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삐리릭!
핸드폰 벨 소리가 수술실 앞에서 울렸다. 유강인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 받았다.
“네, 신형사님. 무슨 일이 있나요?”
신기훈 형사가 급히 답했다.
“유탐정님, 현장에 있던 인원들을 확인한 결과, 세 명이 없습니다.”
“네에? 세 명이 사라졌다는 말인가요?”
“네, 그, 그렇습니다.”
신형사가 숨 가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이진환 형사는 저 앞에 있었다. 마치 산양처럼 계단을 뛰어올랐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대체 누가 사라진 거죠?”
신기훈 형사가 급하게 숨을 내쉬고 답했다.
“미카엘라역 윤미래 배우와 무대 감독 한창완 그리고 조명 장치 스태프 … 최상일입니다.”
“그렇군요. … 무대 감독과 조명 장치 스태프라면 둘이 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윤미래 배우는 놀랬거나 아니면 … 공범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말했다.
“좀 전에 무대 감독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지금 비상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탐정단도 JS 아트센터로 가겠습니다.”
“네, 어서 오세요.”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조수 둘에게 말했다.
“미카엘라역 윤미래 배우와 무대 감독, 조명 장치 스태프가 사고 현장에서 사라졌어. 어서 JS 아트센터로 가야 해. 이형사님이 무대 감독 뒤를 쫓고 있어.”
“네에?”
조수 둘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너도나도 입을 열었다.
“아! 그래요? … 그럼, 그 세 명이 의심스럽네요.”
“셋이 일을 저지른 건가요? 셋이 짜고!”
“그런 거 같아.”
유강인이 답을 하고 급히 움직였다. 조수 둘이 그 뒤를 따랐다. 급한 발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렸다.
셋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유강인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두 사람이 있었다. 둘은 극단폭풍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이 있었다. 둘이 병원을 찾았다.
“유탐정님.”
장철수 단장이 놀란 얼굴로 급히 말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유강인이 서 있었다. 마치 둘을 기다린 듯 했다.
유강인이 장단장을 확인하고 말했다.
“단장님, 최지나 배우님은 현재 위독한 상태입니다. 이유리 배우님은 의식불명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세 명이 이탈했습니다. 경찰이 셋을 뒤쫓고 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셋이 현장에서 도망쳤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윤미래 배우와 한창완 무대 감독님, 최상일 조명 장치 스태프입니다.”
“헉!”
“세,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둘의 몸이 얼어붙은 빈대떡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유강인이 말했다.
“지금 JS 아트센터로 가야 합니다. 단장님, 같이 가시죠.”
장단장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 사무장님은 병원에 계세요. 배우님들 상태를 지켜보세요.”
“네, 그리하겠습니다.”
김두희 사무장이 급히 답했다.
탐정단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김사무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신속하게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향했다.
“헉! 헉!”
그 시각, 이진환 형사가 숨 가쁘게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 뒤를 신기훈 형사가 따랐다.
거친 숨소리가 비상계단을 따라서 울렸다. 비상계단을 다른 곳보다 어두운 곳이었다.
사람이 움직여야 불이 켜졌다. 센서 등이 하나둘씩 켜졌다.
센서 등이 켜졌지만, 아주 밝지는 않았다.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2층을 지나 3층에 올랐다. 2층과 3층은 별 이상은 없었다. 한적했고 인기척이 없었다. 간혹 아트센터 직원들만 돌아다닐 뿐이었다.
두 형사가 다시 비상계단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남은 건 옥상뿐이었다.
지하로 향했던 경찰한테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그쪽도 이상이 없는 거 같았다.
다시 비상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신기훈 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서 달려가는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이제 남은 건 옥상뿐입니다. 옥상을 확인하시려고요?”
이진환 형사가 숨을 헐떡이며 답했다.
“응! 옥상을 확인해야지. 어서 가자고, 서둘러야 해.”
“네! 알겠습니다.”
두 형사가 급히 계단을 올랐다. 저 앞에 옥상 출입문이 보였다. 옥상 출입문은 꼭 닫혀 있었다.
5초 후,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형사가 거친 숨을 고르고 침을 꿀컥 삼켰다.
이제 출입문을 열어야 했다.
이진환 형사가 후배에게 말했다.
“신형사,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열고 옥상을 쭉 살펴봐.”
“네, 알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답을 하고 문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가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끼익,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형사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문 열리는 소리가 여느 때와 다른 거 같았다. 옥상에 누가 있는 거 같았다.
출입문이 활짝 열리자, 신형사가 문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그때, 신기훈 형사의 두 눈이 두 배로 커졌다. 그가 아!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저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옥상 난간 근처였다. 그 사람은 남자였다.
