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용궁 보살은 평범한 무당이 아니었다. 그녀의 굿은 다른 이의 생명을 요구했다.
‘검붉은 액체!’
유강인이 장동숙의 말을 떠올렸다. 장동숙이 분명히 말했다. 용궁 보살이 검붉은 액체를 만들었다고 분명히 말했었다. 검붉은 액체가 바로 약이었다.
그 약은 공교롭게도 피 색깔과 유사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그래! 용궁 보살은 지인광한테 요구한 게 있었던 거야. 그건 바로 어린 소녀의 피였어. 그 피로 약을 만든 거야. 바로 검붉은 액체야!’
유강인이 어르신들에게 서둘러 말했다.
“지인광은 막내딸을 살리려 굿을 했습니다. 그 굿을 주관한 무당이 누구죠? 무당의 이름을 아시나요?”
“글쎄?”
“하도 오래전 일이라 … 잘 모르겠어.”
유강인이 말했다.
“그 무당 이름이 용궁 보살인가요? 용궁 보살 네 글자를 잘 생각해보세요.”
“용궁 보살이라고?”
“그 무당 이름이 용궁 보살이었나?”
어르신들이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서로 쳐다봤다. 아주 오래전이라 그때 일이 가물가물한 거 같았다.
마을 회관에 잠시 침묵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이 답답함을 감추고 그 침묵을 참았다.
1분 후, 한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 굿판에 분명히 있었어 … 그런데 무당 이름은 잘 모르겠어.”
잠시 생각에 잠겼던 꽃무늬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 굿은 나도 본 거 같아 … 신명이 났던 거 같아, 무당 이름은 잘 모르겠어.
… 무당이 작두 위에서 펄쩍 뛰었던 거 같은데, 아! 굿이 끝날 때 딸이 호전됐어. 그래서 그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이 기뻐했어.”
“네에? 굿이 끝나자, 딸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응, 그래서 지인광 그 양반이 큰 잔치를 벌였어. 그건 분명히 기억나.
무척 무서운 양반이었지만, 돈은 참 잘 썼어. 그때 거하게 얻어먹었어.
지인광 그 양반이 말했어. 막내딸이 다 나았다고 아주 기뻐했어. 무당이 아주 용하다고 했어.”
“그렇군요.”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굿이 끝나자마자, 아픈 딸이 호전됐다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이는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이 실제로 효험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용궁 보살의 신딸 장동숙도 분명 그렇게 증언했다. 스승이 만든 약이 분명 효험이 있었다고 ….
일시적인 효험이라도 효험이 있다면 그건 무시할 수 없었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굿을 하기 전 막내딸의 상태가 어땠나요? 아주 위중했었나요?”
꽃무늬 할머니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때 아주 위중했던 거 같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어.”
한 할아버지가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말했다.
“그때 지인광 그 어른이 용한 의원을 쉴새 없이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다 효험이 없었던 거 같아요.”
꽃무늬 할머니가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맞아, 그랬던 거 같아. 그래서 막내딸이 곧 죽는다는 소문이 나돌았어. 그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혀를 찼었어. 딸 나이가 너무 어렸거든.”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위중했던 막내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말이군요. 굿이 끝나자마자 ….”
“그렇지. 그래서 참 신기한 일이라 생각했어. 용궁 보살한테 신기가 있다고 다들 생각했어.”
꽃무늬 할머니 입에서 용궁 보살이라는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그녀가 깜짝 놀랐다.
“아! 맞아. 그 무당 이름이 용궁 보살이었어.”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60년 전 청기와집에서 굿을 한 무당은 용궁 보살이 맞았다.
할아버지들이 너도나도 입을 열었다.
“아! 그런 거 같네요. 용궁 뭐 어쩌고 했던 거 같아요.”
“용왕 보살이었나? 용자가 들어갔던 거 같네요.”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다음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이후 딸의 상태가 다시 나빠졌군요.”
꽃무늬 할머니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지! 몇 달 동안은 멀쩡했는데 그렇게 됐어. 동틀녘에 물 뜨러 갔다고 쓰러졌다고 들었어.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그 기억은 생생해.”
“물을 뜨러 갔다고요?”
“응, 우리 동네에 약수가 있어. 용천수라고 유명한 물이야. 막내딸이 효성이 지극했어. 그래서 진향리 심청이라고 불렸어.”
“진향리 심청이라고요?”
“응. 그러고 보니 또 떠오르는 게 또 있네. 그 별명은 무당 때문에 생긴 거야.
무당이 굿을 할 때 심청을 불렀어. 무당이 용왕과 심청을 모셨어.”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였다.
용왕과 심청은 용궁과 관련이 깊었다. 용궁은 용왕이 사는 곳이었다, 심청은 인당수에 빠졌다고 용왕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꽃무늬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막내딸이 동틀녘에 아버지 드실 물을 뜨러 갔다가 검은 피를 토했다고 들었어. 피를 토하고 몸이 다시 나빠졌어.
이후 얼마 있다가 죽었어 … 그렇지? 동생들?”
“맞습니다, 누님.”
“그런 거 같아요.”
할아버지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이는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이 분명 효험이 있지만, 그 효능에 제한이 있다는 말과 같아.
막내딸은 … 그 뛰어난 효험으로 몇 달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거야. 그러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서 병이 재발했고 결국, 속수무책으로 죽은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지인광은 막내딸이 중병에 걸리자, 그 병을 고치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어. 그렇게 노력했지만, 효과가 없었어.
그러다 마지막으로 용궁 보살을 불렀고 그게 효과를 봤던 거야.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은 일시적이었지만, 분명 효과가 있었어. 다른 약들은 일시적인 효과조차도 없었어.
