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04_범인의 정체와 유강인의 의문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헉!”


사태를 파악한 장철수 단장이 달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그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급한 발소리가 무대에 울렸다.


극단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나 봐요?”


“네, 그런 거 같아요. 단장님 행동이 심상치 않아요.”


배우들이 서로 쳐다보며 말을 나눴다. 단장은 침착한 사람이었다. 저렇게 서두르는 적이 없었다.


장단장이 급히 움직였다. 백스테이지로 달려가 분장실로 향했다. 그 뒤를 배우 두 명과 스태프 세 명이 따랐다.


잠시 후


장철수 단장이 분장실 출입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출입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천천히 열렸다.


끼익! 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분내가 장단장의 후각을 자극했다


분장실은 넓었다. 20명이 한 번에 분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두 명이 있었다.


장철수 단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서둘러 상황을 살폈다.


스태프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동생, 장호일은 책상 위에 엎어져 있었다.


“으으으~!”


그때, 스태프의 신음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장단장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말했다.


“이, 이게 대체 … 무슨 일이야!”


잠시 분장실에 당혹감이 감돌았다.


10초 후


형이 동생한테 다가갔다.


형, 장철수 단장이 이를 꽉 깨물었었다. 비상사태라는 걸 직감하고 몸을 떨었다. 동생한테 큰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3초 후, 장단장이 벌벌 떠는 스태프 옆을 지나쳤을 때


스태프가 크게 외쳤다.


“자, 장호일 배우님이 칼에 찔렸어요. 피를 엄청나게 흘렸어요! 죽은 거 같아요!”


“뭐, 뭐라고? 동생이 죽었다고?”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아, 안돼!!”


장단장이 급히 달렸다. 동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 눈이 10kg 수박처럼 커졌다.


동생의 가슴팍에 날카로운 칼이 꽂혀 있었다. 그것도 아주 깊숙이 박혀 있었다. 회색 군복이 붉게 물들었다. 선혈이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스태프의 말대로 흘린 피의 양이 상당했다. 피 절반이 몸에서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 이런! 어서 119를!!”


장철수 단장이 급히 외쳤다.


스태프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119에 신고했다.


“호일아! 호일아! 죽으면 안 돼!!”


장철수 단장이 울부짖었다. 그 앞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죽어갔다.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고 의식을 잃었다.


동생은 이미 죽은 거 같았다. 요단강을 건넜다면 이를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호일아! 호일아!!”


형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분내 가득한 분장실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대 감독도 분장실로 달려왔다. 그가 참극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5분 후 사이렌 소리가 JS 아트센터 앞에 들렸다.


구급차에서 대원 둘이 급히 내렸다. 둘이 대극장 천지를 향해 내달렸다. 복도에 다급한 발소리가 울렸다.


사람을 살리려는 소리였지만, 이미 늦은 듯 힘이 없었다.



**



예상치 못한 비극이 JS 아트센터 대극장 천지에서 벌어지고 시간이 흘렀다.


여기는 유강인 탐정 사무소다.


유강인이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소파에 앉아서 따뜻한 코코아를 즐겼다. 코코아는 새로 산 제품이었다. 10분 전 봉지를 뜯었다.


“음~.”


유강인이 코코아의 맛을 음미했다. 이 코코아는 그가 늘 먹던 코코아가 아니었다. 처음 맛보는 제품이었다.


한 시간 전, 마트에 들렀던 황정수가 돌아왔다. 그의 손에 코코아 두 상자가 있었다. 유강인이 늘 먹던 고양이 표가 아니었다.


황정수는 고양이 표가 아니라 코알라 표 코코아를 샀다. 코알라 표가 1+1 세일을 하자, 그 제품을 덜컥 샀다. 싸게 샀다고 아주 좋아했다.


“흐흐흐! 수지맞았다.”


코알라표 코코아를 보고 황수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제품을 사 왔다고 황정수를 타박했다.


“선임 조수님, 다른 제품을 왜 사 왔어요? 탐정님이 좋아하는 고양이 표 코코아가 아니잖아요.”


“코코아는 거기서 거기잖아. 이게 싸고 좋은 거 같은데 ….”


“아니에요. 고양이 표 코코아가 최고예요. 코코아가 똑 떨어져서 코코아 사 오라고 했더니, 고양이 표가 아니라 코알라 표를 사오면 어떡해요!”


“맨날 먹는 것만 먹으며 질려. 다른 것도 섞어 먹어야 해. 편식은 금물이야. 탐정님도 내 판단을 존중하실 거야.”


“반품하세요.”


“이 제품도 좋다니까! 예전에 먹은 적이 있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괜찮았던 거 같아.”


둘이 티격태격하자, 유강인이 중재했다. 그가 말했다.


“조수님들 싸우지들 말아. 내가 먹어보고 평가해 볼게.”


“탐정님, 상자를 열면 반품 불가예요.”


황수지가 정색하고 말했다.


유강인이 괜찮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수지야, 한번 먹어볼게. 솔직히 저 메이커 맛이 궁금해. 고양이 표보다 별로라도 코코아는 먹을 수 있어. 세상에 맛없는 코코아는 없거든.”