신기훈 형사가 급히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 앞에 남자가 서 있어요. 덩치가 아주 좋아요. 혹 무대 감독이 아닐까요? … 무대 감독 덩치가 컸던 거 같아요.”
“그래?”
이진환 형사가 후배의 말을 듣고 급히 움직였다. 저 앞 난간 근처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했다. 그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군. 덩치가 아주 좋은 남자야. 무대 감독이 맞는 거 같아. 내 기억에도 무대 감독은 덩치가 좋았어.”
“선배님, 정말 무대 감독이 맞을까요?”
“맞는 거 같아.”
이진환 형사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신기훈 형사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무대 감독이 난간 앞에서 지금 뭘 하는 거죠? 이거 좀 불길한데요.”
“… 글쎄.”
이진환 형사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시멘트, 콘크리트처럼 딱딱해졌다.
신기훈 형사가 갑자기 몸을 떨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혹,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걸까요? 사고 때문에!”
이진환 형사가 그런 거 같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후배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저 사람이 뭘 하는지 확인하자고. 만약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해.”
“알겠습니다.”
두 형사가 대화를 마치고 옥상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저 앞 난간 근처에 덩치 큰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저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JS 아트센터 근처에 한강이 있었다. 거대한 한강이 도도하게 흘러갔다. 우측과 좌측에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가 있었다. 대교에 차들이 많았다.
날씨가 참 좋았다.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옥상이었지만, 찬 바람이 불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만 불었다.
겨울 같지 않은 날이었다. 따뜻한 날이었다.
두 형사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덩치 큰 남자가 계속 한강만 바라봤다.
두 형사의 눈에 덩치 큰 남자의 등판만 보였다.
덩치 큰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를 들은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이진환 형사가 급히 외쳤다.
“저는 강천 경찰서 강력반 이진환 형사입니다. 무대 감독님이시죠?”
“…….”
덩친 큰 남자가 답을 하지 않았다. 고개만 푹 숙일 뿐이었다.
“무대 감독님, 혹 이상한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신기훈 형사가 크게 외쳤다. 그의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난간 앞에 서 있는 무대 감독이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았다.
덩치 큰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가 양손을 들었다. 앞에 있는 난간을 꽉 붙잡았다.
“어!”
“안 돼!”
그 모습을 보고 형사 둘이 깜짝 놀랐다. 그들이 황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극단적 선택을 막아야 했다.
순간, 바람이 거세졌다. 시원한 바람이 딱 멈추더니 차디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10초 후, 형사 둘이 덩치 큰 남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진환 형사가 급히 외쳤다.
“무대 감독님, 뒤로 돌아서세요.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위험한 짓을 하지 마세요!”
신기훈 형사도 외쳤다.
“제발 위험한 짓은 하지 마세요. 혹 무슨 일이 있었다면 경찰에 속 시원히 털어놓으세요!”
“…….”
덩치 큰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등을 돌린 채 한강만 바라봤다. 한강이 참 파랬다. 거침없이 흘러가는 게 참 속 시원했다.
“으으으~!”
순간, 덩치 큰 남자가 신음을 흘렸다. 무척 괴로운 소리였다. 그가 두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난간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왼 다리를 높이 들었다.
“아, 안돼!!”
이진환 형사가 크게 외쳤다.
“막아!”
선배의 말에 신기훈 형사가 잽싸게 움직였다. 덩치 큰 남자의 등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놔! 난 죽어야 해!”
덩치 큰 남자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옥상에서 크게 들렸다.
“절대 안 됩니다! 살아야 합니다!”
“제발 정신 차리세요!”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덩친 큰 남자의 등판을 꽉 잡았다. 거구가 난간 위로 오르려는 걸 막았다. 그렇게 난간에서 간신히 떨어트렸다.
“흑!”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난간에서 떨어진 덩치 큰 남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커다란 두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덩치 큰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무대 감독 한창완이 맞았다.
한창완 감독이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딱 봐도 큰 잘못을 저지른 거 같았다. 그가 두 무릎을 꿇었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기만 했다.
그 모습을 두 형사가 말없이 내려다봤다. 둘의 활약으로 무대 감독의 자살을 막았다.
여배우 둘이 큰 사고를 당한 후, 공연 책임자, 무대 감독 한창완은 비상계단을 올랐다.
그는 옥상에 도착한 후, 난간에 서서 거침없이 흐르는 한강을 한동안 바라봤다. 파란 한강 물에 자기 잘못을 파묻고 싶은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한창완 감독이 몸을 일으켰다. 모든 것을 체념한 거 같았다. 그가 두 눈을 꼭 감았다. 이제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진환 형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감독님, 이제 내려갑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 조사에 적극 협조해 주세요.”
한창완 감독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였다. 커다란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두 눈이 점점 무서워졌다.