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1층 로비에 경찰 셋이 서 있었다. 출입구 근처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었다.
“응?”
유강인이 쓰레기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가 CCTV 영상을 다시 떠올렸다.
용의자가 피해자와 말다툼하다가 칼을 휘둘렀다. 그 칼이 피해자의 가슴에 팍 꽂혔다.
용의자는 피해자 가슴에 칼을 꽂은 후 자기 행동에 놀란 듯 잠시 주춤했다.
유강인이 급히 생각했다.
‘CCTV 영상 속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고 무척 당황한 거 같았어. 그렇다면 우발적인 범행이야. 피를 볼 생각이 없었는데 피를 본 거야.
우발적 범행이라면 …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어. 집이나 사건 현장, 직장에 무심코 뭔가를 흘렸거나 버렸을 수 있어.
특히, 범인이 사용한 칼이 심상치 않았어. 고급 제품으로 보였어. 고급 제품이라면 ….’
생각을 마친 유강인이 급히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현장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용의자 조인수 집을 수색했나요?”
“네, 수색했습니다. 아직 별다른 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가족 말에 따르면 극단과 공연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말을 이었다.
“사건은 두 군데에서 벌어졌습니다. JS 아트센터와 여기 극단폭풍입니다. 두 곳 다 철저히 통제하고 있나요?”
“네,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후, 범행 현장인 JS 아트센터 대극장 천지와 용의자와 피해자 직장인 이곳 극단폭풍에 조치를 내렸습니다.
두 곳 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물품 반입 및 반출 불가 조치를 내렸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외는 없습니다.”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진환 형사가 일을 잘 처리했다. 원칙을 잘 지켰다. 무척 꼼꼼한 성격이기도 했다.
유강인이 말했다.
“쓰레기들은 어디에 있죠?”
“모두 건물 안에 있습니다. 쓰레기 배출도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수사 수칙을 철저히 따랐습니다.”
“그렇군요. 여기 미화원들이 있죠?”
“네,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미화원들을 찾았다. 잠시 후 경찰 하나 미화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미화원은 40대 아주머니였다.
유강인이 급히 미화원에게 말했다.
“나흘 전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후로 쓰레기들을 밖에 버렸나요?”
“아니요. 쓰레기를 밖으로 버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탐정님 옆에 있는 형사분이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그 덕분에 쓰레기통이 넘치고 있어요. 악취도 나고요.”
“알겠습니다. 모든 쓰레기통을 수거해서 주차장에 쭉 펼쳐 놓으세요. 하나라도 빠진 게 있으면 안 됩니다.”
“아이고, 그걸 저 혼자 다 하라고요?”
“여기 경찰의 도움을 받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행이네요.”
미화원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이제 산으로 올라갑시다.”
“네. 저를 따라오세요.”
이진환 형사가 1층 출입문을 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미화원이 유강인의 지시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경찰 셋이 그녀를 도왔다. 각 층의 쓰레기통을 수거했다.
건물 앞에 주차장이 있었다. 차 1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디가 좋을까?”
미화원이 커다란 쓰레기통을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1분 후, 주차장 구석으로 향했다.
주차장 구석에 쓰레기통들이 차곡차곡 모였다. 10개가 훌쩍 넘었다. 모양이 각지각색이었다. 큰 것도 있었고 작은 것도 있었다.
한편, 수사팀은 극단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다. 길을 안내하던 이진환 형사가 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산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주변을 살폈다. 건물 뒤편은 텅 비어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조수 둘도 유강인을 따라서 주변을 살폈다. 황정수가 말했다.
“건물 뒤는 별거 없네요. 그냥 텅 비어있는 공간이에요.”
“맞아요.”
황수지가 고개를 끄떡이고 동의했다.
“그나저나 산길이 험하지는 않겠죠?”
황정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산길을 살폈다. 딱 봐도 산이 높지 않았다. 그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야 합니다. 산은 해가 일찍 져요.”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산길 앞에 경찰 둘이 서 있었다. 경찰 둘이 유강인을 보고 절도있게 경례했다.
유강인이 답례하고 산길을 살폈다.
산길은 성인 두 명이 다닐 수 있는 폭이었다. 완만한 경사였다.
수사팀이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10분 정도 길을 걸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랙킹 코스 같았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저 앞에 능선이 보였다. 능선 근처에 노란색 테이프 보였다. 폴리스 라인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폴리스라인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기에 커다란 낙엽 더미가 있었습니다. 낙엽 더미 속에 조인수가 있었습니다. 모진 매를 맞고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그 몰골이 처참했습니다.
낙엽 더미 바깥으로 신발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그래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폴리스라인을 향해 걸어갔다.
