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23_사라진 셋을 찾아라!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젠장!”


이진환 형사가 이를 악물었다.


감시 경찰들이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들도 놀란 나머지 허둥지둥거렸다.


선배가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신기훈 형사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가 상황을 살폈다.


출입문은 오른쪽과 왼쪽 두 군데였다. 오른쪽 문은 그가 들어온 커다란 문이었다. 왼쪽 문은 비상문이었다.


신형사가 여전히 머리를 긁적이는 경찰 선임에게 말했다.


“비상문을 지키는 경찰들도 무대로 달려왔나요?”


경찰 선임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네, 그때 모두 무대로 달려왔습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서 ….”


그 말을 듣고 신기훈 형사가 ‘이런!’ 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가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출입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때를 틈타 누군가가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후배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가 답했다.


“충분히 … 그럴 수 있어. 휴우~!”


이형사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사건이 풀리는 게 아니라 사건이 꽈배기처럼 점점 꼬여갔다.


극단폭풍에서 단원 둘이 비참하게 죽은 후, 연습 중이던 여배우마저 천장에서 떨어진 조명에 맞아 크게 다쳤다.


이 모든 일이 우연한 일치일 리가 없었다.


우연한 일이 아니라면 명백한 범죄였다. 누가 의도한 일이었다. 그자가 바로 범인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진환 형사가 입을 열었다. 경찰 선임에게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극단폭풍 단원과 스태프, 무대 감독 등을 모두 불러오세요. 인원을 철저히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모일까요?”


“로비 한가운데서 인원을 확인하겠습니다.”


“네, 즉시 움직이겠습니다.”


경찰 선임이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그가 동료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경찰 다섯 중 셋이 신속히 움직였다. 나머지 둘은 두 눈을 부릅뜨고 현장을 지켰다.


무대가 어느 때보다 훤했다. 강한 조명이 무대를 감쌌다. 그 가운데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있었다.


두 형사가 화강암처럼 굳은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대극장에서 들렸다.



유강인은 여전히 수술실 앞에 있었다.


수술실 램프는 여전히 빨간 불이었다.


유강인이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서성였다. 그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유강인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그가 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건을 되새겼다.


극단폭풍은 유명한 극단이었다. 극단 간판 배우는 악역으로 유명한 장호일이었다. 장호일은 단장 장철수의 친동생이었다.


장호일은 암암리에 후배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렇게 군림하던 중 분장실에서 후배 조인수가 휘두른 칼에 맞아 죽고 말았다.


살인범 조인수는 며칠 뒤 극단 뒤편 산속에서 모진 매를 맞고 죽은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이 죽은 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천 경찰서 강력반이 사건을 담당했다.


유강인은 강천 경찰서 이진환 형사의 부탁을 받고 사건을 맡았다.


수사 결과, 장호일한테 칼 두 자루가 있었다. 그건 진검과 소품용 칼이었다. 조인수는 두 개의 칼 중 진검을 들고 장호일을 죽였다.


장호일은 죽기 전 통화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새로 사귄 애인 최지나였다. 최지나는 여주인공으로 카르멘역이었다.


배우들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자, 그동안 감춰졌던 장호일의 만행이 드러났다. 후배들을 심하게 몰아세우고 인정사정없이 때렸다.


장호일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후배들을 구타했다. 그자를 ‘카르멘’이라고 불렀다.


유강인은 카르멘을 이 모든 일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했다. 카르멘은 극단 내 실력자가 분명했다.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오늘 유강인이 카르멘의 존재를 알아채자, 느닷없이 천장 무대 조명 장치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 조명 장치가 무대에서 연습 중이던 여배우 최지나와 이유리를 덮쳤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음~!”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하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배우 둘이 다친 게 우연이 아닌 거 같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조명 장치를 떨어트린 거 같았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조명 장치를 누가 떨어트렸다면 … 이건 명백히 살인 미수야. … 누가 이런 짓을 했지? 카르멘인가? 카르멘이 다시 마수를 펼친 건가?’


유강인이 카르멘을 생각했다. 카르멘은 극단폭풍을 지배하는 실력자였다.


“그렇군.”


유강인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이진환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신호가 가자, 이형사가 바로 전화 받았다.


“네, 유탐정님.”


“이형사님, 사고 현장을 다 둘러보셨나요?”


“네, 다 둘러봤습니다.”


“현장에 있던 단원과 스태프를 모두 통제하고 있나요?”


“네,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


이진환 형사가 말을 흐렸다.


유강인이 불길함을 느꼈다.


이형사가 말을 이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 현장을 지키던 경찰들이 우왕좌왕한 거 같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당황한 나머지 대극장 출입문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이, 이런!”


유강인이 실망감에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사고 현장에 있던 단원과 스태프를 모두 불렀습니다. 인원 체크를 할 예정입니다.”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이형사님, 정황상, 이건 사고가 아닙니다. 누가 일부러 조명 장치를 떨어트린 겁니다. 현장에서 도망친 자가 있다면 그자가 범인입니다.”


“네에? 사, 사고가 아니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카르멘이 다시 움직인 거 같습니다. 피를 원하는 거 같습니다.”


