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45_쓰러진 유강인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차가 서울지방경찰청 근처에 다다랐다. 차수호 형사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유형사! 그만 일어나! 다 왔어.”


유강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에 빠져 있었다. 차가 커브 길을 돌자, 머리가 차창에 쾅! 부딪혔다.


유강인은 차에 타자마자, 고개를 떨구고 잠에 빠졌다. 차수호 형사는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많이 피곤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푹 자게 놔뒀다.


저 앞에 서울지방경찰청이 보였다. 유강인은 아직도 정신이 못 차리고 있었다.


“유형사!”


차수호 형사가 크게 소리쳤다. 유강인은 고막이 울리는 큰소리에도 잠에서 헤맸다.


뒷좌석에 유강인, 황보술, 우동식 형사가 있었다.


우형사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차선배님, 아무래도 유형사 상태가 좀 이상한데요?”


“그래?”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떨까요? 오늘도 너무 고생했잖아요.”


“알았어. 일단 경찰청까지 가고 그때도 못 깨어나면 119를 부르자.”


“네, 알겠습니다.”


황보술이 그 말을 듣고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었다.


웃음소리가 들리자, 우동식 형사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황보술을 노려봤다.


그 눈빛을 보고 황보술이 깜짝 놀랐다. 입이 쑥 들어갔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차가 서울지방경찰청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수호 형사가 상기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서둘러 핸드폰을 들었다. 119에 연락했다.



**



영훈 병원 응급실


응급실 밖에 형사들이 있었다. 이호식 형사, 차수호 형사, 우동식 형사가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셋은 유강인이 응급실에 들어간 후, 혹 무슨 일이 있나 하며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차수호 형사가 이호식 형사를 쳐다보면 볼멘소리를 말했다.


“그러기에 너무 힘든 일을 신입에 시켰잖아요! 유형사가 잘 못 되면 선배님이 책임지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수사는 유형사가 자청한 건데?”


이호식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선배님이 그랬잖아요. 손목을 어떻게 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괜히 겁줬잖아요. 유형사는 나이도 어리고 사회 경험도 부족한데 ….”


“그건 … 장난으로 한 거야. 그때 너도 가만히 있었잖아!”


“그럼, 선배님 말에 토를 달 수가 없어서 그런 거죠.”


두 형사가 티격태격했다.


우동식 형사가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 참! 선배님들 그만 하세요. 지금 그런 걸 갖고 싸울 땐가요? 차분히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봅시다.”


두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입을 닫았다. 그들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면 의사를 기다렷다.


잠시 후, 유강인 담당 의사가 응급실 밖으로 나왔다. 이호식 형사가 냉큼 의사에게 달려갔다. 이형사가 황급히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저, 환자는 … 괜찮죠?”


의사가 형사들을 쭉 둘러보다가 씩 웃고 말했다.


“형사 일이 아주 고된 모양이네요. 지금 환자가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잠으로 풀고 있습니다. 피로 누적입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 잠에 푹 잘 거 같습니다..”


“하루나 이틀이라고요?”


“네, 그러니 푹 쉬게 해주세요. 집에서 푹 쉬어야 합니다. 휴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퇴원이 언제쯤 가능할까요?”


“지금 하셔도 됩니다.”


의사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형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수호 형사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형사가 잠꾸러기였네! 깜박 속았어! 난 또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고 ….”


“야! 차수호! 아까 나보고 책임을 지라며? 이놈을 그냥 꽉!”


이호식 형사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차수호 형사의 어깨를 꽉 잡았다.


“아야! 선배님, 이러지 마세요. 아파요.”


차수호 형사가 오만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프라고 잡는 거야! 이놈아! 그동안 업어 키웠더니 선배님을 우습게 알아!”


이호식 형사가 호통쳤다.


우동식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뭔가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급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유형사 어머님에게 뭐라고 말하죠?”


“뭐? 어머님!”


