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선임 조수님, 뭐해요? 빨리 오지 않고?”
황수지가 탐정단 밴 앞에서 황정수를 불렀다.
황정수가 ‘히히히!’ 하며 웃었다. 즐거운 표정으로 답했다.
“수지야. 좋은 맛집 정보를 알아냈어.”
황수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선임 조수님, 지금 수사 중이잖아요. 자중하세요. 우리는 맛집 탐방대가 아니에요.”
“수지, 이건 그냥 정보가 아니야, 아주 고오급 정보야, 탐정님 몸에 좋은 황태해장국 맛집을 알아냈어.”
황태해장국이라는 말에 황수지가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녀가 참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황태해장국이라면, 탐정님한테 아주 잘 맞는 음식이잖아요. 참 잘됐네요. 다음엔 황태해장국 먹으러 가요.”
“그래, 그렇게 하자. 흐흐흐!”
황정수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유강인이 차에 올라탔다. 왼손으로 계속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1분 후, 탐정단 밴이 출발했다. 아귀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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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이 지난 후, 탐정단 밴이 다시 극단폭풍 건물로 돌아왔다. 차에서 탐정단이 내렸다.
황정수가 배를 두드리며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아귀찜은 콩나물이 중요해. 아주 아삭한 게 일품이었어.”
“맞아요. 아귀찜에서 콩나물은 정말 중요해요. 좋은 콩나물이라 맛이 참 좋았어요.”
황수지도 감탄하며 말했다.
“그렇지. 또 먹고 싶당!”
조수 둘이 아귀찜을 칭찬하며 걸었다. 반면 유강인은 말이 없었다. 그가 걸음을 재촉했다.
탐정단이 도착하자, 극단 건물 출입문이 열렸다. 한 사람이 출입문에서 나왔다. 이진환 형사였다.
이형사가 한 손에 수첩을 들었다. 그는 탐정단을 기다리며 쉬지 않았다. 수첩에다 수사 내용을 정리했다. 작은 사안까지 시간대별로 빼곡하게 적었다. 아주 꼼꼼한 성격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라는 거 같았다.
잠시 후,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 앞에 섰다. 뒤따라오던 조수들도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먼저 이형사의 안색을 살폈다. 이형사의 안색이 밝았다.
유강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이형사님, 사이즈를 확인하셨나요? 결과가 어떻죠?”
이진환 형사가 기쁜 목소리로 답했다.
“유탐정님, 사이즈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흉기를 보관한 상자가 맞습니다.
지금 신형사가 흉기를 들고 여기로 오고 있습니다. 신형사가 오면 더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오! 그렇군요. 참 잘됐네요.”
유강인이 기쁜 나머지 손뼉을 짝 쳤다. 다행히 수사에 진척이 있었다. 오늘 여기에 온 보람이 있었다.
이진환 형사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칼 상자가 여기에 있다는 걸 … 어떻게 아셨죠?”
유강인이 씩 웃고 답했다.
“CCTV 영상에 답이 있었습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범인이 무척 놀란 게 보입니다. 피해자를 찌르고 두 발 정도 물러났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고 깜짝 놀란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발적 범행이라고요?”
“네, 범인은 장호일을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어찌하다가 찌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칼 상자를 별생각 없이 여기에다 버린 겁니다.
칼은 단순 위협용이었을 겁니다. 그게 막판에 흉기가 된 거죠.”
“아, 그렇군요. … 칼로 위협만 하려고 했는데 그게 막판에 흉기가 됐군요. 좋은 추리입니다. 영상에 소리가 없는데도 … 기가 막히게 추리하시네요.”
“피해자의 표정이 이를 암시했습니다. 둘 사이에 심한 갈등을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 갈등이 비극을 불렀습니다. 범인이 순간 분을 참지 못한 거 같습니다.”
“단원들 말로는 둘 사이에 별다른 갈등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네에?”
유강인의 말에 이진환 형사가 화들짝 놀랐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극단폭풍에서 단원이 두 명이나 죽었습니다. 한 명은 칼에 찔려 죽었고 다른 사람은 모진 구타 끝에 죽었습니다.
그런 극단이라면 내부적으로 심한 갈등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없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이를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했을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탐정님은 …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리하시는군요.”
“네, 맞습니다. 추리는 가능성의 탐색입니다. 가능성이 희박하더라고 그걸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1퍼센트가 사건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우리는 그 1퍼센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역시 유강인 탐정님입니다. 명불허전입니다.”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존경하는 눈빛으로 유강인을 바라봤다. 그가 생각했다.
‘역시 유강인 탐정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몸에서 카리스마가 넘쳐흘러. 눈썰미도 엄청나고 ….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구나. 내가 그동안 좁은 울타리에만 있었어. 우물 안 개구리였어.
진작에 유강인 탐정님을 만날걸. 그러면 많은 걸 배웠을 텐데 … 참 아쉽다.’
이형사가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그는 그동안 유강인이 대단하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다 그 진가를 눈앞에서 확인하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수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 여겼다.
이진환 형사가 다짐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한 수 아니 세 수, 네 수를 배우자! 스펀지처럼 유강인 탐정님 수사 기법을 쫙 흡수하자! 아주 잘 됐어.’
이형사가 속으로 웃고 있을 때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갑시다. 단장님이 안에 계시나요?”
이진환 형사가 공손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계십니다.”
“어디 계시죠?”
“3층 단장실에 계십니다.”
“그럼, 올라갑시다.”
“네, 저를 따라오세요.”
이진환 형사가 앞장섰다. 탐정단이 그 뒤를 따랐다.
