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20_폭력 사건의 진상

탐정 유강인 20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네, 동생이 죽고 공연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단축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블 캐스팅이 취소되었습니다.

두 번째 카르멘이었던 이유리 배우는 카르멘역에서 하차하고 단역인 공장 직원 역을 새로 맡았습니다.

현재,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연은 … 예정대로 진행할 겁니다.”


“그렇군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남은 공연을 위해 ….”


“네, 맞습니다. 우리는 극단입니다. 관객과 소중한 약속인 공연을 끝마쳐야 합니다.

마침 카르멘역인 최지나 배우님도 여기에 계셔서 연습하기에 딱 좋습니다.

연극에서 배우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 위치를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배우 간 동선이 흐트러집니다. 20분 후, 그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연기 호흡을 맞출 겁니다.”


“그렇군요. 세심한 배려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양진석 배우에게 말했다.


“양진석 배우님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나요? 반드시 연습에 참여해야 하나요?”


양진석 배우가 대답 대신 유강인의 눈빛을 바라봤다. 그 눈빛이 매우 무서웠다.


‘아이고!’


양진석 배우가 움찔했다. 그는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대했다.


그런데 그가 상대한 사람 중 유강인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예리한 칼처럼 반짝이는 눈빛에서 허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양진석 배우가 고개를 흔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유탐정님, 저는 굳이 없어도 됩니다. 없어도 되는 역할이에요. 병풍 같은 존재죠.”


“잘 됐군요. 그럼, 같이 극단으로 이동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양진석 배우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 양진석 배우가 공연장에서 나갔다.


20분 후, 공연장에 환한 불이 들어왔다. 휴식을 마친 배우들이 우르르 무대로 몰려나왔다.


무대 지휘실에서 방송이 나왔다.


“무대 감독입니다. 카르멘이었던 이유리 배우님 배역이 공장 직원 4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숙지하셨죠?”


이유리 배우가 크게 외쳤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무대 감독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 새로 바뀐 무대 지시문을 다 숙지하셨나요?”


무대 지시문이라는 말에 배우들이 크게 답했다.


“네, 다 숙지했습니다.”


“그럼, 1막부터 들어가겠습니다. 곧 블랙아웃하겠습니다. 옆 무대로 이동하세요.”


“알겠습니다.”


배우들이 서둘러 옆 무대로 이동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사라지자, 조명이 꺼졌다.


무대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20초 후 불이 들어왔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우측 옆 무대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호세 약혼녀 미카엘라였다.


미카엘라가 힘없이 걸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호세, 내 사랑 돈 호세! 당신 어머니가 지금 많이 아프세요. 이를 어떡해요!”



**



탐정단 밴과 경찰차가 극단폭풍 야외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사람들이 건물 출입문으로 향했다. 수사팀과 장철수 단장, 양진석 배우였다.


건물 출입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사무장 김두희였다.


김두희 사무장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며 몸을 잠시 떨었다. 눈빛에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20분 전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심층 조사 대상자라는 연락이었다.


“저기 계시는군.”


유강인이 건물 출입문 앞에 서 있는 김사무장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김사무장의 얼굴에 초조함이 느껴졌다. 얼굴에서 암시하는 게 있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거 같았다. 그건 극단 내 비밀이 분명했다.


유강인이 가까이 오자, 김두희 사무장이 공손히 인사하고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가볍게 인사하고 건물 출입문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수사팀과 극단 인사들이 1층 사무실로 향했다.


잠시 후, 유강인이 극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두희 사무장이 원두커피를 준비했다.


사무실에 총 여덟 명이 있었다.


유강인과 조수 둘, 이진환 형사, 신기훈 형사, 장철수 단장, 양진석 배우, 김두희 사무장이었다.


김사무장이 커다란 쟁반에 큼지막한 커피잔을 담았다. 머그컵이었다. 모두 여덟 잔이었다.


김두희 사무장이 쟁반을 조심스럽게 들고 소파로 향했다. 소파는 사무실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소파에 일곱이 차례대로 앉아 있었다.


김두희 사무장이 소파 옆 테이블에 커피잔을 차례대로 내려놓고 말했다.


“먼저 커피부터 드세요. 베트남 커피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무장님.”


유강인이 감사를 표하고 커피잔을 들었다. 향긋한 원두커피 향이 물씬 풍겼다.


베트남 커피라 다른 커피랑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좀 더 담백한 느낌이었다.


잠시 티타임을 갖자, 타오르던 긴장감이 좀 누그러들었다.


유강인이 커피를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커피가 참 맛있네요. 김두희 사무장님도 자리에 앉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두희 사무장이 커다란 쟁반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답했다. 김사무장이 자리에 앉았다.


유강인이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맞은편에 극단 핵심 관계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장철수 단장, 김두희 사무장, 양진석 배우였다.


“음~!”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했다. 그렇게 긴장감을 털어내고 입을 열었다. 차분했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깃든 목소리였다.