이호식 형사가 화들짝 놀랐다.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아들의 모습을 보고 걱정하실 텐데. 더구나 외동아들이라고 그랬지,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


“네, 그랬죠.”


차수호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차형사! 우리 둘이 가서 잘 말씀드리자고, 우형사는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서 보고서를 작성해.”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우동식 형사가 급히 답하고 자리를 떴다.


두 형사가 고민에 빠졌다. 유강인 어머니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과로해서 푹 쉬어야 … 그렇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차수호 형사의 말에 이호식 형사가 답했다.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가 멀쩡한 걸 보면 우리를 원망하실 거 같은데 ….”


“우리 팀 대장이 유형사라 말하고 대장의 책무가 막중해서 무리했다고 말하죠. 이건 사실이잖아요.”


“이제 갓 들어온 신입이 무슨 대장이냐고 따지시면 뭐라고 답하지? 딱 보기에도 우리가 나이도 많고 계급도 높은데 ….”


“반장님이 대장으로 삼은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될 거예요. 신입이지만 반장님이 그 능력을 높이 사서 일을 맡기셨고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고 무리하게 일하다 ….”


“그건 반장님께 책임을 떠넘기는 거 같은데 … 뭐라고 말하든 어머님 원망은 피할 순 없을 거 같다.”


“그건, 어쩔 수 없죠. … 그냥 제가 달달 볶아서 스트레스받아서 쓰러졌다고 할까요?”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뭐라고요!”


두 형사가 다시 티격태격했다. 둘이 말을 마치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유강인을 차에 태우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 그는 계속 잠을 잤다. 만 하루가 지나고 하룻밤이 또 지나갔다. 시간이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갔다.


“으으으~! 아이고 허리야!”


유강인이 잠을 자면서도 잠꼬대를 내뱉었다. 허리가 아픈지 몸을 뒤척거렸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입을 꼭 다물었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옷자락으로 눈물을 닦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어머니가 두 손을 모았다. 아들이 하루빨리 깨어나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



“아이고 잘 잤다! 개운하다!”


만 하루 반이 지나자, 유강인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대략 36시간 동안 잠에 빠져 있었다.


유강인은 방금 잠들었다가 깬 거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 여기는 우리 집 같은데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차에서 잠든 거 같았는데.”


유강인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아들의 등을 살짝 때리며 우는 소리로 말했다.


“이놈아! 이제야 깨어나냐! 빨리 좀 깨어나지 그랬어, 걱정했잖아! 흑!”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자, 유강인이 영문을 몰라서 당황했다.


어머니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


유강인이 탄성을 질렀다. 자기가 너무 오랫동안 잠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자더라, 얼마나 피곤했으면 … 강력반 일이 그렇게 힘든 거야? 이를 어째! 우리 아들 불쌍해서. 다른 데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야?”


어머니가 말했다.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유강인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씩씩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게, 일이 힘든 게 아니라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고 … 요즘에 게임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잠을 별로 못 자서 ….”


유강인이 어머니 걱정을 덜기 위해 대충 둘러댔다.


“뭐, 뭐라고? 게임이라고? 이놈 자식! 집에 오면 푹 쉬고 출근 준비해야지! 무슨 게임을 밤늦게까지 하고 그래!

너를 업고 온 이호식 형사라는 분이 나를 보더니 눈물까지 흘렸어. 후배 형사를 너무 힘들게 했다며 죄송하다고 말했어. 그런데 게임 때문이라고? 지금 장난해!”


어머니가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듣고 순간 분기탱천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직 철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을 잘 못 키웠다며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여보! 당신 아들이 아직도 저런다오! 군대 갔다 와서 멀쩡해졌나 싶었는데 아직도 예전 버릇 못 고치고 게임에 빠져 살고 있소!”


별생각 없이 대충 둘러댄 말이 어머니를 화나게 하자, 유강인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어머니! 이제 게임이고 뭐고 안 할 테니 고정하세요. 맹세합니다. 밤에 일찍 일찍 자겠습니다.”