낙엽 밟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조인수의 시신은 이미 한 시간 전에 치웠다. 사건 현장에는 그가 누워있었던 바닥과 시신을 덮었던 낙엽 더미만 남았다.
수사팀이 낙엽 더미 앞에서 걸음 멈췄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여기 텅 비어있는 바닥에 조인수 시신이 있었습니다. 시신을 덮었던 낙엽 더미는 옆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태블릿 PC를 건넸다. 그가 말했다.
“유탐정님, 시신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태블릿 PC를 받고 조인수의 시신을 확인했다. 이진환 형사의 말대로 시신의 몰골이 처참했다. 아주 모진 구타를 당했다. 인정사정없는 폭력이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었고 코뼈도 부러졌다. 입술도 크게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다.
유강인이 조인수의 체격을 살폈다. 체격은 아주 건장했다. 힘이 세 보였고 키도 큰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딱 봐도 인정사정없는 폭력입니다. 조인수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거 같습니다. 단순한 말다툼이나 사소한 이해관계로 이렇게 때리지는 않습니다.
가능성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사무친 원한이거나 아니면 윗사람의 심기를 거스른 겁니다.”
“가능성이 두 가지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유탐정님. 그럼, 조인수한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있거나 모시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그건,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수사를 더 진행한 다음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요.”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침을 꿀컥 삼켰다. 유강인이 수사를 시작하자,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거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스포츠카를 타는 거 같았다. 사건의 진상이 곧 밝혀질 거 같았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이곳은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한적한 산길이었다. 그가 저 위 능선을 바라보다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능선까지 올라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탐정단이 따랐다.
3분 후 수사팀이 능선 위로 올랐다. 능선에 산길이 있었다. 능선 산길은 경사면 산길과 달리 폭이 좁았다. 성인 한 명만 다닐 수 있는 폭이었다.
능선 산길에서 유강인이 앞장섰다. 5분 정도 걷다가 능선 경사면을 살폈다.
수사팀이 올라온 경사면은 완만했다. 반면 맞은 편은 그렇지 않았다. 경사가 급했다.
“그렇군.”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수사팀도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이형사님, 조인수의 키가 어떻게 되죠?”
이진환 형사가 답했다.
“185cm입니다. 건장한 체격입니다.”
“역시 예상한 대한 대로 키가 크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 손을 들었다. 경사가 급한 맞은편을 가리키고 말했다.
“조인수를 해친 자는 맞은편으로 도망친 거 같습니다. 지름길로 도망쳤습니다.”
“네에?”
이진환 급히 능선 맞은편을 내려다봤다. 경사가 급한 곳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능선 산길을 살폈다.
능선 산길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쭉 이어졌다.
이형사가 말했다.
“유탐정님, 경사면이 아니라 능선 산길을 따라서 도망치지 않았을까요?”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정황상, 조인수를 죽은 범인은 이곳 지리를 잘 아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산에서 조인수를 죽인 겁니다. 조인수를 감쪽같이 해치우고 도망칠 수 있다는 걸 … 잘 알고 있었습니다.”
“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진환 형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을 찾았나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계속 수색 중입니다.”
“그런 점으로 봐도 이곳은 범인이 잘 아는 곳입니다. 그래서 실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범인이 도주로까지 미리 계획했다는 건가요?”
“그렇죠. 잘 아는 곳이니 도주로를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였을 겁니다.”
“그럼, 조인수 살인 사건은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계획범죄로 봐야겠네요.”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앞선 사건과 달리 계획범죄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네에? 앞선 사건이라고요? 앞선 사건은 장호일 살인 사건인데 … 그 사건이 계획범죄가 아니라 우발적인 범죄라는 말인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그런 거 같습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CCTV 영상 속에 답이 있었습니다.
범인이 피해자 가슴에 칼을 푹 찌르고 매우 놀란 듯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허겁지겁 도망쳤습니다.
그 모습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을 때 하는 행동입니다.”
이진환 형사가 CCTV 영상을 떠올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죽이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죽이고 보니 피를 보고 놀란 게 아닐까요?”
“그것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좀 더 수사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리일 뿐입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입을 꾹 다물었다. CCTV 영상만으로 사건을 단정할 수는 없었다. 참고인 조사와 증거를 확보해 그 진상을 밝혀야 했다.
날이 이제 깜깜해졌다. 산속이라 더욱 빨리 어두워졌다.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이제 내려갑시다.”
“네, 저를 따라오세요.”
15분 후, 수사팀이 산에서 내려왔다. 유강인이 걸음을 재촉했다. 확보한 쓰레기들을 확인해야 했다. 혹 쓰레기 속에 증거가 있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