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44_네 발의 총성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황보술의 머릿속에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10년 전 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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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술이 강후식과 마지막 통화를 하고 옆에 있던 김철수와 이도식을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였다.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성주님.”


김철수의 말이 맴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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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술이 무척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너만큼은 날 배신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젠 어쩔 수 없구나!”


황보술이 강선애의 목을 더욱 조이며 말을 이었다.


“네 아비와 어미가 날 배신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인 거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난 네 부모에게 평생 협박당하며 살았을 거야. 40년 지기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기분을 넌 모를 거야, 그게 얼마나 처참한지 … 그래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너에게 잘해준 거야. 선애, 넌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살았어. 그러면 … 된 거잖아!”


“미친놈!”


강선애가 침을 내뱉었다. 황보술의 얼굴에 냅다 침을 뱉고 남은 힘을 다해 소리쳤다.


“넌 미친놈이야!!”


그 말을 듣고 황보술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뜨거운 침을 맞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성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이, 이것이 감히! 결국, 너도 네 어미와 아비, 동생처럼 저승으로 가고 싶구나. 내가 못할 것 같으냐! 이번에는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내겠다. 복사본인지 원본인지 구분도 못 하는 김철수 같은 놈에게 맡기지 않겠다. 이 못된 년! 죽어라! 빨리 죽어!!”


황보술이 더욱 강하게 강선애의 목을 조였다.


“아아아~!”


발버둥 치던 강선애의 의식이 흐려졌다. 점점!


위급한 상황이었다.



콰앙!


그때! 문을 도끼로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번의 도끼질에 문이 산산 조각났다.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가 들리자, 황보술이 급히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렸다.



철컥!

철컥!



부서진 문틈으로 한 손이 보였다. 빗장과 자물쇠를 차례대로 풀었다.



덜컹! 문이 활짝 열렸다. 여러 명이 서재로 들어왔다.


“강선애!”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강선애의 동공이 풀렸다.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유강인 뒤에 이호식, 차수호, 우동식 형사가 있었다. 문 뒤에 경찰 세 명이 있었다.


바닥에는 경비원들이 있었다. 신음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모두 형사들에게 제압됐다.


그때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사람들이 로비로 쏟아졌다. 그들은 연수차 이곳에 온 장로와 신도 대표들이었다.


선녀들이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에 그들이 황보술을 구하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모두 30명이 넘었다.


“성주님이 지금 위험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세요!”


선녀들의 말에 장로와 신도 대표들이 2층으로 향했다. 1층에 경찰이 열 명이 있었다. 경찰이 그들을 막았지만,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일부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그들이 서재로 들이닥쳤다.


“뭐, 뭐야 이거?”


순식간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장로와 신도 대표 열 명이 경찰들을 덮쳤다.


“저 사람들은 뭐야?”


“빨리 막아!”


이호식 형사가 급히 외쳤다. 서재로 들어오려는 신도들을 막았다.


“빨리!”


이 틈을 타 경비원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경찰에게 달려들었다. 경찰의 팔을 잡으려 애썼다. 경비들도 모두 신도들이었다. 교주가 위험에 처하자,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경비 대장이 큰소리로 황보술에게 외쳤다.


“성주님! 빨리 도망가세요. 이곳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경비 대장의 말에 황보술이 급히 움직였다. 강선애를 잡았던 손을 놨다. 강선애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젠장!”


황보술이 이를 악물고 사방을 살폈다. 경찰과 경비가 난투극을 벌였다. 출입문이 비어 있었다.


“이때다!”


황보술이 크게 외치고 출입문을 향해 잽싸게 뛰어갔다.


“차선배님, 저자를 잡아요!”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문 근처에 있던 차수호 형사가 출입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손을 쫙 펼쳤다. 문으로 달려가는 황보술의 목덜미를 잡으려 했다. 손아귀가 목덜미를 덮쳤을 때!


황보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손아귀를 피했다. 그가 정신없이 내달렸다. 나이에 비해 매우 민첩했다. 출입문을 통과해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빨리 저자를 잡아! 저자가 황보술이야!”


이호식 형사가 소리쳤다. 경찰 둘이 그를 잡으러 달려갔다. 하지만 신도들이 또 가로막았다. 한바탕 몸싸움을 벌어졌다.


“강선애!”


유강인이 강선애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강선애씨! 제발 정신 차려요! 제발!”


유강인이 강선애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가녀린 몸을 마구 흔들며 애타게 그 이름을 불렀다.


