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58_더 블랙, 악의 연대 등장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정찬우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선배님, 비상이 떨어지면 어디로 가야 하죠?”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현재 큰일이 생기는 장소는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단서는 있습니다.”


“단서가 뭐죠?”


“제가 파티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오면 미끼 오진주가 움직일 겁니다. 오진주는 저를 유인하는 역할, 미끼입니다.

경찰은 미끼 오진주의 동선을 차질없이 따라가야 합니다. 현재 오진주의 동태를 감시 중이니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오진주가 도착한 곳이 바로 큰일이 벌어지는 장소입니다. 그곳으로 제가 가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게 함정이 아닐까요? 오진주가 미끼라면 병아리 2가 탐정님을 낚으려는 거잖아요?”


하진석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병아리 2가 미끼 오진주를 이용해 저를 낚으려는 겁니다. 제가 그곳에 가면 … 큰 위험에 봉착할 겁니다.”


“그런데도 가시겠다고요? 이건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하진석 형사가 이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오진주가 도착한 곳에 납치된 친구 둘이 있을 겁니다. 친구들을 인질로 잡고 29년 전처럼 저를 시험할 겁니다. 친구들을 구하려면 불구덩이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시, 시험이라고요? 유탐정님!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입니다!”


원창수 형사가 크게 외쳤다.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말했다.


“위험해도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병아리 2와 대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놈이 짠 판이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병아리 2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일을 도모했습니다. 모든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했습니다.

제가 사건을 맡고 인천에 온 날은 그제 12월 21일입니다. 오늘은 12월 23일입니다.

현재 만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 병아리 2가 기획한 일이었습니다.

병아리 2는 시간이라는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증거를 잡고 분석할 시간을 저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벌써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동료들이 모두 혀를 내둘렀다. 병아리 2의 주도면밀함에 두려움을 느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병아리 2는 마무리인 도주 계획까지 철저히 세웠을 겁니다. 기적의 약 바이오클린을 이용해 외국으로 도망칠 겁니다.

기적의 약은 누구나 탐내는 약입니다. 그걸 마다할 나라는 없습니다. 그걸 이용해 다른 나라로 도망칠 겁니다.”


유강인의 말에 수사팀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말했다.


“유탐정님, 이건 승산이 너무 없는 거 같아요.”


“맞아요.”


형사들이 모두 의기소침했다. 조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암울한 상황이었다.


유강인이 그렇지 않다는 듯 힘을 내어 말했다.


“상황이 암울하지만,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9대 0으로 지고 있더라도 9회 말 2아웃에서 역전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맙시다. 9대 10으로 역전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유탐정님을 믿겠습니다.”


“맞아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동료들이 다시 힘을 냈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큰일이 벌어지는 곳은 저 혼자 가야 합니다. 병아리 2가 분명 저 혼자 오라고 요구할 겁니다. 경찰을 물리라고 요구할 게 뻔합니다. 여러분들은 놈의 지시를 잘 따라주세요.”


“네에? 이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입니다.”


“맞아요! 이건 유탐정님 혼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에요!”


형사들이 너도나도 유강인을 말렸다.


유강인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제가 미끼를 물면, 놈이 낚싯대를 들어 올려 저를 낚아채려 할 겁니다. 그때 낚싯바늘에서 재빨리 빠져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놈과 정면 대결하겠습니다.

이번 싸움은 피할 수 없습니다. 29년 전 명덕산에서 맺었던 악연을 이번 기회에 끝장내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세요. 그리고 제 지시를 잘 따라주세요.”


유강인의 말에 형사들과 조수 둘이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의 비장한 각오에 모두 감탄했다. 그들이 너도나도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지시를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유강인이 손뼉을 짝 쳤다. 손뼉 소리가 경쾌했고 단호했다. 그가 씩 웃고 집에서 나갔다. 조수 둘과 인천 경찰 둘이 그 뒤를 따랐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에 시동이 걸렸다. 차 두 대가 서울 강동구 인광 연구소를 향해 내달렸다.



**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저녁 6시 30분이 지났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유강인이 차장으로 밖을 내다봤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지만, 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조용한 날이었다. 거대한 폭풍이 오기 전 고요 같았다.


유강인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차장으로 보이는 상가 간판, 가로 등불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탐정님, 거의 다 왔습니다.”


황수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인광 연구소로 정문으로 들어갔다. 한강 변 우거진 수풀이 연구소 건물을 병풍처럼 에워쌌다.


차 두 대가 연구소 주차장으로 들어가 안전하게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고 탐정단이 밖으로 나왔다. 인천 형사 둘도 차 밖으로 나왔다. 수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강인이 원창수 형사에게 말했다.


“원형사님과 하형사님은 여기에서 대기하세요. 제가 파티에 참석하는 동안은 별일 없을 겁니다.

제가 나오면 … 그때부터는 긴장하셔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잘 알겠습니다.”


하진석 형사가 씩씩한 목소리로 답했다.


원창수 형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탐정님! 그냥 안으로 쳐들어가서 싹 다 체포하면 안 될까요? 모인 사람 중에 병아리 2가 있다면 체포해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다 체포한 다음에 증거를 잡으면 안 될까요?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최고입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그건 위험한 일이고 도박입니다. 파티장에 배후 조종자 병아리 2가 있겠지만, 그자를 체포할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누가 병아리 2인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병아리 2도 그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믿고 오만한 자세를 보이는 겁니다.

증거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청천의 아지트였던 가건물은 큰 건물이었습니다.

