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유강인이 장철수 단장과 양진석 배우를 잠시 바라봤다. 그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단역 배우들을 조사한 결과를 말해야 했다.
그 진실은 예상 밖이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장님, 놀라지 마세요. 후배들을 인정사정없이 마구 때린 자는 … 조사 결과, 호세 장호일 배우였습니다.”
폭력 행사의 장본인이 장호일이라는 말에 친형인 장철수 단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크게 소리 질렀다.
“네에? 뭐, 뭐라고요? … 말도 안 돼! 도, 동생이 후배들을 때렸다고요? 유탐정님, 지금 죽은 동생을 모욕하는 겁니까?”
장철수 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온몸을 떨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듯 턱에서 심한 경련이 일어났다.
사무실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비참하게 죽은 자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났다.
장호일은 후배들을 인정사정이 때리는 파렴치한이자, 후안무치한 자였다. 그는 겉으로 선인인척했다.
한마디로 호탕하고 젠틀한 신사였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장철수 단장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미동조차 못 했다. 두 눈동자가 딱 멈춰버렸다. 빨간 불에 정지한 차 같았다.
“아, 아이고~!”
양진석 배우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 유탐정님,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예전에 호일이가 저한테 말한 게 있습니다. 후배들 연기가 너무 별로고 건방지다고 했습니다.
특히, 연기 호흡이 맞지 않는다고 불평했습니다. 로봇이랑 연기하는 거 같다고 이를 갈았습니다. 때려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씩씩거렸습니다.
그때, 제가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때려서 군기를 잡았다고 … 그 말을 듣고, 호일이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이후 호일이가 후배들을 불러서 주먹질했습니다. 저는 그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용했습니다. 맞은 후배들이 잠자코 있었습니다.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습니다.
호일이 말에 따르면 후배들이 매를 맞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죄송하다고 했답니다. 그 덕분인지 그 이후, 연기 호흡이 참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매라고 여겼습니다. 모두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여겼습니다. 옛날처럼 ….”
‘사랑의 매’라는 말에 유강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아니, 사랑의 매라고요? 정녕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무차별한 폭력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그, 그게 ….”
양진석 배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뻘게졌다.
유강인이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매를 맞은 배우들 말에 따르면, 극단폭풍이 다른 극단보다 훨씬 좋아서 그래서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극단에서 나가야 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극단을 위해 헌신하시는 단장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답니다.
매를 맞은 사람 중 그 누구도 가혹한 폭력을 사랑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참은 거뿐입니다.”
양진석 배우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가 말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유강인 탐정님, 제 생각이 정말 짧았습니다. 극단의 어른으로 제대로 처신하지 못했습니다.
옛날 생각만 하고 극단 내 폭력을 알면서도 방관했습니다. 저도 신인 때 맞은 게 있어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양진석 배우가 말을 마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반성의 눈물이었다.
유강인이 이번에는 김두희 사무장에게 말했다.
“사무장님도 극단 내 폭력 사태에 대해 알고 계셨죠?”
김두희 사무장이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녀가 답했다.
“맞습니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곳 사무실은 배우들의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주연 배우부터 해서 단역 배우까지 모든 배우가 이곳을 자주 들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얼굴에 멍이 든 배우들이 보였습니다. 모두 단역 배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쳤냐고 물어봤는데 … 길 가다가 넘어졌다고 말하기도 했고 술 먹고 전봇대에 부딪혔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여기 계시는, 극단의 어른인 양진석 배우님께 이 사실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답변하셨습니다. 배우들 간에 군기를 잡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폭력 사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가벼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단장님께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두희 사무장도 머리를 조아렸다.
“이, 이럴 수가!”
장철수 단장이 큰 소리로 말을 내뱉고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유강인이 양진석 배우와 김두희 사무장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1분 후, 김두희 사무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단장님은 항상 바쁘신가요?”
김사무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단장님은 항상 바쁘십니다.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쁘십니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시면 먼저 극단 운영을 살피시고 오후에는 극단 운영비를 마련하십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십니다.
퇴근하시면 집에서 연극 대본을 쓰십니다. 하루 24시간을 이틀 48시간처럼 보내십니다.”
“그렇군요. 단장님은 아주 바쁘신 분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잠시 멍한 눈으로 하얀 천장을 바라보던 장철수 단장이 두 눈을 감았다. 2초 후 두 눈을 떴다. “휴우~!” 하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얼굴에 괴로움이 가득했다.
유강인이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극단의 핵심 관계자인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 양진석 배우에게 말했다.