“흐흐흐,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황정수가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후 황정수가 뜨거운 물을 끓였다. 잔에 코코아를 듬뿍 넣고 뜨거운 물을 콸콸 부었다. 숟가락을 살살 돌려서 코코아를 녹인 후, 그 잔을 유강인에게 건넸다.


유강인이 잔을 받고 새로 산 코코아를 음미했다.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단맛이 적네. 아주 진한 맛이야. 블랙커피 같아. 이 코코아도 괜찮네. 간혹가다 한 번씩 먹으면 괜찮을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여러 제품을 섞어 먹는 게 질리지 않고 좋아요. 이 제품을 먹고 고양이 표를 먹으면 고양이 표가 더욱 맛있을 거예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으니까 … 집착은 별로지.”


유강인이 만족하자, 조수들도 코코아를 마셨다. 황정수가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 잔 더 마셨다.


황수지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 말대로 맛없는 코코아는 없었다.


코코아를 즐기던 유강인이 핸드폰을 들었다.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잠시 뉴스 속보를 살피다가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속보가 있었다. 속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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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연극배우이자, 유명 탤런트인 장호일씨가 분장실에서 칼에 맞고 사망했습니다.

장호일씨는 서울 강천구 ‘JS 아트센터’ 대극장 천지에서 연극 공연 중이었습니다. 연극은 극단폭풍 작품입니다.

연극 제목은 ‘호세와 카르멘’입니다. 장호일씨는 연극의 남주인공, 돈 호세 역이었습니다.

오늘은 1회차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2회차 공연을 준비하는 드레스 리허설 날이었습니다.

장호일 배우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무대에 오르지 않고 분장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장호일 배우가 무대에 오르지 않자, 스태프 한 명이 그를 찾으러 갔습니다.

분장실에 들어간 스태프는 칼에 맞고 피를 흘리는 장호일씨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극단폭풍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도 장호일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119 구급대가 5분 뒤 도착했지만, 장호일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장호일씨를 해친 범인은 분장실 CCTV에 잡혔습니다.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극단폭풍 단원, 조인수씨였습니다.

조인수씨는 해당 연극에서 단역인 군인 역할이었습니다.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고 바로 도주했습니다.

경찰은 조인수씨를 장호일씨 살인범으로 수배하고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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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장호일이라면 유명한 배우인데 ….”


유강인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응?”


황수지가 그 말을 듣고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정수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지, 장호일 배우를 … 알지?”


황수지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요! 장호일 배우는 요즘 잘 나가는 배우예요. 1년 전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인기가 참 좋았어요.

연기를 참 잘한다고 칭찬이 많았죠. 베테랑 연극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고 했어요. 그런데 장호일 배우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황수지가 무척 궁금한 얼굴로 말했다. 유강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속보를 봤어. 장호일 배우가 분장실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 그것도 칼에 맞았어.”


“네에?”


조수 둘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둘 다 장호일 배우를 잘 알았다. 장호일은 나름 잘 나가는 주연급 배우였다. 그 위상이 점점 올라갔다.


“진짜로 죽었어요?”


황정수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응, 속보를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잠시 후 조수 둘이 속보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진짜로 장호일 배우가 죽었네요. 어제 그 사람이 나온 드라마를 봤는데 … 도저히 믿겨 지지가 않아요.”


“맞아요. 칼에 맞아 죽었다면 이건 살인이잖아요. 자연사가 아니에요! 대낮, 분장실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


유강인이 맞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살인이야. 명백하게! 연극 공연 중 남자 주인공이 살해당했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더군다나 죽은 자는 유명 배우야 … 무슨 심각한 일이 있는 거 같아.”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직감이 발동했다. 장호일 배우 주변에 살의를 가진 자가 있는 게 분명했다.


용의자는 같은 극단단원이었다. 그자는 단역이었다. 단역이 남주인공을 죽였다.


“음!”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남자가 야수의 마음으로 칼을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처참하게 죽였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범인은 킬러가 아니야. 극단단원이야. 단원이 킬러처럼 한 사람을 죽였어. 그것도 CCTV가 찍히는 분장실에서 그런 짓을 했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야.’


유강인이 코코아를 쭉 마셨다.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으로 걸어가 밖을 살폈다.


저 멀리에 한강이 보였다. 도로에 차들이 많았다.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해가 떨어졌다. 퇴근하는 차량과 행인들이었다.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명한 사람이 죽었으니 한동안 시끄럽겠군. 모든 살인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야. 이번 살인에도 이유가 있을 텐데 … 그 이유가 대체 뭘까?

범인이 왜 장호일을 죽여야 했을까? 혹 실수였나? 실수라도 … 그 실수가 그냥 생기는 건 아니야. 실수에도 피치 못 할 이유가 있어.”


유강인이 종잡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굳은 얼굴로 계속 서울 시내를 내려다봤다.


인터넷은 장호일 애도 물결로 들끓었다. 전도유망한 배우가 허망하게 이승을 떠났다고 다들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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