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6_분장을 지워라!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수사팀이 분장실에서 나갔다. 곧장 무대로 향했다. 무대에는 참고인들이 있었다. 단체 조사를 준비했다.


백스테이지 쪽에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점점 커졌다. 무대에도 발소리가 들렸다.


참고인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여러 사람이 보였다. 수사팀이었다.


수사팀이 참고인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무대 위에 적막이 흘렀다.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수사팀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수사 책임자 유강인이었다. 유강인이 참고인들을 쭉 둘러봤다. 장철수 단장과 배우들, 무대 감독, 스태프들이었다.


“음~!”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하고 걸음을 옮겼다. 무대를 가로질렀다. 참고인들이 하나둘씩 길을 비켰다.


잠시 후, 유강인이 무대 끝에 멈췄다. 앞에 관객석이 보였다. 그가 잠시 관객석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 없이 ….


참고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탐정이 별말이 없었다.


그들이 유강인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다. 유강인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대략 1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됐다는 듯, 유강인이 몸을 뒤로 돌렸다. 그의 두 눈에 참고인들이 보였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유강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무척 차분한 목소리였다. 낮았지만, 힘이 넘쳤다.


“저는 장호일, 조인수 살인 사건 수사 책임자 탐정 유강인입니다. 강천 경찰서 자문 위원으로 이진환 형사님, 신기훈 형사님과 함께 사건을 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장호일 배우가 분장실에서 사망했을 때 이 무대 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참고인 조사 대상자입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해주세요. 부탁합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참고인들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극단폭풍 단장님, 어디에 계시죠? 앞으로 나오세요.”


“알겠습니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극단폭풍 단장 장철수였다. 장단장이 떨리는 눈망울로 유강인을 바라봤다.


유강인이 장철수 단장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장단장님, 동생분이 사망했을 때 무대 위에 계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장호일 단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때 여기 단원들과 함께 무대 위에 있었습니다.”


“무대 위로 왜 올라오셨죠?”


“드레스 리허설 전에 격려 차 올라왔습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질문을 마치고 다른 사람을 호명했다.


“무대 감독님 앞으로 나오세요. 단장님 옆에 서세요.”


“네, 알겠습니다.”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무대 감독 한창완이었다.


그는 40대 중반 남자였다. 중간 키에 듬직한 체구였다. 두꺼운 피부, 기름진 얼굴에 이목구비가 부리부리했다.


두 남자가 나란히 섰다.


유강인이 두 남자의 외모를 살폈다.


장철수 단장은 키가 크고 말랐고, 인상이 날카로웠다. 반면 한창완 감독은 정반대였다. 체격이 크고 인상이 부리부리했다. 둘 다 비슷한 나이대였다.


유강인이 한창완 감독에게 말했다.


“무대 감독님이시죠?”


한감독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습니다. 무대 감독 한창완입니다.”


“장호일 배우가 사망했을 때 2층, 무대 지휘실에 계셨다고요?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그때 뭘 하고 계셨죠?”


“그때 무척 바빴습니다. 드레스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분장실에 있는 배우들을 무대로 부르고 각종 장비를 점검했습니다.

점검이 끝났을 때 단장님이 무대로 올라오셨습니다. 그때 장난삼아 단장님께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장철수 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대 감독님 말씀이 맞나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셨나요?”


“맞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을 호명했다.


“카르멘 두 분 앞으로 나오세요.”


카르멘이라는 말이 들리자, 아름다운 여성 둘이 앞으로 나왔다. 베테랑 배우 최지나와 신예 배우 이유리였다.


둘은 딱 봐도 나이 차가 났다. 7, 8살 정도 차이가 나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두 여배우의 얼굴을 살폈다.


최지나 배우는 30대 중반 여자로 아주 농염한 분위기를 풍겼다. 키가 크고 날씬했고 이목구비가 조화로웠다. 커다란 웨이브 준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이유리 배우는 20대 후반 여자였다. 중간 키에 통통한 몸매였다. 청순한 얼굴에 고혹함이 섞여 있었다. 웨이브 준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유강인이 먼저 최지나 배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지나 배우님, 머리카락이 진짜인가요?”


