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1_진짜 칼과 가짜 칼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허 참.”


이진환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장호일 배우가 칼 주인이라면 … 피해자가 자기 칼에 맞아서 죽은 상황이잖아요.”


“맞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의 얼굴을 살폈다.


둘은 허튼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극단폭풍의 책임자이자 총관리자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던 김두희 사무장이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저 칼은 … 가짜예요. 연극용 소품이에요. 칼날이 손잡이 안으로 쑥 들어가요. 장난치기 딱 좋은 칼이었어요. 장호일 배우님이 저 칼로 장난을 쳤어요.”


“네에? 뭐라고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조수 둘과 형사 둘도 마찬가지였다.


김두희 사무장이 말을 이었다.


“저도 처음에 깜짝 놀랐어요. 장호일 배우님이 저 칼을 들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한 단원을 불렀어요. 단원이 오자, 다짜고짜 가슴을 칼로 푹 찔렀어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는데 … 알고 보니 장난이었어요. 소품용 칼이라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소품용 칼이라고요?”


유강인이 급히 칼을 살폈다. 겉보기에 소품용 칼처럼 보이지 않았다. 칼날이 아주 날카로웠다.


“사무장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진환 형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칼은 장호일 배우 가슴팍에 꽂혀 있었던 칼이었다. 그가 신기훈 형사에게 말했다.


“신형사, 칼을 제대로 갖고 온 거지?”


신형사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네. 맞습니다. 저 칼은 병원에서 뽑았습니다. 그때 옆에 있었습니다. 칼을 받고 증거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이건 가짜 칼이 아닙니다. 진짜 칼입니다. 사무장님, 왜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네에? 진짜 칼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김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둘이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칼과 가짜 칼이 갑자기 등장했다.


김두희 사무장이 말했다.


“아니에요! 그때 본 칼은 가짜였어요. 소품용 칼이었어요. 가짜 칼이라 칼에 맞고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어요.”


“이건 진짜 칼입니다. 피해자 몸에 꽂혀 있었던 진짜 칼입니다!”


신기훈 형사가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범행에 사용한 칼은 진짜야. 그러니 장호일 배우가 죽었지. 그런데 똑같이 생긴 가짜 칼도 있었던 거 같아.

… 사무장이 굳이 거짓말할 필요가 없어. 가짜 칼에 맞은 사람을 찾으면 명백히 확인할 수 있어.

그렇다면, 장호일 배우가 똑같이 생긴 칼 두 자루를 갖고 있었다는 말인데 … 한 자루는 소품용 가짜고 다른 한 자루는 진짜야.

범인은 진짜 칼과 가짜 칼 중에서 진짜 칼을 들고 칼 주인인 장호일 배우를 죽인 거야. 그래야 말이 돼.’


유강인 생각을 마쳤다. 사건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정황상, 피해자 장호일 배우는 똑같이 생긴 칼 두 자루가 갖고 있었습니다. 한 자루는 소품용 가짜 칼이고 다른 한 자루는 진검이었습니다.

사무장님, 이 칼을 예전에 보셨다고 하셨죠? 언제 어디에서 이 칼을 보셨죠?”


김두희 사무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눈을 오른쪽으로 치켜떴다. 그녀가 고개를 끄떡이고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몇 달 전에 본 거 같아요. 장호일 배우님이 여행을 갔다 오셨는데 … 그때 뭔가를 주문하셨다고 했어요. 그게 택배로 왔어요. 커다란 택배 상자 안에 저 칼이 있었어요.”


“그렇군요. 주문한 제품이군요.”


김두희 사무장이 말을 이었다.


“그때 장호일 배우님이 1층 사무실에 계셨어요. 사무실에 사람들이 많았어요. 열 명이 넘었던 거 같아요. 단장님도 계셨던 거 같아요.”


“맞습니다. 그때 저도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김두희 사무장이 침을 꿀컥 삼켰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장호일 배우님이 커다란 택배 상자에서 한 상자를 꺼냈어요. 그 상자 안에 저 칼이 있었어요. 그때 칼을 들고 자랑했어요.

칼을 칼집에서 뽑자, 광채가 휘황찬란했어요. 그래서 깜짝 놀랐던 게 기억나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호일 배우님이 실실 웃더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단원에게 장난을 쳤었요.

한 단원이 들어오자,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갑자기 달려들어서 가슴팍에 칼을 팍 꽂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어요. 비명을 막질렀어요. 그런데 그 칼은 가짜 칼이었어요. 연극용 소품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가짜 칼이라는 말에 재미있게 웃었던 기억이 나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몇 달 전 상황을 상상했다.


1층 사무실에서 장호일 배우가 있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택배였다. 커다란 택배 상자를 받고 환히 웃었다. 무척 기다리던 물건이었다.


장호일이 택배 상자 안에서 길쭉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 상자를 열고 광채가 휘황찬란한 칼을 꺼냈다. 그 칼을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단원들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진짜처럼 보이는 소품용 칼을 한 단원의 가슴팍에 팍 찔렀다. 그 모습을 보고 단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장호일이 박장대소했다. 배를 붙잡고 깔깔 웃었다.


