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03_분장실, 칼에 맞은 장호일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다음날, 운명의 두 번째 막

2026년 1월 30일 13시 10분


오늘은 2회차 공연, 리허설이 있었다. 최종 리허설로 의상을 갖추는 드레스 리허설이었다. 다가오는 공연은 내일 오후 5시였다.


내일은 새로운 카르멘, 이유리를 선보이는 날이었다. 신예 배우지만, 훌륭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을 수도 있고 역시 아직 부족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유리 카르멘은 단장의 결정이었다. 이에 따른 모든 책임도 단장이 져야 했다.


그렇게 드레스 리허설 준비가 한창일 때


대극장 출입문이 천천히 열렸다. 장철수 단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대의 공기를 느끼며 미소 지었다. 이 공기는 그와 30년을 함께 했다.


장단장은 10살 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았다. 연극배우였던 아버지 연기를 보며 그 꿈을 키웠다.


이후 연극 무대는 그의 삶과 같았다. 무대에서 서럽게 울기도 했고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좋군.”


장철수 단장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들이 의상을 갖추고 분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분장사들이 분장을 시작했다.


30분 후


“자, 배우님들 무대로 나오세요.”


분장실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무대 감독의 목소리였다.


“자, 나가자고.”


“네.”


배우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장사들도 장비를 챙겨서 일어났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한 명이 요지부동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다. 그는 호세 역 장호일 배우였다.


호세가 움직이지 않자, 배우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키가 작고 몸이 통통한 남자였다. 그는 군인 3역 양진석 배우였다.


양진석 배우는 배우 중 최연장자로 62세였다. 40년 전 극단폭풍 창립 멤버로 설립자 친구였다.


양진석 배우가 장호일 배우에게 말했다.


“호세! 지금 뭐 해?”


장호일 배우가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양선생님, 좀 있다가 나갈게요.”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 단장님 동생이라고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아이, 양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급한 전화를 받아야 해서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좀 있다가 나갈 겁니다.”


“그래? … 그럼 금방 나와야 해. 제때 안 나오면 말들이 많을 거야. 설립자 아들이자, 단장님 동생이 뺀질거린다며 사람들이 구시렁거릴 거야.”


“네, 알겠습니다. 양선생님.”


장호일 배우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대선배이자. 삼촌과 같은 양진석 배우에게 정중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양진석 배우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분장실 밖으로 나갔다.


“휴우~!”


장호일 배우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제 분장실에 그밖에 없었다. 장호일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실실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 같았다.


5분 후,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모두 의상을 갖춰 입었다. 담배 공장 직원과 군인, 투우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찌이잉!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자, 무대 맨 뒤에서 스크린이 내려왔다. 배경 LED 스크린이었다.


스크린 내려오자, 멋있는 풍경이 보였다. 스페인 세비야의 모습이었다. 푸른 하늘이 경이로웠다.


연극 ‘호세와 카르멘’은 스페인 세비야가 배경이었다.


배우 뒤에는 대도구가 있었다. 대도구는 거대한 계단이었다. 무대 옆과 앞에는 소품이 있었다.


배우들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모두 이상이 없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장철수 단장이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는 ‘호세와 카르멘’ 연출자지만. 지금은 관객의 입장이었다.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무대 감독의 책임이었다. 무대 감독이 전적으로 모든 걸 짊어졌다. 이는 배의 선장과 같았다.


무대 감독은 2층 무대 제어실에 있었다. 그곳에서 조명, 특수 효과, 음향, 의상, 소품, 배경, 연기 지시 등 모든 걸 관리했다.


무대 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준비 사항을 일일이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렸다.


“배경 LED 스크린 이상 없습니다. 조명 장치, 음향 효과 이상 없습니다. 배우님들은 모두 무대로 나오세요. 스태프님들은 의상과 분장을 체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배우의 분장과 의상을 꼼꼼히 살폈다. 실수가 있다며 지금 바로 잡아야 했다.


무대를 바라보던 장철수 단장이 두 손바닥을 비볐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잘 되겠어.”


장철수 단장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대 위로 올라갔다. 단원들 격려차였다.


장단장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무대 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켰다. 스포트라이트가 장단장을 강렬하게 비췄다.


“어~?”


장철수 단장이 당황한 듯 걸음을 멈췄다. 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가 한 손을 높이 들었다. 2층 무대 제어실을 올려다보고 외쳤다.


“무대 감독님! 장난 그만 하세요.”


무대 감독이 빙긋 웃고 스포트라이트를 껐다.


장철수 단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배우들을 쭉 둘러봤다. 그러다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멘! 어디 있어요?”


“여기 있어요.”


젊은 여자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2회차 공연 카르멘, 이유리 배우였다.


확실히 이유리는 최지나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최지나가 농염하다면 이유리는 청순했다.