그 말을 듣고 최지나 배우가 씩 웃고 입을 열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그 소리가 고막을 타고 뇌를 울렸다. 심장이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럼요, 제 머리카락이에요. 저는 가발을 쓰지 않아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번에는 이유리 배우에게 말했다.


“이유리 배우님, 머리카락이 진짜인가요?”


이유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약간 수줍은 얼굴로 답했다.


“가발이에요. 저는 머리가 짧아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 다시 두 명을 지명했다.


“호세 약혼녀 미카엘라 배우님, 투우사 에스카미요 배우님 앞으로 나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갈게요.”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이 앞으로 나왔다.


호세 약혼녀 미카엘라역은 윤미래 배우가 맡았다.


그녀는 30대 초반 여자였다. 작은 키에 몸이 말랐다. 딱 봐도 평범한 외모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역은 박찬수 배우가 맡았다.


그는 30대 후반 남자였다. 중간 키에 근육질이었다. 얼굴이 남달랐다. 길쭉한 말상이었다. 눈매도 얼굴처럼 길었다. 매부리코에 가는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딱 봤을 때 서양인 외모였다. 코에 멋진 콧수염이 붙어있었다.


유강인이 박찬수 배우에게 말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배우님, 성함이 박찬수씨가 맞나요?”


“맞습니다. 댓츠 라이트(That’s right)! 마이 네임 이즈 박찬수(My name is Park Chan-soo).”


박찬수 배우가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영어 발음이 참 좋았다. 혀를 잘 굴렸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영어 발음이 참 좋으시군요. 혹 미국에서 거주한 적이 있나요?”


박찬수 배우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미국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습니다. 유명한 캐롤리나 대학입니다. 연극의 성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도 했습니다. 내 자랑이죠.”


“아, 그렇군요. 유학파시군요.”


“맞습니다. 하하하!”


“수염은 … 진짜인가요?”


“아닙니다. 가짜 수염입니다. 드레스 리허설처럼 꾸미라고 해서 콧수염을 붙였습니다. 저는 수염만 붙이면 미남 배우로 변신합니다. 팬들이 저만 보면 환호성을 질러요. 멋있다고 … 흐흐흐~!”


박찬수가 신이 난 표정으로 답했다. 딱 봐도 흥이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 참고인 조사 중이지만, 실없는 소리를 해댔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윤미래 배우를 바라봤다. 윤미래가 작은 눈을 크게 떴다. 양 입술에 침을 발랐다.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음~!’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는 사람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긴장하지 아니었다.


앞으로 나온 최지나 배우, 이유리 배우, 박찬수 배우 모두 여유가 있었다. 약간 긴장한 듯했지만, 그 정도 긴장감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박찬수는 주목을 받자, 신이 난 거 같았다.


그런데 윤미래 배우의 모습에서 남들과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잠시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윤미래 배우님이시죠?”


“네, 맞아요. 제가 윤미래입니다.”


윤미래 배우가 급히 답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배우님 옆에 단장님과 박찬수 배우님이 계십니다. 사건 당일, 이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드레스 리허설을 준비했나요?”


윤미래 배우가 침을 꿀컥 삼켰다. 장철수 단장과 박찬수 배우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마, 맞아요. 다 같이 있었어요. 분장실에서 다른 배우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는데 방송이 나왔어요.

무대 감독님이 말씀하셨어요. 배우들은 모두 무대로 모이라고 … 그래서 그 지시를 따랐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왼손을 턱을 매만졌다. 잠시 생각하다가 배우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배우들은 모두 분장을 했다. 사건 당일, 드레스 리허설처럼 꾸몄다. 그래서 그 인상이 무척 강했다. 두꺼운 분장이 실제 얼굴을 가렸다.


잠시 배우들의 얼굴을 살피던 유강인이 씩 웃었다. 뭔가가 생각난 거 같았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배우님들은 모두 여기에서 분장을 지우세요. 스태프님 분들은 세정제나 물티슈을 갖고 오세요.”


“여기에서 지우라고요?”


