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3_참고인 조사와 무대 현장 검증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장철수 단장이 황급히 말했다.


“그건, … 아버지가 극단을 세운 후 그동안 별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CCTV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은 거뿐입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 결국, 제 불찰이네요. 공연에만 신경 쓰느라 극단 운영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두희 사무장이 두 손을 막 흔들었다.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장단장에게 말했다.


“단장님, 이 일은 단장님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저도 책임이 있어요. CCTV 추가 설치를 요청하지 않았어요.

몇 년 전에 CCTV가 부족하다고 여겼는데도 별 탈 없겠지 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저도 방심했어요.

극단 전반을 관리하는 사무장으로서 제 책임이 정말 커요.”


사무장이 단장을 위로했다. 딱 봤을 때 둘은 각별한 사이 같았다.


“음~!”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을 살폈다.


안색과 움직임에서 어색하거나 혹 의심스러운 데가 있는지 살폈다. 그러다 한번 헛기침하고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 살다 보면 부주의할 수 있죠. 계속 사건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조인수는 칼집에 든 칼을 들고 JS 아트센터로 갔습니다. 그날은 드레스 리허설 날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실에 모여있었습니다. 연습 시각이 되자, 무대 감독이 방송했습니다. 배우들은 무대로 모이라는 지시였습니다.

이에 배우와 분장사들이 분장실에서 나갔습니다. 그때 피해자는 분장실에 남았습니다.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자 선배 배우가 피해자에게 말했습니다.

호세, 어서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는 전화 올 데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말을 이었다.


“분장실에 피해자만 남고 다른 사람이 모두 나가자, 밖에서 기회를 노리던 조인수가 칼을 들고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칼에 칼집이 없었습니다. 칼집은 분장실에 들어오기 전, 어딘가에 버린 게 분명합니다.

조인수는 통화 중이던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둘이 말다툼했습니다. 그러다 조인수가 칼을 높이 쳐들고 피해자의 가슴을 푹 찔렀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거로 보입니다.

이후 조인수는 피해자가 쓰러지자, 깜짝 놀랐고 잠시 서 있다가 현장에서 도망쳤습니다.

종적을 감췄던 조인수는 유족인 장철수 단장님께 연락했습니다. 지금 극단 건물 뒤편에 있다며 자기 위치를 밝혔습니다.

장단장님은 경찰에 신고한 후 사람들과 같이 조인수를 찾았습니다. 조인수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 결국, 극단 건물 뒷산 숲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모진 구타를 당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군요.”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사건의 진상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사무실 안을 쭉 살폈다. 그의 두 눈에 몸을 떨고 있는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이 보였다.


둘은 극단폭풍의 핵심이었다. 유강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단장님, 사무장님. 지금부터 극단 관계자들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그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두 참고인 조사에 응해야 합니다.

응하지 않으며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유강인 탐정님!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겁니까?”


장철수 단장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김두희 사무장도 마찬가지였다.


김사무장이 유강인에게 항변했다.


“이 일들은 모두 외부에서 저지른 일입니다. 우리랑 관련이 없어요!”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극단폭풍에서 배우 둘이 사망했습니다. 주연 배우인 호세 장호일과 단역 조인수가 사망했습니다. 조인수는 장호일을 죽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극단 내부와 관련이 없다고요?”


김두희 사무장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급히 말했다.


“외부인 누군가가 조인수에게 사주한 겁니다. 장호일 배우님을 죽이라고 … 이 일은 극단과 관련이 없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그건, 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힐 사안입니다. 현재 극단 단원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설명 외부인이 사주한 일일지라도 극단 조사는 불가피합니다.”


장철수 단장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힘주어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참고인 조사에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장호일. 조인수 살인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자 사무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건 괴로운 침묵이었다. 내부자 소행이라면 극단 내에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사람을 죽일 정도로 미워했다는 말이었다.


유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무실의 정적을 깼다.


“그럼, 오늘 조사를 마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유탐정님!”


사건 담당 형사인,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급히 유강인을 뒤따라갔다.


반면, 조수들은 여유 있었다.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수사팀이 사무실에서 나가자, 김두희 사무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장철수 단장에게 말했다.


“… 다, 단장님, 지금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죠?”


장단장이 무척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를 악물고 두 눈을 꼭 감았다. 고개를 여러 번 흔들다가 말했다.


“사무장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말씀을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군요.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하는군요.”


김두희 사무장이 떨리는 눈망울로 말했다. 목소리도 떨렸다. 몸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흔들거렸다.