청순함은 카르멘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장단장은 고심 끝에 베테랑 분장사를 불렀다. 고혹함을 추가하라고 부탁했다.


이에 분장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 청순함에 고혹함을 추가했다. 그러자 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와우!”


장철수 단장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신예 이유리 배우를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새로운 카르멘이 탄생한 느낌이었다. 최지나의 카르멘이 전통적이라면 이유리의 카르멘은 새로웠다.


“아주 좋군.”


장철수 단장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손뼉을 마구 쳤다. 박수 소리가 무대에 울렸다.


이유리 배우가 기쁜 듯 활짝 웃었다. 치마를 양손으로 잡고 우아하게 인사했다.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 누구를 찾는 거 같았다.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크게 외쳤다.


“호세! 장호일 배우님! 어디에 있어요?”


무대에 큰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무런 답이 없었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장호일 배우를 찾았다.


“어? 이상하네?”


장철수 단장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대에 많은 배우가 있었다. 카르멘 이유리를 비롯해 담배 공장 직원과 투우사, 장교, 병사들이 서 있었다.


“호일이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장철수 단장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주인공이 있는데 상대역인 남주인공이 없었다.


그때, 최연장자 양진석 배우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단장님, 호세가 분장실에 있는 거 같습니다. 분장실에서 전화를 기다렸어요.”


“저, 전화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가 무전기를 들었다. 무대 감독에게 연락했다.


“무대 감독님, 호세가 어디에 있죠? 분장실에 있나요?”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 … 분장실에 있습니다. 지금 책상에 엎드려있어요. 호세가 맞아요. 지금 자는 거 같습니다.”


“그래요?”


장철수 단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리허설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남주인공 혼자 태평하게 쿨쿨 자고 있었다.


장단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구시렁거렸다. 장호일 배우는 그의 동생이었다. 그의 체면이 배우와 스태프들 앞에서 구겨졌다.


“이놈의 자식이 빠져서 ….”


장철수 단장이 근처에 있는 스태프를 찾았다. 장단장이 말했다.


“백스테이지 분장실로 가보세요. 호세를 깨우고 같이 무대로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 하나가 답을 하고 급히 움직였다.


배우들이 웅성거렸다.


“이상하네. 장호일 배우님이 이러실 분이 아닌데 …,”


“맞아요. 오늘따라 좀 이상하네요.”


지시를 받은 스태프가 무대 뒤 백스테이즈로 향했다. 분장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분내가 코를 찔렀다.


스태프가 문 앞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저 앞에 한 사람이 있었다. 분장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스태프가 크게 외쳤다.


“장호일 배우님. 단장님이 지금 찾습니다. 무대로 나가셔야 합니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스태프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장호일 배우님! 어서 일어나세요.”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장호일 배우는 책상에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 어라?”


스태프가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짓다가 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분장실에 울렸다.


5초 후, 스태프가 호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호세님! 장호일 배우님!”


스태프가 크게 소리쳤다. 무척 큰 소리였다.


그런데 장호일 배우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주 깊은 잠에 빠진 거 같았다.


“이런!”


스태프가 두 손을 들었다. 흔들어 깨우려고 했을 때


그때! 스태프의 두 눈이 두 배로 커졌다. 그가 깜짝 놀랐다.


바닥에 붉은 게 보였다. 분 내와 함께 피비린내가 코를 확 찔렀다.


“헉!”


스태프가 뒤로 한발 물러섰다. 바닥에 붉은 액체가 흥건했다. 그건 피였다. 위에서 뚝뚝 떨어졌다.


피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장호일 배우의 가슴이었다. 가슴팍에 날카로운 칼이 꽂혀 있었다.


“세, 세상에!”


스태프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았다.


피가 회색 군복을 푹 적셨다. 상당한 양이 바닥에 고였다. 피 웅덩이가 생겼다.


스태프의 입을 틀어막았던 두 손이 풀렸다. 이윽고


“아악!”


커다란 비명이 들렸다.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끔찍한 소리였다.


“응?”


2층 무대 제어실, 무대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니터로 보이는 분장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스태프가 화들짝 놀라서 기겁하더니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장호일 배우는 여전히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어? … 무슨 일이 있나?”


무대 감독이 급히 단장에게 무전을 날렸다.


“단장님! 지금 분장실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요. 스태프가 제정신이 아니에요. 어서 가보세요.”


“네에?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장철수 단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대 감독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단장님, 일단 한 번 가보세요.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장호일 배우가 좀 이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현재 분장실에 두 명이 있었다. 동생 장호일과 스태프 한 명이었다.


‘호일이가 이상하다고?’


장단장이 긴장감을 느꼈다. 무대 감독의 말이 사실이라면 동생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장철수 단장의 두 눈이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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