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09_칼 상자를 발견하다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건물 주차장 한구석에 쓰레기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주차장 가로등과 경찰차 헤드라이트가 쓰레기들을 비췄다. 강렬한 조명이라 쓰레기들이 잘 보였다.


사건 수사에서 쓰레기는 항상 중요했다. 쓰레기들 속에 증거가 있을 수 있었다.


“저기에 쓰레기들이 잔뜩 있네요. 양이 꽤 많아요.”


황정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쓰레기라며!’ 구시렁거렸다.


그의 반응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쓰레기를 뒤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겨운 냄새를 참아야 했고 더러운 걸 만져야 했다.


반면 유강인은 미소를 지었다. 잔뜩 쌓인 쓰레기들을 보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는 듯했다.


“아주 좋군.”


유강인이 두 손바닥을 쓱쓱 비볐다.


우발적 범죄의 경우, 쓰레기 수사는 매우 중요했다. 범인이 무심코 중요한 걸 버릴 수 있었다.


계획범죄는 그 양상이 달랐다. 주도면밀한 범죄기획자들은 쓰레기 처리에 항상 신경을 썼다. 그래서 쓰레기 속에서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유강인이 수북이 쌓인 쓰레기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들을 정리하던 미화원이 말했다.


“유탐정님, 각 층에서 쓰레기통을 모두 수거해서 쫙 펼쳤습니다. 일단 박스와 종이를 구분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유강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 여기 건물 구조를 말해주세요. 각 층에 뭐가 있죠?”


미화원이 답했다.


“1층에 로비와 사무실, 미화원 쉼터와 창고가 있어요. 2층에 연습실이 있어요. 2층을 통째로 쓰고 있어요. 3층에 단장실과 귀빈실이 있어요.

2층과 3층에 발코니가 있고 옥상은 문을 닫아서 출입 불가에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쓰레기들을 바라봤다. 이제 쓰레기들을 살펴야 했다. 악취가 진동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유강인 옆에서 쓰레기들을 유심히 살피던 이진환 형사가 말했다.


“유탐정님, 뭘 찾아야 하죠?”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조인수와 관련된 물건이나 흉기와 관련된 물건을 찾으세요. 조인수는 20대니 … 20대 남자와 관련된 물건을 찾으세요.

흉기는 고급 칼이었습니다. 고급 칼과 관련된 물건을 찾으세요.”


“네? 고급 칼이라고요?”


고급 칼이라는 말에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그걸 어떻게 아셨죠?”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칼의 광채가 아주 남달랐습니다. 칼 손잡이도 예사롭지 않았고요. 그 광택으로 볼 때 고급 제품으로 만든 거 같았습니다.”


“네? 그걸 다 보셨다고요? CCTV 영상이 그렇게까지 선명하지 않았는데 ….”


이진환 형사 놀란 얼굴로 말하자,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탐정님은 작은 광채라도 놓치지 않아요. 반짝이는 광채만 보고도 비싼 제품인지 값싼 제품인지 다 구분하세요. 고급 제품일수록 광채가 은은하다고 하셨어요.”


“아, 그렇군요. 역시!”


이진환 형사가 감탄하며 말했다. 유강인은 유강인이었다. 명불허전이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경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먼저 미화원분이 하셨던 것처럼 쓰레기들을 품목별로 정리하세요. 상자는 상자대로 종이는 종이대로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대로 구분하세요.

그렇게 구분한 후, 종이는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경찰 10명이 크게 답했다.


이진환 형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찰들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말씀 잘 들었죠. 지금부터 작업을 시작하세요.”


경찰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손에 흰 장갑을 끼고 쓰레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 작업이 착착 진행됐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쓰레기들을 살폈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앞에 있는 극단 건물이 환했다. 모든 층에 불이 다 들어왔다. 그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건물 안에 누가 있죠?”


“극단 단장님과 직원들, 일부 배우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상주하는 분들입니다.”


“다른 배우들은 어디에 있죠?”


“다른 배우들은 집에 있을 겁니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렸습니다.”


“알겠습니다. 쓰레기들을 살핀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단장님을 만나겠습니다.”


“그럼, 단장님께 연락하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유강인이 다시 쓰레기들에 집중했다.


캔 깡통, 이면지, 휴지, 상자, 배달 음식 포장지, 음식물 쓰레기 등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이 품목 별로 정리됐다.


경찰 10명이 악취를 참고 계속 작업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30분이 지났다.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배가 고파요. 저녁 먹을 시간이에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작업 중인 경찰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작업을 중지하세요. 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먼저 식사하러 가세요.”


그 말을 듣고 황정수가 급히 말했다.


“그럼, 우리는 언제 식사해요?”


유강인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경찰분들 식사가 끝나면 그때 가자. 그동안 여기를 지키자.”


황정수가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 우리가 먼저 식사하면 안 될까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경찰분들이 수고하시잖아. 수고하시는 분들이 먼저 든든하게 식사해야지.”


“그, 그렇죠,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자 황수지가 빙긋 웃고 말했다.


“선임 조수님, 근처에 아귀찜 하는 곳이 있어요. 거기로 가요.”


“아, 아귀찜!”


아귀찜이라는 말에 황정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아귀찜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아귀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귀의 식감은 남달랐다. 물고기가 아니라 육지 고기 같았다.


