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4_분장실, 현장 검증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다음날, 운명의 네 번째 막

2026년 2월 5일, 오후 1시 30분


오늘은 맑은 날이었다. 날씨가 화창했다. 기온도 높았다. 벌써 싱그러운 봄을 준비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봄의 전령이 꿈틀거리고 있을 때


탐정단 밴이 서울 강천구 JS 아트센터로 향했다. 그곳 분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 장호일 배우가 조인수의 칼에 맞아 사망했다.


JS 아트센터는 강천구 끝자락에 있었다. 녹지가 풍성하고 공기가 깨끗한 한적한 곳이었다. 일명 ‘숲속 극장’이라고도 불렸다.


아트센터 앞에 8차선 도로가 있었다. 강천구를 가로지르는 대로였다.


탐정단 밴이 시원하게 뚫린 8차선 도로를 내달렸다. 잠시 후, 우측 깜빡이를 켰다. 우회전해서 JS 아트센터 정문으로 들어갔다.


JS 아트센터는 2015년에 지은 최신식 시설이었다. 그 규모가 매우 컸다. 야외주차장, 야외 공연장, 본관, 별관 등이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야외주차장과 야외 공연장이 보였다.


야외 공연장은 아주 넓었다. 축구장 크기였다. 잔디가 참 좋아서 많은 이들이 선호했다.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자, 애견인들의 천국이었다.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이었다.


탐정단 밴이 야외주차장에 주차했다. 탐정단이 차에서 내렸다. 셋이 걸음을 옮겼다. 셋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러내렸다.


오늘 첫 번째 사건 현장 검증과 극단폭풍 참고인 조사가 있었다.


말없이 걸음을 걷던 유강인이 주변을 살폈다. 앞에 야외 공연장이 있었고 그 뒤에 본관인 대공연장이 있었다.


대공연장은 JS 아트센터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건물이었다.


셋이 거대한 대공연장을 보고 감탄을 자아냈다. ‘ㄷ’자 형태의 직사각형 건물이었다.


황정수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우우~와! 공연장이 어마어마하네요. 무슨 궁전 같아요. 강천구에 이런 공연장이 있었네요. 상상도 못 한 일이에요.”


그 말을 듣고 황수지가 고개를 격하게 끄떡였다. 그녀가 거들었다.


“맞아요. 딱 봐도 엄청 돈을 썼을 거 같아요. 정말 으리으리하네요. 저쪽에 커피숍도 있어요. 공기 좋은 곳이라 커피숍도 잘 될 거 같아요.

저곳에서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마시면 참 맛있을 거 같아요. 물론, 탐정님이 좋아하시는 코코아도 최고겠죠.”


“그렇군.”


유강인이 짧게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조수 둘과 달리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조수 둘은 긴장감을 달래려는 듯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반면, 유강인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제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이지 않는 적과 정면 대결을 벌여야 했다.


‘좋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직관을 가다듬었다. 직관은 그의 비장의 무기였다. 이를 100퍼센트 가동해야 했다. 인간 레이더가 되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했다.


긴장 어린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대공연장으로 향했다. 조수 둘이 그 뒤를 따랐다. 대공연장 안에 사건 현장인 대극장 천지가 있었다.


잠시 후, 탐정단이 대공연장 출입문 앞에 섰다. 출입문 앞에 경찰 둘이 서 있었다.


경찰 둘이 유강인을 알아봤다. 둘이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충성! 유강인 탐정님, 로비에 이진환 형사님이 계십니다. 탐정님을 기다리십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경찰에게 인사했다. 경찰 하나가 대공연장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출입문을 열리자, 로비가 보였다. 아주 넓은 로비였다.


로비에 들어간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이진환 형사를 찾았다.


로비 한쪽 구석에 경찰 10명이 있었다. 그 옆에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있었다.


“아!”


신형사가 탄성을 지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출입문 근처에 탐정 유강인이 보였다. 당당하고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신기훈 형사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님, 유탐정님, 오셨습니다.”


“오셨구나.”


이진환 형사가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걸음을 옮겼다.


두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발소리가 로비에 울렸다. 소리에 긴장감이 넘쳤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같았다.



둥둥둥~!



로비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급한 발소리를 들으며 입술에 침을 묻혔다.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로비는 공연장답게 어두웠다. 사건 현장이라 그런지 한적했다.


10초 후, 두 형사가 유강인 앞에 걸음을 멈췄다. 이진환 형사가 말했다.


“유탐정님, 참고인 조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형사님, 먼저 분장실로 가서 현장 검증을 하겠습니다. 참고인 조사는 그다음에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대극장 천지로 가시죠. 저를 따라오세요.”


“감사합니다.”


형사 둘이 움직였다. 탐정단이 그 뒤를 따랐다.


“저기가 대극장 천지입니다.”


이진환 형사가 커다란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앞에 대극장 천지가 있었다. 대극장답게 출입문도 무척 컸다. 커다란 성문 같았다.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말을 마치고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르던 유강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부터 레이더를 가동해야 했다.


수사팀이 대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천지는 여는 극장처럼 아늑했다. 공기는 다소 무거웠다.


“음~!”


유강인이 고개를 돌리며 대극장 천지를 살폈다.


천지는 아주 커다란 굴 같았다. 어두웠지만, 음침하지 않았다. 조명이 아주 은은했다. 은은한 조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인을 위한 맞춤 공간이었다.


