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59_이 중에 범인이 있다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박동철이 말했다.


“두 분은 아주 충실하신 분들이셔. 돌아가신 고두영 어른처럼, 지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셔.

현재 정밀 부검 때문에 … 장례를 언제 치를지 알 수 없어. 열흘도 더 걸릴 거라는 말이 있어.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거야. 슬픔을 참으며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

비서 일이란 게 원래 그런 거야. 요리사도 마찬가지고 … . 요리사가 쉬는 거 봤어?”


“그래, 알았어.”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파티에서 고두영의 자식들을 만나야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간파해야 했다.


탐정단과 박동철이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귀빈실이 있었다.



1층 2층 3층! 딩동댕!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강인아, 나를 따라와.”


박동철이 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갔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적의 소굴로 들어가야 했다.


“이제 시작이네.”


“맞아요, 지금부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바짝 긴장해야 해요.”


조수들이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유강인이 추리한 게 맞는다면, 오늘 파티에 병아리 2과 1을 모습을 드러낼 게 분명했다.


병아리 2는 연구원 중에 있을 거 같았고 병아리 1은 지단길 박사 측근 중에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파티에 참석한 비서와 요리사 중에서 의심스러운 자가 있을 수 있었다.


“자, 가자!”


유강인이 말했다. 큰 목소리였다. 그렇게 긴장감을 털어 버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네, 호랑이 굴에 들어가요.”


“한번 부딪혀 보지 뭐.”


조수 둘도 그 뒤를 따랐다. 조수 둘의 얼굴이 상기됐다.


한마디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3층 복도는 좌우로 아주 길었다. 분위기는 조용했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흘러내렸다.


파티 장소인 귀빈실은 복도 우측 끝에 있었다.


박동철이 귀빈실로 향했다. 탐정단이 숨을 죽이고 그 뒤를 따랐다.


조용한 복도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그러다 그 소리가 그쳤다.


박동철이 귀빈실 문 앞에 섰다. 탐정단은 그 뒤에 있었다.


귀빈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유강인보고 어서 들어 오라는 거 같았다.


“음~!”


박동철이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장님, 유강인 탐정님과 조수님이 오셨습니다.”


“오! 어서 안으로 모셔.”


지단길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병자의 목소리 같았다.


“들어가시죠, 유강인 탐정님.”


박동철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경비 팀장님.”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하고 한번 심호흡했다. 그리고 귀빈실 안으로 들어갔다. 조수 둘이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쓱! 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귀빈실 안은 꽤 넓었다. 방 한가운데에 직사각형 테이블이 있었다. 물감 상자처럼 길쭉했다. 딱 보아도 최고급 제품이었다.


테이블 가를 따라 의자 10개 있었다. 푹신한 쿠션 의자였다.


방 우측에는 커다란 와인 냉장고가 있었다. 왼쪽에는 이동식 조리대가 있었다.


이동식 조리대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다. 요리사가 분명했다.


쿠션 의자에 여덟 명이 앉아 있었다.


탐정단이 안으로 들어가자, 박동철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공손히 문을 닫았다.


“음!”


유강인이 귀빈실 안을 쭉 둘러봤다. 먼저 지단길 박사 남매가 보였다. 유강인은 그들은 만났었다. 그래서 익숙했다. 셋이 상석에 앉았다. 출입문에서 바로 보이는 자리였다.


테이블 가를 따라 연구원들과 비서가 앉았다.


“유강인 탐정님, 어서 앉으세요. 쿨럭!”


지단길 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기침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응?”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지박사의 안색이 창백했다.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한마디로 병자의 안색이었다. 힘도 없어 보였다.


이는 지단길 박사뿐만이 아니었다. 오빠 옆에 앉은 지정혜, 지수미도 마찬가지였다.


남매의 안색이 모두 창백했다.


“쿨럭! 쿨럭!”


지단길 박사가 기침을 자지러지게 했다. 힘들게 손수건을 들고 입을 닦았다. 손수건에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거, 검은 피!”


유강인이 검은 피를 보고 다시한번 깜짝 놀랐다.


귀빈실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그건 무거운 정적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텔에서 지박사 남매를 만났을 때 막냇동생 지수미가 발병했었다. 이후 남매가 모두 발병한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남매의 안색이 모두 창백한 거였다.


잠시 괴로운 침묵이 흘러내렸다.


그 침묵을 깨려는 듯 지단길 박사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유강인 탐정님. 몸이 말이 아니라서 …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조수님들도 앉으세요.”


“알겠습니다. 몸이 불편하시군요.”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빈자리를 찾았다. 상석 맞은편에 빈자리 세 개가 있었다. 탐정단이 그 자리에 앉았다.


“으으으~!”


지단길 박사가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눈을 비빈 후 두 눈을 계속 깜빡였다. 시력에도 문제가 있는 거 같았다.


동생 둘이 오빠의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언니인 지정혜가 힘없는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수미가 발병한 후 오빠와 저도 발병했어요. 남매가 다 병에 걸렸어요. 모두 검은 피를 토했어요. 몸이 나빠지면서 시력도 많이 떨어졌고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말했다.


“그러면 파티가 아니라 푹 쉬면서 치료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지단길 박사가 아픈 중에도 씩 웃었다. 그가 말했다.