그 장난이 나흘 전 다시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사용한 칼이 180도 달랐다. 소품용 칼이 아니라 진검이었다. 진검이 장호일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조인수가 범행을 저지르고 깜짝 놀란 이유를 알겠습니다. 조인수는 처음부터 장호일 배우를 죽일 생각이 없었습니다. 장호일 배우처럼 장난을 치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겁니다. 칼이 소품용 칼이 아니었습니다. 진검이었습니다. 진검을 들고 장호일 배우를 찾아간 겁니다. 조인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겁니다.”


“네에?”


“조인수가 실수로 동생을 죽였다고요?”


“세상에!”


유강인의 말에 이진환 형사, 신기훈 형사, 장철수 단장, 김두희 사무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의도한 일이 아니라 착각에 의한 사고였다는 말이었다.


칼이 소품용 칼이었다면 장난에 불과했다. 죽은 사람이 있을 리 없었고 다친 사람도 있을 리 없었다.


대담한 범행이 아니라 어이없는 사고였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김두희 사무장에게 말했다.


“사무장님, 1층 사무실에서 소품용 칼을 봤다고 하셨죠?”


“네, 맞아요. 1층 사무실에 장호일 배우님 자리가 있어요. 택배 상자를 배우님 자리에서 확인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말했다.


“1층 사무실에 장호일 배우님 자리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장호일 배우님은 배우지만, 부단장으로 극단 사무 일도 처리하셨어요. 주로 홍보 쪽과 캐스팅을 담당하셨어요. 그래서 구석에 자리를 마련했어요.”


부단장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장철수 단장을 바라봤다. 장단장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제가 단장이고 동생은 부단장입니다. 사실, 부단장이라는 직책은 없지만, 동생이 극단 사무 일을 하고 싶다고 졸라댔습니다.

그래서 부단장 자리를 만들고 일을 맡겼습니다. 1층 사무실에 동생 자리가 있습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1층 사무실로 내려가겠습니다. 가서 장호일 배우님 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무장님 부탁합니다.”


김두희 사무장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김사무장이 걸음을 옮겼다. 장철수 단장도 같이 움직였다. 둘이 단장실 밖으로 나갔다.


유강인이 칼을 증거보관함에 넣었다. 그가 형사 둘과 조수 둘에게 말했다.


“자, 우리도 1층으로 내려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수사팀도 움직였다. 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때, 유강인이 아차! 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가 급히 말했다.


“잊은 게 하나 있습니다. 칼을 오늘 확보한 플라스틱 홈에 넣어서 사이즈를 확인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했다.


“그리고 이형사님, 1층 경찰에 연락하세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라고 하세요.”


“네, 그리하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럼, 칼을 다시 꺼내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증거보관함에서 범행에 사용한 진검을 꺼냈다.


잠시 후 경찰 하나가 들어왔다. 커다란 증거보관함을 들었다. 함에서 오늘 확보한 길쭉한 상자를 꺼냈다.


신형사가 길쭉한 상자의 뚜껑을 열고 진검을 플라스틱 홈에 넣었다. 사이즈가 딱 맞았다.


“유탐정님, 사이즈가 딱 맞습니다.”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상자가 두 개 있었던 겁니다. 각 상자 안에 똑같이 생긴 칼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칼은 같은 칼이 아니었습니다. 가짜 칼과 진짜 칼이었습니다. 어서 1층으로 내려갑시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수사팀이 유강인을 따라서 단장실 밖으로 나갔다.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수사팀이 계단을 내려갔다. 넷이 1층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 경찰 두 명과 장철수 단장이 서 있었다.


장단장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저를 따라오세요.”


수사팀이 장철수를 단장을 따라갔다.


사무실은 왼쪽 구석에 있었다.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수사팀이 장단장을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경찰 둘이 서 있었다.


유강인이 사무실 내부를 쭉 살폈다. 사무용 책상 5개가 있었다. 한가운데 책상 네 개가 있었고 구석 자리에 책상 하나가 있었다.


구석 자리에 김두희 사무장이 서 있었다. 그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이 자리가 장호일 배우님 자리에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수사팀이 따랐다.


유강인이 장호일 배우 책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유강인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앞에 있는 책상을 쭉 살폈다. 겉보기에 평범한 책상이었다. 다른 사무실 책상과 별다른 바가 없었다.


책상 위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가 있었다. 서류함도 있었다. 아래에 3단 서랍장이 있었다.


‘서랍이 있군.’


유강인이 서랍장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김두희 사무장에게 말했다.


“서랍을 차례대로 열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김사무장이 답하고 서랍을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열었다. 스르륵! 서랍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서랍 안 내용물을 살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고급 카메라와 렌즈, 칼, 가위 등이 있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서랍이 열렸다. 두 번째 서랍에도 특별한 건 없었다. 장갑 한 짝만 덩그러니 있었다.


이제 마지막 서랍만 남았다. 김두희 사무장이 침을 꿀컥 삼키고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 커다란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상자와 같았다.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헉!”


그 상자를 보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똑같은 상자 두 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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