아들의 간청에 어머니의 화가 누그러들었다.


“정말이지? 밤에 일찍 자는 거다. 저번에 보니까 새벽 두 시에도 불이 켜져 있었어. 난 한밤중에도 수사에 집중하는 줄 알았어.”


“하늘에 맹세합니다. 앞으로 일찍 자겠습니다.”


“그 맹세를 반드시 지켜야 해. 알겠지!”


“네! 물론입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진정하자 유강인이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강인은 학창 시절에 게임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모두 잊고 미친 듯이 게임에 몰두했다.


그러다 눈이 쑥 들어가고 피폐해진 자신을 보고 대오각성했다. 그날부터 게임을 끊기로 작정했다.


간혹가다 게임을 할 때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정신없이 빠진 적은 없었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제 묵은 때를 벗겨야 했다.



쏴악!



뜨거운 물이 떨어졌다. 유강인이 뜨거운 물을 맞으며 피곤을 풀었다. 바닥에 떨어진 물이 소용돌이치며 배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유강인이 샤워기를 내려놓고 수도꼭지를 잠갔다.


“참, 다행이다!”


유강인이 중얼거렸다. 그는 샤워하기 전, 차수호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차형사가 말했다. 안부의 말과 함께 사건 해결에 별문제가 없고 강선애도 괜찮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가 오랜만의 샤워를 즐겼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면도를 시작했다. 한동안 면도를 못 한 탓에 수염이 많이 자랐다. 면도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쓱싹쓱싹 길게 자란 털을 잘랐다.


그렇게 유강인이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풀었다. 오후 5시였다.


유강인이 자리에 앉았다. TV 채널을 돌리며 볼만한 프로를 찾았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저녁에 돼지갈비 먹자! 참, 돼지갈비가 아니지, 양념이 바비큐라고 했으니 … 바비큐 돼지갈비인가? 하하하!”


어머니가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었다.


유강인도 웃엇다. 기분이 좋아진 어머니를 보고 덩달아 신이 나서 말했다.


“좋지요! 어머니. 돼지갈비 아니 바비큐 돼지갈비 먹어요.”


그렇게 모자가 저녁 준비하고 불판에 갈비를 올렸다. 갈비가 칙칙!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었다.


유강인이 군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머니가 아들을 대견한 눈으로 쳐다봤다. 마트에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서울지방경찰청 이광호 형사과장이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라는 말에 핸드폰에다 꾸뻑 인사했다.


어머니가 급히 말했다.


“아이고 형사과장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전화까지 주시고 ….”


“어머님! 장한 아들을 두셨습니다. 아드님 덕분에 10년 미제 사건을 풀게 됐습니다. 경찰청에서 유형사를 인재라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네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행운 빌라 사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단서를 유형사가 잡았고 물증과 범인까지 잡았습니다. 청장님께서 매우 기뻐하고 계십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경찰청장님이 기뻐하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유형사가 지금 집에서 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한 아들이라고 칭찬 좀 해주세요. 사건이 마무리되면 이에 상응하는 포상을 하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과장님!”


어머니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곧 아들의 거짓말을 알아챘다. 밤늦게까지 게임을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어머니는 대견한 아들을 생각하며 너무나 안쓰러웠다. 아들이 흉악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자식 농사만큼은 잘 지었다고 뿌듯해했다.


“우리 아들, 천천히 먹어!”


열심히 고기를 먹는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머니는 하늘에 있는 남편을 생각했다.


집안일에 소홀하고 친구와 술만 좋아했던 남편이지만, 그가 남기고 간 씨앗이 이렇게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 사실에 고마움을 느꼈다.


어머니와 아들이 모처럼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했다. 그동안 서로 바빠서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회포를 풀었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가 끝났다. 유강인이 상을 치웠다. 그러다 내일 일을 생각했다. 내일 해가 밝으면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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