“으으으!”


강선애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숨이 돌아왔다.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에 숨통이 트였다. 강선애가 힘들게 말했다.


“형, 형사님! 제가 … 제가.”


“정신이 드세요. 아! 다행이다.”


강선애가 점점 정신을 차리자, 유강인이 천만 다행이라면 하늘에 감사했다.



“제가, 녹, 녹음했어요. 형사님처럼 녹음했어요. … 황보술 그자가 부모님과 동생을 죽였다고 말했어요.”


“네? 뭐라고요?”


강선애의 뜻밖의 말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녀가 눈을 힘겹게 뜨고 떨리는 손으로 가슴에 있는 브로치를 가리켰다.


유강인이 옷에서 브로치를 뗐다. 브로치를 살피다 뒤로 돌렸다. 뒤에 녹음장치가 있었다.


“빨리 가서 잡아요! 그놈을 제발!”


강선애가 마지막 힘을 다해 말을 마치고, 의식을 잃었다.


부르릉! 그때, 밖에서 차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뒤편 주차장에서 고급 세단이 서둘러 움직였다.


“선배님! 강선애씨를 부탁합니다.”


유강인이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차형사가 강선애를 향해 달려갔다. 차형사가 유강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빨리 황보술을 잡으러 가!”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하고 서둘러 상황을 살폈다.


그때! 부르릉! 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고급 세단이 나타나자, 경찰차들이 세 대가 급히 움직여 정문을 통과했다. 차 한 대가 정문을 가로막았다. 다른 차들은 주차장을 내달렸다.


고급 세단이 속도를 높였다. 주차장을 내달렸다.



쿵쾅!



고급 세단이 주차한 차와 부딪혔다. 차들을 밀어내며 어지럽게 운전했다.


“막아라!”


큰 소리가 계속 들렸다.


막으려는 경찰과 도망치려는 차, 주차한 차들이 뒤엉키며 혼전이었다.


“젠장, 이런!”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창문을 통해 밖의 상황을 계속 살피다 출입문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문을 통과해 계단으로 내려가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게 뻔했다. 지금 시간이 없었다.


“좋다!”


유강인이 나지막하게 외치고 창문을 드르륵! 활짝 열었다. 창문틀 위로 올라갔다.


창문 아래로 땅바닥이 아찔하게 펼쳐졌다. 3m가 넘는 높이였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유형사!”


차수호 형사가 매우 놀라서 급히 외쳤다.


순간! 유강인이 훌쩍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유강인이 2층에서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차디찬 겨울바람을 가르며 아래를 향해 떨어졌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었지만, 이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그의 두 눈에 땅이 점점 크게 보였다.


유강인이 앞꿈치를 모았다. 군대 시절, 공수훈련에서 배운 대로 앞꿈치, 무릎을 딱 모았다.



탁! 큰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의 앞꿈치가 땅에 닿았다. 앞꿈치가 땅에 닿자, 재빨리 몸을 굴렸다. 그렇게 충격을 앞꿈치, 몸통, 바닥 순서대로 몸 밖으로 흘려보냈다.


유강인이 몸을 굴려 재빨리 일어났다.


고급 세단이 정문을 향해 내달렸다. 경찰 하나가 차 보닛에 올라탔지만, 황보술은 개의치 않았다. 차 핸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보닛에 올라 탄 경찰을 떨어트렸다.


“이놈!”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몇 발짝 앞으로 달려간 뒤, 품에서 스미스 웨슨 M60 권총을 꺼냈다.


공이를 당기고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탕!



유강인이 손을 높이 쳐들고 공중에 한 발을 발사했다. 첫발은 공포탄이었다. 두 번째부터가 진짜 였다.


유강인이 몸을 움츠렸다. 한눈을 감았다. 고급 세단의 타이어를 정 조준했다.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순간!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 탕!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펑!


타이어가 하나가 터졌다.



끼익!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 아이고 이런!”


타이어가 펑크 나자 고급 세단이 중심을 잃었다. 한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옆으로 미끄러지며 정문을 향해 돌진했다.


황보술이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끼이익!



고급 세단이 정물을 가로막은 경찰차를 들이박았다. 고급 세단이 무척 튼튼했다. 일반 차와 차원이 달랐다.


고급 세단이 정문을 지나 도로로 접어들었다. 계속 달렸지만, 차선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 4차선 도로를 가로지르고 말았다. 타이어 스키드마크가 도로에 선명하게 찍혔다. 하얀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차가 쭉 미끄러지며 건너편 인도로 돌진했다.


