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57_혈귀비법과 비상 상황!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늦은 오후가 됐다. 해가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오후 5시 20분이 됐을 때, 차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용궁 보살, 최숙자 집 앞에 도착했다. 최숙자 집은 넓은 정원이 있는 호화주택이었다.


정문 앞에 경찰차 여섯 대가 서 있었다. 인천 북부경찰서와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차량이었다.


“다 왔습니다.”


황수지의 말에 유강인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덜컹하며 차 문이 열렸다. 유강인이 차에서 내렸다. 조수 둘과 원창수 형사, 하진석 형사도 차에서 내렸다.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다!”


정문을 지키는 경찰들이 서둘러 차렷 자세를 취했다. 모두 절도있게 경례했다.


“경찰 여러분,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답례했다.


인사가 끝나자, 경찰 하나가 핸드폰을 들었다. 수색 책임자, 이호식 형사에게 전화했다.


원창수 형사가 으쌰! 하며 몸을 풀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어서 가시죠.”


“네, 갑시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 저 멀리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정원을 가로질렀다.


유강인이 달려오는 사람을 보고 웃음 지었다. 그는 우동식 형사였다.


우형사는 정문 경찰의 전화를 받고 서둘렀다. 유강인을 마중하러 급히 나왔다.


“선배님!”


유강인이 밝은 목소리로 오랜 동료를 맞이했다.


“아이고, 힘들다.”


우동식 형사가 유강인 앞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그가 힘들게 침을 삼키고 말했다.


“대장! 급히 보고할 게 있어. 29년 전 실종됐던 소년들을 조사했는데 ….”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두 눈이 확 커졌다.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이에 급히 말했다.


“선배님,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우동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유력한 사람은 넷이었어. 그 넷을 조사했는데 … 그중에 과학자는 없었어. 공부하러 외국에 간 사람도 없었어.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어. 직장인과 자영업자야. 다 아닌 거 같아.”


“확실합니까?”


“확실해.”


“그렇군요.”


유강인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아직도 행방불명인 사람이 있나요?”


“응, 있어. 네 명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야.”


“그렇군요.”


“대장, 현재로서는 병아리 2가 누구라고 꼭 집어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야.”


유강인이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우동식 형사의 조사 결과, 29년 전 실종됐던 소년 중에서 병아리 2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능성 세 가지였다.


첫째, 소년이 실종됐지만, 부모나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안 했을 수 있었다.


둘째, 소년이 죽은 거로 오해했을 수 있었다.


셋째, 아직도 행방불명 상태인 넷 중에 있을 수 있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


‘현재로서는 누가 병아리 2인지 알 수 없어. 일이 어렵게 됐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다시 힘을 냈다. 고개를 들고 우동식 형사에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선배님.”


우동식 형사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이 좀 꼬이는 느낌이네. 수사에 큰 차질을 빚은 거야?”


유강인이 씩씩한 목소리 답했다.


“아닙니다. 상관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병아리 2를 만날 겁니다. 만나는 사람 중에 분명 있을 겁니다. 누구인지 미리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뭐? 진짜야? 오늘 병아리 2를 만난다고?”


“그렇습니다. 오늘 저녁 인광 연구소에서 바이오클린 연구원 축하 파티가 있습니다. 연구원 중에 병아리 2가 있을 겁니다.”

이 자리는 전야제입니다. 축제를 앞둔 병아리 2가 저를 불러서 마음껏 조롱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그 정체를 철저히 숨길 겁니다.”


“저, 정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우동식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와! 병아리 2 그놈은 배짱이 아주 두둑한 놈이네, 감히 대장을 상대로 호기를 부려! 그러다가 큰코다칠 텐데. 아직 사태 파악을 못 하는 놈이군.

놈이 뭘 모르고 있어. 대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감도 못 잡고 있어.

대장! 그 녀석한테 본때를 보여줘. 유강인 팬클럽 회장으로서 하는 부탁이야. 유강인님의 실력을 보여줘!”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말했다.


“당연하죠. 마지막 순간, 회심의 카운터블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집 수색은 어떻게 됐죠? 금고문은 열었나요?”


“응, 금고문을 열었어. 옛날 자료도 찾았고.”


“오, 그래요. 잘됐네요. 어서 갑시다.”


“그래!”


유강인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탐정단과 형사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호화로운 집답게 저택 안도 화려했다.


먼저 커다란 응접실이 눈에 들어왔다. 통 창문에서 따뜻한 햇볕이 들어왔고 바닥과 벽 모두 원목이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천장에는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그 위용을 뽐냈다. 수많은 크리스탈이 다이아몬드처럼 번쩍였다. 아주 찬란한 빛이었다.


응접실 주변으로 방 네 개가 있었다. 큰 방 하나에 작은 방 세 개였다.


응접실 한가운데에 한 사람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정찬우 형사였다. 한 손에 증거 보관함을 들고 있었다.


유강인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정형사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오셨군요. 여기 증거물이 있습니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증거 보관함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가 말했다.


“아주 좋았어. 역시 정형사야.”


그 말을 듣고 우동식 형사가 말했다.


“나는?”


약간 삐진 목소리였다.


유강인이 엄지척하고 답했다.


“당연히 선배님도 최고지요. 두 분 다 수고하셨습니다.”


“흐흐흐! 엎드려 절받기지만 좋네. 대장한테 칭찬도 다 받고.”


우동식 형사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유강인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양손에 흰 장갑을 끼고 증거 보관함을 받았다.


증거 보관함에는 책과 서류, 편지 등이 있었다. 모두 아주 오래된 물건이었다. 그래서 종이 색이 누렇게 변했다.


