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나흘 후, 운명의 세 번째 막
2026년 2월 4일, 오후 3시 10분
단장 장철수가 동생 상을 마쳤다. 그가 침통한 표정으로 극단폭풍 3층 단장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10년 전 아버지를 잃었고 며칠 전 동생을 잃었다. 이제 그는 혼자였다. 어머니는 20년 전, 그의 곁을 떠났다.
“으으으~!”
장단장이 두 손으로 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유일한 혈육이자, 사랑하는 동생을 한순간에 잃자, 견딜 수 없는 슬픔이 그를 덮쳤다.
그렇게 장철수 단장이 견딜 수 없는 고통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극단의 공연은 계속 진행됐다. 2회차 공연만 취소하고 다른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공연장은 변경되었다.
JS 아트센터에 대극장 하나가 비어있었다. 그곳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공연은 팬들과의 약속이었다. 대체자가 있으면 멈출 수 없었다. 호세 역은 급한 대로 다른 배우가 맡기로 했다. 호세 상관인 장교 역 배우가 돈호세가 됐다.
“어찌 이런 일이!”
장철수 단장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앞에 동생을 죽인 자가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요절을 낼 기세였다.
장단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극단과 공연의 총책임자로 그 책임이 막중했지만, 몰려오는 슬픔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무대 감독에게 모든 걸 맡겼다.
다행히 무대 감독은 최고로 인정받는 인재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흑!”
장단장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복받치자, 눈물이 절로 나왔다. 샘솟는 눈물이 바닥을 향해 뚝뚝 떨어졌다.
한동안 그렇게 장철수 단장이 슬퍼했다. 연극은 기대한 대로 호평받았지만, 그의 마음은 피가 팔팔 끓어오르는 생지옥이었다.
현재 모든 회차가 매진됐다. 뛰어난 배우였던 장호일이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팬들이 앞다투어 표를 샀다.
장철수 단장이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언제까지 슬퍼할 수는 없었다.
그는 3회 공연인, 2월 7일 공연 때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공연에 앞서 동생 추도사를 읽어야 했다. 그가 크게 심호흡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단장이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흐르는 눈물을 꼼꼼하게 닦았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하고 있을 때
삐리릭!
핸드폰 벨이 울렸다. 장철수 단장이 힘없는 얼굴로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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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수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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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수는 극단폭풍 단원이었다. 연극 ‘호세와 카르멘’ 군인 1역이었다.
그는 다름아닌 장호일 살해 용의자였다. CCTV에 그 모습이 선명하게 찍혔다. 현재 경찰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조, 조인수!”
장철수 단장이 조인수 석 자를 크게 불렀다. 동생을 죽이고 도망친 자가 형에게 연락했다.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아야 했다. 왜 전화했는지 알아야 했다.
장단장이 급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에서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 단장님, … 정말 죄송합니다!”
“뭐,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단장님, 정말 …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어디에 있어! 어서 말해!”
“극단 건물 뒤편에 있어요.”
장철수 단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네가 … 동생을 죽였냐?”
“그, 그게 ….”
“어서 말하지 못해!”
“사, 사실은 ….”
“그래, 사실대로 말해!”
장철수 단장이 말을 마치고 두 귀를 쫑긋했다. 동생을 죽인 자가 무슨 변명을 할 거 같았다.
그때! 핸드폰에서 비명이 들렸다.
“악!”
그 소리를 듣고 장단장이 깜짝 놀랐다.
“왜 그래?”
“사, 살려줘! 제발!!”
“지금 뭐 하는 거야?”
장철수 단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통화가 뚝 끊겼다.
“이, 이게 대체?”
장단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서 있었다. 커다란 당혹감을 느낀 듯했다.
그때, 단장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이 열리고 직원 하나가 들어왔다. 30대 중반 여자였다.
그녀는 극단폭풍 사무장 김두희였다. 중간 키에 많이 말랐다.
“어?”
김두희 사무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장철수 단장이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김사무장이 장단장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단장님, 혹 무슨 일이 있으세요?”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 정신 차리고 말했다.
“사무장! 지금 조인수 그놈한테 전화가 왔어.”
“네에? 조인수라면 … 동생분을 죽인 ….”
“그래, 맞아. 그놈이 지금 건물 뒤편에 있다고 했어.”
“그래요. 그럼, 어서 경찰에 연락하세요.”
“알았어.”
장단장이 서둘렀다. 사건 담당 형사에게 전화했다,
“네, 이진환 형사입니다.”
“형사님, 장철수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지금 조인수 그놈이 저한테 전화했습니다.”
“네에? 조인수라면 … 용의자를 말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조인수 그놈이 극단 건물 뒤편에 있다고 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놈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후 통화가 뚝 끊겼습니다.”
“그래요? 무슨 일이 있는 거 같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먼저 근처 파출소에서 순찰차가 도착할 겁니다. 출동 경찰의 지시를 잘 따라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장단장이 급히 움직였다. 조인수가 분명 말했다. 건물 뒤편에 있다고 ….
단장이 움직이자, 사무장도 같이 움직였다. 사무장은 단장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김두희 사무장이 급히 외쳤다.
“단장님, 같이 가요.”
장철수 단장이 걸음을 멈췄다.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김사무장에게 말했다.
“사무장, 2층으로 내려가서 단원들을 불러. 같이 건물 뒤편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김두희 사무장이 답하고 급히 단장실에서 나갔다.
극단폭풍 건물은 공기가 깨끗한 울창한 수풀 속에 있었다. 앞에 차도가 있었고 뒤는 산이었다.
산은 등산객이 다니는 곳이었다. 산 아래에 공원과 운동 시설이 있었다.