그렇구나! … 용궁 보살의 약이 기적의 약의 시초였던 거야. 검붉은 액체가 바로 상용화를 앞둔 바이오클린의 기원이야. 바이오클린은 유전병과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 기적의 약이야.
바이오클린의 기틀은 지남철 박사가 세웠어. 지박사는 당대의 천재였어. 천재의 눈에 용궁 보살의 약이 보였던 거야. 그는 그 약을 먹고 호전된 막냇동생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유강인이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지남철 박사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지남철 박사가 만든 억제제도 용궁 보살의 약에서 나온 게 분명해. 그래서 제한적이지만, 효과가 있었던 거야.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 무속과 과학이 결합한 거야. 무당이 만든 약을 바탕으로 최첨단 생명 공학을 이용해 신약을 만든 거야!’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명덕산 비밀 연구소에 지남철 박사와 조수, 납치된 아이 네 명 그리고 한 명이 더 있었다. 마지막 자는 다름아닌 용궁 보살이었다.
지남철 박사와 용궁 보살이 두 손을 꽉 잡았다.
유강인이 바이오클린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지남철 박사는 억제제를 만든 후 치료제를 만들려고 한 거야.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은 문제가 있었던 게 분명해.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계속 주입하면 별 효과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그 약효를 체내에 계속 유지하려고 첨단 과학을 이용한 거야. 그게 바로 유전자 변형이야!
지남철 박사는 생명 공학의 권위자였어. 생명 공학은 유전자와 연결되어 있어.
지박사는 용궁 보살이 만든 약을 발전시켜 기적의 약을 만들려 했고 그 약이 결국, 완성됐어.
생체 실험을 자행한 청천의 궁극의 약이 바로 기적의 약이고 이게 바로 인광 연구소의 바이오클린이야!’
유강인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래서 청천의 교주가 궁극의 도를 깨달은 자, 궁인인가? 궁인은 기적을 행하는 자고 그자가 바로 병아리 2야.
정황상 실험체였던 병아리 2가 자신을 납치했던 지남철 박사의 연구를 이은 게 분명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의 머릿속에 당대에 천재라고 불렸던 지남철 박사의 계획이 떠올랐다.
지박사는 젊은 시절 막냇동생의 발병과 호전 그리고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이는 너무나도 비참한 일이었고 그도 언제 발병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지남철 박사는 이후 뛰어난 생명 공학 과학자가 됐다. 그가 주목한 건 용궁 보살이 만든 약, 검붉은 액체였다.
지박사는 자신과 가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용궁 보살을 찾았고 그렇게 둘이 손을 잡았다.
용궁 보살의 약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피가 절실했다. 이에 비밀 연구소가 필요했다.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가 생각했다.
‘명덕산 비밀 연구소가 그렇게 세워진 거군.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뽑고 연구하려면 정상적인 연구소를 세울 수 없었어.
그런데 한가지가 좀 이상해! 지남철 박사는 과학자였어. 그런 비밀 공사를 할 사람이 아니야.
용궁 보살도 마찬가지야. 용궁 보살은 무당이지. 그런 커다란 비밀 공사를 담당할 사람이 아니야.
그러면 비밀 연구소를 누가 만들었지? 이걸 할 사람은 분명 지남철 박사의 측근이어야 해. 그래야 비밀이 새지 않아.
어? 지남철 박사 아버지 지인광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 머슴이었다가 대부호가 된 사람이야.’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지인광이 굴을 파는 걸 주도했다면, 그런 일을 전에 했었던 건가?
… 굴을 파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그걸 아주 몰래 해야 했어. 그런 일을 몰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 도굴꾼! 그래서 6.25때 큰돈을 번 건가?
지인광의 정체가 도굴꾼인가? 도굴로 머슴에서 대부호가 된 건가?’
유강인의 이마에서 식은땀 하나가 쭉 흘러내렸다. 지씨 집안의 정체가 곧 드러날 것만 같았다. 그 정체는 아주 추악할 것만 같았다.
입지전적인 성공 신화가 아니라 그 속에 불의와 추악한 범죄가 숨어 있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명덕산 비밀 연구소는 결국, 도굴꾼 지인광과 과학자 지남철, 무당 용궁 보살의 합작품이었던 거야.
셋이 뭉쳐서 비밀 연구소를 만들고 아이들을 납치해서 피를 뽑았어. 용궁 보살은 그 피로 무속의 약을 만들었고 지남철 박사는 그 약을 바탕으로 현대 기술을 접목해 억제제를 만들었어.
이후 지박사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까지 만들려 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어.
결국, 기적이 약 바이오클린은 도굴꾼 지인광과 흡혈귀 용궁 보살, 천재 과학자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남철 박사에게서 기원한 거야. 셋이 한 몸을 이뤘어. 역시 삼위일체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었다. 그가 꽃무늬 할머니에게 물었다.
“하인과 딸이 죽었을 때 지인광씨가 이를 뭐라고 말했죠?”
꽃무늬 할머니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무슨 사고가 나서 하인 집 부녀가 같이 죽었다고 했어. 그게 자기랑 관련이 없다며 지씨 집안과 그 부녀의 죽음을 엮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어.”
“시신은 어떻게 됐죠?”
“지인광 그 양반이 시신을 잘 수습했다고 했어. 비싼 돈 들여서 장사를 잘 지냈다고 말했어.”
“죽은 하인의 이름을 아시나요?”
꽃무늬 할머니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아주 잘 알지. 그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야. 같이 자랐던 이웃이야. 그 사람 이름은 덕길이. 김덕길이야.
죽은 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 부인은 외지 사람이었어. 무슨 댁으로 불렸는데 잘 모르겠어.”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조사 결과, 많은 소득이 있었다. 60년 전 청기와집에서 벌어졌던 참상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