“그럼, 먼저 식사하고 오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공손히 말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 천천히 식사하고 오세요. 그동안 여기를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네, 부탁합니다.”


이진환 형사와 경찰들이 차에 올라탔다.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탐정단만 있었다. 미화원은 10분 전에 퇴근했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쓰레기들을 살펴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양 입술에 침을 묻혔을 때


바로 그때! 그의 시선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건 길쭉한 상자였다.


“어! … 저건.”


유강인의 두 눈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렸다. 광채가 날카로웠다. 뭔가를 발견한 거 같았다.


“그렇군.”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쓰레기 더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았다. 양손에 흰 장갑을 끼고 앞에 보이는 길쭉한 상자를 들었다. 상자는 직사각형이었다. 15cm×40cm 정도였다.


상자는 많이 젖어있었다. 쓰레기들과 섞이며 오염됐다. 그래서 냄새가 심했다. 양념 치킨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음~!”


유강인이 길쭉한 상자를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보고 조수 둘이 말했다.


“탐정님, 저 상자에 뭐가 있어요? … 아이고, 냄새가 심하네요. 상자를 양념 치킨 소스에 푹 담근 거 같아요.”


“탐정님, 그게 특별한 상자에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제품을 받치는 플라스틱만 있었다. 그런데 그 플라스틱에 홈이 파여 있었다.


그 홈은 칼 모양이었다. 손잡이가 칼보다 길었다.


“이건 … 칼!”


유강인이 회심을 미소를 지었다. 상자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칼이라고요?”


조수 둘이 급히 상자 안을 살폈다. 둘 다 플라스틱 홈 모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황정수가 급히 말했다.


“탐정님, 상자 안에 칼이 들어있었네요. 혹 범인이 버린 상자일까요?”


황수지가 급히 말했다.


“정황상 그런 거 같아요. 조인수, 그자가 칼 상자를 여기에다 버리고 칼만 들고 JS 아트센터로 간 거 같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씩 웃고 말했다.


“그래, 수지의 추리가 아주 그럴듯해. 범인이 버린 칼 상자 같아.”


“와! 그러면 증거 하나를 잡은 거네요.”


황정수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상자 안에 플라스틱 홈이 있어. 칼 모양이 그대로 찍혔어. 범행에 사용한 칼과 대조하면 이 상자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상자의 정체를 밝히는 건 시간 문제네요. 하하하!”


황정수가 크게 웃었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유강인이 조수 둘에게 말했다.


“경찰들이 돌아오면 우리도 바로 식사하러 가자. 수지, 근처에 아귀찜 집이 있다고?”


황수지가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네, 근처에 있어요. 여기에서 5분 정도 거리예요.”


황정수가 입맛을 다시며 크게 말했다.


“저녁에 아귀랑 콩나물을 배 터지도록 먹어요. 아귀찜 좋아하는데 참 잘됐어요. 여기 와서 증거도 잡고 아귀찜도 먹으니 한마디로 일석이조네요.”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배가 고팠다.


수사는 배가 든든해야 잘할 수 있었다. 배가 고파 머리가 하얘지면 코앞에 있는 단서도 놓칠 수 있었다.


10분 후, 경찰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유강인이 길쭉한 상자를 이진환 형사에게 건넸다. 이형사가 상자를 받고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형사님, 상자 안에 플라스틱 홈이 있습니다. 홈은 칼 모양입니다. 칼을 보관하는 상자입니다.”


“그렇다면 … 조인수가 그놈이 버린 물건 같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급히 상자를 열었다. 유강인 말 그대로였다. 칼을 보관하는 상자가 맞았다.


이형사가 칼 모양 플라스틱 홈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극단은 칼 공장이 아니었다. 이런 상자가 쉽게 나올 리 없었다. 범인이 버린 물건이 분명했다.


유강인이 말했다.


“이형사님, 범행에 사용한 칼과 플라스틱 홈을 비교해보세요. 사이즈가 딱 맞으면, 이 상자가 바로 증거입니다. 조인수의 칼을 보관한 상자가 분명합니다.”


“알겠습니다. 칼은 서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서에 연락해서 사이즈를 확인하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세요. 탐정단은 저녁 먹으러 가겠습니다.”


“네, 어서 다녀오세요. 여기 근처에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참 맛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우리는 아귀찜 집으로 갈 겁니다.”


“아, 아귀찜 좋죠. 어서 식사하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 황정수가 입맛을 다시며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형사님, 해장국이 맛있다고요?”


이형사가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참 맛있었습니다.”


“안에 뭐가 들었죠?”


“황태해장국입니다.”


황태라는 말에 황정수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가 급히 말했다.


“황태해장국은 탐정님 몸에 좋은 음식이에요. 탐정님이 말씀하셨어요. 황태해장국이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댕기다고 하셨어요. 먹으면 소화가 잘돼서 좋다고 하셨어요.”


“탐정님 몸에 황태해장국이 잘 맞는 모양이네요. 저쪽으로 가면 사거리가 있어요. 사거리에 있는 큰손 해장국집입니다.”


“알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황정수가 이진환 형사에게 꾸뻑 인사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메모장에 ‘강천구 극단폭풍 근처 사거리 큰손 해장국집, 황태해장국 엄지척’이라고 입력하고 저장했다.


그의 맛집 사랑은 여전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맛집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취미이자, 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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