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신발을 발견한 경찰이 급히 이진환 형사를 찾았다.
“형사님! 여기로 오세요!”
그 말을 듣고 이형사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거기에 뭐가 있나요?”
“신발이 보입니다. 낙엽 더미 속에 사람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람이 있는 거 같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런!”
이진환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그의 직감이 발동했다. 큰일이 벌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형사가 달리자, 뛰따라가던 경찰들도 급히 움직였다. 장철수 단장도 그 뒤를 따랐다.
급한 발소리가 산속에서 울렸다. 낙엽 더미 속에 사람이 있다면 시체일 가능성이 컸다.
“휴우~!”
30초 후, 이진환 형사가 낙엽 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선봉대 경찰이 지목한 곳이었다.
이형사가 급히 신발을 찾았다. 낙엽 더미 속에서 신발이 툭 튀어나왔다. 오랫동안 신은 운동화였다.
“그렇군.”
이진환 형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살폈다. 그러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피 냄새가 납니다.”
“피 냄새라고요?”
경찰들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낙엽 더미를 조심스럽게 파헤치세요. 밑에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증거를 훼손할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경찰들이 답하고 모두 손에 흰 장갑을 꼈다. 아주 조심스럽게 낙엽 더미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옷이었다. 얇은 청색 패딩이었다. 패딩에 붉은 게 잔뜩 묻어 있었다. 피였다.
피를 확인한 이진환 형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예상한 최악의 결과였다.
잠시 후 경찰들이 낙엽 더미를 다 치웠다. 바닥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젊은 남자였다. 몸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모진 구타를 당한 거 같았다.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죽은 게 분명했다.
“젠장!”
이진환 형사가 젊은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곱슬머리에 눈썹이 진했다. 잠시 후 그가 중얼거렸다.
“… 조인수 얼굴이야.”
낙엽 더미 속에 시신이 있었다. 사람이 두 번째로 죽었다. 죽은 이는 장호일 살해 용의자, 조인수였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대체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명 배우 장호일을 처참하게 죽인 용의자가 모진 구타를 당하고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이는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다.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이형사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가 장철수 단장을 찾았다.
장단장은 10m 아래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낙엽 더미 속에 시신이 있다는 소식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진환 형사가 장철수 단장에게 말했다.
“장단장님, 여기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얼굴이 용의자 조인수 같습니다. 신원을 확인해야 합니다. 조인수 얼굴을 잘 아시나요?”
장단장이 급히 답했다.
“얼굴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올라와서 확인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답하고 산길을 올랐다. 시신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했다. 떨리는 눈으로 시신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조, 조인수! 조인수가 맞아요! 내 동생을 죽인 놈인데 …. 이자도 죽은 거예요?”
이진환 형사가 답했다.
“아직 의사의 사망 진단이 없어서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죽은 건 맞습니다. 단장님, 동생을 죽인 조인수가 분명히 맞나요?”
“네, 맞아요. 조인수가 맞아요. 분명해요. 인수는 5년 동안 우리 극단 단원이었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인수 얼굴을 잘 알아요.”
“그렇군요.”
이진환 형사가 참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인 사건 용의자가 시체로 발견됐다. 그것도 모진 구타를 당하고 죽었다. 누군가가 분풀이한 거 같았다.
“이게 대체!”
이형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수색대가 산 아래로 내려갔다. 과학수사대 차량이 공터에 있었다. 대원들이 차에서 장비를 꺼냈다.
과학수사대 대장이 사건 담당 형사를 찾았다. 그가 이진환 형사에게 걸어와 말했다.
“현장을 잘 보존했나요?”
“네, 최대한 보존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올라가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과학수사대가 산으로 올라가자, 이진환 형사가 극단폭풍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서성였다.
시간이 20분 정도 흘렀다.
로비에 단원들이 많았다. 조인수가 죽었다는 소식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원 둘이 연달아 죽고 말았다.
극단 이름처럼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진환 형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명 배우 조인수가 유명 배우 장호일을 분장실에서 칼로 찌르고 도주했어. 그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혔어.
조인수는 신참이 아니었어. 5년 동안 극단에 소속된 단원이었어. 분장실에 CCTV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도 사람을 죽였어.
그리고 어이없게도 단장에게 전화 걸었어. 단장은 장호일 친형이야. 전화를 걸어서 자기 위치까지 가르쳐 줬어. 그러다 비명을 지르고 산속으로 끌려가 매 맞고 죽고 말았어.’
이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조인수가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다면, 스스로 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어. 누군가에게 매맞고 죽었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야. 조인수가 왜 장호일을 죽였고 조인수는 누구한테 죽은 거지? 분명 평범한 사건이 아니야. 뒤에 뭔가가 있는 거 같아.’
“허! 참.”
이진환 형사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지인 전화번호를 살피다가 한 번호에 눈에 딱 꽂혔다.
“그렇지.”
이진환형사가 서울 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이호식 팀장에게 연락했다. 이팀장이 전화 받았다.
“형님.”
“오. 그래, 동생.”
이진환 형사는 이호식 형사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둘이 친한 사이였다.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향이기도 했다.
“형님, 이번에 사건을 맡았는데 보통 사건이 아닌 거 같아서 연락했습니다. 도움을 좀 받으려고요.”