야외주차장을 걷던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탐정단 밴 앞이었다.


유강인 등 뒤로 발소리가 들렸다.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 조수 둘의 발소리였다.


유강인이 뒤로 돌아섰다. 앞에 형사 둘과 조수 둘이 있었다. 넷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탐정을 바라봤다. 탐정의 지시를 기다렸다.


유강인이 형사 둘에게 말했다.


“먼저 연극 극본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호세와 카르멘이 어떤 연극인지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큰소리로 답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내일 오전까지 극본을 확인한 후 오후에는 범행 현장인 JS 아트센터 분장실을 현장검증하겠습니다.

당시 무대에 있었던 단원들과 스태프를 모두 불러주세요. 그곳에서 참고인 조사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더욱 큰소리로 답했다.


이진환 형사가 씩 웃었다. 후배 형사인 신형사가 열정이 넘쳤다. 그도 젊은 적에 그러했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귀찮을 때가 가끔 있었다.


“그렇지, 우리 신형사가 대답을 참 잘해.”


이형사의 칭찬에 신형사가 씽긋 웃었다. 신형사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선배에게 말했다.


“바로 단원들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그래, 서둘러.”


“알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극단 단원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천 경찰서 강력반 신기훈 형사입니다. 양진석 배우님이시죠?”


유강인이 신형사의 열정 넘치는 목소리를 잠시 듣다가 저 앞에 보이는 극단 건물을 올려다봤다.


극단폭풍, 3층 정사각형 건물이 아주 환했다. 각층에 모두 불이 들어왔다. 어둠을 밝히는 커다란 등대 같았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 한번 베일을 벗겨보자고 …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무척 궁금하군. 제아무리 두꺼운 베일이라고 내 손으로 벗겨주마.”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차에 올라탔다. 조수 둘도 차에 올라탔다. 탐정단 밴이 출발했다.


밴이 어둠을 가르며 내달렸다. 시원한 질주였다. 이곳은 서울에서 외진 곳이었다. 밤이 되자, 차들이 없었다.


차창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던 황정수가 신이 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보아하니 사건이 금방 풀릴 거 같아요. 증거도 쉽게 발견했고 ….”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정색했다. 그가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정수! 그렇지 않아. 극단폭풍은 만만한 곳이 아니야.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질 거 같아.”


“네에? 또 다른 일이라고요? 무슨 일 또 벌어지나요? 그게 뭐죠?”


유강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누군가가 또 죽을 수 있어. 세 번째 살인 사건이지.”


황정수가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가 말했다.


“네에?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세 번째 피해자가 생긴다고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첫 번째 살인 사건은 복잡한 사건이야. 누군가가 조인수를 사주했어. 가짜 칼과 진짜 칼이 등장해서 사건의 진상을 흐리고 있어.

두 번째 사건은 그렇지 않았어. 장호일을 죽인 조인수를 두들겨 패서 죽였어. 인정사정을 봐주지 않았어. 무서운 자들이 뒤에 있는 게 분명해.”


“그렇군요.”


“그래서 긴장을 늦추면 안 돼. 두 번의 살인에는 그 배후가 있는 거 같아. 놈들은 자기 정체를 철저히 감췄어.

앞으로 수사가 진행하면 놈들의 정체가 차츰 드러날 거야. 놈들은 이를 막기 위해 무슨 짓이라고 할 거 같아.

추악한 진실 옆에는 인면수심의 괴물이 있기 마련이야. 조인수처럼 하수인을 죽일 수 있어.”


“아, 아이고! 이거 듣기만 해도 무섭네요.”


유강인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놈들의 꼬리를 어떻게든 잡아서 그 정체를 밝혀야 해. 이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야. 혼란과 혼돈,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아. 내일부터 바짝 긴장해야 해.”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탐정님, 걱정하지 마세요. 바짝 긴장하는 건 저 황정수 전문입니다. 내일부터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촉각을 곤두세우겠습니다. 레이더를 풀가동하겠습니다.”


“그렇지, 그 자세가 중요해.”


운전대를 돌리던 황수지가 말했다.


“탐정님, 피로회복제도 준비할게요. 신경을 많이 쓰면 금방 피곤해지잖아요.”


“그래, 많이 준비해. 바짝 정신 드는 거로.”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두 눈을 감았다. 오늘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한 거 같았다. 그렇게 차 안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오늘은 시신이 숲속에서 발견된 날이었다. 그렇지만, 여느 밤과 다르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 세상사에 관심이 없었다. 묵묵히 자기 할 일만을 할 뿐이었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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