정찬우 형사가 신문 오린 걸 가리키며 말했다.


“선배님, 장 서랍을 뒤졌는데 옛날 신문을 스크랩한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65년 전, 불법을 저지른 무당을 체포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불법이라고? 무당이라고?”


유강인이 급히 신문 스크랩을 찾았다. 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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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당이 아이들을 납치해 피를 뽑았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체포한 무당(45세, 장진희)을 조사한 결과, 그 만행이 드러났습니다.


무당은 놀이터에 있는 아이 둘을 납치해 창고에 가두고 대량의 피를 뽑았습니다. 다행히 한 아이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아이는 곧바로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피를 뽑은 무당은 둘이었습니다. 둘 중에서 한 명만 잡히고 다른 한 명은 도주했습니다. 잡힌 무당은 신어머니고 도망친 무당은 신딸로 드러났습니다.


무당집을 수색한 결과, 무당 둘은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사람의 피로 제사를 지냈고 혈귀(血鬼)라는 귀신을 모셨습니다. 자신을 혈마(血魔)라 불렀습니다.


경찰은 도망친 새끼 무당, 다른 혈마를 뒤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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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혈귀!”


유강인이 혈마, 혈귀라는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그래! 용궁 보살 최숙자의 정체가 바로 혈마였어. 피에 굶주린 귀신, 혈귀를 모시는 무당이었어. 여기 기사에서 잡힌 무당은 용궁 보살의 스승이야.”


“그렇군요.”


정찬우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피로 약을 만드는 짓을 오랫동안 했던 거 같아. 대를 이어서 그 비법을 전수한 거야.

기사에 도망친 새끼 무당이 있어. 그 무당이 바로 용궁 보살, 최숙자야. 최숙자가 신문을 보면서 수사 상황을 살폈던 거 같아. 그 신문을 아직도 갖고 있었던 거고.”


“그렇군요.”


“새끼 혈마였던 최숙자는 이후 용왕과 심청을 모시는 용궁 보살이 됐어.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피에 굶주린 귀신, 혈귀를 계속 모셨던 거야.

그 수제자가 바로 오진주고. 오진주도 혈마야. 청청의 소굴에서 잡힌 다른 제자 장동숙은 혈마가 아니야.”


“용궁 보살 최숙자의 정체가 혈마였군요. 정말 보통 무당이 아니네요. 혈귀라는 귀신을 모시다니 … 듣기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렇지!”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용궁 보살 최숙자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났다.


증거물 중 오래된 책자가 있었다.


유강인이 그 책자를 들어 올렸다.


“응?”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눈이 탁구공처럼 동그래졌다. 책자에 제목이 있었다.


책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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血鬼秘法(혈귀비법)

피로 얻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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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혈귀비법! 바로 이거구나! 이 비법으로 약을 만들었던 거구나!”


유강인이 급히 페이지를 넘겼다.


책 내용은 사람의 피를 이용해 약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그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말 그대로 비법서였다. 내용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사파의 무공 같았다.


유강인이 책을 꽉 쥐었다.


혈귀비법이 바로 바이오클린의 시초였다.


유강인이 책을 덮고 책 여기저기를 살폈다. 아주 오래된 책이었다. 낡고 헐었다. 아주 오래전, 한 혈마가 쓴 거 같았다.


“좋았어.”


유강인이 혈귀비법을 다시 증거 보관함에 넣었다.


그때, 김기동 형사가 작은 방에서 나왔다. 다친 다리가 괜찮은지 멀쩡해 보였다. 김형사는 청천의 소굴에서 추락해 한쪽 다리를 다쳤었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김기동 형사에게 말했다.


“다리가 다 나으셨나요?”


김형사가 밝게 웃으며 답했다.


“네, 다 나은 거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잘 됐습니다. 저는 이제 인광 연구소로 가야 합니다. 계속 수색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시원한 목소리로 답했다.


“김형사!”


원창수 형사가 김형사를 불렀했다. 오른 주먹을 꽉 쥐고 높이 들어 올렸다. 계속 수고하라는 선배의 격려였다.


“헤헤헤! 감사합니다.”


김기동 형사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유강인이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원창수 형사가 한번 헛기침하고 유강인에게 말했다. 진중한 목소리였다.


“유탐정님, 저랑 하형사도 파티에 참석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강력한 보디가드가 필요합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조수 둘과 같이 가겠습니다. 형사님들은 주차장에서 기다리세요.”


“그래도 될까요?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 인광 연구소에 무슨 장치 같은 게 있을 거 같습니다. 놈이 연구원이라면 그곳은 놈의 홈그라운드잖아요.”


“괜찮습니다. 이번 만남은 병아리 2가 저를 조롱하는 자리입니다. 저를 해코지하려는 자리가 아닙니다.

제가 그자를 체포하려 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듣고 정찬우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선배님,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조롱이라니요?”


유강인이 정형사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 병아리 2 그놈을 인광 연구소에서 만날 거야. 놈이 큰일을 벌이기 전에 여유를 부리고 있어.”


정찬우 형사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일이 아닌 거 같네요. 형사들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파티는 별일 없을 거야. 문제는 파티 후야. 파티가 끝나고 오늘 밤이나 내일쯤에 큰일이 생길 거 같아.”


유강인이 서울청과 인천 북부경찰서 형사들을 쭉 둘러봤다. 그가 그들에게 말했다.


“제가 인광 연구소에서 파티를 끝내고 나오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바로 비상 상황입니다. 인천 북부경찰서와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신속하게 출동 준비를 하세요!”


“비, 비상이라고요?”


형사들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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