피를 원한다는 말에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 그렇다면, 큰일이군요. 아! 지금 현장에 있던 단원과 스태프들이 왔습니다. 인원 체크를 바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혹 빠진 사람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최지나 배우님과 이유리 배우님 상태는 어떻죠?”


“병원 관계자 말에 따르면, 두 배우 다 의식불명 상태랍니다. 그중에서 최지나 배우가 위독하답니다. 이유리 배우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만 전화를 끊겠습니다. 인원을 체크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해주세요.”


이진환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앞에 있는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 사고 현장인 대극장 천지 안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극단폭풍 단원과 스태프들이었다.


배우 중, 고참인 투우사 에스카미요역 박찬수가 입을 열었다.


“형사님, 최지나 배우님과 이유리 배우 상태가 어떻죠?”


이진환 형사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


“현재 두 분 모두 수술 중입니다. 의식불명 상태인데 … 최지나 배우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네에? 뭐, 뭐라고요? 최지나 배우님이 위독하다고요?”


“이를 어떡해!”


“정말 큰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지나 배우는 유명 배우였고 객원 단원이었다. 극단폭풍의 손님과 같은 존재였다. 연극 ‘호세와 카르멘’의 성공을 위해 특별히 모셔온 흥행 메이커였다.


그런 흥행 메이커가 크게 다쳤다.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침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로비에 괴로움이 가득했다.


신기훈 형사가 헛기침을 한번 했다. 이제 인원을 체크해야 했다. 그가 수첩을 들었다. 한 명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배우 이름을 불렀다.


“에스카미요역 박찬수 배우님.”


“네, 여기 있습니다.”


박찬수 배우가 답을 하고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신기훈 형사가 계속 배우 이름을 불렀다. 호명된 배우들이 모두 답했다.


“미카엘라역 윤미래 배우님.”


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응?”


신형사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다시 호명했다.


“미카엘라역 윤미래 배우님!”


여전히 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인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윤미래 배우를 찾았다.


“미래가 어디에 있지?”


“윤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


“화장실에 갔나?”


“역시, 그렇군.”


이진환 형사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이탈한 사람이 드디어 등장했다.


모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미카엘라가 어디 갔지?”


“윤미래 배우님을 보신 분 있어요?”


“여기 없는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사고 이후로 못 본 거 같아요.”


이진환 형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가 급히 외쳤다.


“사고가 벌어진 후 현장에 있던 배우, 스태프는 모두 분장실로 이동했습니다. 분장실에서 윤미래 배우님을 보신 분이 있나요?”


“…….”


아무런 답이 없었다. 분장실에서 윤미래 배우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로비에 침묵이 흘렀다.


신기훈 형사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다.


“윤미래 배우가 혼란한 틈을 타 대극장에서 나간 거 같습니다.”


이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런 거 같아.”


“왜 밖으로 나갔을까요?”


“그건 둘 중의 하나야. 놀라서 밖으로 나갔거나 아니면 범인이겠지.”


“버, 범인이라고요?”


“응.”


이진환 형사가 짧게 답하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신기훈 형사에게 말했다.


“신형사, 계속 인원을 확인해.”


“알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계속 인원을 확인했다.


“최상일, 조명 담당 스태프님.”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진환 형사가 아! 하며 외쳤다. 최상일은 조명 담당이었다. 조명 장치에 손을 댈 수 있었다.


“한창완 무대 감독님.”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무대 감독은 공연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였다. 로비에 무대 감독이 보이지 않았다. 이형사가 급히 외쳤다.


“한창완 무대 감독님, 계시면 어서 대답하세요!”


답이 없었다.


모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모두 입을 크게 벌렸다. 공연을 책임지는 무대 감독이 보이지 않았다. 무대 감독은 무대의 선장과 같은 존재였다.


상황이 점점 다급하게 돌아갔다.


천장 조명 장치가 떨어져 여배우 둘이 다친 후, 윤미래 배우와 조명 장치 담당 스태프, 무대 감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신기훈 형사가 남은 사람을 다 호명했다. 모두 호명에 답했다.


로비에 없는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윤미래 배우와 한창완 무대 감독, 최상일 스태프였다.


형사 둘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유강인의 말대로 사고 현장에서 사라진 자가 있었다. 그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컸다.


로비에 괴로운 침묵이 가득할 때


그때! 한 사람이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특수 효과 스태프였다.


이진환 형사가 급히 말했다.


“왜 그러시죠?”


특수 효과 스태프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생각해보니 … 무대 감독님이 비상계단으로 향하셨어요.”


“비, 비상계단이라고요?”


“네, 분명 그쪽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하고 급히 움직였다. 비상계단을 찾았다. 저 멀리에 비상계단 출입문이 보였다. 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선배님, 같이 가요!”


신기훈 형사가 급히 외쳤다. 경찰 둘과 함께 이형사를 따라갔다.


잠시 후, 형사 둘과 경찰 둘이 비상계단 출입문 앞에 멈췄다. 이진환 형사가 경찰 둘에게 말했다.


“두 분은 아래로 내려가세요. 우리는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경찰 둘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휴우~!”


이진환 형사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가 비상계단 출입문을 활짝 열고 후배에게 말했다.


“신형사 이 사실을 유탐정님께 어서 알려!”


“알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답하고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유강인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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