수사팀을 제일 먼저 맞이한 건 관객석이었다. 수많은 관객석이 일사불란하게 펼쳐졌다.


관객석은 모두 고급 의자였다. 딱 봐도 티켓 값이 비싸 보였다. 한 자리 당 수십만 원을 호가할 거 같았다.


관객석 뒤에 넓은 무대가 있었다. 배우들의 공간이었다.


“우와! 고급 의자가 엄청 많네요. 한번 앉아보고 싶어요.”


황정수가 수많은 관객석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럴만했다. 이곳은 대극장이었다. 관객석이 1,000석이었다.


“선임 조수님, 자중하세요. 지금 수사 중이에요.”


황수지가 황정수에게 주의를 줬다.


“아, 그렇지. 깜빡했어. 선임 조수님이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지.”


황정수가 말을 마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어깨를 탁 폈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사방을 살폈다.


황수지가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관객석을 쭉 둘러보다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여기가 최고의 무대래요.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라 전국에서도 알아준대요.”


“그렇군.”


유강인이 짧게 답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 사건은 극단폭풍과 관련됐다. 극단 이름이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곧 폭풍이 불어올 것만 같았다. 진상에 다가갈수록 이를 감추려고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폭풍에는 강도가 있었다. 강도가 약한 C급 폭풍이 있었고 초대형 A급 폭풍이 있었다.


‘… 보아하니 A급 폭풍이 불 거 같군.’


유강인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두 어금니가 딱 부딪히며 아귀가 딱 들어맞았다.


관객석 앞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앞서가던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따라오는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앞자리에 계신 분들은 단장님과 배우분들, 무대 감독님, 스태프분들입니다. 사건 당일 여기 계셨던 분들입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혹 빠진 사람이 있나요?”


“빠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조사에 임했습니다. 단장님과 사무장님이 조사에 모두 성실히 임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김두희 사무장님은 … 오셨나요?”


“김두희 사무장님은 극단 사무실에 계십니다. 20분 전 연락받았습니다.

김사무장님은 사건 당일 여기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극단 사무실에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참고인 조사 대상자가 아닙니다.”


“확실한가요?”


“네, 극장 CCTV 영상과 극단 CCTV 영상,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눈빛이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그 광채를 발했다.


이는 진실을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어떤 장애물도 투시할 수 있는 엑스레이와 같았다. 인간 레이더가 후끈 달아올랐다.


수사팀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바닥은 나무였다. 고급 나무로 만들어서 촉감이 좋았고 탄성도 남달랐다.


분장실은 무대 뒤 백스테이즈에 있었다. 무대를 가로질러야 했다.


유강인이 무대를 뚜벅뚜벅 걸었다. 넓은 무대였다. 수십 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무대를 걷던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무대 한가운데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관객석을 바라봤다. 그의 두 눈에 사람들이 보였다.


앞자리에 3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사건 당일 드레스 리허설에 참가한 인원이었다. 모두 참고인 조사 대상자였다.


배우들이 모두 무대 의상을 입었다. 분장도 했다. 사건 당일처럼 차려입었다.


그중에서 한 사람이 눈에 익었다. 맨 앞자리, 한가운데에 앉은 남자였다. 장철수 단장이었다.


장단장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불안해했다. 그 양옆에 여인 둘이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 둘이었다. 둘은 베테랑 최지나 배우와 신예 이유리 배우였다.


유강인이 미인 둘을 보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둘의 미모는 압도적이었다. 허름한 공장 작업복을 입었지만, 그 미모를 감출 수는 없었다.


딱 봐도 어떤 역할인지 알 수 있었다. 여주인공 카르멘이었다.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분장이 강렬했다.


“그렇군.”


유강인이 두 여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보아하니 저 두 사람이 카르멘 같군. 미모가 남달라. 남자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야.’


유강인이 연극 ‘호세와 카르멘’을 생각했다. 그는 어젯밤부터 오늘 정오까지 연극 극본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그 내용을 숙지했다.


여주인공 카르멘은 팜므파탈이었다. 특유의 매력을 발산해 남자들을 끌어당겼다.


그 매력에 푹 빠진 남자들은 물에 빠진 생쥐 모양 허우적거리다가 파멸했다.


이는 카르멘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뜨거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새로운 사랑을 갈구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모든 걸 잃은 호세가 카르멘을 죽였다.


‘호세와 카르멘!’


유강인이 연극 이름을 되새겼다. 극단폭풍의 이름만큼 연극 이름도 심상치 않았다.


휘몰아치는 거대한 A급 폭풍 속에서 호세와 카르멘이 사랑하다가 배신하고 서로를 죽이려는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무대를 지나 백스테이즈로 향했다. 좁은 통로를 걷자, 저 앞에 문이 보였다. 바로 분장실 문이었다.


분장실 출입문 앞에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서 있었다.


“문을 열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끼익! 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장실 공기는 무대와 달랐다. 좀 더 가벼웠다.


분장실은 배우들의 공간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소란스럽고 바쁜 곳이지만,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면 어떤 곳보다 썰렁한 곳이었다.


유강인이 출입문 앞에서 분내를 맡았다. 그 향이 약했지만, 분명 분내가 느껴졌다.


장호일 배우가 분장실에서 죽은 후, 현장은 그대로 보존됐다. 그때 풍겼던 분내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좋다!’


유강인의 레이더가 사방을 빈틈없이 감지하기 시작했다.


직관의 힘이 그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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