극단 1층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1층 로비에 여러 사람이 있었다. 극단에 상주하는 직원과 배우들이었다. 그들이 유강인을 보고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유강인 탐정이래.”
“유명한 탐정이라고 들었어.”
“그나저나 조인수가 왜 죽었을까? 장호일 배우님을 죽이고 도망쳤잖아. 오늘 뒷산에서 맞아 죽었대.”
“그러게 말이야. 참 이상한 일이야. 도대체 누가 때려죽인 거지?”
유강인이 두 귀를 쫑긋했다. 직원과 배우들의 말을 엿들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사팀이 계단을 올랐다. 3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걸었다. 3층에 단장실과 귀빈실이 있었다. 단장실은 오른쪽 끝이었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이진환 형사가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장님, 이진환 형사입니다.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습니다.”
“네, 어서 들어오세요.”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그 목소리를 듣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동생을 잃은 형이었다.
수사팀이 단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앞에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단장실에 두 사람이 있었다. 단장 장철수와 사무장 김두희였다. 둘 다 안색이 창백했다. 눈빛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 장호일을 죽인 살인마, 조인수가 뒷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장단장은 40대 초반 남자였다. 키가 크고 몸이 말랐다. 턱선이 선명했고 이목구비가 조화로웠다. 피부가 좋은 동안 외모였다.
김사무장은 30대 중반 여자였다. 중간 키에 마른 몸이었다. 평범한 외모였다.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정신 차리고 수사팀에게 말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 사무장님, 커피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단장님.”
사무장이 답을 하고 커피머신으로 걸어갔다.
유강인이 소파에 앉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단장실 분위기를 살폈다.
단장실은 10평 크기였다. 전반적으로 소박한 분위기였다.
책상, 의자, 테이블, 소파, 스탠드 옷걸이, 책장, 커피머신 등이 있었다. 벽은 새하얬다. 장식품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김두희 사무장이 커피를 다 준비했을 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단장실 앞까지 들렸다. 젊은 남자가 단장실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손에 증거보관함을 들고 있었다.
이진환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신형사 제때 왔군.”
“네, 최대한 빨리 달려왔습니다.”
단장실에 들어온 남자는 강천 경찰서 강력반 신기훈 형사였다. 중간 키에 마른 체격이었다. 짧은 머리에 미남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유강인이 신형사에게 말했다.
“강천 경찰서 형사님인가요?”
“네, 강천 경찰서 강력반 신기훈 형사입니다.”
신기훈 형사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답했다. 그는 유강인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유강인은 그의 롤모델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신형사님, 칼을 보여주세요.”
“네, 유강인 탐정님.”
신기훈 형사가 공손히 답하고 유강인 앞으로 걸어갔다. 꾸벅 공손히 인사하고 증거보관함을 유강인에게 건넸다.
유강인이 증거보관함을 받았다. 함을 열자, 안에 칼이 있었다. 칼날이 조명을 받아 번쩍거렸다.
CCTV 영상 속 칼처럼 그 광채가 대단했다. 딱 봐도 보통 칼이 아니었다.
유강인이 양손에 흰 장갑을 끼고 칼을 들어 올렸다. 아주 날카로운 칼날을 유심히 보다가 손잡이를 살폈다.
칼 손잡이도 범상치 않았다. 고급 가죽을 두꺼운 실로 묶었다. 실은 짙은 푸른색이었다. 실이 없는 곳에 마름모 패턴이 있었다.
신기훈 형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칼을 확인한 결과, 진검이었습니다. 일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칼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주문 제작한 거 같습니다.”
“주문 제작이라!”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칼날이 조명을 받아 눈부신 광채를 내뿜었을 때
한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는 김두희 사무장이었다.
그녀는 유강인이 든 칼을 유심히 보다가 몸을 마구 떨었다. 마시던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던 급히 입을 열었다.
“저, 저 칼은!”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김사무장의 얼굴을 살폈다. 사무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응?”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두희 사무장이 뭔가를 아는 거 같았다. 김사무장 옆에 있는 장철수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장단장도 뭔가를 아는 눈치였다.
‘뭔가가 있군.’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김두희 사무장에게 말했다.
“사무실에 단장님과 사무장님이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사무장님이시죠? 이 칼은 범행에 사용한 칼입니다. 혹, 이 칼에 대해 아시나요?”
김사무장이 머뭇거렸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가까이 와서 칼을 살펴보세요.”
김두희 사무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떨리는 몸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사무장이 유강인이 든 칼을 자세히 살폈다.
10초 후
“헉!”
김두희 사무장이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이 칼은 장호일 배우님이 애지중지하는 칼이에요. 짙은 푸른색 실이 기억나요. 이걸 예전에 몇 번 봤어요. 배우님이 이 칼을 들고 자랑하셨어요.”
“네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 말인즉, 이 칼 주인이 피해자인 장호일 배우라는 말인가요?”
“네, 맞아요. 장호일 배우님 칼이에요.”
김두희 사무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저, 저도 한 번 보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급히 말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강인 앞으로 걸어갔다. 칼을 자세히 살피고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장단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칼은 … 동생의 칼이 맞아요! 칼날에 동생 이니셜이 있어요.”
“아? 그래요.”
유강인 급히 칼날을 살폈다. 칼날에 작은 이니셜이 있었다. ‘J H I’였다. 장호일의 영문 약자였다.
유강인이 이니셜을 확인하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극단의 핵심인 단장과 사무장이 칼 주인을 확인했다.
칼 주인은 다름 아닌 피해자, 장호일 배우였다. 칼 주인이 자기 칼에 맞아 죽은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