“힘들게 분장했는데 지우라고요?”


배우들이 그 말을 듣고 동요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사건 당일 드레스 리허설을 그대로 재현하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배우님들은 여기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면 안 됩니다. 스태프님 분들은 어서 서두르세요.”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들이 답하고 급히 움직였다. 분장실로 향했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배우들을 바라봤다. 형사 둘과 조수 둘이 무대를 둘러쌌다. 스태프들만 분장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열심히 분장했는데 지우라고요? 이거 참.”


“이러면 애써 분장할 필요가 없었잖아.”


배우들이 하나둘씩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장철수 단장이 급히 배우들을 달랬다.


“여러분! 지시에 잘 따라주세요.”


단장의 말에 배우들이 입을 닫았다. 대신 입이 오리 주둥이처럼 툭 튀어나왔다.


10분의 시간이 지났다.


모든 배우가 분장을 지웠다.


장철수 단장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약간 긴장한 목소리였다.


“배우들이 분장을 지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무대 감독을 찾았다. 무대 감독에게 말했다.


“무대 감독님을 무대 지휘실로 올라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무대 정중앙에 비추세요. 그곳에서 배우님들을 한 명씩 조사하겠습니다.”


“네?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라고요?”


“그렇습니다. 부탁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무대 감독이 답을 하고 움직였다. 유강인의 지시를 이해할 수 없는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잠시 후 원뿔형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정중앙을 비췄다. 강렬한 빛줄기가 은은한 조명을 갈랐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우님들은 한 명씩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서세요. 제일 먼저 주연배우 다음에 조연, 단역 순입니다.”


“알겠습니다.”


“참 이거, 별일이네. 술집에서 신분증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뭘 하겠다는 거죠?”


“왜 이렇게 조사하죠? 참고인 조사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요?”


배우들이 황당해했다. 구시렁거리며 일렬로 줄을 섰다.


장철수 단장이 바삐 움직였다. 배우들의 차례를 정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주연배우부터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섰다.


1번은 카르멘 최지나 배우였다. 분장을 지웠지만, 화려한 얼굴은 그대로였다.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유강인이 최지나 배우 앞에 섰다. 그러자 최지나가 빙긋 웃었다. 특유의 눈웃음을 살살 쳤다. 마치 유강인을 유혹하는 거 같았다. 카르멘처럼 행동했다.


“음~!”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입을 꾹 다물고 최지나 배우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가 말했다.


“최지나 배우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배우님 나오세요.”


“뭐 별일 없네요.”


최지나 배우가 여유 있게 말했다. 그녀가 옆으로 비켰다.


다음으로 에스카미요역 박찬수 배우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섰다.


유강인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장철수 단장을 찾았다. 장단장에게 말했다.


“두 번째 카르멘인 이유리 배우님은 어디에 계시죠? 두 번째는 이유리 배우님 아닌가요?”


장단장이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동생 사망 후 연극 배역이 바뀌었습니다. 카르멘 더블 캐스팅이 취소되었습니다. 카르멘은 최지나 배우 한 명입니다. 이유리 배우는 공장 직원 역할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박찬수 배우의 얼굴을 살폈다.


그렇게 유강인은 배우들의 얼굴을 일일이 살폈다. 호세 약혼녀 미카엘라역 윤미래 배우의 얼굴을 살핀 후, 이유리 배우의 얼굴을 살폈다.


유강인이 이유리에게 말했다.


“가발을 벗으세요.”


“알겠습니다.”


이유리 배우가 가발을 벗었다. 그러자 실제 머리가 드러났다. 그녀는 단발머리였다.


분장을 지운 이유리의 얼굴은 아주 청순했다. 비누처럼 새하얀 피부였다. 고혹함은 분장의 힘이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군인 단역 차례였다. 군인 단역은 일곱 명이었다.


유강인이 매의 눈으로 일곱 명의 얼굴을 일일이 살폈다. 그때! 눈빛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렸다. 눈부신 광채가 순간 폭발하듯 발했다. 뭔가를 알아낸 거 같았다.


‘그렇군!’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곧 극단폭풍의 비밀이 드러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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