“극단 내 폭력 사건이 … 장호일, 조인수 살인 사건과 관련된 거 같습니다. 폭력 사건과 살인 사건을 같이 수사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맥이 탁 풀린 거 같았다. 그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극단이 악의 축이 되고 말았다.
장단장의 모습이 보기 처량한 듯 황수지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눈썹꼬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유강인이 계속 말했다.
“매를 맞은 단역 배우들 진술에 따르면 폭력 사태는 장호일 배우의 단독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른 거로 보입니다. 폭행을 사주한 자가 있습니다.
폭행을 사주한 자의 이름은 카르멘이었습니다. 장호일 배우가 후배들을 때린 후, 카르멘의 뜻이라고 후배들에게 전했습니다.”
“카르멘이라고요?”
‘카르멘’이라는 말이 등장하자, 장철수 단장, 김두희 사무장, 양진석 배우가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작지만, 송곳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극단 내에 카르멘이라고 불리는 자가 있나요?”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 양진석 배우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셋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한참 생각하던 양진석 배우가 말했다.
“… 카르멘은 연극 호세와 카르멘의 여주인공 이름입니다. 우리 배우 중 카르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외국 이름은 가진 사람은 단 한 명입니다. 유학파 박찬수가 찰리박입니다. 투우사 에스카미요역을 맡고 있어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정황상 카르멘은 폭행을 사주한 자의 별칭 같습니다. 카르멘이라는 이름 아래에 자기 정체를 숨겼습니다.
카르멘은 어둠의 장막 속에서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자입니다. 그자 때문에 장호일 배우와 조인수가 죽은 거 같습니다.”
“네에?”
“일이 그렇게 흘러가나요?”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 양진석 배우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그들이 서로 쳐다봤다. 서둘러 말을 나눴다.
“아저씨, 카르멘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단원이 있나요? 잘 생각해보세요.”
“그건 … 금시초문입니다, 단장님. 제가 알기로 그런 사람은 없어요.”
김두희 사무장이 맞장구쳤다.
“저도 처음 듣는 얘기예요. 카르멘이라는 별명을 가진 단원은 없었어요.
최지나 배우님과 이유리가 배역 때문에 카르멘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그건 별명이 아니잖아요. 맡은 역할에 불과해요.”
셋이 계속 말을 나눴다.
유강인이 셋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셋 다 카르멘의 존재를 모르는 거 같았다. 단역 배우들 말처럼 카르멘은 극단 내 베일에 싸인 존재가 분명했다.
극단 내 카르멘의 존재를 아는 자는 두 명이었다. 둘은 장호일과 조인수였다.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음~!”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인기 배우 장호일의 죽음과 살인마 조인수 그리고 흉기이자 소품인 칼 두 자루, 마지막으로 극단 내 실력자이자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카르멘이 등장했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킨 거 같았다. 엉킨 실타래에 단서가 있는 거 같았다.
“음~!”
유강인 왼손을 턱을 매만졌다. 그때!
삐리릭!
이진환 형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이형사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JS 아트센터를 감시하는 지구대 대장이었다. 이형사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문 닫는 소리가 들리자,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장철수 단장에게 말했다.
“단장님, 장호일 배우는 카르멘역 최지나 배우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확인한 결과, 최지나 배우였습니다.
최지나 배우도 장호일 배우와 사귀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네에?”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예상치 못한 일 같았다.
유강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장호일 배우의 죽음에 두 개의 가능성이 있는 거 같습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복수입니다. 응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력에 대한 복수, 응징이라는 말에 장단장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다른 가능성은 위험천만한 치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여자관계가 화를 부른 거 같습니다.
돌아가신 장호일 배우님은 단장님의 친동생입니다. 어떤 여자들과 사귀었는지 아시나요? 혹 여기 극단 소속 여배우들과도 사귀었나요?”
“그, 그게 ….”
장철수 단장이 말을 잇지 못했다. 무척 당황한 거 같았다.
그때! 쾅! 소리가 들렸다.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핸드폰을 들고 밖에 잠시 나갔던 이진환 형사가 사무실 안으로 황급히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이형사가 급히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탐정님, 지금 큰일이 났습니다!”
“네에? 큰일이라고요?”
유강인이 큰일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진환 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장 무대 조명이 떨어져서 … 무대에서 연습 중이던 최지나 배우와 이유리 배우가 크게 다쳤습니다. 지금 응급실로 후송 중입니다. 둘 다 머리를 다쳤습니다.”
“네에? 뭐, 뭐라고요?”
무척 놀라운 말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죽은 후 추가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건이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