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2_꼭두각시와 조종자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그림자, 카르멘>

by woodolee

김두희 사무장이 떨리는 손을 들었다. 길쭉한 상자를 만지려 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사무장님은 가만히 계세요. 저 상자는 경찰이 열겠습니다.”


“아, 네.”


김사무장이 떨리는 손을 서둘러 내리고 뒤로 한발 물러났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사건 담당 형사인 이진환 형사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이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품에서 흰 장갑을 꺼냈다.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입술에 침을 묻혔다. 열려 있는 세 번째 서랍을 향해 걸어갔다.


“휴우~!”


이진환 형사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긴장감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아주 조심스럽게 서랍에서 상자를 꺼냈다.


수사팀의 이목이 새로이 등장한 길쭉한 상자에 쏠렸다.


“딱 봐도 같은 상자 같습니다.”


젊은 피인 신기훈이 형사가 말했다. 그가 커다란 증거보관함에서 양념치킨 소스가 듬뿍 묻은 길쭉한 상자를 꺼냈다.


그러자 사무실 안에 양념치킨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아주 매콤한 떡볶이 냄새였다.


두 상자를 번갈아 바라보던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두 상자를 비교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형사 둘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상자 두 개를 비교했다. 사이즈가 같았고 종이 재질도 같았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동일 제품이었다.


상자의 비교가 끝났다. 이진환 형사가 상자 뚜껑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그가 말했다.


“그럼 … 상자를 열겠습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쓱! 하며 상자 뚜껑이 열렸다. 안에 플라스틱 홈이 있었다. 홈 안에 칼이 있었다. 칼은 칼집 안에 있었다.


“칼집!”


칼집이 등장하자,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범행 현장인 분장실에는 칼만 있었다. 칼집은 없었다.


칼집은 무척 호화로운 문양이었다. 길쭉한 칼집을 따라서 기다란 뱀이 S자 모양으로 꿈틀거리는 거 같았다.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선이 물결쳤다.


“칼을 칼집에서 꺼내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칼집에서 칼을 꺼냈다. 아주 날카로운 칼날이 조명을 받아서 번쩍거렸다.


“이건 같은 칼이에요!”


신기훈 형사가 번쩍이는 칼을 확인하고 급히 말했다. 두 칼 다 손잡이 실 장식이 같았다.


“그렇군. 칼이 진짜로 두 개였군.”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건의 진상 중 하나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형사들에게 요청했다.


“제가 칼을 비교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칼 두 개를 받고 비교했다. 먼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살피고 다음으로 오늘 정체가 드러난 칼을 살폈다.


겉보기에 똑같은 칼이었다. 그렇지만, 하나는 흉기였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았다.


칼 길이는 대략 40cm 정도였다. 상자 안에 딱 들어갔다. 칼날보다 손잡이가 조금 더 길었다.


유강인이 두 칼의 손잡이를 살폈다. 손으로 만지며 재질의 촉감을 느꼈다.


‘실의 느낌이 같아. 같은 실이야. 손잡이 장식도 똑같아. 분명 같은 칼이야!’


“음~!”


유강인이 칼을 확인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칼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어. 범행에 사용한 칼은 진짜 칼이야. 그렇다면 이 칼은 소품용 칼일 거야.

사무장이 분명히 말했어. 피해자가 소품용 칼로 장난을 쳤다고. 이를 증명해야 해.’


생각을 마친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를 찾았다. 그가 서랍에서 나온 칼을 들고 이형사에게 말했다.


“이형사님, 지금 테스트하겠습니다. 이 칼을 받고 책상 위를 세게 찔러보세요. 진짜 칼인지 가짜 칼인지 확인하겠습니다.”


“네에?”


이진환 형사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재촉했다.


“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을 하고 칼을 받았다. 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이 탁구공처럼 커졌다.


잠시 이형사가 칼날을 유심히 살폈다. 칼날이 무척 예리했다.


이진환 형사가 칼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앞에 걸음을 멈추고 칼을 높이 들어 올렸다.


“책상을 푹 찌르세요. 과감하게!”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이에 이형사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이진환 형사가 양 입술에 침을 잔뜩 묻혔다. 높이 쳐든 칼을 책상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탁!



순간, 뭔가가 꽂히는 소리가 아니라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칼날이 손잡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어?”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칼날 끝이 책상에 닿자, 날카로운 칼날이 손잡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책상에 닿은 부분은 손잡이 맨 위, 칼을 감싸는 직사각형 부분이었다.


이형사가 황급히 칼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칼날이 툭! 튀어나왔다.


손잡이 안에 스프링 장치가 있는 게 분명했다.


“맞는군.”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랍에서 나온 칼은 소품용 가짜 칼이 맞았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피해자, 장호일 배우에게 칼 두 자루가 있었습니다. 두 칼은 크기와 모양이 같았고 같은 상자에 들어있었습니다.

두 칼은 용도가 달랐습니다. 하나는 공연을 위한 소품용 칼이었고 다른 하나는 살상용 진검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소품용 칼로 장난을 쳤습니다. 진검은 서랍 안에 보관했습니다.”


“아. 그런 거군요. 칼이 두 자루였군요.”