“그래? … 좀 의외인데, 어려운 사건이야?”
“장호일 배우 사망 사건 아시죠?”
“알지. 유명한 사건이잖아. 아! 동생이 그 사건을 맡은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야? 용의자를 특정했다는 기사를 봤어. CCTV에 범인이 찍혔다며 … .”
“그렇긴 한데, 용의자가 지금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산속에서 모진 구타를 당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정말이야?”
“느낌상 보통 사건이 아닌 거 같습니다. 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거 같았어요.”
“그렇지. 살인 용의자가 구타를 당한 후 시체로 발견됐으니 … 특이한 사건은 맞아. 정황상 단독 범행은 아닌 거 같군.”
“저 형님, 유강인 탐정님 도움을 받고 싶은데 … 가능할까요?”
“아! 유탐정. 그거야 내가 부탁하면 가능하지. 유탐정은 내 친구잖아. 동생이기도 하지. 친동생과 같아.”
“잘됐네요. 부탁합니다. 형님.”
“알았어. 좀 기다려.”
이호식 팀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연락했다. 유강인이 전화 받았다.
“네, 팀장님.”
“그게 …. 잘 들어봐. 유탐정.”
이호식 팀장이 유강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딱 들어도 보통 사건이 아니군요. 장호일 배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 안타까웠는데 범인도 죽었군요.”
“정황상 사건에 배후가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용의자가 처참하게 죽은 거야. 죽여서 입막음한 거지.”
“맞습니다. 용의자가 자기 정체를 너무 쉽게 드러냈습니다. 몰래 죽일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도 무척 이상한데 … 용의자가 유족한테 전화까지 걸었습니다. 이후 모진 구타를 당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사건 전개가 좀 이상합니다.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사건 뒤에 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사건을 맡을 거야? 말 거야?”
유강인이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사건을 맡겠습니다. 제가 원래 유명인 사건 전문이잖아요. 더군다나 두 사람이나 죽었습니다. 앞으로 추가 살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뭐? 추가 살인이라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가로 입막음해야 하거나, 배후에 있는 범인이 광기에 휩싸이면 어떤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맞아! 이건 우리 유탐정이 맡아야 할 사건이야. 사실, 유명인 살인 사건은 경찰이 맡기가 좀 어려워.
언론에서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난리를 치잖아. 시민들 눈치 보느라 수사하기가 참 곤란해. 이럴 때는 민간 탐정이 최고지.
더군다나 유강인 탐정님이라면 시민들도 믿고 수사 결과를 기다릴 거야.”
“과찬의 말입니다.”
“아주 좋았어. 우리 유탐정이 사건을 맡은 이상, 진상이 곧 밝혀지겠지. 범인은 이제 죽었어. 도망갈 데가 없어. 이진환 형사한테 연락하라고 할게.”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1분 후 핸드폰 벨이 울렸다. 그가 전화 받았다.
“서울 강천 경찰서, 강력반 이진환 형사입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유강인이라는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속으로 크게 웃었다. 그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의 도움이라면 사건을 신속하게 풀 수 있을 거 같았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진환 형사님.”
“네, 말씀하세요.”
“현재 사건 현장에 계시다고요?”
“그렇습니다.”
“저도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바로 수사를 시작하시는 겁니까?”
“네, 사건을 맡았으니 바로 시작해야죠. 현장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거나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물론 예외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기본을 따르겠습니다.
범인이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극단폭풍 건물로 오시면 됩니다. 장호일 살인 용의자, 조인수가 극단 건물 뒷산에서 발견됐습니다. 극단 주소는 서울 강천구 XX 14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황정수, 황수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물었다.
“탐정님, 출동인가요?”
“응! 강천구 극단폭풍 건물로 가야 해. 주소는 강천구 XX 14야.”
황수지가 주소를 암기했다. 핸드폰을 꺼내서 지름길을 찾았다. 그녀가 말했다.
“막히지 않으면 30분 정도에 갈 수 있어요.”
“좋았어!”
유강인이 시원하게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에 힘이 넘쳤다. 그가 새로운 사건을 맡았다. 딱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사건이었다.
사건은 한마디로 평범하지 않았다. 무명 배우와 유명 배우, 유족의 원한과 살인자의 전화, 그리고 모진 구타가 이어졌다.
유강인이 연극과 극단을 생각했다. 연극은 항상 배고픈 곳이었다. 대중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고 항상 돈에 쪼들렸다. 간혹 배우 중에서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극소수였다.
“그렇군.”
유강인이 계단을 내려가면 고개를 끄떡였다.
무대는 화려하기 마련이었다. 그 꿈이 클수록 더욱 화려했다. 하지만 그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거미줄이 쫙 쳐진 곳에 있었다.
그곳은 무척 춥고 어두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커다란 분노가 싹 틀 수 있었고 참을 수 없는 욕망이 꿈틀거릴 수 있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뭐가 댔든 진상을 밝혀야 해. 그게 추가 피해를 막는 길이야. 극단 내에 뭐가 있는 게 분명해.’
유강인이 탐정단 밴에 올라탔다. 그렇게 죽음의 거미줄, 극단폭풍으로 향했다.
극단폭풍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