다.
귀굴 입구는 작지 않았다. 성인 남자 둘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저곳이군.”
유강인이 귀굴 입구를 확인하고 미간을 모았다. 매서운 눈매로 귀굴을 노려봤다.
귀굴은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입구가 칠흑처럼 어두웠다. 불길함이 넘쳐 흘렀다. 거대한 악어가 입을 쫙 벌린 듯했다. 그 아가리에서 맹독을 사정없이 뿜어내는 거 같았다.
“좋다!”
유강인이 귀굴을 향해 걸어갔다. 공터 끝에서 귀굴까지는 10여m였다. 이장과 동료들이 그 뒤를 따랐다.
유강인이 귀굴 입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뿜어나오는 냉기를 느낀 듯 옷깃을 여몄다.
“으으으~!”
이장이 신음을 내뱉고 말했다.
“유탐정님, …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저 동굴은 항상 불길해요. 근처에도 가기 싫어요. 냉기가 소름 끼쳐요! ”
“알겠습니다. 이장님은 여기에서 기다리세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귀굴 안으로 들어갔다.
귀굴 안을 들여다보던 형사 둘이 침을 꿀컥 삼켰다. 둘의 얼굴에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앞에 있는 굴은 말 그대로 섬뜩한 곳이었다. 그 누구라도 들어가기 싫은 곳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꺼리는 곳이지만, 탐정 유강인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귀굴 안으로 들어가자, 원창수 형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들어가자고! 유탐정님은 우리가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어.”
하진석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둘이 유강인을 따랐다.
“아, 아이고!”
조수 둘이 굴 근처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동굴에서 뿜어나오는 냉기가 소름 끼쳤다.
이장은 벌써 자리를 피해서 공터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그가 등을 돌리고 마을을 내려다봤다.
“선임 조수님, 어서 가죠. 탐정님이 들어가셨는데 ….”
황수지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황정수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 당연히 가야지. 탐정님이 가면 조수가 가야지. 바늘이 가면 실이 따라가야 해.”
조수 둘도 동굴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황정수가 귀굴 입구 앞에서 아연실색했다. 깊은 어둠 속에서 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굴 안에 괴물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
황수지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그럴 리가요. 뭔가가 있다면, 야생 동물이겠죠.”
“야, 야생 동물? 야생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해?”
“원창수 형사님이 계시잖아요. 항상 말씀하는 게 있잖아요. 원투 스트레이트 어퍼컷으로 끝내시겠죠.”
“그, 그렇지? 원투 스트레이트 어퍼컷으로 끝내시겠지.”
황정수가 몸을 바들바들 떨며 굴 안으로 들어갔다. 황수지가 그 뒤를 따랐다. 조수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쭉 흘러내렸다.
그렇게 수사팀 전부가 귀굴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척이 사라지자, 이장이 등을 돌렸다. 텅 빈 공터를 보고 몸을 떨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다 들어가셨네. 이거 괜찮아야 하는데 ….”
굴 입구는 밝은 편이었다. 햇빛이 들어왔다.
굴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햇빛이 미치지 못했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유강인이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르던 원창수 형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유탐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습니다. 저스티스 원창수 형사만 믿으세요.
제 실력이면 귀신도 때려잡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원형사는 용감한 형사였다. 그 용기를 믿을만했다.
유강인과 형사 둘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굴 깊숙이 들어가자, 블랙 그 자체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랜턴이 필요했다.
원창수 형사가 하진석 형사에게 말했다.
“핸드폰 라이트라도 켜자!”
“네, 알겠습니다.”
두 형사가 핸드폰을 꺼내서 라이트를 켰다. 불빛 두 개가 보였다. 약한 불빛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불빛 두 개가 어두운 굴 속을 비췄다.
유강인의 두 눈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새벽녘 올빼미 눈 같았다. 눈이 차츰 어둠에 적응했다. 사방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걷는 곳은 굴 통로였다. 저 앞에 넓은 곳이 있었다.
‘그렇군.’
유강인이 형사 둘에게 말했다,
“곧 굴 끝에 다다를 거 같습니다. 바닥을 잘 살피세요. 혹 뭐가 있을지 모릅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과 형사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앞발로 바닥을 툭툭 건드리며 뭐가 있는지 살폈다.
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통로가 점점 넓어졌다. 입구에서 10여m를 더 가자, 공터 같은 게 나왔다.
유강인과 형사 둘이 공터로 들어갔다. 공터는 천장이 높았다. 높이가 2m 50cm 이상이었다. 그래서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공터에 들어간 유강인과 형사 둘이 걸음을 멈추고 그 안을 쭉 살폈다.
뒤이어 조수 둘도 공터 안으로 들어왔다.
핸드폰 라이트 네 개가 공터를 비췄다. 불빛 네 개가 모이자, 그런대로 공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황정수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휴우~! 다행히 아무것도 없네요. 그런데 무척 추워요. 얼음 냉동고 같아요.”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옷깃을 올렸다.
유강인도 그 냉기를 느꼈다. 영하 30도가 훌쩍 넘는 냉기였다. 벽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그 갈라진 틈에서 살 떨리는 냉기가 흘러나왔다.
“음~!”
유강인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공터와 암벽을 살폈다. 공터의 크기는 두 사람이 거주하는 방 같았다.
비어 있는 공간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풀이나 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바람 소리가 들렸다. 쉬이익! 하며 갑자기 들리는 커다란 소리였다.
유강인의 뒤 귀가 쫑긋했다.
쉬이익! 하며 바람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 소리가 아이 울음소리 같았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 아이고! 이건 아이 울음소리인데!!”
황정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굴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이장이 말한, 한에 사무친 아이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아악! 하며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거 같았다. 그 높은 어조가 생생하게 들렸다.
“타, 탐정님!”
황정수가 유강인 옆에 착 달라붙었다. 유강인의 소매를 잡고 덜덜 떨었다. 턱이 마구 떨려서 치아가 딱딱! 부딪혔다. 그 소리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들렸다.
커다란 바람 소리와 함께 딱딱! 이 부딪히는 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진정해. 이건 바람 소리야. 아이 우는 소리가 아니야!”
유강인이 두 눈을 볼링공처럼 크게 떴다. 그가 말을 이었다.
“바람 소리가 아이 우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이런 데에 현혹되면 안 돼! 정신 차려!!”
유강인의 목소리가 10년 동안 갈고 닦은 칼처럼 날카롭고 단호했다. 진실을 갈구하는 칼날이었다.
그 소리가 바람 소리를 압도했다. 날카로움이 섬뜩함을 이겼다.
그 기세가 꺾인 듯 바람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사방이 점점 고요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