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17_카르멘, 최지나 배우의 연인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5분 후, 유강인이 스포트라이트 조사를 마쳤다. 특이한 조사였다.


탐정이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배우들을 세우고 얼굴만 확인했다.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대부분 1분 이내에 끝났다.


“음~!”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번 했다. 그가 쓱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조수 둘이 화색했다. 황수지가 선임 조수, 황정수에게 말했다.


“선임 조수님, 탐정님이 뭔가를 알아내신 거 같죠?”


“응, 그런 거 같아. 탐정님 눈빛이 다이아몬드처럼 번쩍거려. 저 눈빛은 단서를 잡았을 때 발하는 빛이야. 흐흐흐! 배우들한테 뭔가가 있는 게 확실해.”


“그렇군요. 오늘 여기에 잘 왔네요. 사건이 쑥쑥 풀리는 느낌이에요.”


“그렇지. 탐정님이 시동을 거셨어. 이제 쾌속 질주만 남은 거야. 나쁜 놈들을 싹 다 죽었어. 아무리 잔머리 굴려도 탐정님 손바닥 안이야.

죽을 날만 남았지. 목을 잘 닦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거야. ”


“맞아요.”


조수 둘이 희희낙락했다. 유강인의 능력을 믿었다. 이번에도 대단한 실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유강인이 천천히 말했다.


“제가 호명하는 사람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분장실로 이동하세요.”


“네에?”


“몇몇이 남는다고요?”


“대체 누가 남는 거죠?”


참고인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남는 사람은 혐의점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참고인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눈길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저 멀리 북쪽에서 거대한 폭풍이 서서히 불어오는 거 같았다.


이 폭풍은 탐정 유강인이 일으켰다. 극단을 장악한 사악한 폭풍을 제압하려는 또 다른 폭풍이었다.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졌다. 빗방울이 점점 거세졌다.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


“제일 먼저 ….”


유강인이 입을 뗐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참고인들이 유강인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르멘역 최지나 배우님! 무대에 남으세요.”


그 말을 듣고 최지나 배우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높은 어조로 말했다.


“저라고요? 대체 왜죠? 저는 그날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 장호일 배우님하고 통화한 게 전부예요. 왜 남으라는 거죠? 혹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최지나 배우가 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목소리에 억울함이 서려 있었다.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지나 배우님을 의심해서 호명한 게 아닙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거뿐입니다. 확대 해석을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저, 정말 그런 거죠?”


최지나 배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맞습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그럼, 지금 확인하세요. 저는 당당해요. 나쁜 짓은 한 적이 없어요.”


당당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지금은 불가합니다. 최지나 배우님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배려입니다. 이해 주세요.”


사생활이라는 말에 최지나 배우가 아! 했다. 유명 배우에게 사생활은 목숨과 같았다. 사생활이 드러나서 몰락한 배우가 한둘이 아니었다.


최지나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고 답했다.


“아, 그러세요.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지 … 알겠습니다. 여기에 남겠습니다.”


최지나 배우가 미소를 지으며 수긍했다.


유강인이 다음 사람을 호명했다.


“다음으로 단역 배우 세 명이 남아야 합니다. 군인 2역, 군인 4역, 군인 7역 남아주세요.”


“네에?”


“우리 보고 남으라고요?”


단역 세 명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세 분도 추가로 조사할 게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분장실로 이동해주세요. 신기훈 형사님이 따라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신형사가 크게 외쳤다.


참고인들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말을 나눴다.


“어서 갑시다.”


“네 명한테 추가 조사할 게 있다는 거죠? 대체 뭘 조사한다는 거죠?”


“글쎄요. 유명한 탐정이니 알아서 잘 하시겠죠.”


“맞아요. 우리는 지시에 잘 따르면 됩니다.”


참고인들이 백스테이즈로 향했다. 신기훈 형사가 그 뒤를 따랐다.


무대에 호명된 넷이 남았다. 그들은 다음과 같았다.


카르멘 역 최지나 배우, 단역 남자 배우 셋이었다. 셋은 군인 2역, 군인 4역, 군인 7역이었다.


무대에 호명된 자들과 유강인, 조수 둘, 이진환 형사가 있었다.


유강인이 입을 열다가 아차! 했다. 2층 무대 지휘실을 보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감독님! 감독님도 분장실로 이동하세요. 스태프가 옆에 있으면 같이 움직이세요. 무대 지휘실도 비워야 합니다.”


곧 방송이 들렸다.


“알겠습니다.”


무대 감독이 대답했다.


잠시 후, 무대 감독과 스태프가 분장실로 이동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가 먼저 최지나 배우를 불렀다.


“최지나 배우님, 제 앞으로 오세요. 다른 분들은 무대 끝으로 이동하세요. 거기에서 잠시 대기하세요.”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넷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최지나 배우가 유강인을 향해 걸어갔다. 단역 군인 셋은 무대 끝으로 향했다.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최지나 배우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유강인 앞에 섰다.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유강인이 두 눈을 꼭 감았다. 2초 후 두 눈을 활짝 떴다. 그가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지나 배우님, 지금부터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배우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 작은 목소리로 말하겠습니다.

배우님도 작은 목소리로 답해주세요. 이해하셨으면 고개를 끄떡이세요.”


최지나 배우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질문을 내던졌다. 얼음송곳 같은 질문이었다. 정곡을 콕 찔렀다.


“최지나 배우님,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죽은 장호일 배우님하고 무슨 사이죠?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나요?”