“유탐정님, 괜찮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이오클린이 완성됐습니다. 우리 남매는 그 약 덕분에 병을 말끔히 고칠 수 있습니다.”


바이오클린 완성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긴장감을 느꼈다. 이 말은 사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말과 같았다.


지단길 박사가 말을 이었다.


“하늘이 우리 남매를 도왔습니다. 맥 놓고 죽지 말라는 듯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바이오클린이 완성됐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모두 여기 계시는 연구원님들 덕분입니다. 쿨럭!”


“그래도 이건 좀 무리 같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지단길 박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답했다.


“몸이 무겁고 눈이 침침한 것만 빼면 버틸만합니다. 아, 기침도 자주 하죠. 그렇지만, 이 정도는 견딜만합니다. 당장 죽는 병이 아닙니다. 억제제도 먹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상태가 좀 심해 보입니다.”


지단길 박사가 씩 웃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예상과 달리 상태가 심한 건 맞습니다. 그래서 곧 바이오클린을 처방받을 겁니다. 그러면 다시 건강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언제 발병하셨죠? 호텔에서 봤을 때는 멀쩡하셨습니다.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거 같습니다.”


“어제 새벽에 발병했습니다. 검은 피를 토하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쉴까 했지만, 고생하신 우리 연구원님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셨는데 … 연구소를 책임지는 소장인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참석했습니다.”


오빠가 말을 마치자, 수석 연구원 지정혜가 입을 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수석 연구원입니다. 연구원들이 모이면 저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홍보팀장 지수미도 입을 열었다.


“저는 홍보실장입니다. 소장님이 가는 곳이라면 항상 옆에 있어야 합니다.”


지단길 박사 동생들도 오빠와 뜻을 같이했다.


“그렇군요.”


“쿨럭! 쿨럭!”


유강인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매가 모두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손수건으로 입을 닦고 힘없이 웃었다.


세 개의 손수건에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남매 모두 유전병이 발병했다. 모두 낙담할만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낯빛에서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모두 기적의 약 바이오클린을 믿고 힘을 내는 거 같았다. 바이오클린이 실패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테이블 양옆에 앉은 연구원들을 살폈다. 그들 중에 배후 조종자, 병아리 2가 있었다.


‘이놈! 병아리 2.’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지단길 박사가 입을 열었다. 그가 한 손을 들고 연구원들을 소개했다.


“유탐정님, 저기 계시는 분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바이오클린 연구 총책임자이신 박순후 박사님이십니다.

아버지 조수셨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연구를 계승하셨습니다. 저는 박박사님의 투철한 연구 정신을 정말 존경합니다. 제가 가장 믿는 분입니다.”


유강인이 박순후 박사를 쳐다봤다.


박박사는 60대 남자였다.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이마가 훤했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고 수염이 길었다. 콧수염, 턱수염, 구레나룻이 얼굴의 반을 덮었다.


‘아버지 조수라면 … 지남철 박사의 조수라는 말인데!’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29년 전을 떠올렸다.


명덕산 비밀연구실 바닥에 지남철 박사가 쓰러져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달려왔다. 불이 나기 전 일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생각을 이었다.


‘그래! 그때 조수가 있었어. 박사님을 부르며 달려온 남자였어.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군. 29년 전 만났던 조수가 바로 박순후 박사였어. 그때 지남철 박사의 연구를 계승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어.’


유강인이 29년 만에 비밀 연구실에서 만났던 조수를 다시 만났다. 그때 조수는 젊었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60살이 넘었다.


“휴우~!”


유강인이 긴장감을 삼키고 박순후 박사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둘은 29년 전에 인연이 있었다. 그 인연을 유강인은 알아챘다. 반면 박박사는 그 인연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당시 유강인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박순후 박사가 고개 숙여 유강인에게 인사했다.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유강인 탐정님. 바이오클린 연구 책임자, 박순후 박사입니다. 존함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단하신 분을 직접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맞절하고 답례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순후 박사님, 대단한 연구를 결국,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 .”


박순후 박사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단길 박사가 다른 연구원을 소개했다. 박순후 박사 옆에 앉은 남자였다.


그 남자는 40대였다. 키가 작고 말랐다. 피부가 하얀 미남이었다. 미남답게 이목구비가 수려했다.


“박박사님 옆에 계신 분은 박박사님 조수, 배기원 박사님입니다.”


배기원 조수가 유강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약간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유강인 탐정님. 처음 뵙겠습니다. 박순후 박사님 조수 배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유강인이 맞절하고 조수 배기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병아리 2는 분명 내 또래고 여기 연구원이야. 박순후 박사는 29년 전에 만난 사람이야. 병아리 2일 리 없어. 그렇다면 조수 배기원이 병아리 2일 수 있어. 음!’


유강인이 청천의 아지트인 가건물을 떠올렸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청천의 교주 궁인이 바로 병아리 2야. 그때 만난 병아리 2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어. 배기원 조수는 전혀 그렇지 않아. 체격으로 보면 병아리 2가 아니야. 그렇지만 방심할 수는 없어. 키높이 신발이나 받쳐 입는 옷으로 키나 체격을 부풀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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