그 건물에서 놈의 지문과 유전자를 찾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고 설령 찾았다 해도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현재 청천의 아지트에서 단서를 찾았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놈은 주도면밀한 자입니다. 지문을 깨끗이 지우고 유전자도 흘리지 않았을 겁니다.

긴급 체포하면 시간은 48시간뿐입니다. 48시간 내 증거를 잡지 못하면 놈을 풀어줘야 합니다. 놈은 그 대가로 제 친구들의 목숨을 거둘 겁니다.”


유강인의 말을 듣고 원창수 형사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가 무척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이거 참! 앞에 적이 있는데도 잡지 못하는 꼴이군요.”


“맞습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놈은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습니다. 밀항선이나 비행기가 항시 대기할 겁니다.

이 판은 병아리 2가 무척 유리한 판국입니다. 병아리 2가 모든 걸 철저히 기획하고 일을 벌였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보기에 뾰족한 수가 없었고 유강인만 위험에 처할 거 같았다.


유강인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일은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변수를 노려야 합니다.

놈이 짠 판에서 장기 말처럼 움직이다가 최후의 순간, 놈이 방심할 때 그 빈틈을 노리겠습니다.

여유 부리던 토끼가 결승선 앞에서 멈췄습니다. 힘들게 걷던 거북이가 토끼 근처까지 왔습니다. 최후의 승자는 결승선 테이프를 끊는 자입니다.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해 결승선 테이프를 끊겠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여기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탐정님의 예리한 눈썰미와 순발력이라면 놈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파티장도 혹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항상 조심하세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그가 조수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자고. 병아리 1과 2가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탐정님.”


황정수가 크게 답했다. 그가 원창수 형사에게 말했다.


“원형사님, 탐정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옆에 착 붙어 있겠습니다. 선임 조수 황정수를 믿어주세요.

제가 원 투 스트레이트 어퍼컷은 못 날리지만, 맷집은 누구보다 좋아요.”


“믿고 말고요! 동생은 내가 제일 믿는 사람입니다! 유탐정님을 반드시 잘 지킬 겁니다.”


원창수 형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정수의 충심을 알 거 같았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신중하면서도 힘 있는 걸음이었다.


원창수 형사와 하진석 형사가 유강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안전을 기원했다.


탐정단이 인광 연구소 본관 출입문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본관 출입문 앞에 다다랐을 때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한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경비 팀장 박동철이었다. 그가 유강인을 마중 나왔다.


박동철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인아, 왔구나. 어서 가자. 소장님이 기다리고 계셔.”


유강인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 알았어. … 소장님하고 어떤 분들이 계셔?”


“소장님이랑 동생 두 분하고 전임 수석 연구원님, 연구원 두 분, 자문 위원님, 그리고 비서님, 요리사님이 계셔.”


“요리사라고?”


“응, 요리사님이 안주를 마련하셨어. 즉석 안주야. 최고의 솜씨를 가진 요리사셔.”


“그래?”


유강인이 미간을 모았다. 이번 파티는 병아리 2가 기획한 이벤트였다. 요리사가 온 것도 이유가 있을 거 같았다.


“요리사님은 … 비서님 동생이야.”


“아, 그렇구나.”


“지금 두 분 다 상중이지만, 오늘 행사를 위해 오셨어.”


“뭐? 상중이라고?”


“응, 비서님하고 요리사님은 집사 고두영 어른의 자제분들이야. 고두영 어른이 화를 당하고 돌아가셨어. 그래서 상 중이야.”


“집사 고두영의 자식들이라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의 눈동자가 떨렸다.


“강인아, 왜 그래?”


박동철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강인이 대답 대신 이를 악물었다. 비서와 요리사는 집사 고두영의 자식이었다. 그들이 상중인데도 파티에 참석했다.


집사 고두영은 복수의 대상이었다. 60년 전 김덕길 사망과 관련된 거 같았다. 그래서 병아리 2와 김덕길의 후손 오진주가 해치운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형제가 지씨 집안 비서와 요리사야. 아버지 고두영처럼 지씨 집안에서 일하고 있어.

고두영은 복수의 칼날에 죽었어. 현재 기적과 저주, 복수의 칼날이 지씨 집안을 한꺼번에 덮치고 있어.

고두영의 자식들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적과 저주, 복수 세 개 중 하나에 해당할 거야.

병아리 2와 같은 편이거나 아니면 그의 타깃일 거야.

이번 파티는 나를 조롱하는 자리야. 그렇다면 …. ’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병아리 2의 의도를 헤아리려 애썼다. 그러다 뭔가를 깨달은 듯 이를 악물었다. 두 눈에 초점이 딱 맞았다.



포커스!



유강인이 생각했다.


‘그래, 이번 사건은 병아리 2의 단독 범행이 아니야. 조직이 있어. 배후 조종자 병아리 2와 지단길 박사 최측근 병아리 1, 병아리 3 오진주, 집사 고두영 자식이 있는 거 같아.

맞아! 그래서 일을 감쪽같이 처리한 거야. 놈들이 알게 모르게 지단길 박사를 좌지우지하고 인광 연구소를 장악했어.

그렇구나! 이건 악의 연대야! 조직이야. 오늘 놈들이 모여서 나를 조롱하는 거야!

내가 사건을 수사하자 막냇동생 지수미가 갑자기 발병했어. 이건 우연이 아니야! 고두영 자식 중 누군가가 음식에 독을 탄 거야.’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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