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07_사건 브리핑과 분장실 CCTV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탐정단 밴이 도로를 내달렸다. 유강인이 차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다행히 교통 상황은 수월했다.


극단폭풍은 강천구 진봉산 근처에 있었다. 진봉산은 해발 212m의 높지 않은 산이었다. 그 높이가 낮았지만, 산세는 넓었다. 능선을 따라서 산길이 거미줄처럼 뻗어있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운적석, 황수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 수사를 시작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좀 특이한 면이 있었다. 예술가 집단인 연극 극단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예술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추구했다. 이에 목숨을 걸기도 했고 깊은 좌절의 늪에 빠져들기도 했다.


‘쉽지 않겠군.’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예술가들의 삶을 생각했다. 방송에 나오는 홍보성 내용이 아니라 실제 그들의 삶을 떠올렸다.


유강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세 글자였다.


그건 바로 ‘치열함’이었다.


치열하지 않으면 예술을 할 수 없었다. 그건 좋은 쪽이나 나쁜 쪽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차가 멈췄다. 황수지가 안전벨트를 풀고 말했다.


“탐정님, 다 왔습니다. 저 앞에 경찰들이 있네요.”


“알았어.”


유강인이 답을 하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가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조수 둘도 차에서 내렸다.


아주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진봉산에서 부는 산바람이었다.


황정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앞에 보이는 극단폭풍 건물을 보고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우와! 멋있다. 아주 세련된 건물이네요.”


황수지도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도 마찬가지였다.


극단폭풍 건물은 참 멋있었다. 정사각형 3층 건물이었다. 파스텔톤 하늘색이 푸른 하늘과 참 잘 어울렸다.


2, 3층 외벽에 유럽풍 발코니가 있었다. 발코니마다 대형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가 있었다. 차를 마시면 쉬기에 딱 좋았다.


유강인이 극단폭풍 출입문으로 향했다. 출입문 앞에 경찰 둘이 서 있었다.


유강인이 다가오자, 경찰 둘이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그중 하나가 급히 움직였다.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경찰과 함께 밖으로 나온 사람은 사건 담당 형사인 이진환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출입문을 향해 걸어오는 유강인을 보고 급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형사는 키가 크고 우람했다. 유강인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둘이 만났다.


이진환 형사는 인천 대표 경찰, 원창수 형사처럼 체격이 컸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원형사보다 신중해 보였고 꼼꼼해 보였다.


이형사가 무척 떨리는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서울 강천 경찰서 강력반 이진환 형사입니다. 유강인 탐정님을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유강인이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호식 팀장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진환 형사님이 무척 유능하다고 ….”


“아이고, 과찬의 말씀입니다. 이호식 팀장님은 고향 형님입니다. 그래서 좋게 말씀해 주신 거 같네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씩 웃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발코니를 올려다봤다. 그가 말했다.


“3층 발코니에서 사건 브리핑을 받고 싶은데 … 괜찮을까요. 발코니가 참 좋아 보이네요.”


“네, 가능합니다. 어서 가시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으로 올라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탐정단이 이진환 형사와 함께 3층 발코니로 향했다.


수사팀이 계단을 올라 3층 복도를 걸었다. 복도 끝에 발코니가 있었다.


오늘, 날이 참 좋았다. 공기도 깨끗했다. 그래서 그런지 3층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았다. 6차선 도로와 녹지가 풍성했다. 저 멀리에 도심도 보였다.


도심은 항상 복잡하기 마련이지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도심을 그렇지 않았다. 왠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탐정단이 의자에 앉았다. 이진환 형사가 커피 캔 네 개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탁!



캔 따개 여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시원한 커피를 쭉 들이켰다. 공기가 깨끗해서 커피 맛도 좋았다. 아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그렇게 잠시나마 커피 타임을 가졌다. 수사 전 여유를 즐겼다.


유강인이 커피 캔을 내려놓고 침착한 목소리로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이형사님, 브리핑을 시작해주시죠.”


“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태블릿 PC를 보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최초 사건인 장호일 배우 사망 사건은 나흘 전입니다. 2026년 1월 30일 13시 40분, 서울 강천구 JS 아트센터 분장실에 배우들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그날은 연극 ‘호세와 카르멘’ 2회차 공연, 드레스 리허설 날이었습니다.”


“드레스 리허설이라고요?”


“네, 의상을 갖추고 하는 최종 리허설을 말합니다.”


“아, 그렇군요.”


“13시 40분, 무대 지휘실에 있는 무대 감독이 분장실에 방송했습니다. 배우들한테 무대로 나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배우들이 무대로 나갔습니다. 분장사들도 분장실에서 나갔습니다.”


“피해자, 장호일 배우도 밖으로 나갔나요?”


“아닙니다. 분장실에 있었습니다. CCTV로 이를 확인했고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증언을 말해주세요. 누가 증언했죠?”