잠시 후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 단원 셋이 건물 출입문에서 나왔다. 다섯이 건물 뒤편으로 달려갔다.
장단장이 앞장섰다. 그가 건물 코너를 돌았을 때 걸음을 멈췄다. 저 앞 산길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거 같았다.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발소리가 들렸다.
“응?”
장철수 단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크게 외쳤다. 그 소리가 매우 컸다.
“서라!”
그때! 푸드덕 소리가 들렸다. 저 앞, 큰 나뭇가지 위에서 쉬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하늘에 올라 펄럭펄럭 날갯짓했다.
장철수 단장이 계속 내달렸다. 앞에 있는 산길로 향했다.
“헉! 헉!”
가쁜 숨소리가 들렸다. 장단장이 황급히 산을 올랐다. 김두희 사무장과 단원 셋도 그 뒤를 따랐다.
다섯이 5분 동안 쉬지 않고 산길을 올랐다.
“젠장!”
장철수 단장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산이 무척 넓고 깊었다. 울창한 산이라 탁 트인 곳이 없었다. 산길이 계속 굽이쳤다. 꿈틀거리면 움직이는 뱀 같았다.
뒤따라오던 김두희 사무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단장님, 경찰이 온다고 했잖아요. 더는 올라가지 마세요.”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그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파출소 순찰차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경찰 둘이 내렸다.
건물 출입문 앞에 단원 여러 명이 서 있었다. 단원들은 살인마 조인수가 건물 뒤편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벌벌 떨고 있었다.
경찰 하나가 단원들에게 말했다.
“단장님은 어디에 계시죠?”
단원 하나가 급히 말했다.
“단장님은 단원들과 함께 건물 뒤편으로 가셨어요. 그곳에 조인수가 나타났다고 들었어요.”
“알겠습니다.”
경찰 둘이 걸음을 옮겼다.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그때, 숲속에서는 긴장감이 흘렀다.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단장님, 이제 돌아가야 해요. 혹 위험할 수 있어요.”
김두희 사무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뒤따라온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산속은 매우 음산했다. 어디에서 누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장단장이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두 눈을 떴다. 그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장철수 단장이 산에서 내려갔다. 사무장과 단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단장이 산에서 내려오자, 출동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다.
20분 후
서울 강천 경찰서 강력반 밴과 기동대 버스 한 대가 극단폭풍 건물 앞에 도착했다.
강력반 밴에서 형사 하나가 내렸다. 그는 사건 담당 형사 이진환이었다.
이형사는 40대 초반 남자였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183cm 키에 우람한 근육질이었다.
얼굴은 사각형이었다. 이목구비는 흐릿한 편이었다. 찢어진 눈에 코가 작았고 양 입술이 가늘었다.
이진환 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건물 출입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이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출입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장철수 단장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장단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형사가 장단장의 안색을 살폈다. 딱 봐도 무척 당황한 거 같았다.
그럴 만했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형에게 전화했다. 이는 숨 막히는 일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말했다.
“장단장님, 조인수가 전화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 안에 통화 녹음 파일이 있었다.
장단장이 녹음 파일을 플레이했다.
놀란 형의 목소리와 어쩔 줄 몰라 하는 범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진환 형사가 통화 내용을 듣고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인 용의자 조인수가 장철수 단장에게 전화한 게 맞았다. 지금 건물 뒤편에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다 비명이 들렸다.
이형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 오면서 보고를 받았습니다. 산에 올라가셨다고요?”
장철수 단장이 답했다.
“네, 단원들과 함께 건물 뒤편으로 갔습니다. 그때 산길에서 인기척이 있었습니다. 산에 누가 있는 거 같아 단원들과 함께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내려오셨고요?”
“네, 그렇습니다. 사무장이 위험하다면 더는 올라가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수색대가 산으로 올라가겠습니다. 안내해주시죠.”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장철수 단장이 앞장섰다. 그 뒤를 이진환 형사와 기동대 경찰 20명이 따랐다.
이형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인범이 유족에게 전화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비명도 들렸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종잡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철수 단장이 건물 코너를 돌았다. 건물 뒤는 텅 비어있다. 저 앞에 울창한 숲이 있었다. 산기슭이었다.
경찰들도 코너를 돌고 주변을 살폈다.
장단장이 산기슭 산길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 산길에서 인기척이 있었습니다. 발소리도 들렸던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을 하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기동대 경찰 20명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저 산길을 타고 수색을 시작하세요. 조심스럽게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기동대 경찰들이 답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하나둘씩 산길을 올랐다. 그 뒤를 이진환 형사와 장철수 단장이 따랐다.
장단장이 두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커다란 긴장감을 느낀 듯했다. 반면 이형사는 태연했다. 이형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그래서 무척 침착했다.
수색대가 10분 정도 산을 올랐다. 저 앞에 능선이 보였다.
장철수 단장이 능선을 보고 말했다.
“지금 걷는 산길은 저 능선과 이어집니다. 능선을 따라 산길이 쭉 있어요.”
“그렇군요.”
이진환 형사가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험한 산이 아니었다. 산을 타는데 힘들지 않았다.
계속 수색이 이어졌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산길에 나뭇잎이 많았다.
기동대 20명 중 5명이 맨 앞에서 움직였다. 가장 몸이 민첩한 선봉대였다.
선봉대가 능선 근처에 다다랐을 때, 한 경찰이 움찔했다. 그가 급히 바닥을 내려다봤다. 발 근처에 무덤 봉분 같은 낙엽 더미가 있었다.
낙엽 더미는 자연스럽게 쌓인 거 같지 않았다. 누가 수북하게 쌓은 거 같았다. 낙엽 더미 끝에 낡은 운동화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