“네에?”


그 말을 듣고 최지나 배우가 화들짝 놀랐다. 그만 큰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유강인이 오른손 검지를 들어서 입술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지나 배우가 침을 꿀컥 삼켰다. 유강인 앞에서 생글생글 웃던 여유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눈에 긴장감이 서렸고 두려움이 느껴졌다. 비밀이 들킨 듯했다.


최지나 배우는 연극의 메인 여주인공이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실제로 사귀는 상황이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지나 배우님, 제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해주세요. 그래야 배우님 사생활이 보장됩니다.”


최지나 배우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답했다.


“아, 알겠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 사방을 둘러봤다. 무대와 관객석은 아주 고요했다. 무대 끝으로 이동한 단역 군인 셋은 서로 떨어져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정황상, 최지나 배우님과 장호일 배우님이 사귀는 거 같습니다. … 제 추측이 맞나요?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그, 그게 ….”


최지나 배우가 머뭇거렸다. 사생활을 남에게 말하기는 싫은 거 같았다.


유강인이 더욱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가 작았지만,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이는 조사를 통해 밝힐 수 있는 사안입니다.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비밀을 보장하겠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습니다.”


최지나 배우가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울상을 지었다. 그녀 앞에 탐정 유강인이 있었다. 감추고 싶다고 감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최지나가 침을 꿀컥 삼키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유탐정님, 맞아요. 우리는 사귀는 사이예요. 이번에 연극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고 연인이 됐어요.”


유강인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그렇군요. 제 추측이 맞았군요. 두 분은 모두 유명 배우이십니다. 예전에 장호일 배우님을 만난 적이 있나요?”


최지나 배우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예전에 몇 번 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소속이 달라서 그냥 아는 사이였어요. 선후배 사이였죠.”


“그렇군요. 호세와 카르멘 연극에 캐스팅되면서 친해진 거군요.”


“맞아요.”


“서로 친하게 된 계가 같은 게 있나요?”


최지나 배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다. 그녀 근처에 유강인을 빼고 아무도 없었다.


무대는 쥐죽은 듯 무척 고요했다. 무대는 그녀와 삶의 전부이자, 일터였다. 오늘따라 무대가 어색한 거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강인이 인내심을 갖고 최지나 배우의 답변을 기다렸다.


최지나 배우가 크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사실 제가 이번 연극을 하기 전, 김도식이랑 사귀다가 헤어졌어요.”


김도식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김도식은 유명 가수였다. 20대 후반 싱어송라이터였다. 나이로 볼 때 최지나 배우 연하였다.


최지나 배우가 말을 이었다.


“김도식이랑 헤어져서 마음이 심란했는데 장호일 배우님이 저를 위로해줬어요. 처음에는 오빠 같았는데 점점 곰돌이처럼 귀여웠어요. 그래서 사귀게 됐어요.”


“아, 그렇군요.”


유강인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피해자, 장호일을 생각했다.


장호일은 나름 잘 나가는 배우였다.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했다. 악역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사람 속을 박박 긁는 데는 그만한 배우가 없었다. 그는 아직 미혼이었다.


‘장호일은 미혼이야. 연애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그런데 세상이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어. 숨겨둔 부인이 있을 수 있어. 아니면 애인이라든가 ….’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이를 악물었다. 치정 관계가 떠올랐다. 치정은 매우 위험했다. 수많은 비극이 치정에서 비롯됐다.


사랑을 놓친 자의 분노, 시기 질투는 간혹 상상을 초월했다. 이번 사건도 그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최지나 배우를 조사한 결과, 중요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


첫 번째 사망자, 장호일 배우는 극단폭풍의 40주년 기념작 ‘호세와 카르멘’ 연극을 시작하면서 아주 유명한 배우이자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 최지나 배우와 연애를 시작했다.


최지나는 말 그대로 카르멘의 화신 같았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미혼인 장호일이 최지나와 사랑에 빠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유강인이 무척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최지나 배우님, 장호일 배우님이랑 사귈 때 장호일 배우님이 솔로였나요?”


“솔로요?”


“최지나 배우님과 사귀기 전 다른 여자가 있었나요?”


최지나 배우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답했다.


“아니에요. 없다고 했어요. 몇 년 동안 외롭게 혼자 지냈다고 했어요. 그래서 자기 별명이 고독한 늑대라고 했어요. 저랑 사귀면서 행복한 리트리버가 됐다고 했어요.”


“고독한 늑대가 행복한 리트리버가 됐다고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군요. 그 말을 믿으셨나요?”


최지나 배우가 정색하고 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믿어야죠. 장호일 배우님이 악역을 많이 했지만, 사실은 무척 부드럽고 자상한 사람이에요.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요.

항상 좋은 향수를 몸에 뿌리는 사람이에요. 옷도 잘 입었어요. 패션 감각이 남달랐어요.

목소리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웠어요. 노래도 참 잘했어요. 그래서 뮤지컬 배우도 하라고 했어요. 달콤하면서도 차가운 젤라또 같은 남자였어요.”


“그렇군요.”


“보아하니 탐정님은 일만 하느라 연애를 잘 모르시는 거 같네요.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에서부터 시작해요.

그 믿음이 깨지면 헤어지는 거죠. 탐정님, 솔직히 말해주세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죠? 미혼이라고 들었는데 ….”


최지나 배우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거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지나 배우를 단독 조사하고 있는데 유강인이 조사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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