“증언자는 극단 단원 중 최연장자인 양진석 배우입니다. 증인에 따르면 피해자, 장호일 배우가 분장실에서 나가지 않고 가만히 있자, '호세! 어서 나가야지'라고 말했답니다.

아, 호세는 장호일 배우의 배역입니다. 장호일 배우는 연극의 남자 주인공 돈호세였습니다.”


“장호일 배우가 돈호세였군요.”


“그렇습니다. 피해자 장호일 배우는 양진석 배우의 말에도 가만히 있었습니다. 급한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양진석 배우에게 먼저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분장실에 피해자만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배우들이 분장실에서 나가서 무대로 갔습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단역 배우가 장호일 배우를 해쳤다고 들었습니다. 용의자의 행적을 말해주세요.”


“용의자는 단역 배우 조인수입니다. 조인수도 분장실에 있었습니다. 다른 배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칼을 들었습니다.”


“그 모습도 CCTV에 찍혔나요?”


“네, 찍혔습니다. 분장실 곳곳에 CCTV가 있었습니다. 사각 지역은 없었습니다.”


“칼을 어느 쪽 손에 들었죠?”


“오른손에 칼을 들었습니다. 확인 결과, 오른손잡이였습니다.”


오른손잡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배우들이 분장실에서 나간 시각과 … 범인이 분장실 안으로 다시 들어온 시각을 말해주세요.”


“분장실에 피해자만 남은 시각은 13시 43분입니다. 2분 뒤, 13시 45분, 용의자 조인수가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3시 45분 때, 다른 배우들은 어디에 있었죠?”


“배우들은 무대에 있었습니다. 드레스 리허설을 준비했습니다.”


“무대에 배우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나요?”


“장철수 단장과 스태프들이 있었습니다. 무대 감독은 2층 무대 제어실에 있었습니다.”


“그럼, 그분들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군요.”


“네, 그렇습니다. CCTV 상 조인수 단독 범행입니다.”


“CCTV 영상을 지금 볼 수 있나요?”


“네. 태블릿 PC 안에 영상이 있습니다. 이 영상을 플레이하세요.”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유강인에게 태블릿 PC를 건넸다. 유강인이 태블릿 PC를 건네받고 영상을 플레이했다.


분장실 CCTV 영상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13시 45분 20초


극단폭풍, 단역 배우 조인수가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른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다. 칼 길이는 대략 20cm였다.


피해자 장호일은 분장실 끝자리에 있었다.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용의자 조인수가 칼을 든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왼손은 뭔가를 쥐고 있었다. 조인수가 계속 걸음을 옮겼다.


피해자 장호일은 통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용의자 조인수가 장호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피해자 장호일이 인기척을 느낀 듯 고개를 들었다. 피해자가 용의자를 보고 당황한 듯 멈칫했다.


둘이 뭔가를 얘기했다. 피해자 장호일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때, 용의자 조인수가 칼을 높이 쳐들었다. 피해자 장호일의 가슴을 푹 찔렀다. 칼에 맞은 피해자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용의자 조인수가 깜짝 놀란 듯 두 발 뒤로 물러섰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몸을 뒤로 휙 돌렸다. 급히 내달렸다. 분장실에서 뛰어나갔다.


그때 시각은 13시 47분이었다.


용의자 조인수가 분장실에 들어왔다가 나간 시간은 1분 40초에 불과했다. 범행 전, 용의자와 피해자는 대화를 나눴지만, 그 결과는 처참한 칼부림뿐이었다.

-----------------



유강인이 영상을 다 보고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둘이 다툰 거 같군요.”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칼이 깊숙하게 박혔나요?”


“네, 아주 깊숙이 박혔습니다. 그래서 출혈이 아주 심했습니다. 구급차가 왔지만, 이미 심정지와 과다 출혈로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둘 사이가 좋지 않았나요?”


“단장과 단원들 말에 따르면 특별히 나쁜 사이는 아니랍니다. 극단 대표 배우와 단역 배우라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답니다.”


“칼에 묻은 지문을 확인했나요?”


“네, 확인했습니다. 손잡이에서 조인수의 지문을 확보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뭔가가 이상한 듯 CCTV 영상을 다시 플레이했다. 그가 집중한 것은 칼이었다. 칼 손잡이와 번쩍이는 칼날을 살폈다.


잠시 후 영상을 정지하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칼 손잡이가 평범해 보이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고급 제품 같아. 칼날도 아주 번쩍여. 사람을 죽이려고 고급 제품을 산 건가?’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저 멀리 보이는 녹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상이 좀 더 선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말했다.


“용의자, 조인수가 오늘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 건물 뒤편 산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럼, 현장으로 갑시다. 과학수사대는 왔나요?”


“네, 현장에서 증거를 채취하고 돌아갔습니다. 지금 가시죠. 좀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수사팀이 3층 발코니에서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갔다. 이진환 형사의 말대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했다. 산속은 해가 빨리 졌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빨리 갑시다.”


“네, 서두르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탐정 유강인 21_06_유강인 출동과 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