“이제 이해가 됩니다.”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 김두희 사무장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범인 조인수는 장호일 배우의 칼을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확보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훔쳤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칼을 건넨 자가 있다면 그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자는 공범입니다. 아마 단원 중에 있는 거 같습니다.”


“공, 공범이라고요?”


공범이라는 말에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이 움찔했다. 유강인의 말은 단원 중 누군가가 조인수와 짰다는 말이었다.


사건의 양상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인수는 … 확보한 칼을 소품용 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소품용 칼의 존재를 알았던 겁니다. 피해자가 소품용 칼로 장난칠 때 그걸 옆에서 봤을 수 있습니다.”


유강인의 말을 곰곰이 듣던 김두희 사무장이 급히 말했다.


“지, 지금 기억이 나요. 장호일 배우님이 조인수한테 장난쳤어요. 조인수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달려들어서 소품용 칼로 푹 찔렀어요. 가슴팍을 찔렀던 거 같아요.”


황정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조인수가 그걸 그대로 갚아준 거네요. 그런데 칼이 다른 칼이었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말했다.


“맞습니다. 조인수는 피해자처럼 장난을 친 겁니다. 그런데 칼이 진검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조인수는 진검을 들고 피해지가 있는 분장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분장실 안에는 피해자 혼자 있었습니다.

분장실에서 둘이 말다툼을 했습니다. 어떤 일로 싸웠는지는 명백히 밝혀야 하는 사안입니다.

말다툼 끝에 조인수가 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습니다. 그 칼을 맞고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조인수는 피해자가 칼에 맞고 쓰러지자, 그제야 그 칼이 진검인 걸 알아챘습니다.

이후 조인수는 망연자실한 듯 잠시 서 있다고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세상에!”


“정말 황당하네요.”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짜 칼로 장난치려고 했는데 그게 진짜 칼이었다는 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진환 형사가 이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유탐정님 추리가 가능하려면 … 조인수가 마치 로봇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확보한 칼을 테스트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장난칠 때도 테스트 정도는 합니다.”


갑자기 ‘로봇’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오랜 수사 경력의 형사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 로봇이라고?’


유강인이 ‘로봇’이라는 말에 집중했다. 두 눈이 반짝거렸다. 눈의 초점이 딱 맞았다.



포커스!



‘그렇구나!’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생각했다.


‘역시 베테랑 형사는 다르군. 촉이 좋아. 그 촉을 부인했지만 …,’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를 바라봤다. 이형사가 정곡을 찔렀다고 여겼다. 이는 의도하지 않은 일이지만, 대단한 발견이었다.


역사상, 과학의 발전은 우연한 소산이었다. 과학자들은 삶의 우연 속에서 과학 법칙을 발견했다. 추리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힘찬 목소리였다.


“맞습니다. 이형사님이 사건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네에? … 제가요? 설마?”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조인수는 이형사님 말처럼 로봇처럼 움직인 겁니다.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고 기계처럼 움직인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칼이 소품용 칼인지 아닌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주한 자가 소품용 칼이라고 하자, 자신이 예전에 봤던 그 칼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주한 거죠? 누가 진검을 소품용 칼이라고 말하고 조인수에게 건넸죠?”


이진환 형사의 물음에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사주한 자도 진검을 소품용 칼이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 그게 아니라면 이건 명백한 계획 살인입니다.

자기 말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이는 조인수를 이용해 장호일 배우를 죽인 겁니다. 그자가 조인수에게 어떤 지시를 했을 수 있습니다.

분장실에 가기 전까지 칼집에서 칼을 빼지 말라고 지시했다면, 조인수는 칼을 테스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극단 내에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자가 있다는 겁니다. 가스라이팅, 협박, 이권 등으로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자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조인수가 꼭두각시처럼 움직인 겁니다. 조인수의 행동은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뒤에 뭔가가 있습니다.

그자가 조인수도 죽인 거 같습니다. 그 입을 영원히 틀어막기 위해!”


“네에?”


“조, 조종이라고요?”


조종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유강인의 말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한다는 뜻이었다.


유강인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칼집은 극장 어딘가에 있는 거 같습니다. 조인수는 칼날이 번쩍이는 칼을 들고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분장실 안 CCTV가 이를 증명합니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하고 말을 이었다.


“사건의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인수는 누군가에게 칼이 든 상자를 받았습니다. 칼을 받은 장소는 극단 건물 안이거나 극단 근처일 겁니다.

상자를 받은 조인수는 칼을 꺼낸 후 그 상자를 극단 건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황정수가 급히 말했다.


“탐정님, 극단 CCTV를 살피면 되겠네요.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나 상자를 든 자가 찍혔을 거 같아요.”


유강인이 타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김두희 사무장에게 말했다.


“극단 건물과 주차장 등지에 CCTV가 있나요?”


김사무장이 답했다.


“있기는 있지만, CCTV 숫자가 적어요. 로비 출입문과 주차장 쪽만 비춰요.”


“그럼, 사각 지역이 많다는 겁니까?”


“그렇죠.”


“후문이나 비상 통로 같은 게 있나요?”


“네, 있어요. 거기는 CCTV가 비추는 곳이 아니에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CCTV의 수가 적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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