앞에 커다란 가로수가 있었다.



쾅!



차가 가로수에 부딪혔다. 차 범퍼가 푹 찌그러졌다.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윙! 소리가 크게 들렸다.



차바퀴가 계속 헛돌았다.


핸들 위에 황보술 머리가 있었다. 그는 가로수와 충돌할 때 핸들과 쾅! 부딪혔다. 그래서 잠시 의식을 잃었다. 그 충격으로 이마가 쭉 찢어지며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20초 후, 황보술이 겨우 정신 차리고 핸들을 꽉 잡았다. 차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차가 도통 말을 듣지 않았다.


“이런! 제기랄! XXXX!”


황보술이 한 손으로 흐르는 피를 닦았다. 그가 거친 욕설을 뱉어냈다. 핸들을 있는 힘껏 쾅쾅! 내리치며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 문이 열렸다. 그 소리를 듣고 황보술이 고개를 돌렸다. 공포에 질린 눈이었다.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성주님.”


신도들이었다. 신도들이 황보술을 부축해서 차에서 꺼냈다.


“빨리 도망가야 해. 빨리!”


황보술이 절뚝거리며 급히 말했다.


그때, 종착점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



총성 한 발이 더 울렸다.


정문을 통과한 유강인이 총을 높이 쳐들고 총을 발사했다. 그가 4차선 도로를 건너며 이를 악물었다. 총을 들고 황보술의 심장을 겨누었다. 활화산처럼 불타는 시선이 황보술의 얼음장 같은 심장을 겨누었다.


그 뒤로 경찰들이 몰려왔다.


총소리가 들리자, 황보술의 몸이 굳어버렸다. 신도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렸다.


유강인이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왔다. 2층에서 떨어질 때 낙법을 펼쳤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다.


“으으으~!”


유강인이 몰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한 발짝 한 발짝 황보술에게 다가갔다. 그가 얼음 송곳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끝났다. 황보술! 10년 전 악행을 저질렀다. 이제 대가를 치러야 해. 반드시!!”


유강인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거악을 처단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한발 한발 천천히 움직였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유강인이 황보술 앞에 걸음을 멈추고 씩 웃었다. 이를 악물고 포효하듯 소리쳤다.


“황보술! 당신을 현 시각으로 행운 빌라 일가족 살인교사 및 강선애 살인미수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면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


유강인의 우렁찬 소리에 황보술이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무릎이 꺾여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마치 그의 제국이 무너지는 거 같았다.



앵! 앵!



사이렌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 버스가 도착했다. 도착한 경찰은 난동을 부린 신도와 경비를 모두 체포했다.


구급차도 도착했다. 구급 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부상자들을 들어서 들것에 올렸다. 강선애도 들것에 올려졌다.


들것에 힘없이 누워있던 강선애가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를 찾는 거 같았다.


저 앞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 유강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형사님! 유형사님!”


강선애가 한 손을 들고 유강인의 이름을 힘없이 불렀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들은 듯 급하게 강선애에게 뛰어갔다.


유강인이 강선애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강선애가 말했다.


“어떻게 됐어요?”


유강인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황보술을 잡았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죄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유강인이 강선애의 브로치를 높이 들었다.


강선애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이제 하늘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을 뵐 면목이 생겼어요.”


“강선애씨, 이제 푹 쉬세요. 황보술, 그자는 자신이 저지른 대가를 받을 겁니다.”


강선애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힘이 다 떨어졌는지 두 눈을 감았다. 곧 잠에 빠져 버렸다.


강선애가 구급차에 실렸다. 구급차가 출발했다.


유강인은 구급차를 잠시 바라보다가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렸다.


차수호 형사가 황보술 손목에 수갑 채워서 차로 끌고 가고 있었다.


“빨리 와! 유형사!”


차수호 형사가 유강인에게 외쳤다.


유강인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차로 달려갔다. 고통이 다 사라진 듯 번개처럼 움직였다.


유강인이 차에 타자, 차수호 형사가 바로 출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향했다.


10분 후, 강력반 승합차와 지구대 버스가 주차장에서 떠났다.


성동연합모임 주차장이 조용해졌다. 혼전이 벌어졌던 곳 같지 않았다. 하지만 싸움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매캐한 탄약 냄새만큼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다.


아울러 유강인의 남긴 흔적도 남아 있었다. 총에서 떨어진 탄피 네 개가 찬바람을 맞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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