“오늘 공연장에서 단역 배우 셋을 조사한 결과, 극단 내에 심각한 폭력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네에? 포, 폭력이라고요?”


유강인의 말을 듣고 장철수 단장이 깜짝 놀랐다. 그가 고개를 돌려 김사무장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거 같았다.


“아아~”


순간, 탄성이 들렸다. 김두희 사무장이 내뱉는 소리였다.


김두희 사무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양진석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곁눈질했다.


둘은 단장과 달리 놀라지 않았다. 대신 뭔가가 숨기려다가 딱 걸린 거 같았다.


잠시 사무실에 침묵이 흘렀다. 그건 무척 괴로운 침묵이었다.


극단 내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두희 사무장과 양진석 배우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큰 잘못을 저지른 듯했다.


장철수 단장은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유강인에게 말했다. 당황한 목소리였다.


“유탐정님, …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극단은 단원을 구타하는 그런 저질 극단이 아닙니다. 배우들이나 단원들 간 폭력은 절대 금지입니다.

그건 어떤 경우라고 안 된다고 제가 누누이 당부했고 경고했습니다.”


“그렇군요.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장철수 단장의 두 눈을 바라봤다.


장단장의 눈망울이 바람 앞 촛불처럼 심하게 흔들거렸다. 그 흔들거림이 무척 심했다. 저 멀리서 거대한 폭풍이 불어오는 거 같았다.


“음~!”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가 장철수 단장의 두 눈을 계속 바라봤다. 그렇게 장단장의 속내를 꿰뚫었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가 발동했다.


20초 후,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무척 냉정한 목소리였다. 장단장에게 물었다.


“장철수 단장님, 그 말이 정녕 진실입니까? 정말 극단 내 폭력을 몰랐나요?”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고 말했다. 당연하다는 목소리였다.


“그럼요! 저는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장단장이 말을 마치고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김두희 사무장과 양진석 배우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유강인이 둘에게 말했다.


“사무장님, 양진석 배우님 고개를 드세요.”


유강인의 말에 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 두려움이 느껴졌다.


김두희 사무장과 양진석 배우가 서로 쳐다봤다. 눈빛으로 서로 입을 열라는 거 같았다. 결국, 양진석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무척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 그게 … 배우들 간에 작은 다툼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건 어느 극단이나 다 있는 일입니다.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다툼이 있기 마련이에요. 다툼이 없는 곳은 없어요.”


김두희 사무장이 급히 거들었다.


“맞아요! 배우들 간 다툼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었어요.

연극은 … 많은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해요. 그래서 잘하는 사람이 있고 잘 못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갈등과 다툼이 있어요. 그건 다른 곳도 다 마찬가지예요. 집에서도 가족 간에 다들 싸우잖아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정색했다. 그가 김사무장에게 물었다.


“다툼이라고요? 자세히 말해보세요.”


“사소한 다툼이 좀 있었습니다.”


‘사소’라는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괘씸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다툼은 서로 뭔가를 놓고 다툰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그런 다툼이 아니었습니다.

후배가 연기를 못한다고 선배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 사건이었습니다. 원숭이보다도 연기를 못한다고 조롱까지 했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김사무장의 입이 쑥 들어갔다.


유강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단역 배우 셋의 얼굴에 심한 매를 맞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눈두덩이에 퍼런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그 멍 자국이 컸습니다. 커다란 주먹으로 얻어맞은 게 분명했습니다.

김사무장님, 말씀해보세요. 선배의 무자비한 폭력과 조롱이 언제부터 사소한 다툼으로 둔갑했죠?”


“그, 그게 … 아마도 무슨 오해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김두희 사무장이 쩔쩔매며 말했다.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이, 이런!”


순간! 장철수 단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가 사태를 파악했다. 급히 양진석 배우에게 진상을 물었다. 양진석은 그의 친삼촌과 같은 존재였다.


“아저씨! 유탐정님 말이 진짜입니까? 정말로 단원들 사이에 그런 폭력이 있었나요?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아. 단장님 ….”


양진석 배우가 무척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유강인과 장단장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유강인의 눈빛은 진실을 갈구했고 장단장의 눈빛은 배신을 당한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휴우~!”


양진석 배우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3초 동안 숨을 내쉬고 힘들게 침을 삼켰다. 눈을 내리깔고 입을 열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두 사람을 볼 면목이 없는 거 같았다.


“그게 … 단장님, 사실대로 말하면 배우들 간에 주먹질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악습입니다.

그 악습을 선대 단장님께서 끊으셨는데 … 그게 부활했습니다. 선배가 후배들을 때렸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른손으로 가슴팍을 콱 움켜쥐고 급히 말했다.


“그렇다면 그걸 진작 말해주셔야죠! 왜 저한테 말하지 않았나요? 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극단을 책임지는 극단폭풍의 단장입니다.”


아버지라는 말에 양진석 배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고인이 된 장단장의 아버지는 양진석의 의형이었다. 친형제와 같은 사이였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9화탐정 유강인 21_19_배후 조종자, 카르멘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